[Startup’s Story #158] 스타트업은 약장수, 제약회사가 되든가 사기꾼이 되든가 … 500비디오스 양성호 대표
[플래텀 이가은] 비디오 제작에 대한 전문지식 없이도, 기본으로 제공되는 1,000여 개 이상의 그래픽 비디오 템플릿을 활용하여 전 세계 누구나 무료로 HD 급 고화질 동영상을 편집,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 바로 500비디오스(500Videos)이다.
500비디오스는 올해 7월 실리콘밸리 VC 빅베이슨캐피탈과 본엔젤스 파트너스, 그리고 Daum 창업자인 이택경 대표로부터 한화 약 7억 원의 투자유치를 하기도 했다. 더불어 지난 7월, 재팬부트캠프에 참가한 후 일본 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열었다.
500비디오스 양성호 대표의 창업 스토리에는 꽤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다. 그저 장사꾼이었다며 이야기의 문을 연 그는 에어비앤비(airbnb)와 함께 일하며 스타트업의 꿈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온라인 비즈니스는 오프라인부터 먼저 풀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비즈니스는 포장’, ‘스타트업은 약장수’, ‘올드 스피릿(Old Spirit)’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웹사이트 산업의 성장 과정을 보며 현 비즈니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법인 설립 후 1년 내 월 매출 1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그에게 500비디오스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500비디오스 대표 양성호다. 500비디오스는 템플릿을 기반으로 한 B2B 영상 제작 플랫폼이다.
500비디오스(500Videos)를 시작하기 전에 에어비앤비와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캐나다에서 부동산 임대 및 투자를 했었다. 어려서부터 디자인하는 걸 좋아해 부동산 일을 할 때도 건물 및 공간의 사진, 즉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사이트 잘 만들어 놓고 예쁜 사진들 올려서 임대하는 일을 했던 거지. 당시 임대와 투자를 함께 다루다 보니 관련된 사이트를 많이 이용했다. 가장 많이 이용했던 사이트가 홈어웨이닷컴이었고.
그러던 어느 날, 한 사이트를 발견하게 됐다. 홈어웨이닷컴을 이용하며 불편하다고 여겼던 모든 요소들이 개선되어 있는 사이트였다. 몇 달 써보면서 너무 괜찮다는 걸 알았고 분명 잘 될 거리라 확신했다. 그게 2009년도의 에어비앤비다. 그래서 바로 전화해서 ‘캐나다에서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다. 미국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는데 에어비앤비와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양사의 시너지가 날 것이다’라는 의사를 전했다. 그렇게 미팅을 잡고 샌프란시스코로 달려갔다. 미팅 당시 에어비앤비를 사용하며 좋았던 점, 불편했던 점 등을 이야기했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에어비앤비에게 무엇을 제안했나?
내가 제안했던 것의 골자는 에어비앤비가 가지고 있는 매물의 사진을 우리가 다 찍어주면 에어비앤비는 그 이미지를 잘 활용하고, 대신 우리의 워터마크를 박아달라는 거였다. 당연히 성사가 되는 제안이라고 봤다. 이제 시작하는 회사에 미국 전역의 리스팅을 무료로 다 촬영해준다고 했으니까. 사업적으로 조 게비아(Joe Gebbia, 현 에어비앤비 CPO, 최고개인정보책임자)가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미팅 분위기도 무척 좋았고. 그런데 거절당했다. (웃음)
이유가 무엇이었나?
빨리 가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사용자 한 명, 한 명에게 밀착해 좋은 경험을 선사하고 그들을 에어비앤비의 골수팬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들이 원하는 그림이었다. 나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지. 그때까지만 해도 스타트업이라는 것도 몰랐고 완전히 장사꾼의 마인드였으니까.
그렇게 우리가 제안한 건 거절당했지만 에어비앤비 측에서 우리에게 다시 이야기 한 건, 캐나다의 첫 오피셜 파트너가 되어 촬영 비용을 지불하는 쪽으로 진행하자는 거였다. 그렇게 함께 일하게 됐다.
지금은 거물급인 에어비앤비의 초창기를 곁에서 지켜본 것이 큰 경험이 됐으리라 생각된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꽤 가까이에서 지켜본 걸 거다. 처음에 에어비앤비가 어떻게 사용자 트래픽을 모았고 운영 노하우는 어떠했고 등을 봐왔다. 그 친구들 덕분에 스타트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에어비앤비와의 협업 과정에서 만든 서비스가 있다고 들었다.
페이먼트탭닷컴이다. 먼저 이 서비스를 만든 배경을 설명하려면 에어비엔비와의 협업 과정을 설명해야 한다. 당시 에어비앤비가 스케줄링을 해서 우리에게 넘겨주면 우리는 그 일정대로 대량 촬영을 한 후 사진을 전송해주는 프로세스였다. 그리고 결제를 기다리는 거지. 그런데 에어비앤비가 처음에는 입금을 바로 해주더니 이후에는 3 ~ 4일 씩 늦더라. 이건 프리랜서와 같이 파일을 전송해서 비용을 받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겪었을 법한 불편한 경험이다. 서비스를 제공했고 그에 대한 비용을 받아야 하는데 약속된 날짜에 들어오지 않으면 심적으로 불편하다. 비용지불을 독촉하기도 애매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괜히 감정만 상하게 된다.
에어비앤비와 일은 계속 하고 싶은데 이런 기분은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낸 아이디어가 클라우드에 파일을 올려놓으면 에어비앤비가 결제를 해야 다운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였다. 처음엔 그냥 내가 쓰려고 만든 거였는데 주변에서 쓰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어 다들 쓸 수 있도록 해놨다. 프리랜서들을 위한 결제 시스템인거다. 페이먼트탭닷컴은 파일을 업로드 하고 페이팔 계정만 넣어 놓으면 자동으로 페이팔 계좌로 비용이 입금된다. 2010년도에 만든 서비스인데 아직도 입금되고 있다. 이 서비스는 500비디오스가 초기에 한국 스타트업들 소개 영상을 만들어줄 때도 활용했다. 그때도 지금도 우리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은 선불로 진행한다. 아무튼 그런 과정을 겪으며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는 게 참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됐지.
500비디오스로는 어떻게 연결된 것인가? 비디오라는 아이템을 선택하게 된 계기를 함께 들려주면 좋을 것 같다.
결제 웹사이트를 만들고 보니까 웹페이지 첫 화면에 이게 어떤 페이지인지 설명하는 게 필요하더라. 그 설명을 영상으로 넣으려 했는데 제작비가 너무 비싼 거다. 부르는 게 값이었다.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나는 비즈니스는 포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 포장을 잘 할 수 있는 최적의 요소가 이미지 및 영상이라 봤고. 부동산 매물도 가구 잘 세팅해서 사진 잘 찍으면 더 비싸게 팔 수 있었다. 초콜릿 사업과도 비슷하다. 입에 넣으면 거기서 거기처럼 느껴지는 초콜릿인데 왜 고디바만 비싸겠나. 포장에서 주는 느낌 때문이다. 결국 비즈니스가 확장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포장과 관련된 비즈니스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 이유에서 포장, 즉 이미지 및 영상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현재의 포장이 이미지라면 미래에는 그걸 영상이 대체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것만큼이나 편하게 영상을 찍게 되는 세상이 올거라 본거다.
보통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이겠나. 사무실은 없어도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그러나 명함이나 웹사이트가 없이는 어려움이 있다. 더구나 요즘은 워낙 많은 것들이 과잉되게 나오고 있다 보니 한 눈에 들어오게끔 만드는 게 관건이다. 텍스트보다 눈을 끄는 게 이미지고, 이미지보다 눈을 끄는 게 비디오이니까 이걸 대중화 시키는 산업이 많이 발전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즉 포장하는 산업 중 비디오 산업을 본 것이고, 그걸 빠르고 저렴하고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하면 승산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500비디오스를 시작했다.
시장성에 대해 판단한 근거가 있나?
웹사이트 산업의 변천사를 유심히 봤다. 웹사이트가 처음 나왔을 때는 에이전시가 있었다. 웹사이트 제작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에서 가내수공업처럼 다 만들어 준거다. 그 뒤에는 웹사이트들을 만들어주는 툴이 등장했지만 복잡해서인지 시장이 죽어버렸다. 그 다음에 윅스나 위블리 같은 템플릿을 기반으로한 제작 서비스가 나왔다. 몇 개 옵션을 선택하면 사이트가 완성되는 형태다. 향후 몇 년 간 이 이상은 없을거라 본다.
비디오에 대해 같은 관점으로 접근해보면 지금이 중간단계이다. 영상 제작 툴들이 나와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사용자가 접근하기에 어렵다보니 대중화되지 못하는 중이다. 아무리 잘 만든 서비스여도 어려우면 대중들은 쓰지 않는다. 그럼 결국 비디오도 템플릿화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웹사이트처럼 템플릿화 시켜서 선택범위를 넓혀주면 되지 않겠나 싶었고. 그렇게 500비디오스는 템플릿을 기반으로 한 비디오 광고 사업을 모토로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이미지 또는 영상, 텍스트를 기입하고 선택만 하면 바로 결과물이 나오는 형태인 거다.
에어비앤비가 500비디오스에 준 영향이라면 어떤 게 있나?
내가 가장 크게 배운 건 ‘온라인 비즈니스는 무조건 오프라인부터 먼저 접근해야 한다’는 거였다. 내 사업 운영 철칙 중 하나다. 그리고 확장성이 있는 비즈니스가 정말 매력적이라는 것을 에어비앤비를 통해 간접적으로 배웠다. 천천히 한 발, 한 발 나아간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깊게 느꼈다고나 할까.
500비디오스 창업 전 에어비앤비와의 협업 과정에서 만든 결제 서비스, 페이먼트탭닷컴
500비디오스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 해보자. 온라인 서비스는 오프라인으로 먼저 풀어야 한다고 했다. 500비디오스는 어떻게 풀고 있나?
500비디오스는 올해 4월에 법인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법인 설립 후 1년 간은 오프라인으로 풀어야 하는 시기로 잡고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기 전 오프라인에서 먼저 실력을 입증해내는 단계인 거다. 그래서 배달의민족 등 분야 별 상위 팀들과 계약을 맺고 전문적으로 직접 촬영해 납품하는 대량 비디오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그렇게 쌓인 노하우에 대한 신뢰와 콘텐츠 및 팀웍은 나중에 온라인 비즈니스로 그대로 녹아 들어갈 거라 본다.
나에게는 이 1년이 공식화되어 있다. 법인을 세우고 첫 1년 간 신뢰 구축하면서 돈을 벌고 지표를 만드는 것. 그리고 1년 내외로 시리즈 A를 받는 것. 물론 투자를 굳이 받지 않아도 문제가 되진 않는다. 투자유치는 둘째 치고 일단 신뢰 구축 및 수익 창출에 대한 능력을 검증하는 것. 그게 지금 500비디오스가 집중할 1년의 과제이다.
B2B 서비스로 사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B2B 사업이 매력적인 건 누적매출이 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 같은 회사 10개 계약하면 이 매출이 지속적으로 누적매출로 얹어진다. 우리는 한 업체와 계약할 때 마다 2천만 원이 기본이다. 사업 분야 별로 이렇게 계약해나갈 대표주자들을 정했고 그 팀들만 계약을 다 맺어도 한국에서만도 월 매출이 2억 이상 나온다. 그리고 똑같은 서비스를 해외시장에도 적용할수있다. 스타트업으로서 그 정도 돈을 벌게 된다면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는 온라인 광고 쪽으로도 시도해볼만한 자금력이 생길 것 같다. 투자를 받지 않아도 가능한 일이다.
창업은 새로운 발명이 아니다. 고객은 늘 쓰던 곳에 돈을 쓴다. 생전 처음 보는 걸 만들어서 이게 무엇이라는 것부터 이해시킨 후 돈을 쓰게 하는 게 아니라 늘 돈을 쓰던 곳인데 불편했던 것을 수월하게 바꿔주는 것에 쓴다. 그게 창업이고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고려할 수 있는 타겟은 꽤 광범위하다. 프랜차이즈도 플랫폼도 다 된다.
현 매출은 어떠한가?
이번 달부터 제대로 된 매출이 올라오고 있는 상태이다. 모두 온고잉(On going) 계약으로 진행되는 건이기 때문이 정확히 산정은 어렵다. 목표는 내년 봄까지 온고잉으로 가는 누적매출 1억 이상이다.
BEP 달성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법인 세우고 10-12개월 정도로 보고 있다.
영업에 대한 인사이트가 확고하다.
나는 스타트업은 약장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반복하지만 하나라도 파는 게 중요하다. 중요한 건 파는 약의 약효가 별로면 안 된다는 거다. 첫 약은 말빨이나 화려한 스펙으로 팔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의 효과가 검정되지 않으면 두 번째 구매는 이뤄지지 않거나 심하면 고소를 당하게 된다. 결국 약장사는 뛰어난 제약회사가 되든가 사기꾼이 되든가 둘 중 하나인 셈이지. 스타트업도 똑같다고 본다.
본인만의 영업 노하우가 있다면?
내 물건을 팔려고 하기 이전에 상대가 내 물건을 왜 살 수밖에 없는지의 이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상대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는 게 영업인 거다. 조금 전투적으로 비유하자면 적들이 많을 때는 그들의 우두머리만 노리면 된다. 우두머리를 잡으면 나머지는 그냥 끝나는 거다. 실제로 배달의민족과 계약하고 나니 그 다음이 쉽다. 잘나가는 회사, 그것도 디자인으로 정평이 난 회사가 우리와 함께 한다는 건 우리의 퀄리티를 보장해주는 셈이다. 배달의민족 계약 후 지난 주만 계약이 세 건이었다. 우리는 100개씩 대량 계약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한 건당 2천 만 원이 최소 금액이다. 그러면 지난 주에만 6천만 원이 계약된 셈이다. 보통 계약 이야기를 시작하고 도장을 찍는 데까지 길어봤자 이틀 내외이다. 만난 지 열두 시간 만에 계약서 도장까지 찍은 업체도 있다.
양대표식 표현으로 약을 잘 판 거다.
그렇지. 그만큼 약효가 있는 약을 가지고 있으니까. 사실 이 작업을 하는 데에 리소스가 꽤 많이 들어간다. 그러나 이렇게 수익구조를 만들어 놓지 않고 그냥 개발만 하면 투자를 받는다면 개발비로 다 써버릴 거다. 잘 만들면 터질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터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지 않나. 그런 이유에서 우리가 쓰는 비용은 우리가 번다는 게 우리 철칙 중 하나다. 투자는 추후의 문제인거다. 그래서 지금 계속 계약 맺고 대량 촬영하고 그래픽 편집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다. 돈을 벌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거지.
사실 나는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배경에 실패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특수하게 배려 받는듯한 뉘앙스가 있다. 스타트업도 장사이고 창업이기에 돈을 벌어야 한다고 본다. 정말 특별하게 큐키와 같이 기술에 특화된 것이 아니라면 온라인 플랫폼이든 O2O이든 뭐가 됐든 간에 분명히 초반엔 오프라인에 집중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스타트업들 중 일부는 비현실적으로 사업을 한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물건을 팔든 서비스를 팔든 아이디어를 팔든 노동을 팔든 팔아야 한다. 그게 아니면 스타트업이 아니라 그냥 겉멋만 든 거다. ‘올드’한 방식이라 여기겠지만 나는 올드한게 좋다. 영업하고 만나서 물건을 하나라도 파는 것 말이다.
영업부분이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게 가장 취약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어느정도 경험이 없으면 그렇게 대담하게 접근하기도 쉽지않다.
내 인생철학은 아쉬워하지 말자다. 한 달에 먹고 살 만큼 벌면 되고, 또 좀 못 벌면 어떤가. 차 없음 어떻고 월세 살면 어떤가. 티머니카드가 있고, 내가 눕고 싶을 때 누울 공간이 있으면 된 거다. 나는 계약서 보낼 때도 내일까지 회신 없으면 이번 계약은 무효라고 말한다. 이 가격은 내일까지 결정하는 가격이라고. 그리고 그 뒤로는 실제로 올린다. 아쉬워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건 그만큼 본인들의 실력에 경쟁력이 없다는 뜻이라고 본다.
손정의 회장은 투자 대상과 만나면 ‘당신에게 단 한 번의 기회를 준다. 원하는 금액을 말해보라. 내가 원하는 금액과 너무 차이가 나면 나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말한다더라.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손회장은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을 했기에 지금자리에 오른 거라고 본다.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된게 아니라.
도전정신이 강한 듯 싶다.
캐나다라는 특수한 환경에 부대끼면서 배운 것 같다. 처음에 캐나다에 갔을 때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친구들이 영어를 배운답시고 돈을 내고 학원을 더니더라. 나는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돈 주고 영어를 배운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매일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되지도 않는 영어를 계속 말하면서 실력을 쌓은 거다. 그렇게 프리토킹을 연습한 거지. (웃음) 다른 에피소드를 들자면, 처음 캐나다에 갔을 때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일을 할 수 있는 비자가 없었다. 또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회사에서 나를 필요로 하게끔 만들어야 했다. 내 실력을 입증 받아야 하기에 절박하게 일했다. 뭔가를 도전하고 이루려면 다른 생각을 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본다. 왼손 쓰는 법을 가장 빨리 체득하는 방법은 오른손을 자르는 거라는 말이 있지 않나. 뭐든지 절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다.
당시 스스로를 절박하게 만들기 위해 통장도 하나 만들지 않았다. 통장이 있으면 버티다가도 부모님께 손을 내밀 것 같았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시쳇말로 완전 ‘개고생’ 했지. 편의점에서 유통기한 지난 음식 먹어가며 여섯 명이 다닥다닥 붙어서 자는 방에서 지냈다 그러면서 차츰 자리를 잡은 거다. 그 시기를 통해 많은 걸 배웠고 지금 내 몸에 베인 게 많은 것 같다. 좀 극한의 상황에서 ‘으르렁’ 거리는 생존 본능인 셈이지.
그런 성향이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도 많은 영감을 줄 것 같다.
스타트업은 리소스가 워낙 제한이 있다. 투자를 받지 않으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투자를 받는다고 해도 결국 다 써버리고 끝날 거다. 자생력이 없으니까. 나는 스스로 살아남은 사람에게 투자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국내 스타트업에게 가장 필요한 정신이 무엇이라고 보나?
나는 차라리 스타트업을 하기 전에 영업을 먼저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하철 가서 스타킹 백 개를 팔아보는 거다. 소위 말하는 ‘올드 스피릿’이 요즘은 너무 없어진 것 같다. 테크다 뭐다 하면서 너무 가벼워지고 겉멋만 들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차라리 돈을 벌고 영업하는 방법을 먼저 배우는 게 맞다고 본다.
여담이지만, 본인이 만약 투자자라면 어느 스타트업에게 투자하겠나?
500비디오스 초반에 스타트업들 영상을 만들어주는 작업을 하면서 많은 팀을 만났다. 일을 같이 해보면 정말 될 것 같은 팀들은 느낌이 온다.
정말 인상적이었던 팀은 배달의민족의 우아한형제들이었고, 최근 비전있게 느껴지는 팀은 미미박스이다. 내가 투자자라면 이 두 팀에게 투자했을 것 같다.
지난 7월에 빅베이슨캐피탈, 본엔젤스, 이택경 프라이머 대표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는데 조건은 무엇이었나?
500비디오스가 4월에 한국 법인을 세우는 조건으로 시드머니 75만 달러를 투자 받았다.
투자유치 당시 가장 어필한 부분은 무엇인가?
그 흔한 사업계획서를 보여준 적도 없다. 약을 파는 관점으로 투자자와 접촉했다. (웃음)
투자사가 500비디오스를 선택한 이유를 뭐라고 보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단순하게 말하면 돈을 벌 것 같기 때문이 아니겠나. 지금껏 내가 돈을 벌어왔고,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에 대해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첫 투자 자금의 사용처는 무엇인가?
템플릿 개발에 집중했다. 사용자의 선택지가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개발해 위블리나 윅스같은 서비스와 접목시킬 수 있을 만큼의 수준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후 투자유치 계획은 있나?
올 겨울 지나서 시리즈A를 고려하고 있다. 그를 위해서는 숫자가 필요하다. 현재 B2B로 계약하고 대량작업하고 있는 것들이 지표를 만들어 줄 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월매출 1억이 목표다.
지난 7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주관한 재팬부트캠프에 참가했다. 그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이 때의 경험이 현재 사업 진행 방향을 결정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고 있는 것과도 연결되고.
일본에서 야후와 글로벌브레인 등 회사와 미팅을 했다. 두 곳 모두 비즈니스 컨셉 및 모델에 대해 공감했다. 다들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줬고. 그런데 ‘대량으로 촬영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을 하더라. 거기서 우리가 캐치한 것이 실력을 검증할 대량 작업물을 레퍼런스로 만들어야 되겠다는 거다.
그래서 현재 국내에서 대량으로 작업하고 있는 콘텐츠들을 지속적으로 투자사들에게 업데이트 해주고 있다. 그들의 반응도 꽤 긍정적인 상태이다.
일본시장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일본에 타베로그라는 맛집 소개 사이트가 있다. 야후가 투자한 회사인데, 보유하고 있는 맛집 리스트만 78만 개다. 그런 곳이 우리가 계약해야 할 타겟이다. 함께 하자고 제안하면 상대편에서 한 번에 몇 개나 찍을 수 있느냐, 찍은 걸 보여 달라고 요청을 할 거라고 본다. 그 때 보여줄 콘텐츠들이 있어야 한다. 능력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걸 검증해줘야 하는 거다. 그런데 우리가 1~2 개씩 찍어내면 이들에게는 아무 매력이 없다. 그래서 한 번에 100개 이상 씩 대량 작업을 하고 있다.
일본 외 다른 시장 진출 계획은?
중국과 미국이다. 순서는 한국, 일본, 중국, 미국 순으로, 아시아를 먼저 선점한 후 미국으로 넘어갈 계획이다. 아시아 지역이 밀집도가 높기 때문에 우리 같은 비즈니스를 하기에 참 좋다. 중국의 경우도 콘텐츠나 디자인 측면이 많이 약하기 때문에 우리가 해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판단한다.
추후 진행할 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 해줄수 있나?
그래픽 영상편집 앱, 기업용 비디오 뉴스레터 솔루션 등 그래픽 비디오 템플릿 활용 가능한 사업 영역으로 확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일단 온라인 상으로 풀 수 있는 API, 또는 앱 서비스를 개발 완료한 후 테스트 중에 있다. 앱 내에서 원하는 템플릿을 선택 후 영상이든 이미지를 촬영할 수도 있고 바로 업로드 할 수도 있으며, 비즈니스 이름을 텍스트로 넣고 웹사이트 주소를 입력하면 바로 완성되는 형태다. 이런 식으로 내가 원하는 종류의 그래픽을 골라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앱서비스다.
이 서비스로 영상을 만들면 상단에 우리 워터마크가 들어간다. 이를 확장하자면 각 기업의 워터마크를 넣은 복제앱을 만들 수 있을 거다. 이를테면 나이키 동영상 제작 앱이 되는 거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광고물을 만들어내는 거다.
기업용 비디오 뉴스레터 솔루션을 설명해준다면?
기업들 CRM 서버에서 암호화된 고객 데이터를 받아온다. 우리가 마스터 비디오를 만들어놓은 다음에 받은 고객 정보를 정형화된 좌표에 뿌려주면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비디오를 뽑아낼 수 있다. 그를 활용해서 개인에게 특화된 기업 뉴스 레터를 전송할 수 있는 거다.
준비가 어느정도 이루어진듯 싶은데 왜 오픈하지 않는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실력을 검증받고 신뢰를 쌓으며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나중에 본 서비스가 효과가 있음을 증명할 수 있으니까.
500비디오스에 대해 꼭 기억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결국 500비디오스는 기존에 비싸고 느리게 하던 영상 제작 시장을 쉽고 저렴하고 빠르게 디스럽트(Disrupt) 하겠다는 목표가 있는 거다.
기업이나 프랜차이즈, O2O 플랫폼들이 대량 비디오 제작을 통한 마케팅을 원할 때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해결해주는 서비스가 되려한다. 이게 내년까지의 모토다. 온라인 비즈니스는 추후에 언제든지 접목시킬 수 있는 부분이고.
일단 내년까지는 오프라인에 집중할 계획이고 그 이후의 모습은 여기까지만 오픈하겠다. 500비디오스의 앞날을 기대해 달라.
500비디오스가 개발한 그래픽 영상편집 앱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