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언론 매체나 패널토론 등을 통해 VC들의 단편적인 입장이나 인사이트를 들을 수 있는 자리는 다수 있었지만, 이들이 함께 모여 한국 스타트업과 투자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자리는 많지 않았다. 이들을 한 자리에 초대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런 자리가 있었다 할지라도 지면과 시간의 제약이 있기에 이들의 명확한 입장을 제대로 전해 듣는 데는 제한이 있었다.
이에 한국의 스타트업미디어이자 중화권 전문네트워크인 플래텀은 창간 2주년 특별기획으로 한국의 창업생태계와 투자환경에 대한 제대로 된 인사이트를 전달하기 위해 한국의 대표 벤처캐피털(이하 VC)을 초대해 그들이 말하는 스타트업과 투자스토리를 듣는 특집 간담회를 두 차례 진행했다.
10월 30일 1차 간담회에는 프라이머 이택경 대표, IDG벤처스코리아 이희우 대표,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본엔젤스파트너스 강석흔 이사가 참석했으며, 11월 5일 2차 간담회에는 알토스벤처스 한킴 대표, 소프트뱅크밴처스 문규학 대표, 캡스톤파트너스 송은강 대표가 참여했다.
지난 1차 간담회(파트1, 파트2)가 ‘얼리스테이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VC들의 이야기였다면 오늘부터 2회에 걸쳐 소개할 2차 간담회는 그보다 조금더 완성형에 가까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VC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스타트업과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왼쪽부터) 캡스톤파트너스 송은강 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대표, 알토스벤처스 한 킴 대표
바쁘신 와중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 투자사 내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캡스톤파트너스 송은강 대표(이하 송은강) : 캡스톤은 LLC(Limited Liability Company, 유한책임회사)로서 파트너십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파트너마다 생각이 다르다. 한 사람이라도 반대의견이 있으면 투자를 집행하지 않는다. 만장일치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알토스벤처스 한 킴 대표(이하 한 킴) : 우리도 처음에는 만장일치제였으나 현재는 반대가 있어도 투자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3-2-1 포인트 시스템’이다. 3점은 정말 투자하고 싶거나 열심히 돕겠다는 의미이고, 2점은 그냥 찬성하는 것, 1점은 반대하는 것을 의미하다. 0점까지 던질 수 있다. 0점은 죽어도 여긴 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다. 파트너 세 명의 점수를 합해서 6포인트만 나오면 통과가 된다. 단 2-2-2의 6포인트는 진행하지 않는다. 또한 3이 하나라도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누군가 한 명은 꼭 열정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것이 알토스의 원칙인 셈이다. 어떨때는 파트너들이 일부러 반대하기도 한다. 그래야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투자하니까. 그렇다고 감정적으로 가지는 않는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대표(이하 문규학) : 소프트뱅크벤처스도 만장일치제다. 그렇게 14년 간 지속해왔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내에는 파트너 넷과 심사역들이 있다. 심사역 전체가 한 표, 파트너들이 각자 한 표를 가진다. 파트너들간 만장일치라도 심사역들이 반대하면 투자는 진행되지 않는다. 대표인 나도 딜을 하는데, 내 딜에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웃음)
다만 공동투자 건에 대해서는 예외가 있다. 우리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VC도 함께 보기 때문에 리스크가 약간 상쇄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럴 경우는 2/3 이상 동의하면 집행한다.
송은강 : 여기(소프트뱅크벤처스)는 계급장 떼고 여러 사람이 함께 토론하는 시스템이다. 그렇게 운영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이게 가능하려면 전제조건이 구성원 모두가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 더불어 사내 정치라고 하는 것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하고.
문규학 : 만장일치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을 지속하는 이유는 다 함께 가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3 스트라이크, 3 아웃이라면 다른 사람들에게서 ‘이 펀드 수익률 내가 만들었는데, 저 사람은 치는 것마다 다 아웃이야’와 같은 마음의 벽이 생기게 된다. 그런 것을 방지하고자 우리는 다 함께 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잘하면 다 잘한 것이고 못하면 다 못한 것이다. 더불어 각자의 한 표가 가지는 무게감에 대해서도 신중히 생각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영자의 딜을 반대하는게 쉬운일은 아닐듯 싶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인가?
문규학 : 그렇다. 찬성이라면 찬성의 이유, 반대라면 반대의 이유가 다 있기 때문이다. 제시한 딜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들으면 기운이 빠질때도 있지만 대부분 타당하다. 다른 건도 마찬가지고.
솔직히 한국은 벤처캐피탈이라 보기 어려운 구조다. 주식회사이지 않나. 리더가 있고 상하관계가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이 상명하달 식의 의사결정 시스템이라면 차라리 VC가 아니라 ‘주식회사캐피털’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미국은 대부분 파트너십 형태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도 주식회사이지만, 파트너십 제도로 운영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벤처캐피탈이 제대로 투자하려면 철저히 파트너십 시스템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킴 : 우리는 세 명이서 오랫동안 일을 함께 했기에 서로를 잘 안다. 약간 다른 점이라면 우리는 투표권뿐만 아니라 모든 결과에 대한 부분까지 똑같이 나눈다는거다. 그래서 서로간 이견이 많았던 건이라 해도 결과가 좋으면 진행하자고 주장한 친구에게 고마워한다. 그 친구 덕분에 수익이 났으니까.
VC 내 파트너십에 대한 내용은 국내에서 듣기 어려운 부분이다. 조금 더 부연설명을 부탁드린다.
한 킴 : 돌이켜보면, 누가 심하게 반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진행했던 회사들이 결과가 좋았다. 우리 경험 상 셋이 다 괜찮다고 여긴 곳은 생각보다 잘 안 되더라. 즉 논쟁이 있는 회사일수록 안 될 확률도 크지만 되면 크게 된다는 말이다. 결국 우리 파트너십이 가능한 이유는 결과를 똑같이 책임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 한 명이 정말로 투자하는 회사를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규학 : 성공은 내가 잘한 것이고, 실패는 저 사람이 잘못한 거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성공도 함께 나누고 실패도 함께 나누는 이 정신이 파트너십의 기본이다. 한(한킴 대표)이 잘 알 텐데, 미국의 LP(펀드 출자자)들의 가장 첫 질문은 해당 VC가 얼마나 탄탄한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느냐이다.
한 킴 : 맞다. 이번 한국 펀드 조성할 때도 혼자서 하느냐는 질문 많이 받았다. 혼자 하는 것이었다면 아마 들어오지 못했을 거다.
송은강 : 한킴대표님이 언급한 것처럼 구성원 모두가 찬성한 기업의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 창투사도 마찬가지다. 객관적인 통계치가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상 중간에 반대의견이 있었던 팀이 더 잘 되는 경우가 많다. VC 중에서 잘 안된 곳을 보면 파트너들 간 견제가 없었던 곳이 많다. 파트너들 간에 긴장감이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 킴 : 그래서 좀 고달프기도 하다. (웃음)
송은강 : 그 긴장감이 있는 대신 오래갈 수 있다면 최고라고 본다. 캡스톤파트너스가 그래도 인정받는 부분이 국내 LLC 중에서 유일하게 외부적으로 문제가 없는 LLC라는 점이다. 파트너들이 나갔다든가 교체됐다든가 싸운다든가 하는 경우가 없었다. 국내 LLC 역사에서 별탈 없이 7년간 성장해온 회사니까.
사실 7년간 내가 실수를 참 많이 했다. 그전까지 파트너십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것이 크다. VC 조직은 기업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어서 상당기간동안 시행착오를 겪었다.
문규학 : 우리도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다. 14년 전에는 참 많이 다투었다. 오죽했으면 우리 조상들의 말 중에 ‘동업하지 말라’는 말이 있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VC의 파트너십은 그것의 예외 사례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대표
스타트업과의 연결점에 대해 언급해 보자. 투자유치를 원하는 스타트업과 투자를 하려는 VC임에도 서로의 간극이 크다는 의견이 있다. 투자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콜드콜(cold call)이 성사되기 어려운 것도 있고. 어떠한가?
송은강 : 연결되는 경우가 너무 다양하다. 어떨 때는 만나자마자 꽂히기도 하고, 아무리 봐도 판단이 잘 안서는 곳도 있고 그렇다. 그러다 놓치는 경우도 있고. 우리에게 무척 적극적인 곳들도 있지만, 우리가 직접 찾아가 적극적으로 구애해서 딜을 성사시키는 경우도 있다. 스토커가 됐다가 스토킹을 당했다가의 반복이다. (웃음)
문규학 : 콜드콜은 확실히 확률이 낮다. 콜드콜보다는 주로 소개를 통해 만나게 된다. 소개해주는 사람에 대한 신뢰와 소개하는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감사한 경우다. 우리가 품을 팔아야 할 시간을 아껴주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소개한다고 만나진 않는다. 신뢰하는 사람이 소개해주는 곳을 주로 만난다. 여담이지만, 소개를 통해 만나는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와 콜드콜을 통해 들어오는 사업계획서는 질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송은강 : 평균으로 따지면 정말 차이가 많이 나긴 한다.
문규학 : 콜드콜로 들어온 사업계획서를 보면 창업자가 왜 사업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VC들은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보니 콜드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개를 통해서만 딜을 하는 것도 아니다. VC는 일상이 딜 소싱이다. 누구를 만나든,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이 모든 일상이 딜 소싱으로 연결된다. 사내 심사역들에게도 항상 하는 말이 ‘부지런히 다녀라, 부지런한 사람 못 이긴다’고 조언한다.
한 킴 : 동의한다. 알토스의 경우 콜드콜이 어려운 이유가 우리 스타일에 있다. 우리 스타일이 포트폴리오사를 믿어주고 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흔한 표현으로 ‘까칠’하지는 않다. 다만 이렇게 진행하려면 아예 모르는 회사를 대상으로는 할 수 없다. 비즈니스적으로 매우 뛰어난 것이 아닌 이상 아는 바가 전혀 없는 회사는 판단을 안 하는게 우리 입장에서는 맞는 것이다. 그래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문규학 : 정말 수도 없이 사업계획서가 들어온다. 그 중에는 정말 의지가 있는 이들도 있다. ‘만나보지도 않고, 누군지도 모르면서 왜 거절하느냐’는 메시지를 받으면 인간적으로 무척 미안하다. 그러나 비즈니스 관점으로 사업계획서를 보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사람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사업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거다. 우리가 설득이 되지 않았기에 거절하게 되는 것이다.
캡스톤파트너스 송은강 대표
투자유치를 고려하는 창업자들에게 IR(기업설명회) 과정은 큰 이슈다. 컨설팅을 받는 경우도 적지않다.
송은강 : 나도 회사를 설립하기 전 펀딩을 하러 다녔다. 국내 기관을 어림잡아 50군데를 만난 것 같은데, 한 군데도 연결되지 않았다. 이후에 운 좋게 텐센트가 LP가 됐고, 그 뒤에 또 다른 기관에서 들어와 LLC를 설립하게 됐다. 그런데 이 과정을 가만히 돌이켜보면 나라도 돈을 안 줬을 것 같다. 당시 나는 LP들을 너무 몰랐다. 그들의 입장이나 생각, 업무방식, 생리를 고려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만 적어서 프레젠테이션을 했었다. 그러니 LP들이 연락을 주지 않았다고 본다.
일단 펀딩이라는 것은 상대에 대한 조사가 선행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 즉, 펀드를 어떻게 운영해서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가 LP들에게는 핵심인 거다. 그런데 나는 거기에 대고 ‘우리는 VC 오래 해왔고, 잘 할 수 있고’ 뭐 이런 이야기를 했던거다. 돈을 버는 전략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해준 것이 없었다. 그 부분이 정말 많이 부족했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투자사가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그냥 본인 이야기만 하면 되겠나. VC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VC는 좋은 딜을 따라다니는 사람들이다.
문규학 : 정부가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어디어디에 펀드를 줬다고 보도가 나오면 다음 날 전화가 온다. 지금 바로 가면 되느냐고 말이다.
송은강 : 정부 돈을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 어느 기관에서 정부펀드 운용한다고 하면 정부 프로젝트 비용을 받는 줄 알고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느냐, 좀 쉽게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 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꽤 있다.
한 킴 : 우리는 그런 분들을 만나면 단계에 맞는 곳에서 투자받고 키운 뒤에 인연이 되면 보자고 말한다. 얼리스테이지 스타트업이 대상이 아니기에 그런 면에서 편한 부분은 있다.
IR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IR을 할 때 언제 창업 했는지, 자본금은 얼마였는지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창업 시기 등에 대해서도 별 상관하지 않는다. 자본금에 대해서도 감이 전혀 없다. 납입자본금이라는 게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 미국에는 그게 없거든. 그래서 그냥 다음 페이지 보자고 한다. 히스토리 페이지도 개의치 않는다. 나중에 관심이 생기면 물어보는 정도다.
문규학 : 평이하게 이야기 했지만 중요한 팁이다. PT할 때 슬라이드에 회사 주소 나오고 연혁 나오고 조직도 나오면 집중도가 떨어진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그건 중요한게 아니다. 정말 그 팀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가 중요한 거다. 경진대회 나간 것, 상 받은 것도 아무 필요 없다. 경진대회가 실력을 증명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있다. 한의 말대로 정말 나중에 궁금하면 ‘사무실 어디예요, 찾아 갈게요’ 라고 한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게 왜 안 중요하겠나. 회사가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됐는지, 무슨 일을 겪어왔는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송선배 말대로 IR의 청자가 투자자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투자자가 무엇을 궁금해할까에 대한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투자에서 불필요한 걸 다 빼면 사실 5-10페이지로 IR은 가능하다고 본다.
플래텀의 독자는 스타트업이 많다. 그들이 원하는 질문은 투자유치에 대한 팁일듯 싶다.
송은강 : 이 이슈에 대해서는 정말 할말이 많다. 고루하게 들리겠지만, 기업가정신을 언급하고 싶다. 사실 나도 ‘사업 하는데 기업가정신이 뭐가 중요해’ 라는 생각을 40대 초반까지 한 것 같다. 그러나 독립을 하고 투자를 하면서 계속 느끼는 것은, 사업모델이나 기술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기업가정신이라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명확하게 답하긴 어려우나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풀어나가는 능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이 사소한 기술 몇 가지나 모델보다도 훨씬 중요한 거다.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는 것이 이 의미라고 생각한다. 물론 서비스가 오픈한 이후부터의 MAU나 DAU, 하루 매출 등 데이터도 중요하다. 그러나 캡스톤이 초기투자를 하며 느낀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정신’이라는 것이었다.
문규학 : 송선배 말에 첨언하자면, 스티브잡스가 처음 창업할 때부터 ‘나는 2008년에 아이폰을 만들거야’ 라고 생각한 건 아니라는 거다. 그는 기업가가 되고자 했다. 차갑고 딱딱한 디바이스를 손쉽고 친근하게 쓰도록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말이다. 그 정신이 아이폰까지 이어진 것이라 본다. 물론 중간에 쫓겨나고 복귀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기업가로서 성장한다는 것은 강인한 정신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에 VC가 베팅을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특정 아이디어나 기술에 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한 킴 : 이 기사 나가면 소프트뱅크벤처스에 강인한 정신 가졌다는 말하는 창업자들이 몰리는거 아닌가. (웃음)
우리는 뭔가 와 닿아야지 진행을 한다. 특히 사람을 굉장히 중요하게 본다.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직관도 있겠지만, 이 사람이 어떤 데이터를 중요시 하고 있는지, 이 데이터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해 발전을 했는지를 보는거다.
알토스벤처스 한 킴 대표
각사의 투자유치사에 대한 개입 정도는 어떠한가? 투자금을 떠나 이사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송은강 : 전체적으로는 우리 관리팀에서 개입하고 있다. 포트폴리오사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내 철학은 잘하는 기업에는 열심히 개입한다는 것이다.
한 킴 : 알토스도 마찬가지다. 일단 투자를 하면 그 회사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공유하고, 각 회사 대표들이 언급한 부분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 뒤에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논의한다. 필요라는 건 항상 변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하면서 돕고 있다. 무척 중요한 자금에 대한 부분부터 계약을 맺을 때, 인터뷰를 할 때, 사람을 고용하는 것까지 관여하기도 한다.
지원에 대한 순위를 정할 때는 아무래도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지분이 많은 곳과 지원했을 때 우리 펀드에 더 큰 수익을 발생시키는 곳을 우선순위로 둔다. 물론 최대한 다 하려고 하지만, 우선순위를 정하자면 이 기준 외에는 할 수가 없다. 투자한 회사도 중요하지만 우리 펀드에 대해서도 성실히 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할 때 10% 미만은 거의 하지 않고 되도록 20% 정도를 본다. 우리가 대주주가 되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코스닥에 가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진행하기 때문이다.
문규학 : 내부 원칙들이 있다. 그 뒤에는 관리팀으로 넘어간다. 그런 포트폴리오가 20개사가 넘어간다. 관리팀에서 청산, 정리, 구주 매각 등을 살핀다. 앞서 송선배가 말한 것처럼 잘하는 기업을 더 잘 지원해주는 것은 우리도 동일하다.
이런 경우에 대해 말하고 싶다. 좋은 기술을 가지고 창업했는데 주식회사가 무엇인지 모르는, 즉 회사를 경영할 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재무제표를 볼 줄 모른다든가, 현금흐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모른다든가, 계약이 뭔지 모른다든가 하는 경우 말이다. 이런 경우는 사실 얼리스테이지를 잘하는 VC, 인큐베이팅을 해주는 곳에서 투자를 받고 기업가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팀이 기업으로 성장하고 팀의 리더는 기업가로 성장해야 하는 거다. 때문에 초기 단계에 투자를 한 경우에는 기업가로 키워내는 과정이 병행되어야 하기에 손이 무척 많이 간다. 그러나 꼭 필요한 과정이다. 미국처럼 엑셀러레이터가 잘 되어 있으면 거기서 아예 단련이 된 뒤에 다음 라운드로 오는데, 국내는 아직 좀 섞여 있는 상태라고 본다.
물론 거시적으로 보면 10여 년 전보다 우리나라 기업가들의 수준이 무척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연차가 짧은 팀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알고, 훈련도 잘 되어 있고, 경험까지 있는 곳도 많다. 그러나 문제는 머리로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의 취약성은 기업이 위기 상황을 맞았을 때 드러난다. 소위 위기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거다. 경험해보지 않은 것과 책에 없는 상황에 대해 무척 당황해 한다.
최근 M&A나 IPO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 이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새로운 출구전략이 필요한 것 아닌가?
[대한민국 대표 VC가 떴다] ④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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