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TV를 보려면 상당히 많은 비용이 소비된다. 1년 TV 시청료가 £145이니, 요즘 환율을 감안하면(1£/파운드에 1,800원) 1년에 약 26만원… 한국 생각을 하면 ‘헉’ 소리 날만큼 비싼 가격이지만 ‘그래도 BBC가 프로그램은 좋아’라는 사람들의 말을 위안(?)삼아 삶에 도움될만한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찾아보던중, 스타트업과 관계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발견하였으니, 그 제목은 바로 “Be Your Own Boss(당신의 보스가 되어라)”!
<Be Your Own Boss 공식 홈페이지>
“Be Your Own Boss” 프로그램 소개
“Be Your Own Boss”의 규칙은 ‘도전’을 주제로 한 다른 리얼리티 프로그램들과 비슷하다. 진행자 리처드(Richard Reed)는 참가 신청을 한 500개 팀에 각각 100파운드(18만원)씩의 활동비를 제공하고, 6주 후 모두를 모아 그들의 아이디어와 실적을 듣는 엑스포(Expo)를 개최한다. 그리고 이들중 매주 3개 팀을 선정하여 초기 투자(seed capital)를 하고, 6주 후 결과를 바탕으로 3개 팀중 한 팀에 추가 투자를 한다. 추가 투자를 받은 팀들 중 리처드로부터 £1m(1백만 파운드, 약 18억원)의 삶을 바꿀 투자(Life-changing investment)를 받는 최종 팀이 탄생하게 된다.
“Be Your Own Boss”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행하는 창업가들 만큼이나 치열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프로그램의 진행자이자 실제 투자자 역할을 하는 리처드 리드(Richard Reed)이다. 어쩌면 이 프로그램은 벤처 캐피털리스트(VC)의 고뇌를 느끼고, 그들이 어떤 생각을 바탕으로 행동하는지를 느낄 수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리처드는 이노슨트 드링크(Innocent Drink)의 공동 창업자(Co-founder)로서, 이 회사는 리처드를 포함한 세 명의 캠브리지 대학 졸업생이 1999년에 설립한 영국 회사이며, £169m (1억 6천 9백만 파운드, 한화 약 3천억원) 규모의 영국 스무디 시장에서 무려 7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출처: BBC 뉴스, 위키피디아)
<프로그램 진행자: 리처드 리드 (Richard Reed), *출처: Link>
<먹을만한 것을 찾기 힘든 외국 생활중, 일주일에 두 번은 마시는 음료가 있으니 이노슨트 스무디.
리처드는 바로 이 음료를 만든 창업자이다>
첫 방송에 참가한, 너무도 다른 세 팀
첫 방송에서 리처드는 텐트부터 캠핑 도구까지 일체의 세트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게으른 캠핑족(Lazy Campers)“, 자동으로 쥬스를 따라주는 ‘예술적인’ 조형물을 개발한 “포이에틱 스튜디오(Poietic Studio)“, 그리고 맞춤형 주문제작 자전거를 판매하는 “망고 바이크(Mango Bike)” 세 개 팀을 선택하여 초기 투자(seed capital)와 비즈니스 멘토링을 한다. 초기 투자 금액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리처드가 참가자들과 나누는 대화가 흥미롭다.
1. 게으른 캠핑족(Lazy Campers)
리처드) “아이디어를 테스트 해보려면 얼마가 필요한가요?”
참가자) “4천에서 5천 파운드가 필요합니다.”
리처드) “3천 파운드를 투자하겠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지금 다니는 학교를 그만두진 않았으면 좋겠네요.”
2. 포이에틱 스튜디오(Poietic Studio)
리처드) (다소 난감한 표정으로) “그런데, 여러분이 하려는 건.. 예술인가요? 아니면 비즈니스인가요?”
참가자) (머뭇거리다 용기를 내어) “(음..) 단지, 저희가 진정으로 믿는 창조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리처드) “그러면, 무얼 하기 위해서 얼마가 필요하다는 건가요?”
(결국 리처드는 창의적인 사람을 믿고, 3천 5백 파운드를 투자한다. 고위험 베팅이란 혼잣말과 함께..)
3. 망고 바이크(Mango Bike)
리처드) “어떻게 마케팅을 할 예정이죠?”
참가자) “저희 페이스북에 수많은 사람들이 ‘좋아요(Like)’를 클릭했습니다. *@#!@”
리처드) “하나만 말할게요. 거기엔 함정이 있어요, 천 명이 ‘좋아요’를 클릭해도, 실제 매출로 연결되는
사람은 2% 정도 될거에요. 우선, 5천 파운드를 투자하겠습니다.”
<500개의 참여팀중 초기 투자를 할 3개 팀을 선정중인 리처드, *출처: BBC 프로그램 캡처>
<아이디어 평가와 구체화를 도와주는 멘토단, *출처: BBC 프로그램 캡처>
6주 후, 세 팀의 아이디어 시장성 테스트 결과를 듣고 추가 투자를 결정하는 자리에는 긴장감이 넘쳤다. 재미(?)있는 것은, 세 팀의 평가 결과가 기업에서 프로젝트의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스테이지 게이트(Stage-Gate)의 결과인 ‘통과‘, ‘보류‘, ‘기각‘별로 각각 결정된 것이다.
한 팀은, 그들이 약속한 결과(의미있는 하나의 소매상 확보)를 만들어 내지 못하여 투자가 ‘기각‘되었고,
한 팀은 여전히 비즈니스 모델이 모호하여 투자가 ‘보류‘되었다.(단, 계약을 한 건이라도 성사한다면 다음에라도 투자할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마지막 한 팀은 예상보다 좋은 소비자들의 반응에 평가가 ‘통과‘되어 £50,000(1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는다.
마치며
얼마전 혁신경제학 수업 시간, 교수님께서 서비스 산업이 발달한 영국에서 1990년 이후로 가장 비중있게 성장을 견인하는 서비스 분야가 무엇인지 질문을 하자 학생들은 저마다 금융, 의료, 교육 등등 수많은 서비스를 답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교수님이 제시한 답은 “케이터(Catering)링 / 식사 제공 서비스” 분야였다. 평소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던 분야였기에에 놀라움이 배가되었다. “Be Your Own Boss”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아이디어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류의 스타트업 아이디어에 다소 피로를 느끼던 필자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는 아이디어들이었다.(물론, 망고맛이 나는 통닭을 팔겠다는 황당한 아이디어가 주는 자극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ICT 기술을 결합하여 만들어 낼 새로운 동네의 비즈니스에 대한 영감을 얻고, 요즘 영국 젊은이들이 쓰는 영어도 익힐겸 “Be Your Own Boss”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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