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부터 시행된 중소기업청의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는 고급인력의 기술창업을 근본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성공벤처인이 주도하는 엔젤투자사가 유망한 기술창업팀을 발굴하여 집중육성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팁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핵심은 소수의 운영사들이 투자금보다 과도한 지분을 요구한다는 것. 쉽게 말해, ‘내가 소개해줘서 많은 지원금을 받는 거니까 그에 대한 지분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지원금이 절실했지만, 운영사의 과도한 지분 요구로 인해 포기하고 말았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 제도 내에서는 운영사의 파트너십과 역할을 인정해 팁스 선정 이후 투자금액의 최대 2배까지의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포스트밸류 10억인 스타트업에 1억을 투자하고 팁스에 선정 되면 운영사는 최대 20%의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것. 이는 불법이 아니다.
문제는 그 이상의 지분을 따로 요구 하거나, 팁스에 선정이 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따로 계약서를 작성해두고 팁스 선정 여부에 따라 유효한 계약서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면계약서’의 이야기가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사업을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잘 따지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팁스가 정부의 창업지원프로그램 중 단연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업 실패 시 상환의 의무도 없고, 성공하더라도 일부 자금(R&D자금 최대 5억)의 40%(최대 2억)만 상환하면 되기에 스타트업이 활용할 수 있는 여타 지원책 중 혜택이 무척 큰 것은 사실이다. 다만 받을 때 받더라도 모든 면을 살펴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
이스라엘식 인큐베이팅 모델 TI, TIPS로 재탄생 되다
팁스는 이스라엘식 인큐베이팅(TI)을 모델로 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으로, 팁스 운영사가 최소 1억 원을 투자하면 정부로부터 기술개발자금(5억 원) 및 창업자금 등(4억 원)을 지원받아 최대 10억 원까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보육, 멘토링 등을 종합 지원하는데, 최종 선정된 스타트업은 협약기간 동안 운영사가 지정하는 인큐베이터(디캠프, 마루180 등)에 입주하여 운영사의 보육 및 멘토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스라엘식 TI와 팁스의 차이점이라면 성공 시 기술료 상환 금액이다. 창업기업의 매출액에 연동하여 TI는 매년 3-5%씩, 팁스는 매년 3%를 회수한다. 매출액이 10억인 스타트업은 10억의 3%인 3천만 원을 7년에 걸쳐 매년 납부해야 하며, 매출액이 1000억인 스타트업은 한 번에 2억 원(정부 R&D자금의 40%)을 기술료로 납부해야 하는 것. 연간 매출액 6억 원 돌파 또는 20억 내외 후속투자유치, M&A 성사, IPO 등의 네 가지 경우를 성공 조건으로 둔다.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운영사들은 지분을 투자대비 2배까지 인정하므로 적은 투자로 많은 지분을 획득할 수 있고, 정부는 스타트업의 실패 위험을 운영사들과 분담할 수 있으며, 스타트업은 적지 않은 자금 및 인프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정부의 창업지원, 절차가 까다롭진 않을까?
팁스는 업계에서 정부의 창업지원프로그램 중 단연 호평 받는 프로그램이다. 사업 실패 시 상환의무가 없고 성공 시에도 R&D 자금에 대한 40%만 상환하면 되기 때문이다. 필요한 절차는 아래와 같다.
운영사의 투자심사를 통해 1차 추천된(1.2배수) 스타트업은 관리기관을 통해 사업계획서에 대한 서면평가를 받게 된다. 팀의 역량, 전문성, 투자 및 지원계획 등이 평가된 이후 관리기관의 대면평가가 이루어지며, 통과한 스타트업은 최종 심사기관인 심의조정위원회의 평가를 받게 된다. 종합평점 우선순위, 지원예산 규모 등을 최종 확정하게 되는데, 이 때 평점은 서면평가 40, 대면평가 60의 비중으로 산정된다.
특이점은 대면평가를 스타트업이 아닌 운영사가 받는다는 점이다. 소개하는 사람이 심사자 앞에서 스타트업 대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 추천된 스타트업은 자리에 동석하고 운영사의 발표가 끝난 후 질의응답에 함께 대응한다. 엔젤협회는 운영사가 그만큼 추천하는 스타트업의 사업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하며 투자에 의한 지분 취득에 따라 공동창업자의 정신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운영사의 역할이 큰, 민간주도형 지원 프로그램인 셈이다.
스타트업 60% 이상 지분 보유할 것, 운영사는 최대 2배까지 요구 가능
팁스는 스타트업의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해 창업팀에게 60% 이상의 지분을 보장한다. 투자사가 많아지더라도 스타트업의 지분 60% 조건은 유효하며, 팁스 지원 이후 일정 기간(3개월-6개월)마다 스타트업의 지분 구조를 확인 한다.
운영사는 투자대비 2배까지 지분 취득이 가능하다. 앞서 언급됐듯 운영사가 스타트업의 포스트밸류를 10억으로 책정하고 1억을 투자했다면 10%(1억/10억)의 지분을 가지게 되는데, 팁스에 함께 선정이 되면 10%의 지분을 더 받을 수 있다. 운영사와 매칭된 보육센터 역시 해당 스타트업에 현금 또는 현물 투자를 할 수 있고, 운영사가 책정한 밸류에 따라 지분을 가질 수 있다. 이때 역시 스타트업의 지분 60%의 조건은 유효하다.
엔젤협회 김종현 담당자는 팁스 매칭 성공 시 운영사가 2배의 지분을 요구할 수 있는 항목에 대해 “운영사가 좀 더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부지원금에 대해서 정부는 지분을 취득하지 않는 대신 이에 해당하는 지분을 창업팀과 운영사에게 분담을 해 주는 것이며, 이 범위 내에서 절반의 실패 가능성을 우려하여 리스크 분담 차원에서 2배수까지 허용하고 있다”며, “선정사들은 단순 자금지원만 받는 것이 아니라 운영사로부터 사업전략수립 등의 종합적인 보육을 받게 된다. 그러한 부분도 반영되어 있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렇다고 2배수가 흔한 경우는 아니다. 김종현 담당자는 “실제로 20%까지 가져가는 운영사는 극히 드물다”고 강조했다.
이 지분 구조에서 앞서 언급한 문제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인데, 팁스의 조항이나 계약서 자체에 투자사가 투자하는 방식이나 과정에 대해서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다. 때문에 투자금 외에 추가 지분을 요구하거나, 이면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두고 법적으로 짚기가 어렵다고 운영사 중 한 VC 팁스 담당자는 설명했다.
VC 내에서는 도의적으로 맞지 않다는 의견과 투자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으로 양분되는 추세다. 운영사가 낮은 밸류로 투자한 후 팁스에 선정이 안 될 경우 투자자의 손해이고 팁스에 선정이 되었다고 해도 따라 들어오는 정부지원금 자체를 100% 다 소진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것이 후자 쪽 의견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엔젤협회 김종현 담당자는 “이면계약서라는 단어는 과도한 표현으로 생각된다. 팁스 제도 내에서는 운영사가 투자 대비 2배수 내외의 지분을 취득할 수 있다. 또한 2배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운영사가 지분율을 책정하는 조건에 팁스 선정이 있을 것이다. 이의 전제 조건은 정부심사를 통과해서 팁스에 최종 선정팀이라는 것이다. 팁스에 선정되지 못한 경우 창업팀이 받을 수 있는 수혜는 크게 바뀐다. 새로운 조건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으며, 운영사와 창업팀의 투자는 자체적으로 상의하여 결정할 부분이다. 이를 이면계약서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운영사와 창업팀이 팁스에 선정이 되는 경우를 플랜A, 선정이 되지 못한 경우를 플랜B라고 가정할 수 있으며, 플랜A 경우는 정부가 모니터링하고 창업팀의 지분 60% 이상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적용하지만 플랜B 경우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정부가 간여할 명분이 없다. 창업팀이 플랜B가 조건에 맞지 않다면 스스로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상기된 내용과 전혀 다른 내용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진정한 의미의 이면계약서가 있다면 이는 명백한 위법이며, 적발시 운영사 지정취소 등의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56개사 스타트업 혜택 받아… 올해 운영사 총 14개, 지원규모 총 80억 원
지금까지 팁스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은 2013년 15개사, 2014년 41개사 등 총 56개사에 달한다. 중기청은 올해 기술개발자금 예산 기준으로 총 8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15년 하반기 증액 추진을 계획하고 있으며, 연계사업예산은 별도로 책정했다.
2015년 운영사는 현재 본엔젤스, 케이큐브벤처스, 프라이머 등 총 14개사가 선정되었으며, 3월 내에 추가모집이 완료된다. 팁스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하고 운영사 간 선의의 경쟁체계를 갖추기 위해 2017년까지 30개 운영사를 모집하겠다는 것이 중기청의 계획이다. 현재 TI가 26개사의 운영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의 투자시장 규모를 비교하면 약 30개 내외 운영사가 적절한 규모라고 판단한다는 것이 엔젤협회의 설명이다. 소수 엔젤투자사로 운영권이 몰려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도 한 풀 꺾일 전망이다.
선순환구조 팁스 프로그램, 업계의 목소리는?
2014년 팁스 프로그램 선정사인 드라마앤컴퍼니 최재호 대표는 “팁스 선정으로 인해 2년간의 내부인건비 걱정은 일단 덜 수 있었다”며 “자금이 절실한 사업 초기에 큰 도움을 준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개선점에 대해서는 “연구노트와 같은 서류 작업이 조금 더 간소화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팁스 운영사 중 하나인 본엔젤스 김경범 팀장은 “팁스는 정부와 VC, 스타트업이 서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효율성 높은 지원사업이 앞으로도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팁스가 본래의 취지대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며, “절차의 간소화와 실무진의 효율성 증대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운영사인 케이큐브벤처스 김기준 파트너는 현재 팁스에 대해 “기술 R&D가 장기간 필요한 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초기 취지에 맞게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다”며, “앞으로 운영사들이 추가되어 프로그램이 더욱 왕성하게 운영될 것이고, ‘키즈노트’ 와 같이 졸업하는 기업이 나타나며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또한 “지원정책의 첫 취지만 잘 지켜준다면 잘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동기획 : 김상엽 인턴 기자
“스타트업, 내 손을 잡아봐”에서는 스타트업 지원에 대한 내용을 다룹니다. 도움이 필요한 스타트업께서는 참고하시길 바라며 스타트업 지원을 원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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