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7일 자로 플래텀 이가은 기자가 퇴사한다. 계산을 해보니 만 1년 3개월 9일, 날짜로 465일간 플래텀의 기자이자 팀원으로 함께했다. 플래텀 정직원 중 첫 번째 퇴사자이기에 조직의 첫 경험이기도 하다.
이 기자의 퇴사는 축제이길 바란다. 예상컨대 어디가 됐든 근일 다시 만날 것이고, 장소는 스타트업 생태계 안일 것이다. 제때에 만났고, 제때에 헤어지게 된 것에 안도의 마음도 있다. 유시유종(有始有終)이다. 각설하고.
가떠(가은아 떠나지 마)시리즈의 첫 번째 인터뷰이자 마지막 인터뷰이에게 퇴사의 변을 들어봤다.
오늘 퇴사한다. 입사할 때 정확한 워딩이 ‘도망 안 간다’ 였다. 떠나는 이유가 뭔가?
플래텀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퇴사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시기가 지금인 것은 상황적인 이유가 컸고. 잠시 다녀올 곳이 생겼다.
기자로서 두근거리는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고, 그들의 스토리를 전할 수 있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었다. 다만 많은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전할 수는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깊이에서 갈증을 느꼈다. 얕게 많은 스타트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깊이 있게 파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플래텀에 오기 전 프레젠테이션 분야에서 활동했을 때도 비슷한 갈증을 느꼈다. 프레젠테이션이란 게 결국 긴 프로젝트 끝단의 전달에 포인트가 있는 것 아닌가. 어떻게 보면 포장의 역할인데, 그것에만 집중하고 싶지 않았다. 이와 비슷한 고민을 기자로서도 느꼈다.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들이 남아있었기에 내부에서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었지만, 대외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겼다.
사람이든 시기든 인연이 있다고 믿는다. 인생은 타이밍이라 하지 않나. 시기상 내려놓는 것이 맞는다고 여겨 결정하게 됐다.
퇴사 소식 이후 여러 곳에서 오퍼가 들어오고 있다.
함께 일해보자고 손을 내밀어 주는 이들이 있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이직하기 위한 퇴사가 아니기에 조심스럽다.
직업관은 플래텀 입사 때와 같나?
기준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브랜드 스토리를 기록한다는 관점에서 가장 우선되는 것은 사람일 것이고, 그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임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지, 기업의 본질이 사람을 향해 있는지 등은 플래텀 입사 때와 같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커뮤니케이터로서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는가 정도다
플래텀의 기자이자 팀원으로 2013년부터 함께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이다. 그 과정을 뒤돌아본다면?
걸어온 시간을 되돌아봤을 때, 미소가 지어진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플래텀을 통해 지금 느끼고 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눈에 선하다. 플래텀에게 2014년은 미디어의 기반을 다진 해였는데,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자랑거리다.
플래텀에서 다양한 스타트업 스토리를 기록하는 것과 동시에 플래텀의 PR 역할을 하려 했다. 스타트업의 친구 같은 매체를 지향하는 플래텀에서 관계를 맺는 것의 가치를 느끼고 싶었던 거다. 그것의 일환이 플래텀 인지도 향상과 콘텐츠 브랜딩이었다. 나에게 브랜딩은 ‘-답다’라는 말로 정의할 수 있는데, 그간 플래텀의 콘텐츠를 보고 ‘플래텀 답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스스로 가장 뿌듯했다. 누군가 ‘-답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관계가 형성됐고, 차별화가 됐다는 의미 아니겠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수님, 사랑합니다’이다. 이건 꼭 반영해 달라.
사회생활을 스타트업 미디어에서 시작했다. 어떤 의미였다고 보나? 그리고 이후 경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거라고 보나?
기자로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 그 사람이 이야기하게끔 하는 것, 그로 인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경험했다. 콘텐츠 기획과 소셜채널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고, 매체 업무 프로세스를 파악한 것과 인적 네트워크를 부가적으로 얻었다.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 브랜딩 관련 일을 해나가는 것에 있어 유무형 자산으로 작용할 거라 본다.
기업조직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과 스타트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 중 어느 것이 본인에게 맞던가? 스타트업 유경험자로서 경험을 이야기해준다면?
어디가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낡은 표현이지만, 본인이 잘할 수 있는 환경이 어떤 곳인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나 역시 그렇게 선택했다. ‘옳은 선택은 없고 옳게 만드는 과정만 있다’는 말이 있지 않나. 어떤 것이 좋은지 안 좋은지는 시간이 지난 후에 돌아봐야 알 수 있을 거라 본다.
다만 한때 대기업 소속으로 프레젠테이션 컨설팅을 진행한 적 있는데, 내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확인했다. 때문에 스타트업계를 바라본 것은 나에게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되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거다. 개인적으로 분할된 업무 지시를 받는 것보다 스스로 방향을 잡고 협업해 일을 완수하는 것이 익숙하고, 성취감도 강했다. 성과는 따라왔다. 일방적인 업무 지시를 받으면서 일을 했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맞다.
플래텀 구성원 중 대외 접촉면이 대표 다음으로 많은 자리였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나 어려움은 없었나?
지인들에게 우스갯소리로 ‘국내 테이크아웃 문화의 첫 시작을 중학교 때 경험했다’고 말한다. 사람을 대하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워낙 좋아했다. 중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건 경제활동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사람 대하는 게 좋아서였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무척 매력적인 경험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나에게 활력소와 같은 일이다. 일이지만 일 같지 않은 일이랄까.
간혹 인터뷰이나 취재원이 무리한 요구를 할 때가 있어 당황스러운 적은 있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다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동안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와 관계자들을 만나왔다.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겠지만, 그들은 어떤 존재라고 보는가?
스타트업 생태계는 ‘치열하지만 섹시한 곳’이다. ‘순간을 성실하게, 인생은 되는대로’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딱 그런 사람들이 활동하는 곳이다. ‘스타트업의 내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하지 않나. 스타트업은 ‘오늘을 살아내는 존재’라 본다. 거창한 표현은 못 하겠다. 단지 이들의 어제가 아름답고, 오늘이 치열하며, 내일이 기대될 뿐이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 살아가고 싶은 이들이다.
그동안 많은 인터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만난 스타트업 관계자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람과 서비스를 이야기해 줄 수 있나?
이 질문이 가장 어렵다. 마음 같아선 진행했던 모든 인터뷰이와 서비스를 언급하고 싶다.
기억나는 순서로만 다섯 명 정도만 꼽아보자.
외식 산업의 인프라 사업을 BM 잡은 트러스트어스(서비스명 포잉, 대표 정범진), 수기로 명함을 관리한다는 신선한 콘셉트로 아시아의 링크드인을 표방하는 리멤버(개발사 드라마앤컴퍼니, 대표 최재호), 콘텐츠 제작자들을 위해 TV 채널을 아예 만들어버린 토스큐(개발사 매드스퀘어, 대표 안준희), 곧 카카오택시와의 치열한 경쟁을 펼칠 현장력 강한 리모택시(대표 양성우), 실리콘밸리 500스타트업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한-미 VC로부터 투자를 이끌어 낸 스파이카(서비스명 선샤인, 대표 김호선)가 기억에 남는다.
이들은 서비스도 서비스이지만, 비즈니스를 대하는 태도나 이끌어낸 과정들이 인상 깊었다.
본인 인생의 장기적인 계획이 있나?
그저 오늘을 나답게 살아내는 것이 목표다.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계획을 세우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지만, 삶은 다른 이야기인 것 같다. 과거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한 뒤로 이것은 내게 무척 중요한 명제가 됐다.
오늘을 살아감에 있어 기준은 딱 두 가지다. ‘내 사람들만큼은 항상 밥 사줄 수 있는 사람’, ‘이야기로 먹고살 수 있는 사람’으로 남자는 거다. 그렇게 살기 위해 선택한 일이 커뮤니케이션 기획,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고 전하는 일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살아가려 한다. 그 깊이를 쌓는 것에 몰입하고 싶고. 인생 말년에는 손자 손녀들한테 이야기 보따리가 풍부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더불어 인생 지향점이 너무 구체적이면 재미없을 것 같다. 할 걸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한 걸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실행해내는지 지켜봐 주면 좋겠다.
마지막 질문이다. 다시 돌아올 건가?
언제 어느 자리에서든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겠다.
* 가떠(가은아 떠나지 마)시리즈는 이 기자의 입사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어진 기획물이다. 그녀의 퇴사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휴재에 들어간다. 플래텀 스타트업 스타트업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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