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198] ‘해커톤은 RGB 그로스해킹 파티’ 해커톤 에반젤리스트 심규병 대표
해커톤은 핵(Hack)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개발자들이 모여 탐구적인 프로그래밍을 마라톤처럼 쉼없이 진행하는 행사를 말한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수많은 해커톤 행사들이 개최되고 있으며, 개발자들은 자신의 창의력과 개발력을 뽐내는 장으로 해커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한, 실리콘밸리 기업 내에서도 자사 서비스의 발전을 위해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로 페이스북의 타임라인, 뉴스피드, 좋아요 버튼 등이 모두 사내 해커톤을 통해서 나온 아이디어들이다.
국내에서도 해커톤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단체를 비롯해 대학, 기업에서 앞다투어 해커톤 행사를 개최하는 중이다. 해커톤 문화가 자리 잡혔다 할 수는 없지만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각설하고.
그간 국내에서 열린 해커톤 행사에 많이 가지는 못했지만, 취재를 갔던 해커톤에서 늘 만났던 익숙한 얼굴이 있다. 해커톤 에반젤리스트로 활동하는 심규병 대표가 그 사람이다. 심대표를 만나 해커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어떤일을 하고 있나?
우선 해커톤 에반젤리스트로 활동하고 있고, 앱센터 전문위원, PAG파트너스의 파트너로도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두 군데 스타트업에서는 마케팅과 영업이사 역할을 맡고 있다.
창업을 비롯해 IT 영업·마케팅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호스팅사업에 관심이 있어서 웹에이전시로 대학교 때 첫 창업을 했다. 그런데 당시 국내에서 팔 곳이 없어서 접었다. 이후 호스트웨이 한국지사가 생기면서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분야였고, 정말 열심히 일했던 시기다. 나름 성과도 괜찮았다. 그렇게 호스트웨이를 비롯해 카울리, 카페24 등에서 영업, 마케팅 일을 15년 정도 했다. 중간에 친구들과 함께 P2P분야로 두 번째 창업을 했지만, 얼마 안가 접었고. (웃음)
그 과정에서 모바일이 트랜드가 되는 것을 지켜보며 마케팅 쪽에 관심을 가졌다. 영업을 하려면 마케팅에 대해서도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스타트업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배우는 계기가 됐다.
그러던 차에 2013년 5월 앱센터에서 진행한 스타트업 위크엔드를 접하면서 다시 가슴이 뜨거워지며 세 번째로 뭔가를 하고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일었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뒀고, 그해 5월에 열린 비론치(현 비글로벌)를 지켜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뭔지 고민을 깊이 했다. 그 결과 내게 여러 장점도 있지만, 기업가정신으로 조직을 만들어 가고 관리하는 리더십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스타트업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함께 깨달았다.
당시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져 가는 과정에서 창업을 위한 풀뿌리 문화가 부족하다 여겼다. 그 풀뿌리 문화를 만들어내는 해커톤과 내 역할에 대해 생각했고, 소명의식을 갖고 국내 해커톤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노력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후 앱센터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스타트업 위크엔드와 K-해커톤 등 행사를 맡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해커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
과거 창업 당시 에피소드가 있다면?
첫 사업 때 카드 빚을 내서 무작정 미국 유명 컨퍼런스에 갔다. 우리 제품이 괜찮다 여겼고, 그 제품을 외국 엔지니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제품 영문 전단지를 들고 행사장 까지는 갔지만, 영어가 안 되다보니 눈에 띄는 성과는 나지 않았다. 다만 당시 호스트웨이의 창업자인 ‘루카스 노’를 만난건 인연이었다. 그때만하더라도 호스트웨이가 어떤 회사인지 잘 몰랐고, 루카스 노는 그저 행사에 참여한 엔지니어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한국에 돌아와 첫 사업을 정리하고 있을 때 호스트웨이에서 오퍼를 줬다.
심대표를 수식하는 것 중에 ‘병맛파트너스 대표’라는 타이틀이 재미있다. 병맛파트너스는 실제 존재하는 회사인가?
개인 브랜드다. (웃음) 심규병의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뜻이자 재미와 가치를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미로 지었다.
자타공인 해커톤 에반젤리스트다. 활동은 주로 어디를 중점으로 두는가?
해커톤 문화가 대학쪽에 팔요하다 여겼다. 그래서 인하대, 서울대, 단국대 등에서 해커톤을 진행했다. 청소년들이나 청년들에게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다. 대학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방법론 중 하나인 해커톤 문화를 사회에 정착시키려 노력중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 민관단체에서 호응을 해주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해커톤은 뭔가?
해커톤은 오픈BSD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다. 장시간 동안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자발적인 활동이라고 보면 된다.야후나 페이스북에서 도입을 하게 되면서 널리 알려졌고, 이후 창업관련해 엔젤핵이나 스타트업 위크텐드 등 글로벌한 행사가 등장하게 된다.
보편적인 정의말고, 본인이 생각하는 해커톤의 정의는 무엇인가?
‘소통을 통한 그로스해킹 파티’다. 참가자 개개인이 서로 소통하면서 새로운 가치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RGB 그로스해킹 파티’라고도 정의한다. R(Red), G(Green), B(Blue)가 빛의 3요소 아닌가. 사람으로 치자면 각각의 장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 요소들이 잘 합쳐지면 밝은 빛이 된다. 가치가 되는 것이다.
지난 수년 간 다수의 해커톤을 기획, 진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애로사항은 없었나?
해커톤은 짧게는 1박 2일에서 3박 4일 간 진행된다. 하지만 왠간한 시설은 24시간 건물을 사용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그 부분에서 가벼운 애로사항이 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창업에 특화된 장소 들은 해커톤 전용 장소로 셋팅해 놓고 있다. 저변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
최근들어 해커톤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 초반만 해도 해커톤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연말부터 다양한 해커톤 행사가 열리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붐이 오는듯 싶다. 내가 진행한 행사만 해도 4월에 스타트업 위크엔드, 단국대 집현전 해커톤, 5월 특허청 특허 해커톤, SDF 글로벌 해커톤, 대한민국 SW 융합 해카톤, 모바일 밸류업 해커톤 등이 진행되거나 진행될 예정이다. 6월에도 국내 대학교 컴공과 학생들이 모여 진행하는 한국정보과학회 행사에서 해커톤이 열릴 예정이다. 확실히 많아졌다.
판을 깔아준다는 것에는 의의가 있겠지만, 최근 해커톤 행사를 보면 관이 주도하는 행사가 다수다. 일부에서는 해커톤을 단순히 행사로 보는 경우도 있고.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라 본다. 성인학습론에 보면 구성주의 이론이 있다. 자발적인 참여와 학습으로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낸다는 이론이다. 나는 그것이 해커톤이라고 본다. 해커톤을 통해 서로 다른 사람이 같은 목적으로 만나 협업을 통해 뭔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의 핵심은 서로의 목표와 관심사가 같아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즐거워야 한다. 과거시대가 획일적 관리가 통하는 시대였다면, 현 시대는 다양성을 요구하는 시대다. 다양성을 채워주기 위해서는 빠르게 변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창업도 마찬가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커톤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적인 해커톤을 함께 고민해야 할 상황이 아닌가 싶다. 행사로만 놓고보면 해커톤은 식상할 수 있다. 왜 해커톤을 해야하는지 본질적인 부분을 이해하고나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행사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와 협업을 할 수 있는 이벤트가 되어야 하겠다. 비단 이런 문화는 해커톤 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 자발적으로 발생되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아무래도 참여자들이 직장생활이나 학업 등에 매진하고 있기에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소위 ‘잉여력’이 떨어지는 거다.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적은 거다.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시기를 보면, 주 5일 근무제가 시작된 시기와 맞물린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시간적 정신적 여력이 생기면 그만큼 새로운 가치를 찾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해커톤과 같이 오프라인에서 뭔가를 찾으려는 시도는 그런 환경적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겠다. 현재는 국내에서 해커톤이 발전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
해커톤이 학생 교육에도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하나?
그렇다. 더 나아가 사회전반에 필요하다고 본다. 해커톤은 자포스(미국 온라인 쇼핑몰)와 같이 비즈니스 영역에 대입되어 성과를 내기도 하지만, 교육에 대입하면 훌룡한 학습모델이 된다.
경진대회와 해커톤의 차이는 무엇이라 보나? 해커톤을 경진대회로 알고 오는 이들도 있다.
경진대회는 순위를 매기는 이벤트다. 반면에 해커톤은 협력을 통해 함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델이다. 단발적인 행사가 아니라 해커톤을 통해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이후에도 발전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이를 잘 이해한 팀은 해커톤을 통해 팀원을 찾기도 한다.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해커톤 중 가장 많은 행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같은 팀을 자주 만나는 경우도 있지 않나?
자주 만나는 팀이 꽤 있다. 그렇다고 그 팀에게 불이익을 주진 않는다.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려 한다. 다만, 상금을 보고 참여하지만 않았으면 한다. 자신이 발견한 가치를 소비자 및 사회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노력을 병행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해커톤 결과만 놓고 팀이나 개인을 판단하는 것은 올바른 것은 아니라고 본다. 발표와 최종 결과물을 놓고 심사를 할 수는 있겠지만, 소위 말하는 ‘슈퍼파워’는 경험과 끈기, 열정이다. 그것이 결국에 발전하는 비즈니스를 만드는 힘이 된다고 본다.
그동안 해커톤을 통해 만났던 팀 중 기억에 남는 팀이 있다면?
어느팀이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너무 많아서다. 굳이 이야기 하자면, 모바일 밸류업 해커톤에서 만났던 대학생 팀들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진행했던 해커톤 출신 팀을 다른 프로그램 심사하면서 볼 때도 무척 반갑다.
모든 해커톤 행사가 의미있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해커톤은 어떤 행사였나?
아무래도 스타트업 위크엔드다. 가장 오래동안 진행되고 있는 행사고, 내가 해커톤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됐고 말이다. 그리고 대학에서 열리는 해커톤 행사들도 기억에 남는다.
해커톤 문화는 어떻게 변화할거라 보나?
직업이 많이 없어질거란 예측은 다들 하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대안은 딱히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해커톤은 스스로 방향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모델이라 본다.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스스로 고민하고,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과정인거다. 그렇게 변하는게 이상적이 아닐까 싶다.
현재 메이커스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어떤 일이고 어떤 준비를 하고있나?
준비하는 단계고, 공부하는 단계다. 개인적으로 메이커 문화는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고 본다. 모든 사람이 참여해 창작하는 DIY개념이라고 보고 있다. 그것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메이커 문화이고, 초보자와 숙련자, 비즈니스 영역이 선순환 되는 것이 이상적이라 본다.
메이커 문화 역시 자발적인 커뮤니티 베이스로 제조 융합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문화다. 메이커 문화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건담 프라모델 조립도 훌룡한 메이커 문화의 단면이다. 물론 만들어진 제품이 대중에게 사랑받고 비즈니스화 된다면 최상이겠다. 또한 메이커 문화는 자발적인 제작능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이라 봐도 무방하겠다.
한국적인 메이커 문화는 어떤 방향이라 보는가?
컨텐츠가 아닐까 싶다. 한류도 있겠고, 전통적인 문화도 있겠다. 어떻게 융합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이러한 CT 융합이 한국적인 메이커라고 본다. 그런 문화 속에서 다양한 비즈니스가 나오지 않겠나. 다만, 우리나라는 메이커 문화가 정착하기에 사회적인 풍토가 제한적이다. 개인이 원하는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선행되어야 하겠다.
끝으로, 이루고 싶은 미래, 혹은 꿈이 있다면?
내가 해커톤이라는 스타트업을 한다고 봤을 때 앞으로 5년은 해커톤을 활성화 시키는 역할을 하고싶다. 더불어 잘하고 싶다. 그리고 5년 뒤에는 또 다른 일에 도전하려고 한다. 분명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이 있을거라 본다. 큰 돈은 못 벌더라도 굶어죽지는 않을거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