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뛰쳐나온 한국 젊은이들, 실리콘밸리서 ‘맞춤형 공기서비스 기기’ 만들어 호평
황사와 미세먼지, 각종 호흡기 질환 등으로 공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가운데 실내 공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한국 젊은이들이 있다. 보잉, 삼성, 시스코, 듀퐁, 아이디오 등 안정적 직장을 그만두구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을 만든 ‘비트파인더’ 8인방 이야기다.
비트파인더는 2013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여 컴퍼니 빌더 퓨처플레이를 통해 정부 지원자금 TIPS를 받은 토종 한국인 중심의 회사이다.
비트파인더는 한국에서 수없이 많은 제품 프로토 타이핑과 유저테스트를 거친 뒤 글로벌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테크스타스(Techstars)와 나이키 등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마케팅 에이전시 RGA가 공동 운영하는 하드웨어 전문 인큐베이터에 한국계 최초로 합격한 팀이기도 하다.
“뉴욕에서 테크스타스(Techstars) 프로그램에서 저희만 동양인이었죠. 처음엔 지원할 생각이 없었는데 RGA에서 지원을 부탁해서 고민 끝에 팀 전체가 뉴욕으로 가는 결정을 내렸어요. 여자까지 여섯명이 한집에서 몇 달 동안 살며 가족도 보지 못하는 힘든 합숙생활이었지만, RGA의 최고책임자들이 모두 멘토가 되어줄 정도로 많은 호응을 이끌어 냈고 전세계 7개국에 베타 유닛을 판매하는 등 한국인 다운 근성이 통한다 는걸 확인한 정말 갚진 경험이었어요. 지금 실리콘밸리로 옮겨와 비지니스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가장 한국인 다우면서 가장 실리콘밸리다운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려고 하고 있어요.”
보금자리인 실리콘 밸리로 돌아온 이들은 지난 5월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미국에서도 가장 저명한 테크업계의 구루 월트 모스버그와 한 스테이지에서 어웨어(Awair)를 런칭한 것이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스테이지에 섰고 전세계로 판매를 시작한 뒤 다수의 미디어의 호평과 파트너십 문의를 받고 있다.
한명 한명이 모두 사연이 많은 실리콘밸리판 외인구단
비트파인더의 한명 한명의 구성을 보면 외인구단이 떠오른다. 공동창업자이자 대표 노범준씨는 보잉과 삼성전자, 시스코라는 굵직한 글로벌 기업을 두루 거쳤다. 그가 회사를 떠난 이유는 ‘내 사업’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몇 번의 실패를 통해, 결국 중요한 건 ‘팀원’이라는 교훈도 얻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삼고초려했고, 제가 꿈꾼 드림팀을 완성했습니다. 제가 늘 꿈꿔왔던 그런 인재를 모아 도전해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습니다.”
공동창업자이자 CTO 케빈씨는 생계를 위해 청계천에서 386컴퓨터 보드를 개발, 판매하던 소년이었다. 한 미국인 엔지니어의 추천으로 88년 홀홀 단신 미국으로 간 뒤 27년간 밑바닥부터 창업, 듀퐁 엔지니어팀장까지 거친 실리콘벨리의 산증인이다. “PC혁명, 인터넷혁명, 모바일 혁명이 일어났듯 이제는 IoT와 센서 혁명이 일어날 겁니다. 이 순간을 위해 30년을 갈고 닦았어요.”
디자인 총괄 김보성씨는 세계 최고의 디자인 컨설팅기업 아이디오(IDEO) 에서 9년을 일했다. 영국 왕립미술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 엔지니어와 수많은 프로젝트를 거쳤지만,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은 한국의 무량수전이다. 선 중심의 한국디자인을 유럽·미국 디자인에 접목하는 것은, 그래서 그만의 독특한 무기가 되었다.
오퍼레이션과 전략 담당 백산씨는 행정고시 합격, 연수원 수석졸업에 빛나는 재경부 엘리트 공무원이었다. 스탠포드 MBA 과정을 밟던 중 혁신이 일어나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과감히 공무원을 포기한 뒤 실리콘벨리에 맨몸으로 도전했다.
디자인을 맡고 있는 백목련씨는 카이스트 졸업 이후 1인 창업 기업을 5년간 운영해 오다가 비트파인더에 합류하게 되었다. 홍일점으로 뉴욕 실리콘밸리 한국 어디든 다니면서 남자 서넛 몫의 일은 거침없이 해치우고 있는 팀의 비타민이다.
개발을 맡고 있는 김대웅씨는 스탠포드 컴퓨터 공학 수학 중에 학업을 중단하고 이번이 두번째 스타텁 도전이다. 졸업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이 도전이 훨씬 중요하다고, 큰 회사간 주위 친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책임과 경험을 해왔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제품개발을 맡고 있는 윤덕현씨는 구로에서 프로덕션 샵을 20년 가까이 운영해온 “제조의 달인” 이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서 그가 지난 세월동안 만든 제품은 스피커, 공기청정기, TV, 핸드폰 등등 이루 말할수가 없다. “삶은 모험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새로운 모험을 할 때가 됐어요.”
사용자 맞춤형 공기서비스 – 어웨어
이들이 선보인 첫 제품 어웨어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이토록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바로 이제까지와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공기에 대해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웨어는 철저히 소비자 개인에게 맞춤형 공기서비스를 제공한다. 내부센서를 통해 미세먼지, 황사, 이산화탄소, 온도, 습도를 측정해주는데, 이것뿐만이 아니다. 특허 받은 어웨어 자체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관심분야와 생활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사용자 피드백과 결합하여 지속적으로 진화하면서 최적의 공기상태를 제안한다.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맞춤형 생활습관이 제안되는 것이다. 또한, 공기청정기, 온도조절기 등 가전기기와 연동이 가능하여, 스마트폰을 통해 자동으로 기기들을 작동시킬 수 있다. 집 밖에서 내 집안 공기를 맘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하루에 2만번 호흡을 하고 특히 90% 이상의 시간을 실외보다 두배에서 다섯배는 더 오염된 실내에서 보냅니다. WHO에 따르면 실내오염 물질이 실외오염 물질보다 인체의 폐에 전달될 확률은 1000배 높습니다. 05년 민주노동당의 조사결과 서울․대전․대구․포항 등 4개 지역 학교 및 보육시설 중 25%가 실내 공기질 허용기준을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는 먹는 것 마시는 것 운동하는 것을 넘어서 호흡하는 공기를 알고 관리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