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tartup’s Story #223] 플리토, 언어 장벽이 무너진 시대의 중심을 꿈꾼다

2015년 9월 번역관련 통합 플랫폼 ‘플리토(Flitto, 대표 이정수)’가 설립된지 만 3년이 되었다. 작년 초만 해도에서 팀원 수 10명 초반에 이전할 사무실을 찾고 있던 플리토는 현재 마흔 명이 넘는 다국적 팀원이 청담동 사옥 3개 층을 쓰며 업무를 볼 정도로 성장세를 타고있다. 사옥 휴게실에는 직원들이 함께 점심과 저녁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주방이 있고, 피곤할 때 잠시 낮잠을 잘 수 있는 침대도 구비되어 야근을 하는 직원들을 위한 샤워실도 마련되어 있었다. 야외 옥상에서는 가끔씩 바베큐 파티를 열기도 한다.

직접 찾은 플리토 사무실에서 이색적이었던 부분은 책상에 앉아 일을 하는 팀원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들 휴게실 쇼파에 앉아 무릎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삼삼오오 모여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업무를 보는 중이었다. 이정수 대표 본인도 사무실에 자리를 따로 마련해 놓지 않고 밖에서 일할 때가 더 많다고 한다.

플리토는 사무실만 바뀐 게 아니다. 얼마 전 서비스 업데이트 이후 플리토의 UX/UI 디자인이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 더불어 번역뿐만 아니라 교정/검수, 통역까지 구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가는 중이다. 또한, 사진 번역 요청시 위치인식이 가능해졌기에 같은 위치에서 요청한 내역이 있다면 답변을 기다릴 필요 없이 과거 번역 내용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관광지나 쇼핑 핫플레이스에서 유용한 기능이겠다.

창업 4년 차 스타트업 플리토의 이정수 대표를 만나 2015년 10월 현재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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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적인 질문입니다만, 대표님 본인 소개 및 플리토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플리토 대표 이정수입니다. 예전에는 저희 서비스를 ‘집단지성 번역 플랫폼’이라고 소개했었는데, 9월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많은 부분이 개선, 추가되면서 번역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담은 ‘통합 플랫폼’이라 설명하고 있어요.

플리토를 창업하게 된 계기를 간략히 설명해 주신다면요? 

저는 쿠웨이트에서 태어났고,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시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 영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어요. 외국에 오래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고요. 번역은 단순히 문자를 바꾸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감성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기계로는 완벽하게 해낸다는 것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들의 능력을 이용하면 좀 더 정확하고, 빠르고, 저렴한 번역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플리토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었는데요. 기존과 비교해서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첫 번째로 UX/UI 디자인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지난 3년간은 서비스 기능의 완성도에 집중했어요. 처음부터 디자인에 신경 쓰게 되면 기능이 추가됨에 따라 계속 바꿔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먼저 기능적으로 가능한지를 보고, 그다음에 디자인에 신경 쓰기로 했죠. 이번 업데이트는 사용성 개선에 포커스를 두고 전체적으로 디자인 변화를 줬어요.

두 번째로 그동안 사내에서만 테스트 해왔던 여러 가지 기능을 추가했어요. ‘1:1 번역’과 ‘위치기반 이미지 번역’이 주목할만한 기능인데요. ‘1:1 번역’은 가격, 언어, 전문 분야를 선택하여 조건에 맞는 번역가를 찾을 수 있는 기능이에요. 번역가가 이전에 번역했던 내용을 확인할 수도 있고요. ‘위치기반 이미지 번역’은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하여 이전에 같은 위치에서 번역 요청한 내역이 있다면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다시 요청할 필요 없이 번역된 내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거예요. 해외여행을 갔을 때 박물관이나 유적지 등에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은 비슷하기 때문에 유용하게 쓰일 거라고 봐요.

또 QR 코드를 스캔해서 이미 번역된 문장을 확인할 수 있어요. 해외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명동, 대학로, 홍대에 가면 플리토 QR 코드가 많이 붙어 있어요. 그걸 스캔하면 상품 정보나 메뉴 등을 자기 나라 언어로 볼 수 있죠.

플리토의 글로벌 유저 현황은 어떻게 되나요?

세계 170여 개국의 370만 사용자가 18개의 언어(영어, 아랍어, 중국어 간체, 중국어 번체, 프랑스어, 독일어, 인도네시아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한국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태국어, 베트남어, 타갈로그어, 힌디어, 터키어)로 플리토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번역 요청 건수는 7만 건 정도 돼요.

플리토가 샤오미 앱스토어에도 입점되어 있고, 중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들었어요. 또 최근에는 바이두와 협력하게 되었다고 들었는데요.

중국에서는 아직 웹이 오픈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뜨거워요. 매일 신규 가입자가 수천 명씩 되는데 10월 둘째 주에 웹 버전이 론칭되면 더 빠른 속도로 늘 거예요. 중국 쪽에 따로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저희 앱을 소개하는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바이두에서 제공하는 ‘티에바’라는 팬 커뮤니티에 플리토가 공식 번역 플랫폼으로 들어가게 됐어요. 한류 연예인 팬카페에서 연예인이 쓴 글을 플리토를 통해 번역된 글로 받아볼 수 있게 된 거죠.

중국진출도 진행중인데요. 

베이징 중관춘에 중국 지사가 따로 있고, 중국인 팀원 7명이 근무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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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토 직원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는데요. 프랑스 팀원인 마에바의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고요.

현재 일하고 있는 직원은 총 마흔 명이 넘고, 크게 개발과 마케팅 영역으로 나눌 수 있어요. 불닭볶음면 먹는 영상으로 화제가 되었던 프랑스인 마에바가 해외 마케팅을 맡고 있죠. 그 외에도 아랍, 멕시코,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필리핀 친구들이 근무하고 있어요. 필리핀 국적의 프린세스라는 친구는 얼마 전 KBS 글로벌 노래자랑에서 대상을 받았어요. 재능 있는 글로벌 인재들이 많아요.

플리토의 인재상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저희가 면접 때 질문하는 것은 ‘뭘 하고 싶은지’에요. 본인 꿈이 명확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스타트업은 주기가 짧기 때문에 이 회사에 와서 꿈을 찾겠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당황스럽거든요. 스타트업은 누구에게 꿈을 찾게 해줄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일을 배운다기보다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해요. 스스로 만들어 낼 줄 아는 개척정신이 필요해요.

또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을 좋아해요. 이를테면 음악이 나오면 길거리에서도 춤을 출 수 있는 성격인거죠. 내 꿈이 있다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간에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사람을 원하고, 또 필요해요. 학벌이나 경력도 신경 쓰지 않아요. 스타트업이라는 건 기존에 있었던 것의 답습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니까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야 해요.

저희 마케팅 담당자를 채용하게 된 계기가 재밌어요. 원래는 2주 정도 근무하는 단순 아르바이트생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타로점을 봐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타로카드에 대해 잘 알아서 풀이해주는 것이 아니라 즉석으로 풀이를 해주는데 직원들이 모두 재밌어했어요. 이렇게 임기응변이 뛰어난 친구가 마케팅 쪽으로 접근하면 새로운 것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그날 바로 정식으로 채용했죠.

플리토에서 일하면 좋은 점은 무엇이라고 보세요?

일단 재밌어요. 회사에서 매일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고요. 유명 연예인이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언어 실력을 늘리기에도 최적의 직장이죠. 점심과 저녁은 회사에서 제공되며, 헬스장도 같이 다녀요. 일은 어디서 해도 상관없어요. 지금 자리에 없는 직원들이 출근을 안 한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다 일을 하고 있어요. 출퇴근 관리를 하지 않아도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있죠. 어제도 밤새며 일한 친구도 있고, 오늘 아침 6시에 출근한 친구도 있어요. 본인의 일을 알아서 하고 있는 거죠. 월 말과 주 초에 본인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정해놓기 때문에 그것만 완벽하게 끝낸다면 다른 것에 대해서는 회사가 관여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오히려 사무실에 앉아만 있으면 제가 뭐라고 해요. 자리에만 앉아있으면 아이디어가 떠오르냐고요. 놀이공원에 가든지 카페를 가든지 사무실에만 있지 말라고 얘기해요. 대신 노트북은 꼭 들고 다니라고 하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 마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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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토는 인터파크 같은 큰 기업을 비롯해 망고플레이트나 애드투페이퍼 등 다양한 스타트업과 협업을 하기도 했는데요.

여러 스타트업과 재미난 작업을 많이 시도하고 있어요. 현재 만화 플랫폼과도 협업을 진행 중에 있어요. 국내 만화를 해외로 내보내기 위해서는 번역이 필요하잖아요? 거기서 접점이 생겼죠.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언어의 장벽을 해결할 수 있는 효율적인 공간이 전혀 없어요. 전문 번역 사이트를 활용하려면 비용 등 리소스가 많이 들어요. 스타트업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죠. 그래서 저희와 협업하려는 니즈가 있어요. 여행 스타트업의 경우 그런 점이 굉장히 명확해서 유저들에게 플리토 포인트를 지급해주고, 해외여행 시 번역이 필요한 곳에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고요. 스타트업끼리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거죠.

얼마 전 ‘플리토 번역가의 밤’이라는 행사를 열어 유저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어요.

언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 나라 문화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이고, 그런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도 저희 목표 중 하나에요. 이러한 행사를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여러나라에서 열 계획이에요. 그리고 무모한 도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세계 각 거점 지역에 플리토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고 싶어요. 한 층은 저희 회사 직원들이 쓰고, 나머지는 저희 앱을 사용하는 외국인 여행객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하는 거죠. 언어가 공통 관심사라는 것은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거니까요.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한류의 영향으로 플리토가 많은 주목을 받은 부분이 있어요. 현재 마케팅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요?

더이상 한류에 포커스를 두고 있지 않아요. 현재 플리토가 요르단에서 전체 앱 1위를 하고 있지만, 요르단이 한류가 있는 나라는 아니거든요. 저희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한류 영향으로 유명세를 치렀기 때문에 그것에 포커스 된 서비스가 될까봐 주변에서 많이 걱정했어요. 하지만 저희는 그렇게 되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오히려 다양한 언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고, 그 사람들을 바탕으로 한 번역 플랫폼으로 넘어가기 쉬웠어요.

한류에 관심 있는 사용자가 더 많이 이용하기는 해요. 저희가 부탁한 게 아닌데도 많은 한류 스타들이 저희 앱을 쓰고 있고요. 트위터에는 음성녹음 기능이 없기 때문에 플리토를 통해 팬들에게 음성메시지를 남기기도 해요. 그 메시지는 각국 언어로 번역되어 플리토에서 볼 수 있고요.

플리토는 번역 정보 빅데이터를 기업에 판매하는 B2B 형태의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어요.

번역 문장을 필요로 하는 회사들이 있어요. 번역기는 데이터베이스가 많아야 보다 정확한 번역을 제공할 수 있고, 사전 업체에서도 예제가 많아야 유리하거든요.

플리토를 시작하면서 사전 업체에 데이터를 판매한다고 밝혔을 때 다들 저보고 사기꾼이라고 했어요. 이해는 해요. 이전에는 그런 말을 하는 업체가 없었으니까요. 사업가와 사기꾼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아요. 목표한 것을 이뤄내면 사업가가 되는거고, 이뤄내지 못하면 사기꾼이 되는 거예요. 다행히 플리토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계속해서 다음 것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잘 하고 있다고 봐요.

올해의 마일스톤은 어떻게 되나요?

새롭게 추가된 ‘1:1 번역’을 통해 번역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에요. 기존 번역에 대한 인식이 ‘전문가를 찾아서 비싸게 이용해야 하는 서비스’였다면, 이제는 번역 요청에 대해 좀 더 쉽게 여길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과제를 할 때도 친구한테 부탁할 필요 없이 플리토를 통해 요청하고, 부담 없는 가격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거고요.

또한 11월에는 ‘교정/검수’와 ‘통역’기능이 추가돼요. 원하는 나라와 지역, 날짜를 선택한 후 통역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건데요. 통역가의 이력과 이전 평가까지 확인할 수 있어요. 에어비앤비처럼 전문 번역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외국어 능력을 활용하여 보수를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으로 마무리해주세요.

언어의 장벽이 무너진다면 교통의 발전, 인터넷의 탄생 이상의 커다란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해요. 인터넷을 통한 정보 홍수의 시대에 해외 정보까지 열리면 수백, 수천 배의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게 되는 거죠. 어떤 나라를 판단할 때 내부에서 판단한 정보 뿐만 아니라 외부의 정보도 참고할 수 있게 되는 거고요. 언어의 장벽이 없는 서비스가 나올 때 우리 엔진이 중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fli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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