눔(Noom Inc.)은 2006년 정세주 대표와 구글 수석 엔지니어 출신인 아덤 페타코브가 함께 설립한 모바일 헬스케어 기술 기업으로 건강한 생활을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미션으로 하고 있다.
눔을 설립한 정세주 대표는 현재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로 평가받지만, 처음부터 무탈하게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생 시절 해외 희귀 음반을 팔았던 첫 번째 사업과 뉴욕에서 뮤지컬 사업을 시도했던 두 번째 사업은 잘 되지 않았다. 세 번째 사업은 몇 년 동안 뉴욕 할렘가에서 힘든 사색의 시간을 보냈뒤 시작하게 된다. 그런 과정 속에서 탄생한 기업이 모바일 헬스케어 기업 눔이다.
20대 중반 뉴욕으로 홀연히 떠났다고 들었어요. 가족들이 있는 한국을 벗어나 굳이 미국으로 떠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고민을 많이 하지 않고 빨리 움직이는 성향이에요. 처한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과 결정을 했다면 바로 행동하는 편이에요. 당시 뉴욕을 선택했던 것은 제게 가장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뉴욕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달랑 500만 원만 들고 바로 비행기를 탔어요. 당시 저에겐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어요.
첫 번째 사업인 해외 희귀 음반을 파는 일도 바로 결정했어요. 딱 하루 고민하고, 다음날 시작했죠.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사업도 ‘하겠다’고 결론 내리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어요. 그렇다고 마음 내키는 대로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최적의 순간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평소에 항상 고민하고 연마하고 있어요. 분명 이런 성격이 장점이 될 때가 있고 단점이 될 때가 있지만, 30대 후반이 되니 제 스타일이 보이고, 이런 성향을 어떻게 잘 다듬어야 할지 알겠더라고요.
왜 기회를 미국에서 찾으셨나요?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텐데요.
학교와 전공에 따라 이미 길이 정해져 있고, 회사에 가서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만들어 놓은 매뉴얼화 된 삶이 싫었어요. 사회의 기준에 맞춰 타인을 평가하고, 내가 평가 당하는 것이 답답했어요. 하루 수능시험으로 순위에 따라 대학을 가야 한다는 상황도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미국은 SAT를 보고, 자기가 원하는 학교 수 십 군데에 지원할 수 있고, 지원 기준도 다양해요.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1, 2년정도 쉬었다 갈 수도 있고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못 하잖아요. 대학생이 되면 스펙 쌓으라고 하고, 사회에 나갈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빨리 본인의 색깔을 만들라고 압박을 하잖아요. 한없이 지지 받고 응원 받아야 할 젊은 학생들이 사회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게 참 가혹해 보였고 불합리(unfair)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불만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다른 곳에서 답을 찾자고 떠나게 되었어요.
예전이나 현재나 한국사회에서 창업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어요.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가족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뉴욕을 가기 전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었어요. 제게는 아픈 기억이지만 그런 상황이 스스로 독립적으로 살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어요. 그것도 가장 큰 리스크를 가져야 하는 길로요. 아마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지 않으시고, 한국에서만 살았다면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살았을 수도 있어요.
창업하면서 가장 큰 장애물이 부모님 일거에요. 여기서 장애물이라는 의미는, 부모님의 걱정이에요. 부모님은 자식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차마 고생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는 거에요. 시작할 때부터 맞는 길인지 물어보실테고요. 그런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마음이 약해지죠. 결국,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되겠죠.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도 괜찮아요. 모두가 꼭 혁명가처럼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이유겠죠.
창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장 필요한 것은 뭐라 생각하세요?
우선 제가 학생이라면 ‘사색의 시간’을 가질 거예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색하는 습관이 잘 안갖춰 있는데요. 사색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정말 많이 필요해요. 혼자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해요.
저는 사색을 하려고 의도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상황이 저를 그렇게 만들었어요. 미국에서 했던 두 번째 사업이 투자자의 배신으로 실패했을 때,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았어요. 할렘이 있을 때였는데, 정말 외로웠고요. 스스로가 초라해 보이니 사람들을 만나기도 싫었고, 사람들도 그런 저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았겠죠.
공부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그런 시간을 많이 가졌을 때 철학이 생긴다고 봐요. 그리고 철학이 생기면 자기 확신이 생기고, 결국 투자자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 생각을 자신감을 있게 얘기 할 수 있게 되죠.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는 걸 들어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묻어 나와요. 그 고민의 수준을 정말 처절하게, 죽고 싶을 만큼 해봐야 돼요.
그리고 창피함도 많이 겪게 될 거에요. 헬스케어 사업을 시작했을 때, 처음 2년 동안 투자를 단 한 군데에서도 받지 못했어요.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수 천 번을 설득했지만, 모두 거절 당했어요. 마음 단단히 먹고 시작해야 되요. 거절 당할 각오도 하고요. 한 번에 되는 사람은 없어요.
할렘에서 좌절하지 않고 극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을까요?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에 왕도가 있다고 보지는 않아요. 다만 개인 철학이 하나씩 쌓이다 보면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되는 때가 온다고 봐요. 개인 철학이라 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겠죠. 그리고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이성과 같은 것이겠고요.
저의경우 부모님이 항상 절 독려해주셨어요. 그렇게 사랑을 받은 덕분이기도 해요. 더불어 성격이 긍정적이에요. 기분이 나쁘면 그냥 자는데, 일어나면 괜찮아져요. 그리고 그 기분을 유지하면서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하죠. 농부의 마음처럼 살아가려고 해요. 어제처럼 오늘도 열심히, 하지만 어제보다 나아진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으로요. 그 다음엔 운동과 책 등 기본적인 것에 충실해요. 책은 정말 많이 읽어요.
때론 마음 속에 오는 불확실성에서 오는 공포감, 불안감은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해결 될 때가 있어요. 말하면서 스스로 정리가 되기도 하고, 상대의 말을 듣고 영감을 얻을 수도 있죠.
오랜 사색을 하면서 꿈꿨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동일한가요?
네, 비슷해요. 다만 사색할 당시에는 이런 모습이 되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어요. 말 그대로 꿈속에서 사는 거니까요. 그런데 막상 꿈의 실현 과정에 들어오니 감당 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이 오더라고요. 지금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10년 전 제게 준다면 아마 감당하지 못할 거예요. 그 당시 꿈꿨을 때에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들이 너무 많이 생겼거든요. 가족이 생겼고, 비즈니스적 관계가 생기고, 투자자들이 생겼어요. 아주 긴 스펙트럼 중에서 일부분만 보고 달렸던 것 같아요.
창업가들의 공통적인 성향을 뭐라고 보세요?
‘Big Problem’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 창업을 한다고 봐요. 여기서 두 가지 성향으로 나뉘는데, 한 그룹은 불평/불만으로부터 시작하죠. 두 번째 그룹은 문제의식을 파악한 다음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성향이고요. 제가 추구하는 것은 두 번째 그룹이에요. 헬스케어 영역이 잘못되어 있다고 판단했고, 혁명을 일으켜 서비스를 개선하고자 하는 거죠. 또 그것을 위해 사람들을 모은 거고요.
문제 해결 방법을 높은 수준으로 구체화 시키고, 논리적으로 만든다면 투자자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어요. 창업을 하면 리더가 돈을 끌어올 수 있어야 해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어떤 것을 좋아한다는 개인적 성향이나 취향으로는 안돼요. 예를 들어, 음악을 너무 좋아한다 했을 때, 클럽을 가고 음악을 즐기는 것은 좋지만, 음악으로 창업 한다고 하면 달라지겠죠.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은 달라요.
대표님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가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은 각기 다른 성향과 성격, 그리고 재주를 가지고 태어나잖아요? 살아간다는 것이 그 재주를 찾아가는 과정인데, 저는 운이 좋게도 스스로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들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최선을 다해 제가 잘 하는 것을 연마하고 그 재능을 극으로 발현시키는 것을 추구하고 있어요.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에 아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완성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나의 집중과 노력이 항상 최대치에 있었다는 것. 그게 제겐 정말 중요해요.
다만 이젠 제가 원하는 것만을 찾은 것이 중요하지 않는 나이와 환경이 되어버렸어요. 저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이고, 사위이자 노모의 자식이에요. 저를 희생해서 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그렇다고 이런 과정이 싫지 않아요. 그냥 정말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더라고요. 신기하게도요. 그래도 그 안에서 롤모델이 되고 싶어요.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요. 사회를 선하게, 긍정적으로 변화하는데 기여하는 사람들처럼 말이에요. 이런 말들을 추상적으로 하기 시작하면, 몽상가나 철학가가 될 텐데, 저는 비즈니스 영역에 있기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에요. 이 영역은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팀원들과 함께 어떻게하면 문제를 잘 해결 할 수 있는지를 매일 고민해요.
마지막으로 예비 창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선 지는 연습을 하면 안돼요. 이기는 연습을 하셔야 해요. 호랑이 굴에 잡혀 들어가는 마음으로 긴장해야 해요. 착한 것은 기본이지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선 안돼요. 사업 영역은 프로페셔널한 사회에요.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사회에 무엇을 희생할 수 있는지, 서비스가 어떤 것을 기여할 수 있는지 논리적으로 얘기할 줄 알아야 해요.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요. 많은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당면했을 때 자신이 결정을 내리지 않고 유보하는 경향이 있어요. 어른들이, 주변에서, 부모님들이, 친구들이 하는 결정을 따라가기도 하고요. 그런 태도는 자기 자신에 대한 직무 유기라고 생각해요. 사회가 선택할 기회를 줬을때 결정은 본인이 해야해요. 수동적으로 따라가지 않길 바라요.
눔은 매 점심 시간 회사 내 쉐프가 준비한 요리를 함께 먹는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식구나 생일인 사람을 위해 작은 축하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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