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대리운전 업계 진출을 공식화했다. 카카오는 대리운전 서비스인 ‘카카오드라이버’를 내년 상반기에 내놓을 계획이다. 예상된 수순이긴 하지만, 카카오택시를 내놓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추정치지만, 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했을 때 연간 거두게 될 수익은 1천억 규모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통설이다.
카카오드라이버는 서비스 수수료를 기존 대리 업체의 절반 이하인 10%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표면적으로 대리 기사 입장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2 ~ 30% 수수료를 암묵적인 룰로 삼고 있던 기존 대리 업체들이다. 카카오는 택시 때와 마찬가지로 관련 업계 단체들과 손을 잡고는 있지만, 일부 단체는 카카오가 명확하게 수수료율 관련 입장을 밝힐때까지 판단을 유보중이다.
그렇다면, 재작년부터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대리운전 업계 스타트업의 표정은 어떨까. 현재 대리운전 앱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버튼대리의 구자룡 대표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현 상황을 표현했다. 위기인 건 알겠는데, 어떤 점에서 기회라는 것인지.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1년 전쯤 플래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떤 변화와 성장이 있었나.
일단 수치적으로만 보자면 다운로드 수가 3만에서 30만으로 10배 뛰었다. 올해 초와 비교했을 때 성장률은 120% 정도다. 대리운전 앱 부문에서는 꾸준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용자가 늘다 보니 개인 포지션에도 변화가 있었다. 영화 <인턴>을 보면 여자 CEO가 요가 하는 도중에도 고객 전화에 응대하는 모습이 나온다. 요즘의 나랑 똑같다. 서비스 초기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기획이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선 고객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서비스 방향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앱 자체에 <불평하기> 메뉴를 넣고, 매달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다.
버튼대리를 비롯한 대리운전 앱이 늘어나면서, 기존 산업 구성원과의 충돌은 없었나.
먼저 버튼대리는 기존 산업과의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이다. 우리가 잘된다고 해서 기존 대리 업체들이 망하거나 하진 않는다. 실제 전체 대리운전 시장에서 앱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3% 정도다.
우리의 생존 전략은 기존 대리 업체들이 우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거다. 기존 대리 업체들은 IT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앱을 만들려면 돈도 많이 들고 경쟁력 갖기도 어렵다. 반면 우리는 IT 회사인데 대리운전 업을 한다. 기존 대리 업체가 우리와 협업을 하면 아주 간단한 프로모션 코드를 통해 앱 사용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
지금은 시장의 앱 점유율이 낮아서 상생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는 어쨌든 기존 대리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리운전 시장 경쟁 차원에서만 보면 그렇다. 하지만 버튼대리는 대리운전뿐 아니라 다양한 O2O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기존 산업 네트워크와 협력해서 대리운전 생태계를 디지털화해나가는 것이 우리에게도 이득인 한편 더 큰 목표이기도 하다.
소비자의 대리운전 이용 형태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보나.
일단 콜 시간 자체가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보통 20초면 끝나니까. 또 고객의 동선이나 평균 요금 같은 데이터가 쌓이면서, 더 적절한 금액을 제시한다든가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보안 문제에서도, 기존 대리운전 업체에서는 고객의 신용카드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했다. 버튼대리의 경우 정보를 암호화해서 저장하기 때문에 유출 사고의 문제가 없다. 기존의 아날로그 생태계를 좀 더 단순하고 합리적으로 만들어줬다고 본다.
지난 5일 카카오가 대리운전 업계 진출을 공식화했다. 예상된 수순이긴 했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환영이다. 물론 위협적인건 분명하다. 하지만 대리운전 앱 대중화에는, 카카오의 시장 진출이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대리운전 사용 방식이 전화에서 앱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질 거다. 카카오택시가 잘되면서, 일반 대중도 앱으로 택시를 부르기 시작했다. 카카오택시 이전에 많은 택시앱이 있었지만, 그들이 시장을 열었다고 보긴 힘들다. 결국 대중을 끌어들인 것은 카카오택시다.
하지만 카카오택시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다른 택시 앱들은 어려워졌다.
위기인 건 맞다.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는 버튼대리가 약한 면이 있다. 하지만 1년 6개월간 경험도 쌓았고, 시장도 어느 정도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또 반드시 업계 1위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느 분야든 1등이 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점유율 50%를 넘기기는 힘들다. 만약 역전이 된다면, 2등 전략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2등 전략을 계획하고 있는건가.
결국, 고객이 선택할 것이다. 카카오대리든 버튼대리든 고객은 좋은 것을 택할 것이고, 시장을 열고 나면 그다음은 우리 문제다. 얼마나 좋은 경험을 줄 것인지. 분명한 건 초기 시장이 주류 시장으로 성숙하기 위해서는 브랜드력과 자금력이 있는 플레이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 문턱을 넘는 역할을 카카오가 해준다면 꼭 나쁠 것만도 없다. 위기이자 기회다.
기존 대리 업체에서는 카카오 행보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얼마 전에는 김범수 의장 자택 앞에서 항의 집회까지 열렸다.
카카오의 행보에 아쉬운 점은 있다. 명색이 대한민국 최고의 모바일 기업이라는 곳이, 항상 기존 사업자와 스타트업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분야를 비집고 들어오려고 하는 게 솔직히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 카카오가 들어오면 기존 대리 업체들은 다 문 닫는 거다. 상생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리고는 자신들이 업계에 들어오는 것을 대리 기사들도 다 원하고 있다고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사실상 대리운전은 비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카카오가 들어와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면 기사들이 가져가는 실제 수익도 줄어들 위험이 있다.
카카오는 대리 운전 서비스에도 수천억 단위의 자금을 투자할 것이다. 돈을 쏟아부어서 시장을 장악하고, 기존 산업을 다 죽이는 것을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겠나.
잘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인수하면 좋을텐데.
일단 B2C 쪽으로는 카카오 자체가 너무나 강력한 브랜드력을 가지고 있다. 굳이 다른 기업을 인수할 필요가 없는 거다. 근데 세상이 참 재밌게 돌아간다. 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한다고 하니까, 다른 대기업에서도 이 분야에 인수할만한 스타트업이 없나 물색하기 시작했다. 버튼대리도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겠지. 위기이자 기회라고 한 게 바로 이런 뜻이다.
클리오니 설립 이래 벌써 다섯번 째 창업이다. 살펴보니 SNS, 소셜커머스 등 경쟁자가 참 많은 분야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리운전 업계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유경험자로서, 이미 레드오션인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이미 레드오션이라고 판단된 업계에는 되도록 들어가지 않는 게 좋겠다. (웃음) 하지만 레드오션인 것 같은 분야에도 숨겨진 블루오션 포인트가 있다. <태양의 서커스>는 기술이 전부이던 서커스에 예술성을 더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경쟁하고 있는 서비스가 갖지 못한 가치를 줄 수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 그걸 발견했다면 그 하나에 몰입하는 거다. 거기서 경쟁력이 생긴다고 본다.
1년 전 인터뷰에서 확장 전략을 크게 지역 관점, 자동차 플랫폼 관점 두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지난 8월부터는 대리운전 앱 최초로 전국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일차 확장 계획은 이룬 셈이다. 11월 말까지 울산, 부산, 경남, 대전 등 전국적으로 진출한다. 지역 확장이 쉽지만은 않다. 시스템도 개발해야 하고, 지역 파트너와 제휴 맺는 과정에서의 이슈도 발생한다. 이미 지역 사업자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곳에서 우리가 독자적인 사업을 하기는 어렵다. 아까 말했듯 지역 사업자와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지역 사업자 간에도 서비스 품질 차이가 있을 것 같다. 파트너를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그 지역 1,2,3 등 사업자하고만 제휴를 맺는다. 우리가 원하는 만큼 서비스 품질을 관리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일정 이상 고객 불만이 접수된다면, 그 사업자하고는 제휴 관계를 종료한다. 각 지역 파트너들과의 정기적인 만남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어서 자동차 플랫폼 관점에서의 서비스 확장은 얼마나 진행됐나.
사용자 수 100만을 넘었을 때 단계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아직은 대리운전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자동차 관련 O2O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보험부터 세차, 배달까지 같은 고객군을 가진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하는 일인자가 나오게 된다. 그 곳이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버튼대리는 ‘버튼’이라는 요소 덕분에 O2O 플랫폼의 가능성을 가진다. 티맵과 같은 정보 서비스가 주문 기능을 붙이려고 하지만 계속 실패했다. 정보에서 주문에 이르기까지 사용자가 이미 2단계를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버튼대리는 원래 주문이 먼저인 서비스다. 태생이 돈 버는 서비스라는 이야기다.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보험도, 세차도, 음식도 주문할 수 있다. 그렇게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그 길을 가기 위한 서비스 기획을 했다.
해외 진출 계획은 없나.
늦었다고 본다. 중국의 경우는 이미 2년 전에 자국 서비스가 시장을 장악했다. 전체 대리 운전 시장 규모는 중국보다 한국이 더 크다. 중국의 경우 현재 1.5조, 한국이 4조 정도다. 내후년 정도면 역전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일단 자국 사업자가 잘하고 있는 곳은 들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그보다는 한국에 있는 자동차 관련 서비스를 통합해나가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국외 시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카카오가 업계 진출 의사를 보이면서, 시리즈 B 단계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투자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하다. 그래도 기분이 굉장히 안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역으로 내실을 단단히 다지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대충 만든 자동차에 연료를 찔끔찔끔 넣으며 가는 것보다는, 제대로 된 차를 만들어 연료통을 가득 채우고 달리고 싶다.
최근 두 명의 내부 직원이 주식을 사고 싶다고 말해왔다. 그것도 상담 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이 말이다. 나에겐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직원이 회사의 방향성과 발전 가능성에 확신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니까. 지금까지 잘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버튼하자’는게 우리의 사명이다. 사용자들이 좀 더 단순하고 편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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