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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클라우드의 궁극적 가치? 세탁기!

1. 이미 알려진 퍼블릭 클라우드의 가치들

PWC에서 발간한 “Cloud value proposition, Little consensus on how the cloud will benefit enterprises” 보고서에서 퍼블릭 클라우드의 가치를 아래와 같이 보여주고 있다.

http://www.pwc.com/gx/en/technology/cloud-computing/assets/Article_4_–_Cloud_Value_Proposition.pdf

PWC 보고서에 따르면 첫번째와 두번째 가치는 비지니스 민첩성에 관련된 내용이고,세번째는 비용절감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언론에서도 일반적으로 언급된 것들이고, 우리도 대략적으로 가늠하고 있던 클라우드의 가치들이다.

실제 클라우드 컴퓨팅이 소개되기 시작할 즈음에는 클라우드의 주된 가치를 비용절감에서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클라우드에 익숙해짐에 따라 어느 순간부터는 비용절감외의 중요한 가치 변화를 깨닫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비지니스 민첩성(Business Agility)이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 솔루션의 최강자인 VMWare도 최고의 가치를 비즈니스 민첩성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VMWare 입장에서는 비즈니스 민첩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다 알 수 있는 이야기이다.)

위의 가치들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필자도 공감한다. 그렇다. 클라우드의 주요 가치들은 비용절감과 비지니스 민첩성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클라우드의 진정한 궁극의 가치일까?’라는 의문에 만족할 만한 답이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비용절감과 비지니스 민첩성은 기본적으로 인프라의 관점에서 바라본 클라우드의 가치로 그 일부분만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가 처음 아이폰을 만났을 때 초기의 사용자들은 “아! 터치가 되는 휴대폰이네! ” 라고 반응했던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아이폰이 대세가 된 요즘에 터치가 되는 휴대폰에 감탄하는 사용자들은 더 이상 없을 뿐더라 스마트폰에서 터치폰이라는 기능은 더이상 관심거리도 주요가치도 아니다. 그래서 좀 다른 시각에서 필자의 클라우드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단초는 바로 ‘세탁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2. 세탁기, 여성해방

세탁기와 클라우드 컴퓨팅, 이 둘이 도대체 무슨 관계인지 의아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혹 엉뚱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은 뭔가 닮은 데가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세탁기’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궁극적 가치를 아주 잘 보여주는 메타포이다.

아래의 리스트는  인류의 100대 발명품 중 상위 20개를 보여주는 것이다.

100 GREATEST INVENTIONS

1. Wheel
2. Aeroplane
3. Light bulb
4. Internet
5. PCs
6. Telephone
7. Penicillin
8. iPhone
9. Flushing toilet
10. Combustion engine
11. Contraceptive pill
12. Washing machine
13. Central heating
14. Fridge
15. Pain killers
16. Steam engine
17. Freezer
18. Camera
19. Cars
20. Spectacles

리스트를 보면 4위의 인터넷,5위 PC, 8위 아이폰으로 익숙한 것들이 보이고 의아하게도 12위에 세탁기가 랭크되어 있다. 의외로 자동차, 진통제, 카메라보다 세탁기 순위가 높다. 단순 기능 제품 ‘빨래 해주는 기계’ 치고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으로써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러면 왜 그렇게 첨단기술도 아니고 획기적이지도 않은 가전제품이 주요한 발명품으로 자리하고 있는지를 들여다 봐야한다.

세탁기에 내재 되어있는 것은  ‘여성해방운동, 여성인권신장’이다. 세탁기의 등장과 여성해방운동이 무슨 관련성이 있는지 짐작했으리라 보지만 몇가지를 언급해보면, 소수의 해방론자들이 목청껏 여성해방을 외친다고 여성들의 생각과 지위를 변화시킬 수 있었을까? 하루종일 산더미처럼 쌓인 가사노동에 지쳐있는 여성들에게 여성해방이니 여권신장은 단순구호일 뿐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 쌓인 일거리를 해결하는 문제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세탁기의 발명이 여성해방을 목적으로 탄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세탁기’는 여성들의 지리멸렬한 단순 가사노동으로부터 육체적 시간적으로 여유를 주고 그들이 자연스러운 발로로 인해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일조를 한 것이다. 의도된 사회적 역할이 아닐지라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끄는데 ‘세탁기’의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그래서 100대 위대한 발명품에서 당당히 12위에 올라 있는 것이다.

2009년 로마교황청에서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20세기 여성해방 운동에 있어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 바로 “세탁기의 탄생” ‘ 이라는 공식적인 발표를 했다. 아래의 인용 기사를 참조했다.

20세기 여성 해방의 1등 공신은 가전제품 ‘세탁기’라고 로마 교황청 기관지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바티칸 교황청 국무장관이 발행인으로 있으며, 교황청의 공식 의견을 반영하고 대변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티칸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는 “20세기 여성 해방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먹는 피임약’도 아니고 ‘근로의 권리’도 아닌, ‘세탁기’이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펴낸 주말판에서 ‘세탁기와 여성의 해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 기사를 쓴 여기자는 “지난 20세기 동안 여성 해방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무엇일까”라고 물은 뒤 “일부는 먹는 피임약을 얘기하고 또 다른 일부는 낙태할 권리나 직장에서 일할 권리 등을 주장하지만 아무래도 세탁기가 기여한 것만큼은 안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세탁기의 역사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 “세탁기는 1767년 독일에서 초창기 모델이 개발됐으며 오늘날 최신 ‘셀프서비스식 세탁기’가 출시되면서 여성들은 세탁기가 작동하는 동안 친구들과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여유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http://www.segye.com/Articles/NEWS/INTERNATIONAL/Article.asp?aid=20090310002805&subctg1=&subctg2=

여성에게 잉여시간을 만들어 준 세탁기는 그들이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친구와 토론을 하는 여성의 생활을 갖게 해 준다. 그들의 생활패턴이 바뀌기 시작한다. 그들이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들에게 욕구가 생기고 요구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여성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내고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사회적 패러다임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다.

3. 퍼블릭 클라우드는 세탁기이다.

이제 퍼블릭 클라우드 컴퓨팅의 궁극적 가치는 세탁기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를 짐작했을 것이다. 퍼블릭 클라우드는 세탁기처럼 잉여를 제공해 준다.

이것을 이용하면 IT 인프라의  구축과 운영에 관련된 부담스런 일들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 복잡하고 지리한 작업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인해 벗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 IT에서 세탁기를 발명한 것과 비슷한 의미가 아닐까, 그러면 여기에서 또 다른 변화가 올 것이다.

장하준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책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세탁기가 여성의 삶에서 여러 가지를 변화(여성의 가정 내 지위상승, 경제활동 기회의 증가, 그에 따른 기회비용의 상승으로 자녀수의 하락 등)시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등 경제, 사회, 문화 등 세상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퍼블릭 클라우드서비스업체가  IT 인프라의 구축과 운영에 대한 역할을 대신 해주면서 기업체들은 필요할 때마다 새로운 서버를 구입하고,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스토리지를 준비하고,  OS를 설치해야할 수고를 덜게 된다. 뿐만 아니라 물리적 문제나 고장이 발생했을때 이를 해결하기위해 발동동거리며 진땀을 빼지 않아도 된다. 이제 이것들의 일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업체의 몫인 것이다. 기업체들에게 커다란 부담이 뚝 떨어져 나간 것이다. 퍼블릭 클라우드는 기업체들에게 새로운 잉여가치를 만들어 주고 찾아준 것이다.

가령, 비슷한 두개의 회사가 있다고 가정하고,  A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여 인프라에 대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모든 인력과 역량을 그들의 비지니스 가치를 만들고 고객과의 소통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반면 B는 기존의 방식대로 회사내에서 모든 시스템을 운영 관리하면서 기업활동을 한다고 하자. 과연 이들에게 어떤 차이가 생길까? 하루, 이틀, 6개월 그리고 1년이 지난 후 이 둘의 기업에는 상당한 변화와 차이가 있을 거라 여겨진다.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 가치창출에 집중하는 회사와 본업무 외의 부수적인 것들을 같이 끌고 가는 회사는 분명 달라야하고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세탁기가 여성의 삶에서 잉여를 제공함으로써 세상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듯이 퍼블릭 클라우드는 지금의 IT 사회 전반에 잉여를 선물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명 변화의 물꼬를 트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데 역할을 할 것이다.

4. 퍼블릭 클라우드가 자유롭게한 Netflix

이런 세탁기의 메타포를 잘 적용한 IT 회사들 중의 하나가 Netflix이다.
Netflix는 비디오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업체로 2년에 걸쳐 자신의 데이터센터에서 운영하던 모든 시스템을 100% AWS(아마존 클라우드) 로 이전하여 매우 잘 사용하고 있다.
잉여를 획득한 Netflix의 항해는 순항중으로 아래는 Netflix의 매출을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http://www.trefis.com/stock/nflx/articles/146469/the-u-s-netflix-story-evolving-competition-threatens-growth/2012-10-16

Netflix의 테크니컬 블로그에 “우리가 아마존 클라우드를 선택한 4가지 이유”라는 포스트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2. Letting Amazon focus on data center infrastructure allows our engineers to focus on building and improving our business.
Amazon calls their web services “undifferentiated heavy lifting,” and that’s what it is. The problems they are trying to solve are incredibly difficult ones, but they aren’t specific to our business. Every successful internet company has to figure out great storage solutions, hardware failover, networking infrastructure, etc.
We want our engineers to focus as much of their time as possible on product innovation for the Netflix customer experience; that is what differentiates us from our competitors.
http://techblog.netflix.com/2010/12/four-reasons-we-choose-amazons-cloud-as.html

대략 의역을 하면 “아마존에 데이터센터 인프라 관련문제를 맡기고 Netflix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개선하는데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고 밝히고 있다.
Netflix의 이유에 대한 부연설명은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주요부분만 다시 인용해보겠다.

“Amazon이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운 것이다. 모든 성공적인 인터넷 회사들은 대용량 스토리지 솔루션, 하드웨어 장애처리, 네트워킹 인프라등에 관련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Netflix의 엔지니어들이 Netflix 고객들의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제품의 혁신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길 원한다. 이것이 바로 Netflix가 다른 경쟁자들로부터 차별화시켜 준다.”

5. 잉여의 위대함

앞서 설명했듯이 필자가 생각하는 퍼블릭 클라우드의 궁극적 가치는 한마디로 잉여이다.  그리고 그 잉여는 IT 인프라의 자유로부터 나온다.

잉여가 있다고 해서 갑자기 창의적이 되거나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잉여 자체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잉여를 잘못 사용한다면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잉여가 없다면 이는 비지니스에서의 변수, 삶에서의 변수가 작아지게 된다. 오늘과 똑같은 방법으로 똑같은 일을 10년동안 열심히 한다면 내일의 삶은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맞이하려 한다면 이전과는 다른 시도, 보다 창의적이고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한 그 무엇인가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 2.0과의 인터뷰에서 슈미트 구글 슈미트회장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구글의 모든 직원은 업무 시간의 20%를 자신의 창의적인 프로젝트에 쏟도록 하고 있다, 구글의 핵심 경쟁력은 여기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20% 법칙’ 이라 표현했다.

구글의 20% 법칙, 이것이 바로 잉여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퍼블릭 클라우드의 궁극적 가치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증강현실 관련 솔루션 및 기타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개발을 사랑하고, 소프트웨어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Quake 개발자인 John Carmack과 같이 “소프트웨어와 인간의 삶”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댓글 (1)

  1. Jihoon Kong 아바타

    서버실 안에서 개가 자고있는 사진이 인상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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