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패배한 것이 아니라 이세돌이 진거다” 이세돌 9단 인터뷰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 대표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바둑은 매우 아름다운 게임이다. 체스보다 더 인간의 삶을 배우게 해준다. 그리고 최고의 바둑기사들이 대국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 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그런 바둑의 아름다움을 접목해 개발할 수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최고의 기사 이세돌 9단 및 딥마인드팀과 함께 이 자리에 선 것이 영광이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대표
이세돌 9단에게 다시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싶다. 그리고 이번 매치에 대한 모든 관심에 감사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할말을 잃었다. 오늘 대국은 접전에 접전을 펼쳤고, 이세돌 9단의 전술이 특히 놀라웠다. 알파고는 컴퓨터이기 때문에 초당 수만개의 확률과 수를 연산한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자신의 사고와 두뇌로 이 승부를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접전이 일어났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펼치는 것은 그에게 배워 우리가 모르는 알파고에 대해 더 알기 위함이기도 하다. 알파고를 개발한 목적은 범용적 인공지능이다. 우리사회가 직면한 난제를 기술적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이 기회를 빌어 딥마인드팀의 노고와 천재성에 감사한다. 두 번의 대국이 남았지만 마지막 대국 후 더 많은 소감을 밝히겠다.
이세돌9단
지켜봐주고 응원해준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 더 좋은 모습, 더 좋은 내용으로 기대에 부응했어야 했는데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 되돌아봐도 1국은 어려웠을 것 같다. 당시 알파고에 대해 오판했다. 승부는 2국에서 났다고 본다. 초반 의도는 내 의도대로 갔지만 중간중간 찾아온 기회를 많이 놓쳤다.
3국은 내 능력이 부족했다. 많은 경기 경험이 있지만 이렇게 심한 압박감 부담감을 느낀적은 없었다. 그것을 이겨내기에 역부족이었다.
일단 3번을 졌기에 우승은 못 했지만, 4, 5국을 많이 지켜봐 달라. 4, 5국에 더 좋은 경기를 할거라 본다.
마이클 레드먼드 해설위원
이 매치가 시작되기 전 많은 이들이 알파고의 실력에 의구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을거다. 이세돌9단은 초반에 그의 기풍에 맞게 전투적인 대국을 두었고 흥미진진했다. 그 어떤 프로기사라 해도 오늘의 이세돌9단은 못 이겼을거다. 오늘은 알파고도 패를 쓸 줄 안다는 것을 보여줬고, 혼전양상이었다.
바둑의 역사를 보면, 새로운 이론이 등장해 발전이 있었다. 향후 알파고가 그 역할을 하리라 본다. 그리고 알파고를 통해 바둑의 새로운 이론과 3차 혁명이 일어나리라 본다.
이현욱 8단 한국어 해설위원
경이로운 대국을 펼친 이세돌9단과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 및 딥마인드에 경의를 표한다. 인간과 프로그램의 접전에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흥미롭게 관전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알파고는 강했고, 놀라웠다. 이세돌 9단이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는 작전을 들고 나왔음에도 알파고는 초 중반 전투에도 강하다는 것을 오늘 보여줬다. 알파고는 패를 두려워 한다는 설을 뒤짚는 경기이기도 했다. 알파고의 약점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했다.
후반에 불리한 상황에서 불꽃 투혼을 펼친 이세돌9단이 경이로웠다. 실체가 없는 상대와 싸우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실감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의 노고에 감사한다.
아직 4국 5국이 남아있다. 이세돌 9단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편한마음으로 우리가 알고있는 이세돌의 경기를 보여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길 수 있을것으로 본다.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 팀에게 다시한번 경의를 표한다.
알파고의 실력이 예상외로 높다. 마이클 레드먼드 해설위원은 3차 혁명이라고도 했다. 기존 바둑의 정석, 교본과는 다른 방식이다. 어떤 영향, 어떤 메시지가 있다고 보나?
이세돌 : 많이 놀랐다. 하지만 신의 경지는 아니라고 본다. 분명 알파고는 인간과는 다른 감각, 어찌보면 우월한 부분을 보여줬다. 하지만 경기 중 느낀 것은 분명히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실력인지는 의문이다. 인간이 패배한 것이 아니라 이세돌이 진거다.
경기중 압박감을 느꼈다고 했다. 한국에서 열려서 더 압박감을 느낀건가?
이세돌 : 오히려 한국이라서 더 편했다. 사람과 사람의 대국이라면 2:0으로 밀린다고 해도 이렇게 부담감이 있지는 않았을거다. 내가 적응하지 못 했다. 허무하게 마지막을 내줬다.
딥마인드팀은 이번 대국을 통해 알파고의 약점을 찾고싶다고 했다. 3국이 끝난 시점이다. 알파고의 약점을 찾았는가? 개선점은 무엇인가?
하사비스 : 분석할 시간은 없었다. 이번 대국에만 집중했다. 3연승으로 결과가 알파고에게 좋게 나왔지만, 아직 알파고는 완벽하지 않다. 지난 2국에서 단점이 있는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매치가 끝난후 돌아가서 면밀히 분석하려 한다.
(왼쪽부터)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대표, 이세돌 9단,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