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필요한 건? 네트워크와 자신감
미국 실리콘 밸리에는 어떤 직장 문화가 존재할까? 그리고 일을 할 때 필요한 태도는 어떤 점이 있을까?
8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열린 테헤란로 런치클럽에선 19년간 미국에서 생활하며 다양한 직장과 직군을 경험해 본 이충민 씨가 미국 생활 경험담을 전했다. 그는 여성 엔지니어로 지내본 실리콘 밸리에서는 ‘자신감’과 ‘네트워킹’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래는 그녀의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미국을 가게 된 계기
3주 정도 휴가를 내고 뉴욕으로 여행을 갔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미국에 가기로 결정했다. 학부시절 유학을 오고 싶었던 것도 있었고 생활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기술자인데, 적어도 직업은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사직서를 내고 2주만에 떠났다.
취업하고 싶다면 영어에 투자해라
당시 미국에 가서 6개월 간 16개 회사에 지원했고 기업 두 군데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영어 실력이 안돼 인터뷰는 10분만에 끝났다. 당연히 불합격했다. 좌절감이 너무 컸다. 4개월 간 기업들의 인터뷰 출제 유형과 이에 맞는 답변, 영작 등을 준비해 외웠다. 동시에 뉴욕의 어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났는데도 영어가 늘지 않았다. 이번에도 영어가 안되면 귀국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재등록했다. 매일 귀가 아플 정도로 생활회화를 들으며 공부했다. 8개월쯤 지나고 나니 주위에서 하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 틈틈이 준비해 전화 인터뷰를 마치고 미국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실리콘밸리, 지원에서 근무 하기까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자 한다면 긍정적인 태도, 네트워킹, 그리고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본인 스스로를 믿어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EMC다닐때 얘기다. 회사에서 갑자기 발표를 시켰는데 준비가 안돼 있어서 한국어로 발표 했다. 발표 이후 ‘영어로 말하라고 하지 않았잖아’ 라고 말했다. 사전에 명확한 소통이 중요하겠지만 자신감도 필요하다.
그리고 원하는 바는 간단명료하게 말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와 같은 빠르게 움직이는 곳에선 처음부터 정확한 소통이 중요하다. 실리콘밸리는 여러 나라에서 온 인재들이 모여있다. 직설적으로 말하라. 그리고 상사에게 질문해라. 짐작하는 것은 잘못된 습관이다. 명확히 이해가 안 됐다면 물어봐야 한다.
네트워킹도 매우 중요하다. EMC를 제외하고는 모두 인맥, 네트워킹을 통해 이직했다. 물론 이는 사람과의 네트워킹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왜 실리콘 밸리로 가야 할까
유명한 벤처기업들이 모여 있고, 그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주위에는 기업에서 탐내는 대학의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이 실리콘 밸리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일어났던 기술 인수 10건 가운데 9건이 실리콘 밸리에 소재한 기업이 행한 것이다. 그것만 봐도 기술자로서 실리콘밸리에서 일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실리콘 밸리의 문화
실리콘밸리는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는 곳이다. 이 과정에서 정확하고 확실해야 한다. 즉, 회의에서 말한 제품을 6주만에 만들어 내는 곳이다. 그만큼 일을 많이 한다. 그리고 그들은 독립성이 강하고 자신감 있으며 영민하다. 그래서 이들은 언제 회사를 떠날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실리콘 밸리의 회사들은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실리콘밸리를 도전하는 이들에게
엔지니어 학위가 있는 사람은 미국내에서 법 관련 직업을 제외하고는 다 도전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열려 있다. 다만 이것 밖에 배우지 못했으니 이것만 하겠다고 한정 짓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다음은 이충민씨와의 일문일답이다.
네트워킹은 주로 어디서 했나?
직장생활에서 주로 했다. 일하면서 느낀건데, 회사에서 내가 맡은 일 하나만 잘 한다고 일을 잘하는게 아니었다. 제안한 생산품을 만드는데 세일즈 부서, 제조, 유통 등 모든 분야의 팀원과 일 할수밖에 없다. 거기서부터 연결이 시작된다.즉, 내가 성공하려면 나 혼자 잘해선 안된다. 특히 실리콘 밸리는 그룹화가 잘 돼있고 팀웍이 있다. 이 그룹에서 팀원들과 일을 잘 하기 위해선 자신감이 필요한 것도 당연하다. 실리콘 밸리 이외 지역에서 기회가 있나? 미국 동부쪽에는 엔지니어가 많나?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 기회가 훨씬 더 많다. 닷컴 버블 이후 많은 벤처 회사들이실리콘 밸리에서 노스 캐롤라이나로 이주했다. 그러나 여전히 노스 캐롤라이나는 한국으로 치면 남해의 조그만 섬 같은 곳이다. 어디에 기회가 더 열려 있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한국에서 여성 개발자 모임을 가질 때 주로 결혼 및 임신에 의한 경력단절에 대한 우려를 많이 얘기한다. 실리콘밸리는 여성개발자를 위한 환경이 조성돼 있는지? 미국 회사는 성별에 관계없이 직원들을 믿고 지원한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직원이 입사 하자마자 얼마 안돼 임신 사실을 알리고 육아 휴직을 신청한 경우가 있었다. 미국에서 직업을 구할 때의 팁이 있다면? 미국에 와서 지원하는 게 좋다. 왜냐하면 H1비자때문이다. 한국에선 받기 어려운 비자다. 그리고 이력서 쓸땐 영어식 이름으로 적는게 좋다. 사측에선 영어식 이름을 쓴 지원자는 교포, 혹은 영어 좀 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사전에 전화 인터뷰 연습을 많이 해두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지원할 때 국내 대기업 업무 경력을 적으면 도움이 될까? 실리콘밸리에선 지원자가 어떤 일을 했는지를 본다. 어디서 일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혹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서 일하려는데 대기업 업무 경력만 있다면 마이너스다. 스타트업에서의 업무 경력이 필요하다. 30대 중반의 기혼 여성도 가능할까? 미국 이력서엔 나이를 기입하는 란이 없다. 50대 개발자를 둔 20대 매니저가 있는 곳이 실리콘 밸리다. 그들은 서로 존중하며 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