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인사이드 21] 크라우드펀딩으로 진화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모두의 관심을 받으며 등장한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자금의 조달 문제입니다. 기존에는 주로 대규모 자금을 보유한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털(VC)들이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문제를 해결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금을 투여할 수 있는 주체가 소수이다보니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도 투자의 유치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 문제임에도 매우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시작되면서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가 생겼습니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창업자와 다수의 일반 투자자 모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주제입니다. 창업자는 이미 언급한 대로 자금 조달의 새로운 수단이 생긴 것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새로운 투자 참여의 기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두가, 누구나 VC가 되는 환경이 열린 것이며, 소수의 기관들을 중심으로만 작동하던 생태계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참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이 일단 시작되었지만 국내 시장은 초기단계로서 보다 성숙해질 필요가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단순히 기회의 확대 측면뿐만 아니라 다수 일반 투자자들의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좀 더 강조되어야 하며, ‘투자’ 상품이기에 이익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생태계가 발전하고 성장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된다
예일대의 Olav Sorenson교수는 크라우드펀딩이 근본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말합니다. 창업가들에게 고객과 자본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한 것이며 이것이 일시적인 열풍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큼 성장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합니다.
특히 킥스타터와 같은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은 초기 창업가들이 시장의 반응과 적정 가격을 확인하기에 좋은 방법임을 언급하면서, 이는 신생기업들의 시장 리스크를 현저하게 낮추는 수단이 되고 있음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기본적으로 고객을 상대하는 B2C 기업이 크라우드펀딩에 적합하다는 의견을 개진합니다.
또한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사람들을 기업의 응원자에서 투자자로서의 주주로, 다시 충성고객으로 참여시키고, 기업을 더욱 성장시켜줄 견고한 지원단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고객도 함께 이익을 향유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기업과 고객 사이의 결속력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이상적 모델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창업자, 투자자 모두에게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됩니다.
창업자에게 자금 조달 수단과 기회의 다양성을
창업자들은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도입되었다고 하여 무조건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으로 일반투자자들이 마치 VC와 같이 투자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일반인에게 확대되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기존 VC들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기업이이 필요한 자금 조달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 한번에 큰 자금을 투자받아야 하거나 또는 사업의 성격상 크라우드펀딩이 적합하지 않다고 느끼는 기업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무적인 사실은 크라우드펀딩이 단순히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차원을 넘어 창업부터 성숙단계, 안정단계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주요 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맨땅에 헤딩을 하며 시장을 찾고 고객을 확보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여 제품을 검증하고 시장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초기 사업단계에서의 시행착오를 현저히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기 기업에게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이를 통한 기업 성장의 성과를 창출한 후에 VC들로부터 추가로 투자를 유치하는 구조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각자의 역할이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지요.
투자자에게 이익 실현으로 투자 경험 강화를
모든 투자에 있어 투자회수를 통한 이익의 실현은 주된 동기이자 목적입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도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에 투자에 따른 이익을 어떻게 회수할 수 있는지가 항상 중요한 이슈였고, 일반적으로 스타트업 투자 후 이익 실현의 방법으로서 M&A와 IPO가 주로 제시되었죠.
최근에 영국 최대의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Crowdcube를 통해 투자한 크라우드펀딩 참여자들이 이익을 실현한 사례가 또 탄생했습니다. Crowdcube에서 1백만 파운드 모집에 성공하였던 런던 기반의 기업 Wool and the Gang이 BlueGem Capital Partners에게 인수된 경우로서, Crowdcube에서 펀딩을 성공한 기업들 중에서 세번째 exit 사례입니다.
Crowdcube는 2011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최초 이익실현의 사례는 E-Car club이 Europcar에 인수되면서 투자자들이 추가 수익을 얻은 것이었으며, 그후 1년 간 총 3건의 이익실현 사례가 탄생한 것입니다. 최초 사례는 Crowdcube 설립 후 5년만 에 등장하였지만, 이후 1년 안에 투자자 이익 실현의 성공사례 3건이 연이어 나타났습니다.
생태계 선순환 부여
3 건의 M&A 사례 모두 관련 업계에 있는 회사에 의해 인수된 사실도 주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기자동차 공유 서비스 기업인 E-Car club은 유럽 최대의 렌트카 회사인 Europcar에게, 두번째 사례인 수제맥주 회사인 Camden Town Brewery는 세계 최대의 맥주 기업인 AB InBev에게 각각 인수되었습니다. 최근 사례인 Wool and the Gang을 인수한 BlueGem Capital Partners는 그들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에 Wool and the Gang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련 업계에 있는 회사가 M&A를 진행하면서 피인수 기업은 더 큰 날개를 가지게 되고, 인수 기업 역시 자사 사업군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기업 내 다양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스타트업의 빠른 기업문화를 접목하는 등 기업 간 상생구조가 형성됩니다. 이 와중에 해당 기업을 응원하며 투자한 개인들까지 이익을 얻게 되어 모두가 만족스러운 모습을 만들어냈습니다.
한국에서도 가능하다는 기대
영국의 사례는 국내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에 큰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위와 같은 투자금의 회수 사례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법으로 시행된 지 1년 채 되지 않은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러한 성공적인 M&A 및 투자 이익 실현 사례들이 탄생할 것입니다.
스타트업의 성장속도에 따라 위 영국 사례에서 소요된 5년이라는 시간보다 빠르게 등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때 상기 M&A 사례처럼 유관 업종의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한다면, 인수 대기업, 피인수 스타트업, 투자한 개인들까지 모두 만족하는 크라우드펀딩 사례들이 다수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변화하고 있는 창업 문화
크라우드펀딩이 창업 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요? 이미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추세가 그러할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같은 변화의 흐름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지속되어 초기 기업들이 크라우드펀딩을 성장의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기 위하여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의 부단한 노력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소수 기관투자자들에 의해 주도된 스타트업 투자로 시작하여 다수 개인들의 투자참여 기회 확대에 따라 스타트업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더불어 대기업과도 상생하는 구조를 통해 보다 넓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 그 과정 속에서 참여한 모두가 함께 이익을 얻는 것. 크라우드펀딩의 활성화를 통해 한걸음 더 가까워질 그 날의 모습입니다.
변화의 전제조건은 참여
크라우드펀딩은 대중의 참여로 함께, 직접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미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창의적인 프로젝트들과 새로운 모습의 플랫폼들이 날마다 탄생하고 있습니다. 투자형은 그에 버금갈 정도로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스타트업 생태계의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 전제조건은 역시 대중의 참여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면 더 좋은 회사들이 크라우드펀딩 참여하게 되고 그럼 또 더욱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시작하는. 그러한 선순환 구조가 참여로 시작됩니다. 시장과 환경까지 참여로 우리가 직접 만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정치의 영역에서 참여로 민주주의가 완성됩니다. 금융의 영역에서도 참여로 금융 민주화가 확산됩니다. 정치의 도구는 투표라면 금융의 도구는 크라우드펀딩입니다. 모두의 참여로 모두가 주인이 되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크라우드펀딩. 오늘도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또 다른 당신의 동참을 환영하며.
*와디즈 캐스트에서는 와디즈 멤버들이 전하는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 박진규 現 와디즈 전략기획팀장 / 前 산업은행 기업금융담당
와디즈는 생소한 ‘크라우드펀딩 투자’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와디즈 투자인사이드’를 신설하여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