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한때 만병통치약이라 불리우던 구소련 제품
지난 1995년께 우리나라 신문지상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러시아 상품 중에 ‘만병통치약’ 혹은 ‘신비의 캡슐’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전자알약(이하 ‘AES’ · Autonomous Electronic Stimulator)’이란 것이 있었다. 아마도 러시아 상품으로는 국내에 가장 유명세를 떨친 제품중 하나일 것이다.
전자캡슐의 초기 생산 목적은 우주비행사의 소화기능 정상화 및 우주 상공에서의 발병 예방이 목적이었다. 80년대 초 러시아 방위 산업체 내 설비 기술자와 과학자, 의료 전문가들에 의해서 개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원래 효과 이외에도 여러 순기능이 알려지면서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소련) 시절 당간부 등 정치실세들의 건강 유지를 위해 극비리에 생산되었다는 스토리로 유명하다. 혹자는 이들 당 간부들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정력적인 활동을 펼친것이 이 알약에 기인한다고도 설명한다.
현재 이 제품에 대한 열기는 싸늘히 식었다고 할 수 있으나 과거 ‘만병통치약’이라는 세간의 소문에 힘입어 아직도 모스크바 등지에서는 소량으로 생산되는 중이다. 이 제품을 찾는 이들은 러시아인보다는 외국인이 더 많은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멀리갈것도 없이 한국 관광객들 중 모스크바 한인상가 등에서 이 제품을 기념품처럼 구입하는 이들을 여전히 볼 수 있다.
현재시점에서 본다면 이 알약 내에 대단한 기술이 숨겨져 있는것은 아닌것으로 판단된다. 이 알약은 그저 저주파(임펄스파) 발생기가 내장된 캡슐이라고 할 수 있다. 복욕법은 삼키면 그만이다. 알약은 최대 48시간 가량 인체에 머물다 배변을 통해 체외로 나오며 몸 안에 있는 동안 지속적인 저주파를 생성해 생체리듬을 활성화한다는 원리다. 소화기관과 점막에 사용되는 일종의 전기자극기인 AES가 위와 장에 들어가 산(酸)과 접촉하면서 작동이 시작된다. 복용하면 자신도 모르게 다리가 움찔거린다거나 하는 증상이 보이지만, 대체적으로는 일시적 현상이며 별다른 이물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소견이 일반적이다.
전자알약 관련 연구서나 효능서를 보면, 이 알약은 말초신경을 전기로 자극해 중추신경계와 뇌를 거쳐 신체 반응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원리로 위장·십이지장·간장·췌선·대장·직장·성신경계·혈관 등을 국부적으로 자극해 체내 각 기관 세포를 활성화하고 영양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활용법을 보면, 알약 먹듯 삼키는 내복약으로의 사용 외에 두통이나 치통시에는 입에 물고 있으면 되며, 여성 불감증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당뇨·고혈압·노화·변비·치질·성기능장애·혈중 콜레스테롤 과다 등에도 효험이 있다고도 선전되었다.
수년 전에는 전자알약 연구사이자 개발사 중 한 군데에서 전자알약을 변형해 만든 새로운 제품도 출시했었다. 당시 홍보된 제품의 주용도는 정력개선이었다. 과거 전자알약이 복용을 전제로한 제품이었다면 새로나온 제품은 항문 및 생식기 삽입용으로 등장했다. 남성용은 정력증강과 전립선 비대증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으며, 여성용은 출산 후 질수축 및 요실금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믿거나 말거나다.
한때 이 제품의 국내 정식수입이 논의된 적이 있었다. 다수의 한국기업과 러시아 개발사의 컨텍도 상당수 이루어졌다. 하지만 결국 실현되지는 않았다. 국내 법규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 첫째 이유겠으나, 효용에 대한 객관적 지표를 제시하지 못한것이 가장 큰 이유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