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펀드레이징 101(Startup Fundraising 101)
즐거운 일을 하다 보면, 특히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만 같은 스타트업 라이프를 살다 보면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간다. 예전에 “스타트업 펀드레이징 101”이라는 칼럼을 쓴지도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꾸준히 그 칼럼을 본 이들로부터 문의 메일을 받고 있다. 아무래도 업데이트된 내용으로 이 주제를 다시 한 번 다룰 때가 된 것 같다. 첫 번째 스타트업 펀드레이징 101 칼럼을 쓴 이후로 나는 또 다른 스타트업을 창업해 씨름을 했고,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해 56개 회사에 투자했고, 또 글로벌 시드펀드를 설립해 5개 대륙 59개 회사에 투자했다.
이번 칼럼을 통해서는 그동안 벤처투자자로서 갖게 된 새로운 시각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게 되겠지만, 사실 스타트업 펀드를 시작하는 일은 이전에 스타트업들을 운영했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제 막 스타트업을 처음 시작한 여러분을 위해 업데이트된 “스타트업 펀드레이징 101”을 슬라이드와 함께 준비해 보았다.
Getting Started
잠재력을 갖춘 창업자들이 누구인지 가려지는 첫 번째 단계다. 이 단계에서 그저 아이디어만 갖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과, 행동에 옮기는 사람이 나뉜다. 나는 과연 좋은 팀을 구성할 수 있는가? 나와 함께 일하자고 유능한 엔지니어들과 프로덕트 매니저, 디자이너들을 설득해낼 자신이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해야 한다. 수많은 창업자로부터 “이제 같이 일할 만한 좋은 엔지니어만 찾으면 될 것 같아요.”라거나 “개발 관련 지식이 있는 공동 창업자는 대체 어떻게 찾나요?”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만약 창업자 본인이 엔지니어가 아니라면, 이것이 당신이 해결하고 뛰어넘어야 할 가장 큰 첫 번째 단계다.
이때 꼭 기억해야 할 것은, 팀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너무 서두르지는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창업 초기에는 창업자와 직원 한 명 한 명이 너무나 중요하다. 이른바 A급 인력은 다른 A급 인재들을 회사로 불러올 것이고, B급 인력은 C급의 인력을 불러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쁜 팀 구성이 많은 스타트업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파트너와 그/그녀의 능력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면 함께 창업해서는 안 된다. 나는 보통 공동창업자들끼리 지분을 똑같이 나눌 것을 추천하지만, 와이컴비네이터의 마이클 세이블이 말하는 공평한 지분분배보다는 조금 더 유연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 다른 창업자들보다 먼저 풀타임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그렇다. 만약 지분분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누가 얼마나 받을 것인지, 또는 누가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에 대해 시끄러운 논쟁이 발생한다면, 그 자체가 팀 내에 신뢰가 부족하다는 적신호이다. 타인과 함께 한 회사를 시작한다는데 있어서는 신뢰가 정말 필수적이다.
How Much Capital Do You Need?
아마 너무 큰 규모의 투자를 받는 것에 대한 경고를 주변에서 자주 들어왔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내가 창업했던 두 번째 스타트업의 경우 시드라운드에서 750만 달러를 투자받았고, 우리는 정말 미친 듯이 돈을 써버렸다. 나는 이때 창업자들에게 있어 투자금이란 정말 기름에 젖은 종이가 타는 것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단숨에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이렇게 순식간에 돈을 써버리지 말고 “실패를 위한 펀딩”에 집중하라고 권하고 싶다. 많은 창업자가 시드라운드나 시리즈 A 라운드를 마치고 나면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다고 믿고 쉽게 안심해버리곤 한다. 우리 회사는 피봇(pivot)할 일이 없을 거라고, 심지어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항상 예상하는 자본금의 30% 정도를 버퍼로 가져가야 한다고 이야기해왔는데, 요즘은 많이 늘어나서 50% 정도를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펀드레이징을 시작하면 라운드를 마무리할 때까지는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미리 자금 계획을 세우도록 하자.
Who is Your Ideal Investor?
투자자로는 누가 가장 적합할까? 예를 들어 기업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시작하려 한다면 그 분야에 투자해본 적이 없는 VC에게는 제안서를 보내면 안된다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한 경우도 있다.
투자자로 고려하고 있는 곳들의 포트폴리오를 미리 조사해봐야 한다. 스타트업의 생명은 빠른 실행력에 달린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왜 굳이 경쟁사에 중요한 정보를 넘기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는가? 한 번은 어떤 VC에게 피치(pitch) 했다가, 우리 회사 사업계획서의 한 문단이 통째로 경쟁사에 넘어간 적이 있다. 그 VC가 해당 경쟁사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숨겼던 것이다. 또 한 번은 한 기업 투자자가 우리 회사의 서류를 요청하고는 3주 후에 경쟁사에 투자해버린 적도 있었다. (실사하는데 만도 몇 주가 걸리는 것 아니었나?) 벤처캐피털의 세계는 때론 어둡고 비도덕적일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To Party or Not to Party?
소위 “파티 라운드(Party rounds)”라 불리는, 리드 투자자나 정해진 목표 금액이 없는 라운드가 지난 몇 년간 시드 단계 스타트업 사이에서 흔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결국은 리드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규모 투자자들이 나서서 회사를 돕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파티 라운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 뒤에는 검증되지 않은 가정들이 있다. 미국 VC와 엔젤투자 조사 전문기관인 CB인사이트(CB Insight)에 따르면 파티 라운드의 후속 투자율은 53%로, 파티 라운드를 진행하지 않는 스타트업들(39%)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우리 팀의 견해는 그 중간쯤이다. 물론 스타트업 시드라운드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한 투자자에게서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추가 자금이 필요해지거나 자금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한 투자자의 조건에 묶여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일단 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나면 창업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그들의 주머니 사정과는 관계없이 당신의 회사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간섭을 하게 된다.
10명, 20명, 또는 그 이상의 투자자들과 파티 라운드를 하는 경우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적극적으로 팀을 도와줄 의지가 있는 투자자들로만, 2명의 대규모 투자자와 몇 명의 소규모 투자자로 구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예를 들어 시드라운드에서 200만 달러를 목표로 한다면, 두 명의 투자자들에게 각각 70만 달러를, 그리고 나머지 두 명으로부터 각각 30만 달러 정도를 유치하는 식이다.
How to Think About Valuation
회사를 18개월 동안 운영하려면 자본이 실제로 얼마나 필요할까? 그 정도 자본이면 시리즈 A, 시리즈 B 라운드를 큰 무리 없이 진행하는 데 충분할까? 만약 그렇다고 판단했다면 일단 리드 투자자를 찾는 것부터 시작하자. 직접 기업 가치를 추산해내는데 매달리지 말고, 잠재적인 리드 투자자로부터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금액을 제시받도록 하자.
어떤 VC와 투자 전 기업가치(pre-money valuation)를 기업가치 500만 달러, 투자금 100만 달러로 협상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투자 후 가치(post-money valuation)는 600만 달러가 된다. 이때 지분율은 16.7%로, 이게 전형적인 시드라운드의 시나리오다.
대부분의VC들이 시리즈 A 라운드에서 20%의 스톡옵션 풀을 요구할 것이다. 그때 회사의 예상 성장률에 비해 그 숫자가 정당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이에 반대할 수 있다.
대부분 회사의 지분은 새로운 투자자를 찾기 전에 희석되어 있으므로 기업가치가 어떻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 20%의 스톡옵션 풀은 새로운 지분을 발행하고 평가를 조정하게 될 것이다. 당신이Ev Williams(Twitter의 공동 창업자이자 Medium.com의 창업자) 정도의 창업자라면 20% 스톡옵션 풀 조성을 위해 VC의 투자를 받은 후에도 지분을 추가로 발행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지분 희석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기업 가치 관련 더 읽어볼 만한 자료들(영문)
- Brad Feld의 “Venture Capital Deal Algebra”
- Venture Hacks의 “The Option Pool Shuffle”
Pitching Your Startup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냈는지에 대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얼마나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아니면,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공동창업자들과 어떻게 뭉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투자자들과의 미팅을 따내는 일도 창업자로서의 자질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2차 목표 투자자들과 먼저 미팅을 해보고, 1차 목표 투자자와 마지막으로 미팅하는 것이 좋다. 연습해보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피치를 점점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질문에 답할 준비를 하고 최선의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당신의 상품, 분야, 그리고 회사 자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하지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게 될 경우에는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답하고 최대한 빨리 답을 찾아 전달하면 된다.
Final Pointers
펀드레이징은 힘들다. 회사를 만들어가는 다른 일들에 비해 펀드레이징은 절대 재밌게 느껴질 수가 없다. 그 과정이 재밌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창업을 할 게 아니라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게 나을 것이다. 창업자들에게 투자유치는 아무리 잘해봐야 애증의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므로, 적어도 그 과정에서 더 나은 창업자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이 배워야 한다.
많은 창업자가 자금을 관리하고 지출 속도를 가늠하는 일을 간과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회사의 지출에 대해 정말 속속들이,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충동적인 지출은 막고, 무리한 채용을 피해야 한다. 최대한 많은 돈을 투자받을 수 있도록 하되, 그 돈을 정말 동전 하나하나까지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용해야만 기나긴 펀드레이징의 과정을 지나 비로소 세상을 바꿀만한 회사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원문 : Startup Fundraising 101 revisited
글 : 버나드 문(Bernard Moon)은 글로벌 시드펀드인 스파크랩 글로벌 벤쳐스(SparkLabs Global Ventures)의 공동창업자이자 제너럴 파트너이며,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SparkLabs)의 공동창업자이다. (트위터에서 팔로우하기: @bernard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