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00] ‘어쩌다 4년’ 된, 직원을 덕질하는 회사
그간 플래텀은 치열하게 분투중인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전해왔다. 그리고 어느덧 300번째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300번째 인터뷰이 선정을 오래 고민했다. 누구의 입을 빌려, 어떤 이야기를 해야 300이라는 숫자에 걸맞은 인터뷰가 될까. 현재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스타트업 대표를 할지, 첫 인터뷰이를 다시 찾아 할지, 실패한 창업자들의 경험담을 공유할지 등 생각이 많았다.
그러다 사무실을 둘러보니 늘 일과 관련된 뭔가에 빠져있는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회사 대표와 편집장(이사)이다. 두 사람은 플래텀의 처음 이전부터 함께해온 공동 창업자들이다. ‘아, 저들을 해야겠구나’싶었다. 그리고 진솔한 플래텀의 스토리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보는 것도 의미있다고 봤다.
플래텀 역시 스타트업이다. 온라인에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로 문을 연 날은 2012년 9월 17일. 정식으로 회사가 된 날(법인 설립일)은 11월 16일이다. 소위 말하는 죽음의 계곡을 넘어 만 4년 동안 업을 이어오고 있다. 1460일 동안 동반자 관계인 플래텀 조상래 대표, 손요한 편집장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플래텀 조상래 대표(좌), 손요한 편집장(우)
[PART 1 : 우리에게 지난 4년은]
11월 16일이면 플래텀 창립 4주년이다. 지난 4년을 회고한다면.
손요한 플래텀 이사(이하 손) : 창립해인 2012년과 2013년에는 이름 알리기에 바빴고, 우리만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2014년도에는 국내외 포탈, 매체 등과 뉴스검색 등 제휴를 통해 미디어로서 이름을 알리고 자리를 잡은 한 해였고, 2015년에는 회사의 다른 한 축인 중화권 관련 비즈니스가 유의미한 성장을 이루었다. 올해 초에는 미디어와 중화권 사업 두 분야에서 완만하지만 분명한 성장을 했다고 자평한다. 사실 플래텀에 속하면서 돈을 벌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업이라 생각하지도 않았고, 창업을 했다고 생각해 본적도 없다. 그냥 재미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조상래 플래텀 대표(이하 조) : 창업을 한 거창한 이유나 그런것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게 없다. 이런 말 하면 안 믿어주는데, ‘그냥 한 번 해보자’해서 시작한 게 플래텀이다. 이전엔 직장 생활을 했던 평범한 샐러리맨이었고, 창업 권유를 받았을 때도 ‘왜 굳이 나여야 하나’를 몇 달 동안 생각했다. 오랫동안 준비하지도 못 했고, 멋진 목표를 세운 것도 없이 막연하게 시작했다. 이그나이트스파크 최환진 대표와 손요한 편집장이 없었으면 시도조차 못 했을거다.
업계에서 흔히 스타트업 미디어 3사라고 표현한다. 그중 제일 늦게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별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이 있었나.
조 : 다른 스타트업 미디어랑 경쟁 관계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경쟁하기엔 매체 수가 너무 적지 않나. 우리가 생각하는 건 경쟁자가 아니라 동반자 관계다. 견제라기보다는 서로 간 시너지가 더 컸다고 생각한다.
손 : 초창기 때 플래텀이 뭐하는 데냐고 물어보면 가장 빨랐던 설명이 ‘벤처스퀘어와 같은 성격의 미디어’라고 말하는 거였다. 동종 미디어가 있어서 도움이 됐던거다. 처음에는 좌충우돌했다. 막 창간한 매체를 누가 찾아주고 불러주었겠나. 무작정 취재현장에 갔다. 대표와 내가 둘 다 온라인에서 콘텐츠 만들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어색하지는 않았다. 단순하게 처음에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는 사람들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다 바꿔주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취재를 할 때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또 차별성을 두기 위해 인터뷰 등 발로 뛰는 기사에 치중했다. 듣도보도 못 한 매체의 인터뷰 요청을 받아준 스타트업이 우릴 키운거다. 3년 정도는 특정 시간대에 기사를 내는 것을 원칙으로 했기에 그 숫자 맞추는 것도 일이었다. 기사가 없으면 새벽에 외신이라도 뒤져서 번역해 내고 그랬다. 지금은 좀 느슨한 감이 있지만 그땐 목숨 걸고 지켰다.
조 : 콘텐츠 영역을 도와주는 필진들이 있기는 했지만, 플래텀 창간이후 1년 간은 우리 두 사람이 회사 인원의 전부였다. 처음에는 오피스도 없었다. 다른 회사 오피스에 남는 자리에서 일을 했고, 미팅은 주로 포스코타워 지하 카페에서 했다. 2013년 봄에서야 선릉에 있는 비즈니스 센터 2인실을 임대해서 일할 공간을 마련했다.
플래텀은 스타트업 소식도 전하지만, 중화권 특화 미디어이자 네드워커로도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 ‘선전(심천)’을 비롯한 몇 가지 워딩을 선점했던 것도 좋은 전략이었던 것 같다.
조 : 의도했던 건 아닌데, 운이 좋았다. 사실 2015년은 인터넷 모바일 비즈니스 전 분야가 포화 상태였다. 시장이 정체됐다는 걸 느끼고 있었고, 앞으로는 기술 기반 기업이 주목받을 거라는 게 정론으로 떠올랐다. 당시 중국 선전 지역이 하드웨어 양산의 주요 도시로 떠오르는 중이었다. 우리 매체가 이 시장에 주목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회사 잔고도 텅 비어 있을때라, 카드 긁어서 회사 네 식구가 정탐을 다녀왔다. 다 같이 눈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 경험을 바탕으로 미디어를 통해서는 선전 지역의 특수성을 조명하고, 몇 번의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창업자와 함께 다녀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네트워크도 쌓았고.
플래텀의 또 다른 강점 중 하나가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브랜딩 전략이다.
손 : 마케팅 비용이 충분하지 않은 스타트업에게 소셜네트워크는 자사를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좋은 포장이자 도구다. 그런데 우리가 소셜네트워크를 잘한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다. 그렇게 느꼈다면 계획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 소셜에서 우리 기사에 대한 반응이 컸기에 맞췄던 것이 있고,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회사 브랜딩이 됐다면 이가은 전기자의 공이 컸다고 본다. 소셜네트워크 활용을 잘 하는 인재였다. 그걸 잘하는 친구가 있어서 우리는 판을 깔아준것 뿐이다. 덕분에 ‘스타트업 스토리(Startup story)를 전한다’는 달달한 이미지도 갖게 됐다.
소셜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잘 활용하는 스타트업이 많진 않다. 노하우가 있나.
손 :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관건이지 않겠나. 제일 효과가 좋은 건 대표나 임원진이 아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포스팅이다. 정말 회사를 좋아하는 직원들의 순수한 포스팅이 회사의 이미지를 좋게 만든다. 우리도 그 덕을 많이 봤다. 하지만 강요는 금물이다. 그것도 직원에게 맞고, 소화할 줄 알아야 되는 거다. 소셜네트워크를 잘 안 하는 사람에게 강요해서 시키면 일이된다.
조 : 내 경우에는 우리 매체 기사뿐 아니라 꾸준히 중국 관련 소식을 포스팅한다. 대표가 꾸준히 자료를 큐레이션해서, 1인 미디어 파워를 갖는 것은 분명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두 사람은 공동창업자로서 4년을 함께 보낸 사이이기도 하다. 큰 분란 없이 동고동락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뭐였나.
손 : 서로의 영역이 다르고 명확하다. 나는 미디어를, 대표는 비즈니스 관련 부분의 전권을 갖고 그 부분에 집중한다. 두 사람의 타고난 성격은 정말 다르다. 하지만 일을 하는 속도와 비즈니스를 보는 관점에서 달랐던 적은 없다.
조 : 부부도 성격이 달라야 잘 산다고 하지 않나.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하지?’라고 고민하지 않고, 이 영역은 내 것이 아니라고 인정하고 상대를 믿어 버리면 된다. 외부에서는 내게 기사 청탁을 하면 마치 바로 반영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다. 매체에 대한 전권은 편집장에게 있다. 밖에서 잘 믿진 않지만.
구체적으로 ‘다름이 주는 시너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손 : 근태로 따지면 나는 참 불성실한 사람이다. 나는 지난 4년 동안 일주일 내내 출근한 적이 거의 없다. 어느회사가 그걸 봐주겠나. 사무실에 없어도 어딘가에서 일하고 있다는 걸 대표가 믿어주기 때문에 가능한 근무 형태다. 나도 대표를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전적으로 신뢰한다. 사실 우리 두 사람은 밤낮이 없다. 새벽이건 주말이건 간에 온라인에서 온갖 것을 대화하고 공유하고 의견을 나눈다. 서로간의 배경지식과 공감대에 갭이 없다는 게 시너지를 일으키는 근간이라고 본다.
관계에서 큰 위기를 겪은 적은 없나.
조 : 사람 간 위기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왔던 위기는 있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발로 뛰었다. 스타트업으로 3년을 버티며 맷집도 생기고, 나름 브랜드도 구축했다고 생각한다. 이걸 기반으로 올해 부산 지사(영남취재본부)도 개소해 취재 범위도 넓혔다. 팀원도 일곱으로 늘어났고. 아마 비즈니스 영역에서 한 두 명 더 늘어날듯 싶다.
월급은 좀 가져가나?
손 : 월급통장에 찍힌 숫자가 가계에 유의미해진 건 올해부터다. 대표가 고생이 많았다.
조 : 우리 두 사람의 가수금 회수는 지난해 말에 했다.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한다.
[PART 2 : 플래텀이 직원들을 ‘덕질’하는 이유]
지금 멤버가 ‘플래텀 3기’다. 팀원 채용은 스타트업이 풀어야 할 난제 중 하나다. 그간 경험을 이야기해 준다면?
손 : 이력서는 직원을 채용하는 데 쓸모가 없었다. 그리고 잠시 한두 시간의 면접만으로도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플래텀에서는 일정 규모가 넘기전까지 공개 채용은 없을 거다. 지금 팀원들은 모두 이전부터 지켜봐왔거나, 믿을만한 지인을 통해 추천받은 사람들이다. 우리 기자들 중 이력서를 보고 영입한 사람은 없다. 이력서를 따로 받지도 않았고. 우린 그들이 어떤 대학을 다녔는지 나이가 몇 살인지 입사한 다음에 알았다.
팀을 꾸리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무엇인가.
조 : 첫째는 실력이다. 그리고 둘째는 팀원 간 화합이다. 이 두 가지는 꼭 함께 충족되어야 한다. 아무리 개개인이 성과를 내도, 서로 간 팀워크가 좋지 않으면 회사 운영이 어렵다. 직장인들이 보편적으로 자는 시간 빼고 하루의 3분의 2를 사무실에서 보낸다. 이 공간에서 서로 마음이 불편하면 삶이 얼마나 괴롭겠나. 그리고 일에도 영향이 간다.
일하려고 모인 사람들끼리 사이좋은 팀을 만들기란, 비즈니스 모델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 같다.
손 : 어찌보면 운이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멤버들은 최고다. 운이 좋았다. 일을 잘 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처음에는 못 해도 된다. 개인적으로 태도를 중요하게 본다. 배우려고 하고 발전의 여지만 있으면 된다. 작은 조직이기에 하나하나 가르칠 수는 없지만 기회는 줄 수 있다.
나도 플래텀의 팀원이다. 1년을 겪어보니 플래텀은 ‘직원을 덕질하는 회사’라고 자주 생각했다. 가끔은 ‘왜 저렇게까지 노력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왜 그러는 것인가.
손 : 단순하다. 일도 잘 하고 팀원들이 화합을 잘 하니까. 회사에 도움이 되는것은 분명한 것이고. 오다가다 보면 직원들이 뭐에 관심 있는지가 보인다. 누구는 고양이, 누구는 아이돌, 누구는 임산부고 또 누구는 결혼 준비 중이다. 그게 파악되면 팀원들이 좋아할만한게 보인다.
조 : 만 4년 간 운영해왔는데, 가장 길게 있었던 팀원의 근속기간이 1년 3개월이다. 짧게만 일하다가 떠나서 항상 아쉬웠다. 이제는 사업이 어느정도 정상 궤도에 오르기도 했으니 직원이 일하기 좋은 회사, 오래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 보고 싶다.
[PART 3: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다고 가정을 망치나”, 창업과 가정생활]
옆에서 지켜본 두 사람은 바쁜 창업자이자, 아주 가정적인 가장이다. 많은 창업가들이 가정과 사업 간 밸런스를 맞추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조 : 우리 두 사람이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지지 덕분이다. 개인적으로 아내의 납득이 없었다면 시작하지 못했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도 되도록이면 주중에 다 마치려고 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지난 3년간은 주말도 없이 일했지만 올해부터는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
손 :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다고 가정을 망치겠나. 일하는 시간 외 나머지는 온전히 가족과 함께한다. 딱히 취미도 없고 술도 안 먹는다. 일과 가족 이분적이다.
경영진이 가정적이라는 점이 직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본다. 불필요한 회식도 없고, 얼마 전 임신 4개월 차인 직원은 자유롭게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조 : 우리가 미혼이었다면 아마 직원들의 사정에 대해 공감하는 폭이 훨씬 좁았을 거다. 하지만 내가 최근에 아내의 임신과 출산을 옆에서 지켜봤고,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위대한 것인지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그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권유할 때도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집에서도 업무를 잘해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고. 그리고 실제 더 열심히 한다. 여성이 출산을 지나 미래의 인생에 대해 지속적으로 계획하기 위해서는 직장을 비롯한 사회가 건강하게 지지해줘야 한다.
손 : 아내가 출산을 겪으며 4~5년 경력 단절이 되는 것을 지켜봤다. 많이 안타까웠다. 공교롭게도 우리 직원 대부분이 여성이기도 하고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뛰어난 역량을 갖춘 인재인데도 임신과 출산 탓에 재능을 못 펼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혼과 임신은 부부의 영역이지만, 출산과 육아는 사회의 도움과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 팀원들이 그런 걱정없이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각자가 그리고 있는 플래텀의 미래, 혹은 계획에 대해 말씀해달라.
조 : 스타트업 열풍은 단순히 이 정권 안에서 끝나버릴 유행이 아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에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길 바란다. 또 중국과 한국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계속 해나가고 싶다. 이 두 가지가 우리의 미션이다. 단기적으로는, 오는 4주년(11.16)에 개편한 홈페이지를 공개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는 영향력 있는 매체, 네트워크가 됐으면 좋겠다.
손 : 계획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더라. 사업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우리가 창업 초기 그렸던 큰 그림이 있다. 초기에는 여력이 안 되어 못 하던 것을 지금은 하고 있다. 때가 되면 다 이루려 노력하겠다. 앞으로 해왔던 것처럼 재밌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