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02] “세상에 없는 또 하나의 지구를 만드는 것이 목표”, 어반베이스 하진우 대표
전세계에서 VR 열풍이 부는 가운데 홈 퍼니싱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스타트업이 있다.
어반베이스는 건축가 출신 프로그래머가 2014년 설립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 실내 공간 정보를 통해 인류에게 새로운 경험을 열어주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들이 만든 플랫폼에선 모든 이가 건축가가 될 수 있고 나아가 그 안에서 각자 꿈꿔온 새로운 삶을 즐길 수 있다.
실내 공간 정보 가상 현실 플랫폼을 개발하는 회사 어반베이스의 하진우 대표를 만났다.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는 건축가다.
건축가 일을 하면서 3D로 건물 전체를 설계하는 일을 많이 했다. 발주처에 3D 설계 도면을 보내곤 했는데, 건축주 입장에선 예산 및 시공 견적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 인기가 많았다. 예산 절감 효과, 미적 효과 모두 뛰어나 지금도 각광받는 기술이다. 이를 창업할 때 접목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GTA 등 게임을 좋아했다. 비록 게임이지만 실제 도시와 흡사한 환경에서 이색적인 경험을 해보는 게 좋았던 거다. 이 게임에 서울도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그것이 심화되어 어반베이스의 첫 삽을 떴다.
군대에서 인연이 된 4명이 공동 창업했다. 흔치 않은 일이다.
나와 CTO가 먼저 시작한 뒤 이사 두 명이 후에 합류했다. 사실 우리 중 누구도 사업이 꿈인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것에 의미부여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제대 이후 다들 대기업에 입사했었는데 기존 조직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2014년에 내가 먼저 시작해 조금씩 일궈 놓은 뒤 이들을 설득했다. 군대 시절부터 마음이 잘 맞았다.
사업 중에 힘든 부분은 언제인가? 반대로 보람 있다고 느낄 때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정말 어렵고 고된 것 같다. 특히 기술 기반 사업은 이론만 있고 실제는 없는 일이 다반사다.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 너무 힘들다. 퇴보한다는 느낌이 들 때, 제자리 걸음일 때가 있는데 팀원들의 사기도 떨어지고 나 스스로도 힘들다. 비유하자면, 황금의 도시인 엘도라도를 찾아 나섰다가 죽기 직전까지 와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상상했던 플랫폼 그림이 그려질 때면 정말 짜릿하다. 엘도라도가 실제하진 않았지만 우린 현존하는 엘도라도를 올바르게 찾아왔다고 믿는다.
어반베이스의 기술을 설명해 달라.
어반베이스는 건축물 평면도를 2초 만에 3D로 자동 모델링하는 인공지능 건축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도면을 우리 서버에 업로드하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변환해준다. 우리 플랫폼에 올라가 있는 집들은 모두 컴퓨터가 만들었다. 총 100만건 정도의 가구가 올라와 있는데 변환 속도가 개당 2초밖에 안된다.
정식오픈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기술 개발에 1년 넘는 시간이 소요돼 올해 7월에야 오픈하게 되었다. 건축 업계는 시공회사와 설계회사로 나눠진다. 대부분 시공사는 건축사가 설계한 도면을 구매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아파트 설계 도면은 설계사들끼리 흔히 ‘족보’라 불리우며 공유된다. 이럿듯 이미 그려진 수십개, 수백개의 도면을 보고 첨가하거나 빼서 새 도면을 그리는 식이다. 그런 도면 데이터를 발로 뛰고 협약을 맺어 수집해 왔다.
지적재산권 문제가 생길 법도 한데.
이 사업하기 전에 관련 법적 검토를 마쳤다. 아파트의 지적재산권은 흔히 알고 있는 개념과 다르다. 오랜 시간 동안 여러사람의 손을 거쳐왔기에 원래 창작자를 알 수 없다. 그래서 아파트는 지적재산권과 연관이 없다. 다만 상업건물, 즉 코엑스와 롯데타워 같은 건물은 지적재산권이 인정된다.
데이터를 수집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모으나. 지역 확장인가 더 세밀한 가구 늘리기인가.
전국에 있는 최대한 많은 집의 데이터를 모으는 게 목표다. 그래서 일단 많이 모으고 있다. 전국구로 수집한 뒤 지역에 없는 부분을 차차 채워나갈 계획이다. 건물의 신축 물량도 많은 상황이라 일이 많긴 하지만 최대한 빨리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집 정보가 없다는 요청이 들어오면 즉각적으로 처리하는 방향으로 플랫폼을 보완하고 있다. 100만 가구의 데이터를 모았지만 서비스 초기여서 발전해야 하는 상태다.
최근 어반베이스가 중요하게 두는 가치는.
올해 7월 서비스를 론칭한 이후 제휴한 업체는 30개, 물건은 2,500개정도 되고 계속해서 사용자와 고객사를 유치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비스를 이용할 때 놓아보는 가구, 가전제품 품목 수를 늘리고 있다.
수익모델은 어떤 것인지.
현재는 100% 업체 광고 수익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 서비스 내에 커머스 도입을 검토 중이다. 아바타 형식으로 간단한 의사소통 및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는 모델도 구현해 나갈 계획이고.
당장 커머스를 시작하지 않은 이유는 뭔가?
현재 인력으로 커머스까지 담당하는 것이 어렵다. 그리고 커머스는 신중하게 접근할 부분이다. 수익모델부터 배송, 프로모션까지 어느 정도는 해결 한 다음에 풀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섣불리 나섰다간 다른 커머스 기업들과 제살 깎아먹기 경쟁에 돌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임 ‘심즈’의 실사판같다는 느낌이다. 비슷한 서비스가 해외에도 있나.
미국에 2,3곳, 스위스에 한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안다. 인터페이스 및 고객에게 제공되는 기능은 비슷한데 차이점은 서비스 이용 장벽을 들고 싶다. 해외 업체의 플랫폼에선 도면이 모두 보이는 우리와 달리 벽선 등을 일일이 재서 그려야 하고 벽도 뚫어야 한다. 건축가들도 그 서비스로 집 모형을 만드려면 3,4시간정도 걸린다. 게다가 전문가용 툴이기 때문에 이용도 차이가 난다. 우린 처음부터 도면을 3D로 변환해 만든 상태이기 때문에 이용이 훨씬 간편하다. 사용되는 물건도 실제 판매제품을 쓰고.
VR은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어반베이스는 VR업계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원하며 어떤 차별 역량을 갖고 싶나?
VR 부동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되려 한다. 다가올 미래에 VR은 게임시장, 성인물 시장 그리고 건축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될 것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전망이다. 미국 등지에서는 부동산 분야에 이미 실제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단순히 부동산 거래에 국한돼 있고 사진으로 확인하는 정도여서 가구 배치와 같은 커스터마이징은 할 수 없다. 우리 서비스는 세세한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는게 큰 매력이다.
이 기술을 다른 분야에 접목시켜보거나 응용해보겠다고 생각해본 적 있나.
어반베이스는 아파트 플랫폼에서 발전해 궁극적으론 대체현실을 통해 세상에 없는 또 하나의 지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체 현실이란 실제 존재 하는 걸 가상에 똑같이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지금 당장은 복사해 놓은 상태지만 어느 기점 이후론 세상에 없는 공간에 사용자를 모아 생활하게 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가상인물이 되어 잠도 자고 영화도 보는 것이다. 상상하는 모든 게 가능해지는 게 세계인거다. 다만 게임 시나리오대로 하는게 아닌, 가상현실 내에서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삶을 살 수 있게 됐을 때 사람들이 가상 세계로 이주할거라 본다. 그래서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발전시키려 한다.
그리고 가상현실이 가장 뜨겁게 펼쳐질 시장이 인도, 중국이라고 본다. 인도인들이 영화를 좋아하는건 삶이 불만족스러워서 라고들 한다. 그래서 발리우드라고 불릴 정도로 영화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할리우드 못지 않게 활성화 돼 있다. 우리는 인도, 중국을 포함한 전 아시아에서 VR콘텐츠 기업으로 패권을 잡는 게 꿈이다.
이 얘기는 장밋빛 꿈일수도 있다. 가설을 검증해봤나.
프리첼의 아바타와 싸이월드 미니룸 기억하나. 당시 유료화로 거센 반발이 있긴 했지만 사람들은 한번씩 자신의 캐릭터에 돈을 투자해 꾸몄다. 가상 세계에서 나를 표현하는 니즈가 있다는 건 당시에 이미 입증됐다고 본다.
투자유치 진행은 하고 있나?
작년 4월에 시드라운드로 10억 원을 유치했다. 현재는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준비중이다.
투자가 꼭 필요하다고 보나?
작년만 해도 시드 라운드부터 차근차근 나아가는 교과서적인 투자 유치를 꿈꿨다. 하지만 기업의 본질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인 듯 하다. 투자금 없이도 자생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비슷한 규모의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다. 채용 기준이 궁금하다.
본인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대처방법이나 해결방법을 본다. 코딩 상식은 시간만 있으면 채워질 수 있지만, 그 부분은 선천적인 부분도 있고 본인이 살아온 궤적과도 연관되기에 꼭 보는 편이다. 그래서 우리 개발팀은 매우 훌륭하다고 자부한다.
어떤 회사로 키워가고 싶나.
실내 공간, 가상 홈퍼니싱에 분야의 세계적인 회사로 만들고 싶다. 유사 플랫폼이 따라 오기 전에 더 먼저 앞으로 나가야 한다. 알리바바 마윈이 VR 커머스에 1조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VR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시장을 열어줘 고마운 생각이 있다. 어반베이스는 알리바바,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VR 시장에서 선점하지 못한 부분을 독차지하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열심히 달려야 한다.
대표 하진우에게 어반베이스란?
또다른 통로로 이어주는 문인 것 같다. 문을 열면 추상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새로운 공간, 사람들,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해주지 않나. 어반베이스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문이 되길 바란다.
마지막 한마디 부탁한다.
우리 플랫폼과 연계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편하게 연락해 달라. 스타트업과 협업을 진행해 또 하나의 창조가 생기는 게 상생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