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경서울]옷 나눔을 통한 공유경제 ‘키플(Kiple)’
1월의 마지막날에 있은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행사의 4번째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이날은 아이들의 옷을 통해 공유 경제의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 키플 이성영 대표님의 강연이 있었는데요. 이 날 강연은 키플이 시작한 계기부터 어떤 식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성영 대표님의 공유경제를 향한 진지한 태도와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지금부터 그 현장에서 느낀 것들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youtube http://youtu.be/8jMswQo19D4]– 아이들은 자라도 옷은 자라지 않아요! : 옷의 가치 재발견
이성영님은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으로서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아이들의 옷 걱정에 대한 가계의 부담이 크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는 말씀으로 시작하셨습니다. 물론 옷 물려입기를 통해 알뜰살뜰하게 옷을 재활용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아이의 성별이 다르거나 옷 취향이 달라서 힘든 경우도 있고, 중고로 되팔려고 해도 고가의 전자기기와는 달리 중고 가격도 낮아서 오히려 번거롭고 성가신 일이 되기 때문에 그냥 버려지는 옷들이 훨씬 많다는 점도 알고 있다고 덧붙이셨는데요. 이성영님은 “사람들도 누구나 착한소비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에 따르는 불편함과 비용을 무조건 감수하라고 강요 할 수는 없지 않냐”는 말씀에 이어서, 키플은 그런 사람들의 ‘귀찮음 비용’을 대신 지불하고 옷장에 잠들어있거나 그냥 버려지는 옷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기업이라고 소개해주셨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잉여자원을 남에게 제공하여 새로운 가치를 발생시킨다’는 프로세스는 협력적 소비의 매우 기본적인 모델입니다. 실제로 이성영님은 키플의 첫번째 모델이 미국에서 성공적인 공유 경제 기업으로 꼽히는 thred UP을 그대로 이식한 것이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 첫번째 모델로 국내에서 공유경제 가치의 실현에 있어서는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비즈니스로서는 불가능 하다는 경험을 했고, 현재의 키플의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몇가지 큰 변화를 결심하셨다는 아주 솔직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 키플 시즌 1 : 공유의 가치 씨앗 뿌리기
유아동 의류 시장은 중고 거래가 이루어지는 대안 서비스가 부재중 이었기 때문에 키플의 시작은 비교적 순조로웠다고 합니다. 키플의 시즌1 이라고 명명한 첫 모델은 키플의 고객들에게 의류 포장 꾸러미를 보내드리고 교환을 원하는 고객들끼리 연결해주는 서비스였다고 합니다. 고객들로부터 긍정적으로 돌아오는 반응을 보며 사람들이 이런 공동체의 가치를 원하고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셨다고 하네요. 현재의 키플 서비스에서 보다도 마음과 마음이 전달되는 감동을 느끼던 시점이었다고 흐뭇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서비스 이용 횟수는 줄어들었고 사업적으로 무엇이 문제였는 지를 고민 할수 밖에 없는 시기가 찾아왔다고 하셨습니다.
이 시기에 키플이 봉착한 첫번째 문제는 상품적인 측면이었다고 합니다. 꾸러미 단위로 교환이 이루어는 경우에는 필요하지 않은 옷들이 있더라도 감수 해야한다는 점이 있었고, 개인마다 중고 퀄리티에 대한 기준이 달랐기 때문에 품질 면을 관리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네요. 서비스적인 측면에서 있었던 문제로는 자신이 먼저 꾸러미 나눔을 시작해야만 다른 사람의 꾸러미를 받을 수 있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진입 장벽도 있는 편이었고, 소수의 매니아층은 형성되었지만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찾아올 만큼의 동기 유인은 되지 않는 서비스였다고 객관적인 자체 평가를 해주셨습니다.
– 키플 시즌 2 : 단순한 착한 일에서 실질적인 가치 있는 일로의 반전
이성영님은 가장 핵심적인 변화로 꾸러미 교환의 연결 서비스 대신 사람들에게 익숙한 온라인 쇼핑몰 형태로 서비스를 바꾸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공유경제의 모델로는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이성영님은 “서비스의 형태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서비스 안에 담기는 가치가 중요한 것이고 키플 역시 ‘공유 경제 기업이라면 이래야 한다.’ 라는 룰에 갇혀서 사업적으로는 실패했던 것” 이라고 강하게 말씀 하셨는데요. 새로운 시즌을 맞이한 키플은 환경적, 사회적인 가치를 먼저 내보이진 않지만 개인의 신뢰를 이어주는 공정한 제 3자의 모습으로 꾸준히 나아갈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 키플 시즌 3 :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힘 ‘3의 법칙’
현재 키플의 서비스는 고객들이 키플 본사로 옷을 보내면 키플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홈페이지 등록하고, 등록된 의류는 ‘키플 머니’로 바로 적립됨으로써 고객들이 중고 옷을 판매하거나 구매하는데 드는 비용을 최소화시킨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키플 머니’는 일종의 사이버 머니로 홈페이지에 등록 되는 상품 가격과 동일한 금액이 적립되어서 옷을 보낸 분들도 만족 할 수 있고, 또 키플에서 옷을 구매할 때 현금 처럼 사용 할 수 있기 때문에 재방문율도 극적으로 높아졌다고 합니다. 상품의 퀄리티 면에 있어서도 키플에서 일괄적으로 관리를 하기 때문에 클레임 대응 같은 부분도 쉽게 개선되었다고 하네요.
현재 키플 머니는 키플 사이트 안에서 밖에는 사용되지 않지만, ‘3의 법칙’ 처럼 세번 째 사람의 참여를 통해 소셜 바잉 같은 더 큰 서비스를 제공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셨는데요. 공유의 가치가 단순한 착한 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가치로 환원 되어야한다는 메세지와 함께 위기에도 냉정하게 분석하여 변화를 결심한 이성영님의 강한 의지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