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를 수식하는 표현은 다양하다. 몇 해 전 명대표는 자타공인 ‘블로그 전도사‘였다. 웹2.0시대에는 시대를 통찰하는 ‘트랜드 전문가’로 불리웠으며, 현재는 대표적인 ‘인큐베이션 전도사’이자 ‘스타트업 전문가’, ‘디지털 큐레이터’로도 불리우고 있다.
이렇듯 명대표를 수식하는 다양한 표현들이 있지만, 그의 본질은 글쟁이다. 10년 동안 기자생활을 했던 시절에는 본분이었고, 야후코리아를 거쳐 TNM미디어 공동대표, (사)한국블로그산업협회 회장을 맡았던 때에도 명대표는 탁월한 스토리텔러였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사실이다.
영원한 글쟁이를 꿈꾸는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를 만나고 왔다.
- 나는 스타트업 전문가나 창업 전문가가 아니다!
- 벤처스퀘어는 향후 등장할 버티컬의 마중물이 될 것!
플래텀(이하 ‘플’) : 자주보는 사이끼리 이런 인사는 어색합니다만, 이렇게 인터뷰 자리에서 뵙게되서 반갑습니다. 창업과 관련되어 대표님을 가르키는 다양한 수식어들이 있습니다.
명승은 대표(이하 ‘명’) : 이걸 제일 먼저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는 스타트업 전문가가 아니예요. 더군다나 창업 전문가도 아니고 컨설턴트도 아닙니다. 제가 그러한 명칭을 이름 앞에 붙여본 적도 없구요. 원래부터 제가 포지션 한 것은 미디어였고, 게중에 스타트업을 다루는 버티컬 미디어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저에게 스타트업 전문가, 창업 전문가의 포지션을 원한다면 그들이 기대하는 것을 해줘야겠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공부를 더 하게 되기도 하구요.
또 많이 듣는 이야기 중에 제가 기업가인지 아니면 저널리스트인지를 묻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예요. 저는 계속해서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하고 싶다로 말씀드리고 싶어요. 굳이 구분하기 보다는, 미디어를 잘 아는 기업가 일 수도 있고, 기업을 잘 아는 저널리스트일 수도 있는거죠.
플 : 대표님을 찾아오는 스타트업들이 많을듯 싶은데요.
명 : 최근에 많이 찾아오세요. 그분들을 만나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앞으로 스타트업과 함께하는 일들이 더 많아질듯 싶어요.
플 : 벤처스퀘어는 스타트업미디어들 중에서 맏형님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구요.
명 : ‘벤처스퀘어 정도면 잘 된 사례 아니냐’ 라는 말을 간혹 들어요. 하지만 제 기준에서는 많이 모자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야하는 사명감 같은게 있어요. 제가 원하는 미디어상으로 벤처스퀘어를 성공시키게 되면 여타 버티컬들도 성공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벤처스퀘어를 통해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플 : 대표님의 의도와는 상관없겠지만, 플래텀이 만들어지는데 큰 공헌을 하셨습니다. 소감을 여쭤봐도 될까요(웃음).
명 : 전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만, 주변에서 플래텀을 궁굼해하는 분들이 있더라구요. 심지어 저한테 ‘플래텀이 왜 만들어졌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었어요. 제가 어떻게 아느냐고 대답했죠(웃음).
플 : 벤처스퀘어와 플래텀, 비석세스를 경쟁사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명 : 적어도 벤처스퀘어는 경쟁사라는 인식은 없어요.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각자 역할에 충실하면 될듯 싶어요. 다른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저한테 한 가지 원칙이 있는데요. 경쟁하는 걸 정말 싫어해요. 경쟁은 두 가지 방식이 있잖아요. 남보다 우월해지거나 남을 끌어내리거나. 제가 그걸 못해요. 그래서 아예 남들이 안 하는 것을 찾아서 도망다녀요(웃음).
스타트업 경진대회를 민간차원에서 만든 것은 제가 처음이었어요. 그 이후에 비슷한 이벤트들이 많이 생기더군요. 그럴때마다 저는 다른 방식을 고민하곤 합니다. 솔직히 제가 기획하고 그 기획물이 성과까지 괜찮다면 쭉 이어나가고 싶죠. 하지만 유사한 형식의 행사가 여러개 생겨버리면 서로 밋밋해 지잖아요? 그런부분에 신경쓰느니 남들이 안하는 다른 방식으로 기획하고 실행하죠.
플 : 어떤 방식으로 바꾸신 건가요?
명 : 예전에는 시종일관 몰입을 요구하는 행사였다면, 최근에는 자유로운, 어찌보면 산만한 행사로 전환해 버렸어요. 컨퍼런스를 예로 들자면, 유명인사 몇 분을 통해 진행하기보다 수십개의 업체가 전부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는 방식으로요.
플 : 인력도 더 많이 필요하고 진행도 힘들지 않을까요?
명 : 그냥 하면 되죠(웃음). 참가자와 참관자에게 도움이 되는것이 중요한거니까요. 얼마전 글로벌 스타트업 컨퍼런스 같은 경우는 정보전달이 컨셉인 행사였는데요. 올해 말에 다시 준비를 하게 되면 두 세 개의 세션으로 나눠서 훨씬 더 효율적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플 : 얼마전 SBS방송에 출연하신 것에 대해 호불호가 좀 갈렸는데요. 이러한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명 : 개인적으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어요. 대신 최근 저에게 기대하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플 : 대표님이나 벤처스퀘어가 이래야 한다는 바람을 표현한다고 보시는 건가요?
명 :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기대감이 싫지는 않아요. 결국 그러한 바람도 관심인 것이고, 공개된 사람의 책임감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기자생활을 오래 하면서 좀 익숙한 것도 있구요. 예전 잡지사에서 근무 했을때도 독자 엽서를 받으면 어쩔 수 없이 그분들의 의견에 영향을 받게 되더라구요. 예를들자면, 이미 지난호에 실렸던 내용이 왜 없냐는 독자 엽서를 받게되면 황당하다고 느끼기 보다는 앞으로 발간 되는 잡지에 독자가 요구한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기획해서 넣어야겠구나 라는 아이디어를 구현하는거죠.
마찬가지로 저에게 단소리 쓴소리를 해주시는 것은 저에 대한 기대를 표현하는 동시에 아이디어를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피드백들을 계속 맞추려고 노력하면서 완성도가 높아지는듯 싶어요. 제 능력 이상의 기대를 해주시면 버겁긴 합니다만, 동시에 자극도 받게 되죠. 전 자극 받으면 하거든요(웃음).
- 구현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을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조력자 찾기!
- 글로벌 정책, 미국시장 진출이 능사?
플 :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의미심장한 화두를 간간히 던지시고 계시는데요. 어떤 의도가 있으신 건가요?
명 : 자기 개발서 한 권 내볼까 싶어서요(웃음). 지금은 페이스북을 통해 짧게 올리는 수준이지만 이것이 챕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여기서 또하나 느끼는 것이 페이스북에 달리는 피드백들을 보면 제 페이스북은 더 이상 일기장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요.
플 : 열렬한 팬이 간혹 안티가 되기도 하죠?
명 : 저 안티 많아요(웃음). 개인 호불호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플 : 조금 이야기를 바꿔서 정책적인 부분에 대해 여쭤봅니다. 최근 글로벌 지원책들 보면 대부분 영어권, 특히 미국쪽에 편중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그 외 국가 특히 아시아권 진출에 대한 지원은 미미하게 보입니다. 예를 들자면, 기획이나 아이디어, 개발력은 좋은데 타겟 시장이 동남아라서 지원분야에서 떨어졌다는 사례도 있던데요.
명 : 작년부터 중소기업청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과 인프라 중심의 간접지원으로 돌아서야 한다는 두 가지 화두가 있었어요. 글로벌 이라는 화두도 같은 흐름 속에서 나온거에요. 현재 활동하는 다수의 VC들이 영어권이 배경이기도 하구요. 이런 분위기가 형성 되다 보니 그런 흐름이 생긴듯도 싶어요. 미국의 페이스북 사례가 떠오르니 미국식으로, 미국으로 가겠다는 편향된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도 있구요. 또는 동남아에 진출하는 것이 우리 격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인식도 어느정도 있을겁니다.
여담일수도 있습니다만, 글로벌 진출에 앞선 해당국가 시장조사 방식이란 것이 너무 뻔해요. 미국시장이면 미국 미디어를 조사하고, 중국시장이면 중국 미디어를 조사하는 식이죠. 그렇다보니 감춰진 이야기는 항상 늦게 나오게 되죠. 시야을 넓히는게 필요해요. 글로벌 스타트업 컨퍼런스에 참가했던 ‘팀유럽’은 조금 당황했다고 하더라구요. 자신들은 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미국시장 진출 얘기를 해달라고 하니까요.
플 : 새로 들어설 정부의 ‘창업 기획사’에 대한 내용을 보고 참신한 방식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던데요.
명 : 3~4 가지 해외사례가 복합적으로 들어간 건데요. 먼저 실리콘 벨리의 창업 생태계와 엑셀러레이션 생태계를 본받자는 부분과 이스라엘의 글로벌 진출 지원 사례, 그리고 핀란드의 청년 취업에 관련한 정부 지원 정책, 프로젝트 칠레 등의 사례들을 합친 형태라고 볼 수 있어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나오게 된 정책이지 새로운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기업의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증명된 현재 인프라 지원을 통해 작은기업을 키우는 것이 미래 지향적이라는 판단하에 나오게 된 것이죠.
플 : 앞서 타인과 경쟁하느니 새로운 길을 찾는다는 말씀이 인상적인데요. 이 밖에도 가치관으로 삼고 계신 것이 있나요?
명 : 조력자 찾기라고 해두죠. 과거 혼자서도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특히 기자였을 때는 그러한 성향이 심했죠. 그런데 팀을 이루고 사람들과 협업하고 교류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 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요. 벤처스퀘어도 이러한 컨셉으로 만들어진 매체이고, 진행했던 행사들 역시 모두 협업의 과정을 통해 이뤄낸거죠.
이렇듯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의 삶을 살아와서인지 협업하고 네트워킹 하는 것이 많은 것들을 이뤄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같이 무언가를 할 때 분명하게 아젠다를 세우고, 뚜렷하게 마감을 지켜나가면서 진행하면 결과는 분명히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됬죠. 그래서 목표가 생기면 조력자를 구한다는 것이 제 첫 임무가 되었어요.
또 한가지는 네트워크를 통해 하는 일은 ‘좋은 일’ 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좋은 일은 금전적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힘든것은 있지만(웃음).
- 창업을 위한 창업, 수익모델이 정부지원인 창업 시도는 지양해야
- 사업은 수 많은 사람들의 기회비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
플 : 최근 창업환경이 참 좋아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 많이 보이시는데요. 대표님이 보시기에 이건 정말 아닌 경우, 혹은 지양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명 : 예를들자면, ‘많은 고객을 모으면 많은 광고주를 모을 수 있을거다’ 혹은 ‘많은 공급자를 확보하면 많은 수요자를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같이 중간 유통 과정 아이디어만 있고 자신의 오리지널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경력자들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가지고 와요. 창업을 결심한 분들은 항상 최선의 경우만 생각해요. 나쁘다고 할 수 는 없지만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이상의 날개를 달고 있다고 해도 발은 땅을 딛고 있어야죠.
제가 가장 우려하는 케이스는 성공 가능성이 낮은 아이템을 가지고 와서 수익 모델을 정부 사업으로 하겠다는 거에요. 고객 니즈는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오직 정부지원만을 바라는 형태죠. 이런 시도는 지양해야한다고 봐요.
플 : 한마디로 창업을 위한 창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명 : 아이디어는 사업이 아니죠. 또 하나를 말하자면, 창업 과정에서 파운더끼리는 굶어가며 고생 할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직원들에게 월급 안 주고 고통 분담을 하자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같이 고생하자고 생각하는 것은 기업인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고용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책임진다는 거잖아요? 단지 내가 필요하기 때문에 뽑아서 쓴다는 자세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플 : 벤처붐이 일던 시절 라면 먹으면서 개발했다는게 미담처럼 전해지는 시절도 있었죠.
명 : 직원이 자발적으로 그런다거나, 혹은 본인이 초보라서 회사에 배우고 싶어서 왔다면 모르겠지만, 주인 답지 않은 상황에서 주인의식을 강요하는것은 말이 안 되죠. 창업자는 항상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인생 뿐만 아니라 남의 인생을 걸고 하는 일이 잖아요. 사업은 수 많은 사람들의 기회비용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잊지 말고 책임감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에게 상담을 하러온 스타트업분들 중에 자신의 아이템의 공개를 꺼리는 분들이 계세요.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개하면 남들이 도용해 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저 개인적 소견으로 이런 분들은 아직 창업의 자세가 안됬다고 생각해요. 아이디어를 다 꺼내놔도 남들이 모방하지 못할 만큼 되어야 창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아닐까요? 남에게 자신의 아이템을 꺼내지 못한다는 것은 스스로도 자신이 없다는 것으로도 보여요. 그래서 자신만의 컨텐츠가 필요하다는 거죠. 창업자라도 오리지널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플 : 특성화 고교에서의 창업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경험이 부족한 면이 있을텐데요.
명 : 나쁘다고는 생각을 안 해요. 다만 유도를 잘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창업멤버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꾸 CEO를 만들려는 분위기는 좀 위험하다고 봐요.
- 야후코리아의 실패요인? 성장동력이 없었기 때문
- 블로그의 부활? 산업논리에 따라 갈 것
- ‘데스크가 없는 미디어’가 미래의 미디어
플 : 대표님이 한때 근무하셨던 야후코리아가 한국에서의 서비스를 접고 떠났습니다. 대표님이 보시기에 야후가 실패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세요?
명 : 잘 나갔다가 망가지는 회사의 대부분은 성장동력을 못찾았기 때문이예요. 성장동력을 못 찾는 이유는 사람을 못 찾는 것에서 나와요. 생각해보세요. 1등을 했던 기업에 들어온 사람들과 1등이 하고 싶어서 입사한 사람들은 자세가 다를수 밖에 없어요. 즉 마음가짐의 차이인 거죠. 이는 악순환이예요. 1등을 했던 기억이 있는 선배들과 안전성이라는 후광을 보고 들어온 후배들만 있는 회사가 되는거예요. 그림이 그려지죠?
야후코리아의 경우는 글로벌 조직으로 세팅된 것도 한 부분일겁니다. 한국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거죠. 야후코리아가 한국사정을 본사에 설명해봐야 그쪽에서 납득을 못하면 지지부진할 수 밖에 없는거죠. 본사에서 납득할만한 데이터를 뽑아내려다보니 무리수가 있었던 것도 있구요.
플 : ‘벤처스퀘어는 미디어의 미래를 보여줄 것이다’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벤처스퀘어의 미래는 어떤 형태인가요?
명 : 제가 생각하는 미디어 미래상은 한번도 바뀐 적이 없어요. ‘미디어 비지니스는 욕망의 비지니스다’라는 건데요. 설사 수익이 없다 하더라도 결과물(글)은 나오게 되어 있어요. 제조업과 달리 인풋이 없어도 아웃풋이 나오는 것이 미디어 비즈니스입니다. 그래서 산업으로 진출하는게 어려워요. 아웃풋에 대한 노멀리티(평균점)이 안 나온다는건 또 다른 문제죠. 조직이 필요하다는건 기정사실이지만 욕망을 거스르면 안된다는 것, 기자가 도달할 수 있는 전문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이렇다보니 심도있는 콘텐츠가 점차 없어질 것이라고 봐요. 실제로 많은 전문잡지들이 사라지기도 했구요.
이런 상황을 타파하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 비용을 낮추고,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고, 조직적으로 움직 일 수 있는 구조로 새로운 모델을 생각하게 됐어요.
플 : 그것이 지금의 벤처스퀘어인건가요?
명 : 그런셈이죠. 궁극적으로는 볼륨을 만들어낼때 까지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제가 늘 주장하는 것은 버티컬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거에요. IDG가 바로 그런 사례죠. 이런 버티컬은 공동 수급도 했다가 경쟁도 했다가 다양한 구도를 만들어내요. 데스크가 없으니까 서로 상반된 내용들도 같이 다뤄질 수 있는 거죠. 맥월드와 PC월드의 예를 생각해봐도 서로가 서로를 비방하지만 이게 같은 그룹 안에 속해있는 매체들이예요.
한 마디로 ‘데스크가 없는 미디어’가 미래의 미디어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미디어는 편향되어 있어요. 객관성과 중립성은 광고가 붙기 시작하면서 나온 거예요. 권력은 돈에서 나왔고 그 방향성에 따라 미디어가 나온거죠. 미디어의 역사가 그렇습니다. 중립성과 객관성은 산업사회가 만들어놓은 허상인 거죠. 공정성을 논하는 것이 어렵다면, 독자가 원하는 뷰, 독자가 원하는 정보를 가져다 주는 것이 미디어라고 생각해요. 독자를 가르치면 안되죠.
개성이 명확한 버티컬들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IDG의 방향성을 보면서 벤처스퀘어와 같은 방법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됬어요. 벤처스퀘어가 성공적으로 살아남게 된다면, 나중에는 책 리뷰, 음식, 요리 같은 버티컬 저널을 만들어보고도 싶어요.
플 : 대표님은 한때 자타가 공인하는 ‘블로그 전도사’셨잖아요? 블로그를 통해 많은 기회를 창출하기도 하셨구요. 지금은 블로그 시장이 침체라는 것이 중론인데요. 반등의 기회가 올까요?
명 : 저는 결국 산업의 논리라고 봐요. 미디어 산업에서 ‘신문이 살아날 수 있을까’ 라고 묻는것과 같은 질문이죠. 근데 신문이 줄긴 했지만 미디어 시장이 죽었냐고는 단정 지을 수 없잖아요? 저널리스트 숫자가 줄어든 것도 아니구요. 블로그 역시 메타블로그, 블로그 대행사, 광고, 홍보, 마케팅, PR 등 이런 컨셉들이 없어졌다고 해서 원본이 사라지진 않거든요. 무용 에이전시가 다 사라졌다고 무용수가 사라지지 않는것 처럼요. 블로그의 액티브 유저들이 페이스북 등으로 옮겨갔을 뿐입니다. 신문이 죽을 순 있어도 저널리즘이 죽는건 아니고, 블로그가 없어진다해도 글쓰는 사람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봐요. 사람들의 활동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죠. 다만 거품이 빠진다고는 볼 수 있겠죠.
이러한 시장논리는 그렇다치고, 개인적으로 제가 돌아가고 싶은 고향은 블로그에요. 퍼블리싱 툴로서는 블로그를 가장 좋아해요. 실제로 시니어 파트너즈 유저들은 자기 인생을 기록하기 위해 블로그를 쓰고 계시더라구요. 집필에 가장 강력한 툴이 블로그라고 생각해요. 스타트업들이 확장해나가는 입장이라면 블로그 유저는 진지를 구축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죠.
플 : 뜬금없는 질문이기는 합니다만, 혹시 60대 쯤의 자신의 모습을 구상해보신적이 있으신가요?
명 : 저는 글쟁이로 살아왔고 평생 그럴 것 같아요. 다만 직업은 10년에 한 번씩은 바꿔줘야 한다는 생각은 있어요. 10년 간은 기자였고 또다른 10년은 비지니스 맨으로 살게 될것 같아요. 그 다음에는 여기서 파생된 무언가를 하지 않을까요?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고, 누군가가 나에게 기대하는 일을 말이죠. 아주 늙으막에는 포기했던 꿈인 그림을 한 번 그려볼까라는 생각도 있어요(웃음).
플 : 대표님의 꿈을 응원합니다. 꼭 이루시길 바랄께요. 더불어 벤처스퀘어의 건승 기원합니다!
인터뷰 정리 : 이민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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