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 및 지원기관 관계자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창업 생태계와 이를 막는 규제 등에 대해 논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28일 오후 7시 디캠프 세미나실서 스타트업 유관기관 관계자들의 정기모임인 ‘스타트업 라운드테이블’에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객원 인사로 참석했다.
유 의원은 기존 한국 경제를 이끌던 대기업에게 일시적이 아닌 근본적 위기가 찾아왔다는 우려와 외환위기 때와 같은 경제적 혼란의 시기의 도래에 대해 언급하며 차세대 성장동력이자 해법으로 ‘창업을 통한 혁신’을 이야기 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인구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국가 주력업종과 기존 기업이 제대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이 창업이라고 생각한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창업을 하려는 젊은이들을 위한 좋은 정책은 바뀌면 안 된다. 그리고 차츰 정부와 대기업이 손을 떼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디자인을 잘 해서 정치인이나 관료가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수의 스타트업이 사업의 걸림돌로 지목하는 규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치권이나 정부관료 일부는 기업 규제완화를 이야기하면 ‘대기업 봐주기’라고 보는 시선이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경제의 창조적인 파괴를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 한다. 그들에게 규제완화가 재벌을 돕는 것이 아니라 창업자와 스타트업 혁신이 대세임을 인식시켜야 풀릴 것”이라 말하며, “‘혁신적인 창업에서 국가 경제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말에 100% 동의한다. 대신에 제대로 해야한다. 의욕이 앞선 선무당이 되면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정치권이나 기관을 비판만 하지말고 적시에 개선되어야 할 부분을 알려달라. 어지러운 상황이지만 결국 해법은 정치에서 나온다. 많이 가르켜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행사 참석한 현업 스타트업 관계자인 박진우 대표와 박성용 이사는 P2P와 중고차 온라인 매매 사업의 길목에 도사리고 있는 규제에 대해 이야기 했으며, 고용기 오픈트레이드 대표는 KSM(한국거래소 스타트업 마켓)에 불필요한 규제가 있어 초기 활성화가 더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는 ‘일회성이 이벤트가 아니라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을, 스타트업 지원기관 디캠프의 김광현 센터장은 어지러운 정국 현황이 창업생태계에 무책임하게 미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고용기 오픈트레이드 대표, 박진우 헤이딜러 대표, 박성용 렌딧 이사 등 스타트업 관계자 및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 송인애 본엔젤스 대표, 윤종영 팁스타운 센터장, 아산나눔재단 정남이 사무국장,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등 스타트업 지원기관 및 투자사 20명이 자리했다.
(이하 유승민의 의원의 발언 전문)
개인적으로 기업을 해본적은 없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10년 정도 있었다. 이후 정치권에서 17년 있었다. 대학 졸업이후에 절반은 경제를 공부했고 나머지 반은 정치를 했다.
오늘 행사 서두에 플래텀 조상래 대표의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 동향’ 발표를 듣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2005년 봤던 중국과 2년 전 본 중국은 달랐다. 9년 사이에 중국이 엄청나게 변한 것을 느꼈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19년 전인 1997년은 한보철강이 부도가 났던 때다. 당시 대통령 가족부터 국회의원까지 부정한 돈을 받은 이들이 줄줄이 구속되었다. 일반국민이나 우리나 그것이 부폐사건이라고만 봤지 10개월 뒤에 IMF 사태로 이어질지는 예측하지 못 했다. 97년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온 나라가 힘들었다. 30대 재벌중 그사이에 14개가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알다시피 최근 나라가 많이 어지럽다. 현재 상황을 보면 한보철강 사태의 데자뷰같은 것이 느껴진다. 이전 정권때부터 우리 경제를 지탱해오던 주력업종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에 조선, 해운, 석유, 철강 등에서 구체적으로 위기가 닥치고 있다.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구조적인 한계로 인한 위기가 왔다고 본다. 우리경제를 이끌어간다고 생각한 대기업들이 일시적이 아닌 근본적 위기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내년, 혹은 내후년에 과거와 같은 경제 붕괴 형태로 나타날지 두렵다.
외환위기가 닥치고 난 이후 1998~2001년 사이 국내에 벤처붐이 불었었다. 당시 정부가 정책금융으로 벤처를 지원하는 것을 야당의원들이 좀 삐딱하게 봤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씨앗을 잘 뿌려놓고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간에 그 토양을 살려 생태계를 만들고, 실리콘밸리의 혁신적인 시스템을 한국에 온전히 이식 시켰다면 어땠을까 싶다. 현재 중국은 큰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실리콘밸리 모델을 그대로 가져와 중국식으로 소화해 엄청난 부를 일으키고 있다. 벤처붐 당시 제대로 생태계를 만들었다면 중국과 같은 경제 전략을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한 후회가 많다.
스타트업 기관이나 창업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것이 정부의 규제다. 스타트업 활성화에 정부의 규제와 법이 문제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정치권이나 정부관료 일부는 기업 규제완화를 이야히하면 ‘대기업 봐주기’라고 보는 시선이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경제의 창조적인 파괴를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 한다. 그래서 온라인 중고차 매매업 헤이딜러, 네일아트 O2O서비스의 폐업 사례가 등장한 거라 본다. 정책을 만드는 입장에서 관련 분과 의원 몇 사람이 잘 못 이해하면 생태계 흐름이 막혀버릴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들에게 규제완화가 재벌을 돕는 것이 아니라 창업자와 스타트업 혁신을 위함이라 인식시켜야 쉽게 풀릴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경제는 너무 늙은 업종의 늙은 기업과 일부 기업가정신이 부족한 2세 경영인들이 일선에 있다. 미국과 일본, 독일에도 오래된 기업, 패밀리 경영체제의 기업들이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탄생한지 15년 안쪽의 젊은 기업들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경제를 이끌어 가는 방식은 결국 젊은 기업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기술을 개발하고 M&A해서 역동적인 성장하고 있는 거다. 이런 현상은 근래에 새로 생긴게 아니고 몰랐던 지혜가 아니다. 조엘 슈펠터라는 경제학자는 19세기 말 20세기 초부터 창조적 파괴, 혁신, 앙트러프러너쉽을 이야기 했다. 그가 말한 앙트러프러너쉽, 즉 기업가정신의 기업가는 자본가와 투자자와는 다르다. 종합 예술가다. 그는 자본주의에서 돈을 창출하고, 시장을 바꾸고, 파괴를 통해 큰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자본주의가 발전한다고 했다.
정부가 국민에서 세금을 걷어 분배하고 복지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쉽다. 스웨덴이든 영국이든 미국이든 잘 하는 나라의 사례 중 우리에게 적합한 것을 찾아 시행하면 된다. 잘 분배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쨓든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인구수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국가 주력업종과 기존 기업이 제대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이것을 타개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은 복지와 분배보다 열 배, 스무 배 어렵다고 본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이 창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임기 5년의 정부가 바뀌더라도 창업을 하려는 젊은이들을 위한 좋은 정책은 바뀌면 안 된다고 본다. 지금 정치적 현안에 맞물려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재혁신해서라도 성공적인 육성 모델을 도입해 확산시키는 거점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차츰 정부와 대기업이 손을 떼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디자인을 잘 해서 정치인이나 관료가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만들어야 한다. 2000년대 초반처럼 하다가 멈추면 안 된다.
‘혁신적인 창업에서 국가 경제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말에 100% 동의한다. 대신에 제대로 해야한다. 의욕이 앞선 선무당이 되면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여러 창업자와 지원기관 관계자들이 각자 영역에서 활동하느라 바쁘겠지만, 우리 경제가 살아나는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정치권이나 기관을 비판만 하지말고 적시에 개선되어야 할 부분을 알려달라. 어지러운 상황이지만 결국 해법은 정치에서 나온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여러 학자, 창업가들에게 배우고 있다. 많이 가르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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