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의 미래, 미디어 커머스에서 보다.
“크리에이터를 넘어 콘텐츠, 콘텐츠를 넘어 커머스” MCN의 미래, 미디어 커머스에서 보다.
SNS를 꾸준히 이용하는 유저라면, 최근 SNS 상에서 다운펌이나 여드름패치, 올인원에센스 등의 뷰티관련 제품을 영상으로 소개하고 판매하는 포스팅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SNS에 제품사용 후기영상을 올리고(광고를 집행하여 노출시키고) 구매 URL을 포스팅에 남겨 다이렉트 구매를 유도하는 형태인데 댓글이나 공유 수를 보면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도 영상을 보고 제품을 구매하였는데 우려했던 것보다 가격대비 제품 퀄리티가 좋아서 꾸준히 구매하고 있다.
이러한 커머스 형태를 미디어 커머스(V커머스로도 지칭)라고 지칭하며, 대표적인 업체로는 MCN 업계에서 유명한 모바일 콘텐츠 ‘딩고’의 ‘메이크어스’와 남성뷰티 브랜드 ‘블랙몬스터’의 ‘블랭크티비’가 있다. 이들이 이끄는 ‘미디어 커머스’는 수익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던 MCN 업계에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
‘어떻게 수익을 만들 것인가’의 화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MCN 산업에게 수익창출의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는 미디어 커머스. 이 미디어 커머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MCN 산업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는 것부터 필요하다.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MCN이라는 산업을 규정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Creator, Contents, Commerce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MCN 산업의 발전 과정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MCN의 시작, Multi Creator Network]
불과 2~3년 만에 급성장한 MCN은 Multi Channel Network, 즉 다중채널네트워크 서비스의 약자로서 유튜브나 아프리카TV 같은 OTT(Over The Top)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1인 동영상 콘텐츠 제작자를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에서 생겨났다.
OTT 플랫폼에서 콘텐츠 제공자(크리에이터)에게 광고수익 등을 공유하는데, 인기 높은 채널은 그 수익이 상당히 높아지면서 (대표 BJ인 대도서관은 예능 방송에서 자신의 한 달 수익이 5,000만원이라고 공개했다) 콘텐츠 제공자를 지원해주고 대신 수익을 나눠 갖는 비즈니스가 MCN의 출발이었다.
<출처=마이리틀 텔레비전, MBC>
1인 크리에이터인 BJ를 연예인으로 본다면, MCN은 연예기획사에 해당한다고 비유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의 영상 콘텐츠 기획, 프로모션 관리, 저작권 관리, 수익 창출 및 판매, 고객관리 등 기존 SM이나 YG에서 제공하던 연예인 지원 서비스를 MCN 업체들이 제공해준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대표적인 MCN 업체로는 CJ의 ‘다이아 TV’와 ‘트레져헌터’ 등이 있다. 이들은 인기 BJ들과 소속 계약을 맺어 플랫폼수익을 나누고 브랜드의 광고나 프로모션 등으로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형태로 운영되었다. 방송국에서 개인의 집으로, 고가의 방송용 카메라가 개인 스마트폰 카메라로, TV속 스타가 모바일 속 스타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면서 만들어진 대표적인 산업군이 MCN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초창기 MCN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크리에이터 중심의 산업구조에 대한 업계의 고민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채널 광고수익과 브랜드와의 마케팅 콜라보레이션 수익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었고 무엇보다 콘텐츠 확장성 측면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BJ가 출연하여 셀프카메라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1인 방송 형식의 콘텐츠로 마니아층을 형성하는데 성공했지만, 디지털 시대에 높아진 유저들의 수준을 맞추고 다양한 개성을 가진 유저들의 콘텐츠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몇몇 스타 크리에이터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었고, 크리에이터 한 명에 의해 운영이나 수익이 좌우되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콘텐츠가 핵심이다, Multi Contents Network]
<출처=딩고 페이스북 페이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출발한 곳이 모바일 방송국 딩고로 유명한 ‘메이크어스’다. 페이스북을 통해 딩고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뷰티, 연애, 여행, 푸드 등 온라인 상에서 유저들의 관심을 끄는 주제들을 선정하여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스낵형 콘텐츠를 제작하여 배포했다. 페이스북이 개인과 개인을 연결해주는 관계망을 넘어 정보를 습득하고 즐기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메이크어스의 딩고 콘텐츠는 유저들의 엄청난 호응을 얻게 되었고, 월 평균 조회수 2억 이상의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크리에이터가 아닌 콘텐츠 자체가 중심이다 보니, 소비자들의 좋아요를 받는 채널도 ‘딩고’라는 브랜드 채널(페이스북 페이지)이 되었다. 딩고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수가 170만인데 웬만한 기성매체보다 더 높은 영향력을 가진 매체라고 볼 수 있다. 이후에 판도라TV나 TEDDY X처럼 자체 브랜드를 성장시키기 위해 콘텐츠를 제작, 배포하는 콘텐츠 중심의 채널들이 생겨났다.
메이크어스의 경우, 영상 콘텐츠에 제품을 노출시키거나(PPL) 브랜디드 콘텐츠 등의 광고 상품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예를 들어, ‘이슬라이브’라는 콘텐츠는 가수가 취중 노래를 부르는 형태의 스낵형 콘텐츠인데 참이슬 브랜드와 콜라보를 통해 콘텐츠 제목(이슬라이브)이나 술을 마시며 부르는 노래라는 요소를 통해 브랜디드 콘텐츠로 제작된 콘텐츠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콘텐츠 중심의 MCN도 수익성 문제로 과도기를 맞이하게 된다.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 안에 있는 하나의 페이지이기 때문에 방송국의 수신료처럼 플랫폼 수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따로 광고지면을 제공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특히 수익을 위해 브랜드가 원하는 수준을 콘텐츠에 담게 되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고, 그렇다고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콘텐츠를 유료화시키는 건 소비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일이었다. 오직 브랜드와의 콜라보(광고판매)만으로 수익성을 유지했기 때문에 수익성에 대한 비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양한 콘텐츠 유통을 통해 콘텐츠 플랫폼으로의 가치는 높은 성장을 이루었지만, 브랜드에 의존된 수익구조이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기 어려웠다. 피키캐스트가 수익성 문제로 과도기를 겪었던 상황과 유사하다.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한 브랜드 파워를 활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미디어 커머스는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비즈니스 모델이다.
[기존 MCN의 문제, 수익성]
크리에이터 중심의 MCN이든 콘텐츠 중심의 MCN이든 가장 큰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나 콘텐츠에 브랜드를 녹여낸 브랜디드 콘텐츠 등 MCN의 수익은 브랜드 의존적이었기 때문이다. (광고나 매체 회사가 태생적으로 브랜드에 의해 수익이 좌우되기 때문에 사업성장의 한계를 가지는 것과 유사하다)
비약적인 성장을 꿈꾸는 MCN 업체들은 허기질 수밖에 없는 수익구조이며, 이러한 MCN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실마리가 바로 미디어 커머스에 있다.
[이젠 미디어 커머스다, Multi Commerce Network]
미디어 커머스란 디지털 콘텐츠(영상)를 기반으로 커머스를 연결하는 사업형태다. 제품 브랜드가 모바일 상에서 영상콘텐츠를 통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영상 기획 및 제작 등을 지원하는 유형부터 MCN 업체가 직접 브랜드를 론칭하고 제품을 개발하여 유통 및 홍보까지 MCN 채널을 통해 진행하는 유형, 모바일 상에서 영상 콘텐츠로 제품 홍보 및 판매를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채널)을 제공해주는 유형까지 미디어 커머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여러 가지로 나뉜다. 물론 공통점은 영상 콘텐츠에 커머스를 더 했다는 점이다.
피키캐스트는 지난 2월부터 모바일판 홈쇼핑이라 할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를 론칭했는데 홈쇼핑에 상황극을 더해 새로운 재미와 유익한 쇼핑을 돕는다는 취지다. 피키캐스트 역시 수익창출을 위해 콘텐츠에 커머스를 더한 것이다. 우먼스톡은 화장품 업체의 홍보 영상을 무료로 제작하여 우먼스톡 앱에 배포해주고 대신 제품을 싸게 공급받아 영상을 시청하는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모바일 상에서 영상 콘텐츠로 제품을 판매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플랫폼(앱)인 것이다.
이번 글에서 조명하고자 한 모델은 MCN업체가 제품개발부터 홍보, 유통까지 진행하는 유형으로 페이스북에 영상 콘텐츠(제품사용 후기영상)를 포스팅하여 다이렉트 구매를 유도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닥터덴티(위), 젠틀피버(아래)>
메이크어스에서 만든 젠틀피버 브랜드의 톤업에센스부터 블랭크티비에서 만든 블랙몬스터의 다운펌, 탈모패치나 닥터댄티의 치아미백 7일 완성 프로그램 등 뷰티관련 제품들의 사례가 대표적인데 소비자들의 엄청난 호응을 일으켰다. 블랭크티비가 블랙몬스터를 론칭하고 3개월 만에 15억을 벌었다는 소식은 업계에 유명하다.
하나의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다보니
이렇게 긍정적 반응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MCN 업체들의 채널 경쟁력과 소비자의 니즈를 잘 파악하는 콘텐츠 경쟁력에 있다. 흔히 픽미족이라 불리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모바일을 통한 제품구매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고, 모바일 상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페이스북에서 강력한 채널 경쟁력을 가진 MCN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수월하다. 무엇보다 모바일 생태계에서 소비자가 어떠한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지를 항상 고민해왔기 때문에 소비자 니즈에 맞는 제품을 기획하고 그 제품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능력이 잘 갖추어져 있다.
[커머스 환경의 변화가 만들어낸 미디어 커머스]
MCN 업체가 미디어 커머스로 진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커머스 환경의 변화가 기인했다.
- 1. [판매] 이커머스의 대형 유통채널 없이 자체 SNS 채널만으로 판매가 충분히 가능하다
- 2. [홍보] 제품을 차별화되게 보여 줄 아이디어만 있다면, 자체 SNS 채널만으로 홍보가 충분히 가능하다
- 3. [제품] OEM 방식의 대중화로 자체 제품 제작인력이 없더라도 누구나 제품생산이 가능하다
모바일이라는 세상 안에서는 누구나 제품을 만들고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MCN 산업의 가장 큰 장점인 채널 경쟁력과 콘텐츠 경쟁력이 위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모바일상에서 경쟁력 있는 채널을 가지고 있는 MCN이기 때문에, 좋은 제품(콘텐츠)만 잘 만들어낸다면 기존 광고수익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 중심의 MCN 업체에서 제품을 만들어 성공한 사례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이미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제품을 직접 제작하고 판매하는 사례가 많으므로 국내에서도 조만간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브랜드나 제품이 만들어질 것이라 예상된다.
[미디어 커머스의 조건]
현재 미디어 커머스로 성공한 제품들을 정리해보면 아래의 공통점을 가진다.
- 1. 비자 니즈에 맞는 아이템
- 2. 유통플랫폼 없이 SNS로 다이렉트 판매
- 3. SNS기반, 흥미로운 아이디어 영상 콘텐츠로 홍보
- 4. 3만원 이하의 저렴한 아이템
- 5. 10~20대 위주 타겟팅
다섯 가지 요소 중에서도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아이템이 미디어 커머스의 핵심조건이다. 남자라면 옆 머리가 뜨는 것을 불편해하므로 이를 해결해 줄 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포인트, 치아미백을 하고 싶어도 비싸다는 이유로 미루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미백이 가능한 제품이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한 포인트 등 소비자 니즈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소비자 인사이트가 담긴 제품이라면 판매성과는 당연하지 않을까?
어떠한 제품을 만들 것이냐, 누가 소비자 니즈에 맞는 제품을 기획하느냐의 싸움이고 결국 미디어 커머스의 본질은 콘텐츠다.
[미디어 커머스의 과제]
미디어커머스가 MCN의 미래가 되기 위해서는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제품분야의 확장이 필요하다. 아직 미디어 커머스에서 선보이고 있는 제품군은 성능 위주의 고관여제품이 아닌 저관여제품에 해당한다. 대기업이 진출하지 못한 틈새상품 위주이자 현재는 뷰티에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MCN 업체들의 커머스 관련 노하우가 축적된다면 더 많은 분야로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리고 제품퀄리티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실제로 사용후기 댓글 중에는 부정적인 댓글들이 있다. 이러한 댓글들이 점점 많아진다면, 제품 전문성에 의문을 가지기 쉬운 MCN 업체들이기 때문에 신뢰를 잃기 쉬울 것이다. 그래서 제품퀄리티 확보 및 CS대응 등이 중요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콘텐츠 경쟁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동영상을 보고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읽은 다수의 유통업체들이 미디어 커머스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티몬의 티몬라이브TV나 CJ오쇼핑의 1분홈쇼핑, 인터파크의 라이브온쇼핑 등 커머스에 콘텐츠를 녹인 비즈니스 모델이 많아지고 있다. MCN이 콘텐츠에서 출발하여 커머스를 녹이고 있다면, 유통업체는 커머스에서 콘텐츠를 녹이고 있는 것이고 미디어 커머스라는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MCN 업체들이 대형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MCN이라는 산업은 형성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은 신생업계이기 때문에 더욱 도전적이고 트렌드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떠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로 MCN이 커머스를 담아낼 지 상당히 기대가 되며, MCN이 가진 콘텐츠와 채널 경쟁력을 기반으로 앞서 제시한 과제들을 잘 해결해나간다면 미디어 커머스는 MCN 산업의 든든한 먹거리가 될 것이다.
이성길 / 현재 광고회사에 재직 중인 광고기획자이며, 광고마케팅 관련 강사 및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플리토, 토니버거, 트리아뷰티 등 스타트업이나 신규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담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