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tartup’s Story #510] 경계를 넘는 사람들

아도바 안준한 대표(오른쪽)와 고재윤 글로벌 총괄(왼쪽) ⓒ플래텀

국경은 사람들이 만든 환상이다

국경은 사람들이 만든 환상이다. 지도에는 굵은 선으로 그어져 있지만, 실제로 그 자리에 가보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약속된 상상력이 만들어낸 경계일 뿐. 그럼에도 그 선은 종종 견고한 벽이 되어 사람과 문화의 이동을 가로막는다. 특히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역사와 정치가 빚어낸 보이지 않는 철벽이 솟아있다. 24년간 중국을 연구해온 안준한은 그 벽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해왔다.

그가 세운 ‘아도바’는 마치 물에 떠 있는 배와 같다. 바다라는 국경을 자유롭게 항해하며, 다른 나라의 항구를 오가는 무역선처럼 콘텐츠를 실어 나른다. 26개국에 걸친 수천 명의 크리에이터들이 이 배에 자신의 작품을 싣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닻을 내린다. 그들에게 국경은 이제 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니라, 건너야 할 바다에 불과하다.

안준한 대표와 고재윤 글로벌 총괄은 데이터와 인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다. 그들은 ‘뾰족한 문제’를 말한다. 단순히 비즈니스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콘텐츠로 국경을 넘어 지속 가능한 영향력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들은 어떻게 이 어려운 퍼즐을 풀어나가고 있을까?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콘텐츠는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하지만 그 콘텐츠로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아도바는 이 간극을 메우고자 한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경계를 정의하는 이 여정에는 어떤 통찰과 도전이 숨어 있을까?

30개의 작은 한국

“저는 중국을 30개의 작은 한국으로 봅니다.”

안준한의 말이다. 그의 얼굴에는 자부심보다는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 24년간 중국 시장을 들여다봤음에도, 그는 자신이 본 것이 중국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쉽게 생각한다. 중국은 인구 15억의 거대한 시장이니 뭐 하나만 팔아도 대박이 날 거라고. 하지만 안준한의 눈에는 중국이 서로 다른 30개의 시장으로 보인다. 한국의 인구가 5천만이니, 15억은 그런 한국이 30개는 모인 셈이다.

중국의 복잡성을 단 한 문장으로 압축한 이 통찰이 아도바의 시작이었다. 서울과 부산이 다르듯, 베이징과 상하이도 다르다. 광둥성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쓰촨성 사람들이 먹는 음식과 다르다. 젊은이들이 보는 콘텐츠는 중년층이 보는 콘텐츠와 다르다. 그렇게 30개의 서로 다른 시장을 하나의 중국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미숙한 단순화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가 찾은 공략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중국인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을 우리도 동일하게 구사해야만 진정한 시장 공략이 가능합니다.” 그것이 아도바의 DNA라는 설명이다.

문을 두드리는 방법

“중국 시장은 항상 중국 브로커를 통해야 된다거나 중국에 있는 에이전시를 통해야 된다고 얘기를 하는데, 저희는 중국 플랫폼과 다이렉트로 다 일을 하고 있거든요. 우회해야 될 이유가 없고, 우회했을 때 오히려 리스크는 더 커지는 거고. 대신에 정면으로 들어가면 좀 느리거나 관련된 규제들을 해결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저희 같은 레이어들이 필요한 거죠.”

아도바를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의 콘텐츠와 채널에 대한 소유권을 온전히 가질 수 있다.

아도바가 중국의 12개 주요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맺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중국 플랫폼들은 기본적으로 중국 신분증으로 채널을 만들고, 중국 은행 계좌로 정산받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외국인이 자기 이름으로 진입하려면 플랫폼 자체의 규칙을 바꿔야 했다.

이 과정은 마치 이중잠금된 문을 여는 것과 같았다. 문을 열기 위해서는 주인이 직접 잠금을 풀어야 한다. 그러나 주인에게는 문을 여는 이유가 없었다. 문 저쪽에는 어떤 손님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 손님이 무엇을 가져올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안준한은 이 문제를 ‘음지를 양지로’ 전략으로 풀었다. 사실 중국 플랫폼들은 콘텐츠가 필요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무단으로 가져온 콘텐츠들을 방치하고 있었다. 그는 플랫폼 운영자들의 고민을 정확히 파악했다. 그들에게는 매일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했다. 시청자들이 앱을 열 때마다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했다. 그러나 자국 내 크리에이터들은 콘텐츠보다 커머스에 더 관심이 많았다.

안준한은 그들에게 제안했다. “그럼 내가 그 크리에이터들하고 계약을 해서 직접적으로 데리고 올게. 콘텐츠들이 정상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내가 만들어 주겠다.”

이 제안은 양쪽 모두에게 윈윈이었다. 플랫폼은 합법적인 방식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었고, 크리에이터들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일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통계학적 접근

안준한 아도바 대표 ⓒ플래텀

“나는 데이터 쟁이입니다.”

안준한은 중국의 각 플랫폼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비리비리는 유튜브 같고, 샤오홍슈는 인스타그램 같으며, 더우인은 틱톡의 원형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차이보다 더 단순하고 효과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최대한 많은 플랫폼에 동일한 콘텐츠를 게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알고리즘은 본질적으로 복잡한 존재입니다. 어떤 콘텐츠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여러 플랫폼에 콘텐츠를 배포하면 어딘가에서는 반드시 반응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통계학적으로 훨씬 유리한 접근법입니다.”

아도바는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중국 12대 주요 플랫폼과의 공식 파트너십 및 현지 지사를 통한 실행 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국내외 3,300여 팀(국내 1,300여 팀, 글로벌 2,000여 팀)의 인플루언서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아도바는 자사 소속 및 협력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국가별 트렌드와 소비자 특성에 최적화된 콘텐츠 기획과 브랜드 맞춤형 캠페인 운영을 제공한다. 특히 중국 주요 플랫폼에서의 성과 기반 마케팅 사례와 현지화 전략 실행력은 아도바가 고객사의 글로벌 확장을 돕는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아도바의 이러한 접근법과 기술력은 외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최근 ‘혁신프리미어 1000’ 기업과 ‘아기유니콘’ 기업에 선정된 것이다. 혁신프리미어 1000은 금융위원회와 12개 산업 관련 부처가 국가 경제의 혁신 성장을 견인할 핵심 중소·중견기업을 선정한 프로그램이다. 아기유니콘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도하는 글로벌 유니콘 프로젝트의 첫 단계로, 혁신적인 사업모델과 성장성을 검증받은 유망 창업 기업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안준한은 이에 대해 “일종의 인정이자 책임감”이라고 말한다.

첫 번째 미국인

어느 날 아도바는 미국 시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글로벌 총괄을 맡고 있는 고재윤에 따르면, 미국 크리에이터들은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민감하게 포착한다. 그래서 아도바는 미국 크리에이터들과의 계약을 추진했다.

처음에는 아무도 아도바를 알아주지 않았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한국 회사가 갑자기 나타나 중국 진출을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누가 그들을 믿을 수 있겠는가. 아도바 팀은 미국 행사장에서 초청받은 발표자도 아니었다. 그저 일반 방문객으로 참석해 크리에이터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고재윤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저희가 어느 회사인지 이름도 못들어본 상태에서 그들이 저희를 믿어줄 이유는 하나도 없었죠. 미팅을 잡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시도했죠.”

그렇게 수없이 문을 두드린 끝에 미국의 요리 유튜버 닉 디지오반니(구독자 2,600만)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그 후로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온 작은 회사가 실제로 중국 시장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는 소식이 퍼졌다.

“하나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 관계가 또 다른 관계로 자연스럽게 확장됩니다.”

실제로 닉 디지오반니의 중국 내 채널이 성장하면서, 다른 미국 크리에이터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도바는 이제 더 이상 혼자 문을 두드리지 않아도 되었다. 크리에이터들이 먼저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코드명 ‘에그’

고재윤 아도바 글로벌 총괄 ⓒ플래텀

아도바는 지금 ‘에그 프로젝트’라는 코드명의 새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 서비스는 기존의 중국 시장 진출 지원에서 확장된 글로벌 서비스다. 채널이 글로벌하게 세팅되고, 로컬라이제이션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며, 댓글도 번역되어 관리된다. 더 나아가 광고주와의 연계까지 포함될 예정이다.

안준한은 심지어 중국 크리에이터들을 해외로 데리고 나오는 일까지 구상하고 있다. 중국에는 유튜브가 차단되어 있으니, 중국 크리에이터들을 글로벌 플랫폼에 소개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생각하는 다음 단계다.

아도바는 최근 크리에이터 산업의 세계적인 행사 ‘비드콘(VidCon)’에서 한국인 최초로 무대에 서는 초청을 받았다. 고재윤은 이 무대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와 아도바의 글로벌 확장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비드콘에서 중국 관련 주제를 다루는 것도 이번이 최초입니다. 비드콘이 중국 시장을 참가자들에게 소개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이 주목한 것은 아도바가 수년간 이 영역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유일한 기업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정체의 시기를 넘어

크리에이터들은 일정 구독자 수에 도달하면 성장이 정체되는 시기를 맞는다. 안준한은 이것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유튜브에서 구독자가 10만, 100만, 천만… 이렇게 늘어날 때마다 플랫폼이 실버 버튼, 골드 버튼 같은 상징적인 보상을 줍니다. 이런 보상은 크리에이터에게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지만, 흥미롭게도 그 시점이 바로 성장 정체의 시기와 맞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계속 말한다. “크리에이터들은 자문합니다. ‘왜 나는 100만 구독자인데 천만이 되지 않지? 이미 천만인데 왜 5천만, 1억으로 성장하지 않지?’ 그들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지만 결국 시청자 수는 정체됩니다. 결론적으로 성장 정체를 느끼는 순간이 오면, 그것이 10만 구독자이든 천만 구독자이든 상관없이 새로운 시장을 향한 갈망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 현상은 마치 등산을 하다가 마주치는 작은 정상과 같다. 정상에 오르면 잠시 성취감을 느끼지만, 곧 더 높은 봉우리가 보인다. 그리고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벽에 부딪힌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더 높이 오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그 순간, 크리에이터들은 새로운 산맥을 찾아 나선다. 그 산맥이 바로 다른 국가, 다른 언어, 다른 플랫폼이다.

이 지점에서 아도바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손을 내민다. ‘새로운 산을 함께 오르자’고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그 손을 잡았다. 안준한에 따르면, 아도바의 초기 1년 동안 200팀 이상의 크리에이터들이 독점 계약을 맺었다. 거의 매일 새로운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크리에이터들의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갈망은 컸다.

AI로 업그레이드되는 IP

아도바는 크리에이터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동시에 접근하고 퍼블리싱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활용에도 주력하고 있다.

“우리는 각 플랫폼별 최적화된 제목과 썸네일 생성부터 시작해, 앞으로는 자동 자막 생성, 콘텐츠 로컬라이제이션, 크리에이터와 광고주 간 매칭 시스템까지 모든 과정을 인공지능으로 구현하려 합니다. 이는 크리에이터의 국경 없는 활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함입니다.”

뾰족한 문제

“스타트업의 본질은 뾰족한 문제에 집중하고 그것을 끝까지 파고드는 데 있습니다.”

10년 후의 비전을 묻자 안준한은 이렇게 답했다. 그는 중국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많았음에도, 딱 하나의 문제를 계속 파고들었다. ‘크리에이터들이 지속 가능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문제가 풀렸을 때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지 증명해 나가는 것이 그의 일이다.

안준한은 당초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IT 서비스 회사로 피보팅하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시장의 필요에 따라 글로벌 매니지먼트도 일부 유지하는 유연함을 보여주고 있다.

“저희의 미래 방향성은 대형 크리에이터들과의 매니지먼트 관계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와의 소통을 통해 지속적으로 경험과 인사이트를 축적하되, 그 가치 있는 경험을 서비스에 체계적으로 녹여내는 데 더욱 주력하는 것입니다.”

데이터와 인간 사이

“데이터가 제시하는 답이 때로는 허상일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 출신의 안준한은 처음에 ‘데이터가 모든 답을 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데이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데이터는 강력하지만, 그것이 항상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엔지니어로서의 믿음이 있었다. 충분한 데이터를 모으면 그 안에서 패턴이 보일 것이고, 그 패턴은 곧 정답이 될 것이라고.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만들고, 플랫폼별 최적의 포스팅 시간을 분석하고, 하루에도 수만 개씩 생산되는 데이터 포인트들을 정리하면 완벽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데이터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았다. 같은 콘텐츠라도 어떤 날은 대박이 나고, 어떤 날은 조용히 묻혔다. 콘텐츠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는 데이터만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미묘한 것들이었다. 시대정신, 우연, 집단적 공감대… 이런 것들은 숫자로 환원되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고재윤은 다른 관점을 더한다. “우리는 크리에이터들의 진정한 동반자가 되고 싶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의 작품에 엄청난 애정을 갖고 있다. 그들의 콘텐츠에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사람을 신뢰한다.

고재윤의 접근법은 안준한과 미묘하게 다르다. 안준한이 데이터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려 했다면, 고재윤은 사람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통해 세계를 파악하려 했다. 이 두 가지 방식의 충돌과 융합이 아도바의 현재를 만들어냈다.

“저희는 데이터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데이터와 사람 사이의 균형을 찾고 있습니다. 데이터는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 방향으로 함께 걸어가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입니다.”

한한령 이후의 새로운 기회

(C)아도바

한한령 이후 급변한 중국 콘텐츠 시장에 대해 안준한은 “한한령은 일반 크리에이터들의 UGC 콘텐츠보다는 주로 유명 연예인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영향을 미쳤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중국 시장을 향한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한령 해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하하를 비롯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 한국 연예인들이 10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들이 중국 시장에 재진입하는 과정에서도 아도바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한령은 2016년부터 본격화되었지만, 흥미롭게도 그 기간 동안에도 ‘러닝맨’이나 ‘무한도전’ 같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은 중국 내 UGC 플랫폼에서 계속 서비스되고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한국 콘텐츠가 제한되었지만, 민간 차원에서는 여전히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와 소비가 있었던 것이다.

이는 마치 두 나라 사이에 물리적인 장벽이 세워졌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문화적 통로가 열려 있었던 것과 같다. 공식적인 정책과 실제 시장의 움직임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안준한은 이 간극을 정확히 포착했다. 한한령으로 인해 대형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은 제한되었지만, 일반 크리에이터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정치적 제약에서 자유로웠고, 개인 대 개인의 차원에서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었다.

이제 한한령 해제 분위기 속에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10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서둘러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도바는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크리에이터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이제 아도바의 길을 따라 중국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콘텐츠의 글로벌화, 쉬워지면서 어려워지는 역설

미래 콘텐츠 시장의 변화에 대해 고재윤은 흥미로운 역설을 지적했다.

“콘텐츠의 글로벌화는 기술적으로는 점점 더 쉬워지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얻는 것은 오히려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자막이나 더빙 같은 기술적 장벽은 낮아지겠지만, 진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와 수익을 창출하는 일은 더욱 복잡해질 것입니다. 이 간극을 메우는 전문적인 서비스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 말은 깊이 생각해볼 만하다. 기술은 항상 무언가를 쉽게 만든다. 그러나 쉬워진 만큼 경쟁도 심해진다. 누구나 국경을 넘을 수 있다면, 국경을 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단순히 콘텐츠를 번역하고 해외 플랫폼에 올리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질문으로 돌아간다. 무엇이 이 콘텐츠를 특별하게 만드는가? 왜 중국인들이 한국 콘텐츠를 봐야 하는가? 혹은 왜 한국인들이 미국이나 중국 콘텐츠를 봐야 하는가?

아마도 그 답은 보편성과 특수성의 균형에 있을 것이다. 너무 보편적이면 지루하고, 너무 특수하면 공감하기 어렵다. 국경을 넘는 콘텐츠는, 특정 문화의 색채를 가지면서도 인간의 보편적 감정과 경험을 담아내야 한다. K-Pop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적인 특색을 가지면서도, 전 세계 젊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비주얼을 담았기 때문이다.

안준한의 말처럼, “콘텐츠는 이미 국경을 많이 파괴했다.” 그러나 그 콘텐츠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아도바는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경계 너머

ⓒ플래텀

인터뷰 마지막, 아도바의 미래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달라는 요청에 두 사람은 이렇게 답했다.

“콘텐츠는 이미 국경이라는 경계를 상당 부분 허물었습니다. 저희의 핵심 목표는 그 콘텐츠를 창작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 안준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창작자와의 진정한 관계 구축은 결국 인간적 교감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 고재윤

이 두 문장은 아도바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 한쪽에는 기술과 데이터를 통한 효율성과 확장성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관계가 있다. 아도바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추구한다. 기술을 통해 확장하면서도, 인간적 관계를 통해 깊이를 더한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나는 안준한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가 생각하는 국경의 의미가 무엇인지.

“국경은 지도 위에 그어진 선이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기술을 통해 극복하려는 것은 물리적인 국경이 아니라, 마음속의 국경입니다. 크리에이터들이 ‘저기는 너무 멀어’ 혹은 ‘저 시장은 너무 어려워’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마음이 바로 국경이 되는 것이죠.”

그들이 마주한 국경의 의미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콘텐츠가 국경을 뛰어넘는 순간, 그것을 만든 사람도 국경을 넘어설 수 있게 된다.

나는 때때로 생각한다.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세상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변할지. 세계는 이미 충분히 가까워졌다고 느낄 때, 안준한 같은 사람들은 그 사이의 거리를 더욱 좁히고 있다.

우리는 지금 국경이 무너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물리적인 경계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디지털 세계에서는 그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콘텐츠의 이동은 자유로워졌고, 이제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도 자유로워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장벽은 있다. 중국과 한국 사이의 철벽, 언어의 장벽, 문화적 차이의 장벽. 그러나 이런 장벽들도 시간이 지나면 허물어질 것이다.

아도바가 전 세계의 수많은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걷고 있는 길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그들은 ‘뾰족한 문제’를 파고들며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세계를 바꾸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더 멀리, 더 오래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 아도바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인지도 모른다. 국경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기회,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

ⓒ플래텀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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