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적폐청산#2]진정한 멘토를 만나고 싶어요.
[편집자주]스타트업이란 이름 아래, 혁신 서비스를 구현해가는 창업자들이 사회 저변에 자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이에 보조를 맞춰 민관 협력으로 창업 생태계를 지원하는 크고 작은 환경이 조성됐고, 묘목으로 그칠 뻔한 스타트업이 어느덧 경제라는 숲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특정 분야가 주목받으면 어김없이 잡음도 뒤따른다. 특히 ‘적폐’라 할 수 있는 비도덕적인 이슈는 정리되어야할 사안이다.
이에, 본지는 스타트업 내에 자리 잡은 문제를 진단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사업 운영에 필요한 ‘멘토’
초보 사업가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는다. 탓할 수는 없다. 경험이 없다면 뭘 모르는 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선행자의 조언이 절실하다. 사업이 잘 되고 있는지 스스로 100% 확신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누군가에게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조언을 해주는 기관 및 사람을 ‘멘토’, 지원하고 힘이 되는 행위를 ‘멘토링’이라고 한다. 보편적으로 멘토는 사업 아이템 뿐만 아니라 회사 조직 구성 또는 법률적인 조언 등 전반적인 사업 운영에 도움을 준다.
열정은 넘치지만 초보 사업가가 많은 스타트업 현장에서 멘토는 필요한 존재다. 이들의 영향으로 생각으로만 그칠 아이템들이 훌륭한 유형의 자산이 되어 등장한다.
현재 국내 포털에 스타트업 멘토링을 검색하면 관련 서적부터 정부 기관 및 사기업이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 도움을 주기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민관 창업지원기관에서 정기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고, 여성과 대학생 창업자만 따로 모아 컨설팅을 하기도 하며, 기술 기반 스타트업 이라면 중요하게 여기는 IP관련 컨설팅과 농식품 관련 기업만 따로 모아 조언을 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이 맞물려 보인다.
문제는, 이런 멘토와 멘토링 프로그램에 대한 스타트업 대표와 기관 간 견해가 다소 다르다는 것이다.
멘토링을 경험한 대표들은 멘토의 자질과 진심어린 멘토링 부재를 아쉬움으로 꼽았다.
#사연1. “멘토링, 믿을 수 없어요”
기술 기반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정부가 지원하는 멘토링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있다고 했다.
믿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그간 만난 멘토들이 좋은 사람들인건 확실하다. 다만 필요한 인사이트를 얻지는 못 했다. 우린 맨바닥에서 직접 사업을 일궈본 경험있는 멘토의 조언 절실한데, 내가 겪은 멘토의 대다수가 대기업 출신 혹은 학계 사람들이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현장 경험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대기업 출신 멘토는 자금과 인력이 뒷받침된 상황에서 기업을 성장시킨 이들이다. 스타트업과 시작점이 다르다. 그래서 그들의 말이 잘 와 닿지 않는다. 우리처럼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업을 만들어 본 경험있는 선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멘토의 자질이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
O2O 서비스를 운영 중인 스타트업 대표 B씨는 정부가 매칭해 준 멘토와 상담했다가 기분만 상했다.
그는 멘토링과 지적재산권이 보장되는 정부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아이디어를 올리니 여러 멘토가 지정됐다.
어느 날 온라인 창에서 메시지로 해당 아이템에 대한 얘기를 하던 중, 멘토와 통화까지 하게 됐다. 통화에서 B씨는 멘토에게 아이디어에 대한 혹평을 들었다. 판단기준이야 다를 수 있지만 멘토가 ICT와 IT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이해가 없었고, 감정적이었다는 것이 B씨의 생각이다.
B씨는 “내 생각을 이해시키려고 얘기를 했는데 이래서 젊은 애들은 안 된다, 아무런 조언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자기 생각에 빠져 산다는 등 감정 섞인 얘기만 돌아왔다”고 했다. 이어 “내가 멘토링을 받으려는 이유는 된다/안 된다 평가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아이템의 현재 방향과 운영을 재고하기 위함이었다. 취지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달라 아쉬웠다”고 말했다.
#사연2. 멘토링을 ‘영업 수단’으로만 접근하는 멘토…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멘토링 행사에 참여해 본적 있다는 스타트업 대표 C씨는 “만나본 멘토 중 몇몇 멘토는 멘토링을 영업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고 했다.
그는 “멘토로 활동하는 분들 중 멘토링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있다”며 “한 번은 어느 멘토로부터 연락이 와 만나보니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컨설팅 영업을 해서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사연3. 배울 점 많았던 멘토, 알고 보니 이해 못할 요구까지 하는 ‘진상’
O2O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 D씨는 한 선배 창업자이자 멘토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업계 네트워킹 행사에서 우연히 마주친 선배 창업가는 첫 인상이 세련됐고 뛰어난 언변을 자랑했다. 배울 점이 많을 거라 생각하고 따랐으나 그는 잦은 술자리 강요 및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면모를 보였고, D씨는 결국 그와의 관계를 정리했다.
그는 “앞으로도 술자리에 불러내 친분을 과시하거나 눈살 찌푸릴 언행을 하는 사업 선배라면 피할 생각”이라며 “사업적 역량 뿐만 아니라 인성을 갖춘 이가 진정한 멘토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직 멘토 A씨, “열린 마음으로 조언을 받아들였으면”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기관에서 멘토로 활동했던 A씨는 “기본적으로 멘토링의 골자는 ‘사업가와 프로그램의 동반 성장’에 있다”며 “멘토 대다수가 분야별 박사학위 취득 후 동 분야 수행 2년 이상,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노무사 등 국가공인자격 소지자, 중소기업 진단, 경영자문, 컨설팅 경험 5년 이상 등 일정한 자격 요건에 맞춰 선정한 인력들”이라 설명했다.
이어 “멘토링을 받겠다고 오는 사람들 대다수는 사업에 확신과 열정이 많은 편이다.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사업에 조언을 하면 ‘태클’을 건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다”며 “스타트업에 대한 열정이 있고 중소기업 경영자문을 효과적으로 수행 할 수 있다고 인정된 이들이 멘토 선정의 전제인 만큼, 열린 마음으로 조언을 들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스타트업 대표들, “실제 창업해본 분으로부터 현실적 조언을 들을 기회가 많아졌으면”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현업에 종사해 본 경험’과 ‘신뢰’를 멘토의 최우선 조건으로 꼽았다.
한 대표는 “작년에 정부기관 한 멘토링 행사에 참석했는데, 투자사 등 실제 사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관계자가 참석해 사업의 문제점과 충고를 해줬다. 그 내용을 새기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실질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은 행사라면 언제든지 달려가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표는 “사업을 운영하는 동안 충분한 고민을 해본 경험이 있는 분이 함께해 줬으면 좋겠다”며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필요할 때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멘토라고 보는데, 스타트업 현장에 이런 분들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