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중국 전자상거래 생태계는 대학 캠퍼스…배우고 가르치며 성장한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중국 시장, 특히 전자상거래 시장은 놓칠 수 없는 화두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이 중국 전자상거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중국 1위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에 입점’을 염두에 둔다면,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은 알리바바 내 어떤 플랫폼이 자신의 사업 영역과 맞느냐는 것이다. 중국 전자상거래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알리바바를 단일 플랫폼으로 여긴다. 하지만 알리바바에는 기업대 기업(B2B), 기업대 소비자(B2C), 소비자대 소비자(C2C) 등 서비스 유형에 따른 여러 플랫폼이 있다. 타오바오, 티몰, 알리바바닷컴, 1688 등이 그것이다. 가장 기초적인 내용이지만 잘 모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울러 국내에 알리바바의 공식 파트너라는 타이틀이 제법 많다. 당장 포털에서 검색만 해도 수십 개의 ‘공식’ 대행업체가 나온다. 하지만 알리바바가 인증한 한국 공식파트너는 그 수가 많지 않다. 적지않은 수의 미확인기업들이 알리바바의 대행, 알리바바의 한국벤더 라는 타이틀로 혼란을 주고있는 것이다.
알리바바 티몰글로벌 이민기 시니어 매니저를 만나 중국 전자상거래, 한국기업들이 알리바바산하의 역직구플랫폼 변환기를 맞으면서 주의해야할 점, 그리고 알리바바에 대해 들었다.
티몰글로벌 이민기 시니어 매니저 / 사진=플래텀DB
티몰과 타오바오 등 서비스유형을 정리차원에서 소개해주면 좋겠다. 입점에 대한 기준도 있을테고.
크게 씨투씨(C2C), 비투비(B2B), 비투씨(B2C)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타오바오는 개인이 몰을 열어서 판매하는 씨투씨 형식이고, 무역을 위한 비투비 플랫폼은 알리바바닷컴, 중국 내수 비투비 플랫폼은 1688이다. 그리고 티몰은 비투씨 플랫폼으로 한국 제조사나 유통사가 주로 입점한다. 우리끼리는 각각의 플랫폼 성격에 따라 시장과 마트, 백화점이라고도 표현한다. 판매자는 자신의 사업 성격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한국에 알리바바 공식 파트너라 자칭하는 곳들이 많다.
포털에서 알리바바를 검색하면 그런 업체들이 많이 나온다. 이들로 인해 오해를 사는 경우가 있다. 이들중 다수가 알리바바 내 플랫폼에 맞는 전략을 취하지 않는게 문제다. 예를들어, 제조공장은 비투비인 알리바바닷컴이
‘티몰파트너(이하 티피TP)’, 타오바오파트너라 불리우는 공식파트너가 있다. 우리 서비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할수 있는 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기본적으로 운영과 전략, 방향성을 잘 아는 업체들이기에 이들을 통해 입점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TP사이트에 들어가면 인증대행사 명단이 다 나온다. 거기에 등록돼 있는 업체가 공식 파트너다. 티피 대부분이 중국업체고 한국업체는 3,4업체정도 된다.
사칭 대행사도 문제지만 잘 모르는 상황에서 입점만이 목표인 한국기업도 문제일 수 있다.
의외로 한국업체에서 알리바바 플랫폼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알리바바 플랫폼에 입점만 한다고 물건이 팔리지는 않는다.
공식인증업체가 아닌 사칭한 대행사로 인한 피해사례가 있다면.
명함에 티몰 로고와 함께 공식인증대행사라 써있고, 홈페이지 주소도 알리바바와 유사한 것을 쓰는 업체가 있었다. 자신들이 공식이고 자기들밖에 없다는 식으로 홍보를 했다. 그 회사는 그렇게해서 한국기업을 많이 유치했다. 이들은 티몰 플랫폼 안에 샵을 만들어 놓고 그 샵에 유치한 기업의 물건을 올리고 있었다. 그 대가로 돈을 받은거다. 사실 이건 상품등록이지 입점이 아니다. 그 기업은 한마디로 속은 거다. 티몰은 상품을 등록한다고 다 되는게 아니다. 운영과 마케팅이 전략적이어야 성과가 난다. 그 대행사는 그런 것은 전혀 없고 상품만 등록하고 있었다. 만약 그 대행사가 티피가 아니더라도 열심히 한국 제품을 키우는데 노력했다면 못 탓했을 거다. 하지만 그들은 점수도 낮았고 마케팅 액션도 없었다. 이런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티피는 돈을 낸다고 해서 무조건 티몰에 입점시키지 않는다. 그들은 한국업체를 만날 때 평가를 확실히 한다. 기대 매출액, 중국에서 가능성 등을 면밀히 살핀다. 오히려 중국에서 매출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를 티피가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
티몰 ‘한국관’이 한때 주목을 받았었다. 규모있는 브랜드는 성과를 냈지만 작은 브랜드에서 성과는 많지 않았다.
우선 한국관은 하나의 홍보 채널이다. 이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본다. 한국식으로 중국 전자상거래에 접근하면 어렵다. 성공사례가 많지 않은 이유도 그것이다.
광군제 때 한국제품 상당수가 한국에서 사는 것 보다 비쌌다. 때문에 중국 소비자가 제대로 접근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가격 전략을 취하면 상품은 자연스럽게 안 팔린다. 중국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기에 가격 비교를 해서 살펴본다. 물론 가격이 전부는 아니다. 쇼핑축제에 맞는 이벤트 아이디어가 핵심이다. 쿠폰를 잘 활용하면 정말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하다. 그런 소비자 성향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춰서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할인은 어떻게 하고,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할지 말이다. 그런 것이 없으면 일매출 20조가 넘는 광군제라고 해도 매출을 높이기 어렵다.
스타트업같은 작은 기업은 어떻게 해야하나?
규모보단 기업이 뭘 잘하는지가 중요하다. 유통인지 제조사인지 마케팅회사인지 회사의 성격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알리바바 플랫폼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티피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판매하려는 기업이 공부를 해야한다. 그래서 한국 업체들에게 제언하는 것이 ‘티몰 잘 하는 업체를 통해서 일단 한 번 학습해 보라’는 것이다. 티몰에는 한국의 유수 유통업체가 들어와있다. 이들은 한국 상품을 발굴하고 키우려고 노력한다. 그쪽을 통해 상품을 노출해보고, 평이 어떤 지 살펴보고 본격적으로 해도 늦지 않다. 뷰티분야는 타오바오몰에도 많다. 한국상품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데도 있다. 그들을 통해 충분히 노하우를 배우고 소비자의 니즈까지 파악하는 등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올바른 방식이라고 본다. 이런 조사나 공부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점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국내 브랜드 중에 티몰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브랜드는 어디인가?
브랜드를 특정해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무래도 중국 이커머스를 이해하는 기업이 잘 한다. 그들은 오랫동안 티몰을 겪으면서 중국소비자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있다. 제품은 좋은데, 중국에서 인지도가 없어서 안 되는 경우도 많다. 마케팅에서도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데, 단순히 위챗이나 웨이보에 광고하면 된다는 단순한 인식은 아쉽다.
중국에서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하나?
한국은 포털 쏠림현상이 있어 어느정도 명확하게 정리가 되지만, 중국은 아니다. 어떤 마케팅채널을 어떤 방식으로 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 회사 브랜드의 장단점을 파악해 마케팅방식을 정해야 한다. 성격이 맞지 않은데, 다른 곳에서 한 것만을 따라하면 고객 유입은 될지라도 전환이 안 되는 경우가 생긴다. 성공사례만을 듣고 마케팅에 접근하는 것은 무의미하게 자금이 소모되는 거다. 예를들어, 뷰티제품이라면 중국 왕홍을 최대한 활용해 알리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근래 왕홍의 홍보효과에 의문을 표하는 시선도 있다.
왕홍이 능사는 아니지만,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내가 아는 모 브랜드는 온전히 왕홍만을 통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왕홍은 브랜드 신제품에 최적화돼 있다. 중견브랜드가 중국진출을 할 때 왕홍은 좋은 칼이라고 본다.
중국 진출에 있어 전문적인 인력을 구하는 것이 어렵다. 상당수 기업이 유학생을 찾는다. 경험있는 인력은 몸값도 높고 큰 기업에 들어가기에 업계에 노하우 공유가 잘 안 된다.
공감한다. 간혹 ‘중국어 할줄 아는 직원과 중국유학생이 있으니 자체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한국기업 관계자를 만나곤 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성공적으로 귀결되기 매우 어렵다. 자동차를 본 사람을 뽑아 카레이싱 시키는 것과 똑같다. 티피를 활용하라고 하면 비싸고 어렵기에 못 하겠다고도 한다. 그럴때는 티몰에서의 전자상거래를 더 고민해보라고 조언한다. 잘 안 될 확률이 높고 브랜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 대다수가 한중 이커머스가 다르다는 것을 잘 모른다. 아울러 알리바바 플랫폼을 다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근래 좋은 조짐이 있기는 하다. 알리바바에 한국인 인턴 100명이 다녀왔다. 그들 중 현재 운영대행사에 있는 사람도 있고, 전문가로 성장하는 이도 있다.
시장을 잘 아는 사람들을 만나서 교류하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판매하려는 기업이 중국 이커머스 생태계를 공부해야 한다. 스스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운영대행사를 써도 어렵다. 전략적 큰 방향은 대행사가 아니라 브랜드에서 나와야 한다.
알리바바에서 한국인 인턴이 근무를 했었다. 이들이 미래의 이커머스 인재가 되지 않겠나.
인재가 태동하는 시기라고 본다. 인턴십을 거친 100인 중 일부는 스펙도 좋은데, 한국 공채를 포기하고 티피에서 경력과 능력을 쌓고 있다. 대중국 전자상거래 마케팅에서 정말 귀한 인재가 될거라 본다.
여담이지만, 알리바바에 입사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전세계 인재를 대상으로 한 ‘알리바바 글로벌 리더십 아카데미’를 통한 공채, 업계 경력자를 영입하는 방식, 그리고 잡알리바바를 통한 구인이 있다. 제일 많은 입사자는 알리바바와 협업을 하던 사람 중 인재라 판단되어 스카우트되는 경우다. 우리도 그랬다.
뭘 모르는지를 모르는 초기에는 스스로 배워서 성장하고 커 나가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린다. 과외선생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알리바바 플랫폼은 다양한 방식으로 신규업체를 지원하고 있다. 일년에 한 번씩 해외업체를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물론 중국에서 중국어로 진행되기에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비용을 아까워하더라. 비용을 써야 되는데는 안 쓰고 안 써도 되는 비용을 쓴다. 안타깝다.
한국에서 잘 된 제품은 중국에서도 통할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 잘 됐다고 중국에서 잘 될거라고 낙관하는건 오산이다. 그리고 한국식으로 중국 시장을 돌파하려는 것도 실패할 확률이 크다. 이커머스 산업군에선 ‘중국은 이럴거야’ 라고 막연하게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다. 한중 이커머스의 우열을 말하긴 어렵지만, 분명한건 소비자 입장에선 한국보다 중국이 물건을 사기에 더 편하다. 또한 중국은 한국보다 인구도 많고, 파는 물건도 많다. 진-가품 문제는 있겠지만, 중국 이커머스가 한국 이커머스보다 불편한 건 없다. 한국기업은 그런 중국 소비자 니즈에 맞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중국 왕홍이나 타오바오 판매자, 티몰 운영자를 만나 노하우를 배우길 바란다. 그들은 만나려고만 하면 다 만날 수 있다. 메신저로 얘기만 해도 긍정적으로 회신한다.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이여 한다. 중국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캠퍼스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대학같은 느낌이 있다. ‘통쉐(학우)’라고도 하는데,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는 문화가 있는게 중국 이커머스 시장이다. 중국업체는 한국 상황을 배울 수 있고, 한국업체는 중국에서 이커머스를 운영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다. 이게 베스트다. 그렇게 협업해서 성공하는 사례도 많다. 중국에서 성공한 기업은 중국인이랑 얘기하고 전략 협의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커머스 분야에서 한국에 비해 중국이 앞서있는 부분이 모바일이라고 본다. 결제뿐만 아니라 앱에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어 쇼핑에 최적화되어 있다.
개인화라고도 하는데, 개개인 천 명에게 천개의 페이지를 보여주는 형태다. 이런 것을 모르는 브랜드가 의외로 많다. 자신의 상품이 늘 메인에 나온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그것만 계속 봐서 그 사람에게만 뜨는거다. 우리는 새로운 것이 있을때마다 한국 브랜드한테 알리고 있다. 하지만 업체에서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다른 국가기업이 먼저 좋은 것을 가져간다.
근래 알리바바 무인 편의점이 화제가 됐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11일, 마윈회장이 전 직원에게 5신(5新)을 키워드로 한 메일을 보냈다. 말로만 끝난게 아니라 주요 그룹사의 CEO와 CTO로 된 위원회까지 출범시켰다. 앞으로 3-5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을 거다. 그리고 그에맞는 도전이 요구된다. 그 중에 하나가 무인편의점이라고 본다. 이건 시작일 뿐 우리가 생각지도 못 하는게 나올거다. 5신이 유기적으로 엮여 소위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우는 혁신이 중국에서 나올거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네거티브 규제이지만 한국은 포지티브 규제다. 이것이 양국의 창업 생태계의 단적인 차이라 본다. 중국 스타트업은 시작이 엉성해 보이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놀랄만큼 고도화가 진행되더라. 시장에서 린하게 시작해 꾸준히 보완해 완성작을 만들어 간다.
한국과 중국의 창업과 기업문화를 달리기로 비유하자면, 한국은 준비된 상태에서 뛰는 선수고 중국은 출발음이 울리면 맨발로라도 먼저 뛰는 선수다. 일단 달리기를 시작해 발이 시리면 천으로 둘러싸고, 상황이 안 좋은 길이라면 프로러너로 대체해서 뛴다. 때문에 속도면에서 중국러너가 항상 앞에 있는거다. 그런 차이인 것 같다. 이것은 알리바바 문화와도 맞닿는 부분이다.
알리바바의 기업문화는 뭐라고 보나?
일단 알리바바 직원은 본명보다 닉네임으로 소통한다. 커뮤니케이션 자체자 수평적이다. 알리바바를 무협소설에 나오는 문파로도 이야기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대학교다. 서로가 서로한테 배우고 경쟁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자기의 과제는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해마다 회사에서 KPI가 나오긴 하지만, 개인이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에 책임을 지면 된다. 알리바바 직원 한 명 한 명이 다 프로젝트 매니저(PM)이다. 그래서 성과가 더 잘 나온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하고싶거나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티몰을 생각하는 한국의 모든 기업이 부정확한 내용을 말하는 대행사에게 휘둘리지 말고 알리바바를 찾아주었으면 한다. 우리가 어느정도 의견을 명확하게 제시해드릴 수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에 대해 어느정도 공부한 상황에서 만난다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거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