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국 유명 뮤지션이 스타트업 창업자가 된 이유
오래 전 봄을 아직 기억해
그때 나는 긴 머리를 자르지 않았어
신용카드도 없었고 그녀도 없었고
24시간 따뜻한 물이 나오는 집도 없었어
하지만 그때의 나는 즐거웠어
비록 낡은 기타 하나뿐이었지만
길에서 다리 아래에서 들판에서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불렀어
…(하략)…
왕펑(汪峰)이 노래한 ‘봄날에(春天里)’는 중국 스타트업과 기업가정신을 묘사하는데 종종 인용되는 곡이다.
왕펑은 중국의 유명 뮤지션으로, 국내에는 배우 장쯔이의 남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또한 2015년 ‘필(FIIL)’이라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공동창업자이도 하다.
미국 헐리웃엔 ‘테크-셀레스터(Tech-Celester)로 불리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헐리웃 스타 등 유명인사들이 있다. 대표적인 테크 셀러스터로 애쉬튼 커쳐와 비욘세, 레이디 가가 등이 있다. 이들은 대중에게 영화배우 및 가수로 친숙하지만, 스타트업들에게는 우버, 에어비앤비, 슬랙 등 다수의 스타트업에 투자한 투자자이기도 하다.
중국 연예계 스타들 또한 인터넷 산업에 투자해왔다. 황샤오밍, 판빙빙, 주걸륜, 한경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펀드를 조성해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자신의 지명도를 활용하는 형태로 창업에 동참했다.
하지망 왕펑처럼 제품 총괄을 맡아 하드웨어 제조 업계에 직접 진입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왕펑은 필의 공동창업자이자 프로덕트 매니저로 제품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여느 연예인처럼 대중적 인지도를 십분 활용해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제품은 대중적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이하 3년차 스타트업 창업자 왕펑과의 일문일답.
여느 유명인과는 다르게 당신은 직접 창업자로 뛰고 있다. 창업이 가수에 이은 제2의 본업처럼 보인다.
정말 진지하게 일하고 있다. 투자회수 등 수익을 목적으로 이 업계에 오지 않았다. 나는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제품에만 투자한다.
스타트업 창업에 동참한지 2년이 지났다. 불확실성으로 인해 스스로에게 의심을 품어 본 적은 없나.
아직은 없다. 하지만 그간 많은 문제들을 직면해야만 했다. 나는 어릴때부터 음악가가 되는 것을 꿈꿔왔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내가 다른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면 몇몇 장애물을 만났을 때 스스로를 의심하고 포기했을거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것, 옳다고 여기는 것을 한다는 것만은 절대 변하지 않을 거다.
유명인이 한다고 해서 사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상품이 좋아야 한다. 그간 R&D에 얼마나 많은 비용을 투입했나?
사업 초기 2000만 위안(한화 약 34억 원)을 썼다. 이후에도 꾸준히 투입하고 있다. 연구 개발 팀은 우리회사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다.
회사에서 제품 PM(프로덕트 매니저) 역할도 맡고 있다. 필의 상품, 서비스 개발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내가 모든 부분에 참여하지는 못한다. 세부적인 부분은 그 분야 전문가에게 맡긴다. 하지만 그들이 최대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게끔 중재하고 주요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꽤 많은 부분에 관여한다. 일례로, 디자인 부분에서 제품 색상을 선택할 때 300개 혹은 그 이상의 색깔의 샘플을 펼쳐놓고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하기도 하고, 음질에 대해서 연구개발팀과 장시간 의견을 주고 받는다. 홍보와 브랜딩은 내가 제일 잘 하는 것이라 여길지 모르지만, 이 역시 팀원 간 격렬한 토론을 벌여 결정한다. 제품을 개발하는 건 록밴드를 결성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간 잘못된 판단이나 결정을 내린적이 있나?
우리 제품이 시장에서 실패한다 하더라도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 모두가 동의하고 결정한 일이기 때문이다.
필의 제품과 비즈니스대해 호평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논평도 있다.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본다. 우리 제품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완벽한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객상담을 직접할 때가 있다고 들었다.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문의를 직접 상담하기도 한다. 소비자가 제기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듣고, 즉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약속해준다. 그 과정에서 내가 누군지 알아채는 소비자도 있다.
오늘날, 중국의 주요 소비층은 바링허우(80後)와 주링허우(90後)로 대변되는 밀레니엄 세대다. 필의 제품 주 소비층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나?
중국의 하루하루가 변화의 연속이다. 사업을 한다면 그것을 잘 따라잡는 것이 필수다. 나를 비롯해 경영진 모두가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각 세대를 이해하려고 노력중이다. 우리 제품 중 일부는 사용자의 피드백을 통해 연구개발이 이루어진 것도 있다.
필의 팀구성을 보면 대부분 젊은 세대로 이루어져 있다. 소위 세대차이가 생길 수 있는데.
그들이 다르다고 느낀적은 없다. 앞 세대와 유일한 차이점은 경험 정도다. 경험이나 경험을 통한 노하우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방식과 판단력만 놓고보면 더 뛰어나다.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것은 나이라 아니라 회사에 헌신하는 태도다.
그들에게 “결정과 책임은 내가 진다. 손해를 봐도 내가 본다. 생각하는 데 시간을 쓰지말고 일단 해봐라.”라고 자주 말한다.
가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음반작업은 꾸준히 하고있다. 음악과 사업은 영감이 필요한 일이다. 사업가로서의 경험이 음악에 반영되진 않겠지만 내가 배운것이 투영될수는 있다고 본다.
인기 TV프로그램 ‘보이스 오브 차이나’의 심사위원으로 이상적인 멘토의 모습을 보여줬었다. 후배 창업자들에게 조언할 것이 있다면.
사업의 목적이 돈을 많이 버는 것 뿐이라면 작은 난관만 발생해도 불평불만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사업하는 것을 즐기고, 제품과 서비스를 사랑한다면 큰 장애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전에 옳았던 것이 지금은 틀릴 수 있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준비하고 능력을 키운 사람과 기업이 트렌드를 이끌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는 조언이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