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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국 공유경제, 이곳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국 선전시 바오안구에 위치한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따공팡(大公坊 대공방)은 중국정부가 지정한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지역 제조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테크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중국 중견 디자인 기업 따디엔의 자회사로 2014년 설립된 따공팡은 시제품 생산을 의뢰하는 기업에게 사무 공간을 지원하고 시장성이 높다고 자체 판단한 기업에게는 10~30만 위안(한화 1,700만~5천만 원) 규모의 시드머니를 직접 투자한다. 아울러 디자인과 브랜딩, 마케팅 등을 지원해 창업자와 스타트업이 초기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효용성 때문에 미국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유럽, 아시아 지역 기술 스타트업이 찾는 곳이다. 아울러 여러 나라를 다니며 유망 스타트업을 유치하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한국 기관, 학교, 기업과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따공팡 내에는 ‘메이커 창신 창업 서비스 센터’라 명명된 한국 스타트업 전용 공간도 존재한다.

띵춘파 따공팡 대표는 “선전의 인프라를 활용하면 아이디어만으로도 창업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창업자가 아이디어만 들고 가면, 기초적인 하드웨어 설계부터 디자인까지 시제품 생산을 위한 전 과정을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따공팡은 선전 내의 또다른 창업 생태계다. 지역에 파편화된 창업 공정을 한 곳에 모았다. 투자, 디자인, 브랜딩, 공간 제공을 하는 동시에 자체 공장을 통해 3000개 미만 소량 생산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하 띵춘파 따공팡 대표와의 일문일답.

띵춘파 따공팡 대표 / 사진=플래텀DB

근래 중국 경제의 대표적인 슬로언기 ‘제조2025’, ‘인터넷 플러스(+)’, ‘일대일로(一帶一路)’, ‘쌍창(쐉창 双创)’이다. 그중에 쌍창이 창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쌍창은 ‘창업가와 혁신’을 의미한다. 쌍창의 어원이라 할 수 있는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大众创业, 万众创新)’은 리커창 총리가  ‘중국에서 1억 명이 창업하고 혁신을 일궈낼 수 있다면 중국 경제의 새로운 엔진이 될 것’이라 강조하며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이는 2015년 양회를 거쳐 중국의 경제발전방침 중 하나가 되었다. 이후 베이징 중관춘, 선전을 필두로 중국에서는 ‘촹커(창업자) 열풍’이 불고있다.

쌍창을 키워드로 몇해 전부터 여러 창업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중에 가장 규모가 큰 ‘쌍창 주간’ 행사는 지난해 상하이, 올해 선전에서 열렸다. 지난달 선전에서 열린 이 이벤트에는 중국 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에서 많은 창업가들이 참가하며 성황리에 열렸다.

선전은 하드웨어 생태계가 잘 갖춰진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창업 측면에서는 어떤 강점이 있다고 보나.

우선 선전은 스타트업에 특화된 도시다. 하드웨어 제품을 만들려고 할 때 필요한 모든 공정을 이곳에서 모두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제작이나 인력 수급, 부품 등 원재료 조달을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하는 것에 비해  5~8배를 절약할 수 있다는 조사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거다.

거기에 창업을 돕거나 지원하는 우리같은 액셀러레이터나 인큐베이터가 다수 존재한다. 이런 구조가 유기적으로 잘 갖추어져 있다. 여타 국가나 지역에 비해 효율적으로 창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스타트업 등 기업이 선전에 제품만 만들려고 오는 것은 아니다. 그들 상당수는 중국에 통하는 제품을 만들고 이곳에서 검증까지 염두에 둔다. 중국이라는 소비시장의 매력이다. 예전같은 판매방식이라면 요원한 일일 수도 있지만, 현재 중국의 전자상거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를 활용하면 빠른 시일 내 제품을 알리고 판매할 수 있다. 사실 이곳에 온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팀이 와서 시도하고 있기에 유의미한 사례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근래 선전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성공 사례중 대표적인 것이 있다면.

특정 기업보다는 산업군을 말할 수 있다. 올해 등장했다고 할 수 있는 공유배터리 산업이 그것이다. 공유배터리는 현재 중국의 가장 뜨거운 분야로 20개가 넘는 스타트업의 각축장이기도 하다. 이들이 단기간에 빠르게 제품을 개발하고 조달해 시장 확산을 한 것은 선전의 하드웨어 생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배터리를 비롯한 공유경제와 관련된 또다른 아이템이 등장하게 돕는 근간이 되고 있다.

선전이 창업 특구로 인식되는데는 외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창업에 대한 문화나 인식 등 내적인 부분도 크다고 보는데.

맞다. 도시 자체가 창업 열기가 뜨겁다. 중국 정부나 선전 정부도 적극적으로 창업을 독려하며 지원하고 있다. 선전은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이 모여있는 이민자들의 도시다. 하지만 외지인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하는 도시 문화가 있다. 항저우나 상하이만 가도 토착민의 텃세가 있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투자쪽 생태계는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근래 다수의 VC와 투자자들이 선전으로 모여들고 있다. 전문적으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만 8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 전체 펀드 중 1/3이 선전에 있는 거다. 스타트업이 시드머니를 비교적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곳이 선전이다. 우수한 팀의 경우 국적을 불문하고 한화 2~3천 만원 정도는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중국에 법인이 있다면 더 큰 규모도 가능하다. 해외 유학파나 레퍼런스가 있는 팀이라면 억 단위 투자도 가능하다. 내가 아는 우수한 팀의 경우 수백 억 규모의 정부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다만 정부자금은 서류 등 절차가 복잡해서 전반적으로 민간자본을 선호하는 창업자가 더 많다.

한국 스타트업도 이 기준에 근거해 투자를 받을 수 있나.

가능하다고 본다. 우수한 팀, 성공적으로 운영중인 스타트업이 선전에 와서 창업을 한다면 어렵지 않으리라 본다.

레퍼런스가 있는 팀보다 없는 팀이 기회를 찾기위해 선전에 더 많이 온다고 본다. 그런 팀에게는 투자 기회가 없나.

중국에 있는 파트너나 현지 중국인과 함께 창업하는 것을 권한다.

현재까지 선전에 따라붙는 키워드가 산자이(모방)다. 

인정한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과 다양한 팀이 이곳에서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면서 그런 인식이 희석되고 있다.

따공팡 이야기를 해보자. 따공팡은 창업자와 창업 생태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개방되어 있는 기술형 인큐베이터’라고 불리운다. 

스타트업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개방하고, R&D 연구자료를 공유하고, 생산 및 공급 과정도 공유한다. 이런점이 여타 액셀러레이터와 차별점이라 생각한다.

따공팡은 하드웨어 개발 외 교육과 디자인 지원도 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디자인 지원센터와 교육부서도 있고.  

근래 기획되고 출시되는 하드웨어의 경우 디자인이 매우 중요하다. 검증된 디자이너와 연계해 구체적으로 돕는다. 더불어 여러 IT전시회, 박람회에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마케팅도 돕고 있다. 올해 30회 정도의 인큐베이팅 과정이 있었고 투자까지 들어간 기업은 5개가 있다.

따공팡은 스타트업과만 협력하는 것은 아니다.

중견 제조기업 중 위기감을 느끼는 곳이 많다. 그런 기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것을 컨설팅하기도 한다. 최근 트랜드에 맞는 혁신형으로 탈바꿈하게 거드는 것이다.

투자도 하고있다. 

자체 펀드를 하나 운용하고 있다. 아울러 파트너 개념의 펀드와도 협력을 하고 있다.

따공팡은 샤오미 생태계와 맞닿아 있다. 

샤오미는 만물상으로 불리울 정도로 많은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그 제품 모두를 직접 아이데이션하고 제작하는 것은 아니다. 외부 제품을 자사 브랜드에 편입시켜 내놓는 것이 더 많다. 이중에 초기 창업자들이나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상품도 많다. 따공팡은 샤오미의 그 생태계와 맞물려 있다. 우리가 발굴하고 인큐베이팅한 우수한 제품들을 샤오미와 연계해 판매할 수 있다.

참고로, 샤오미 제품군은 스마트폰과 비스마트폰 계열로 나눌 수 있다. 스마트폰 계열 매출이 600억 달러 규모라면 여타 하드웨어 제품 매출은 500억 달러 수준이다. 사업 부문에서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샤오미가 따공팡과 협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우호적인 환경인 선전 내에서 우리가 유관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샤오미 인큐베이팅 센터와도 협력을 공고히 하는 중이다.

한 가지 부연하자면, 샤오미는 하드웨어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스스로는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말한다. 하드웨어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소비시킨다는 개념이다. 따공팡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원하는 하드웨어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제품을 인큐베이팅 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근래 따공팡이 관심을 두는 하드웨어 분야는 무엇인가?

스마트 모빌리티다. 관련 제품의 인큐베이팅을 다수 진행중이다. 우리가 인큐베이팅한 유관 기업 중 5000만 위안(한화 약 85억 원) 규모의 매출이 발생한 사례도 등장했다.

최근 따공팡이 중심이 되어 ‘창업 생태계 협회’도 설립되었다.

200여 개 회사가 회원사로 가입되어 있다. 각각의 강점을 아우르는 장으로 조성하려 한다. 아울러 한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선전에는 따공팡 외 다수의 액셀러레이터가 있다.

텐센트의 중창공간을 비롯해 인터넷 대기업과 저명한 VC가 설립한 액셀러레이터와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다. 민관의 협력이 있었기에 이런 생태계가 조성되었다. 과거에는 주먹구구식 운영방식이 일부 있었지만 지금은 시스템화 되었다.

한국 기관들과도 협력을 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 진행중인가?

스타트업의 경우 한국 인큐베이팅 센터에서 기본적인 디자인과 설계를 마친다음 따공팡에서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시장에 출시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대기업과도 협력을 하고 있다. 근래 한국에서 출시된 인공지능 스피커 중 일부는 우리와 협력해 만든 것이다. 한국 대학들과도 산학협력을 활발히 하고 있다. 한국 대학생들 상당수가 이곳을 방문했고 우리가 한국에 가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띵춘파 따공팡 대표 / 사진=플래텀DB
따공팡 내외부 전경 / 사진=플래텀DB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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