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텐센트 직원이 말하는 ‘텐센트 알쓸신잡’
치열한 경쟁과 성과주의가 당연시 되는 곳이 중국 IT기업이다. 대신에 KPI와 IDP 등 자신의 업무 목표와 양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지표로 평가받는 것이다. 일하는 데 있어 여러가지 복지가 제공되기에 직원들이 회사 내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 자유로워 보이기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치열한 경쟁이 있다. 남들보다 더 업무성과를 내야 승진도 빠르고 월급도 오르기 때문이다.
텐센트같은 중국 IT기업은 커리어 트랙이 뚜렷하게 이분화 되어 있다. 직급이 높아지면서 직원을 관리하는 트랙과 특정 분야의 전문가 트랙이다. 직원이 선택할 수 있다. 텐센트는 최적의 효과를 내기위해 부서간 경쟁을 불사한다. 위챗이 좋은 예다. 지금은 텐센트의 대표 서비스지만, 론칭당시에는 위챗과 유사한 서비스 2개가 동시에 출시되었었다. 시장에 출시하고 소비자의 반응 등 데이터를 본 뒤 남길 프로덕트를 결정한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기업 관점에서 보면 시간과 자원 낭비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텐센트는 최적의 효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비효율도 감당하며 부서간 경쟁을 유도한다. 그리고 실패가 용인된다. 각설하고.
텐센트 본사에서 오픈플랫폼 부서 조이 위앤 매니저와 텐센트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텐센트는 선전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 오피스를 두고 있다. 지역별로 어떤 차이가 있나?
기본적으로 모든 부서의 HQ(본부)는 선전에 있다.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은 이곳(선전)에서 이루어진다. 도시별로 특색이 있다. 베이징은 미디어와 공공기관 연계부서, 상하이에는 게임과 관련된 부서, 광저우에는 위챗 사업부가 있다.
텐센트의 직원은 총 몇 명인가?
약 4만 명 규모다. 평균연령은 약 29~30세로 인터넷 기업 중에서는 나이가 들었다는 이야길 종종 듣는다(웃음).
텐센트는 중국 구직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경쟁률이나 신입사원의 평균연봉 등 처우는 어느 정도인가.
일반적으로 텐센트는 학사 졸업자가 입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게임부서를 제외하고 기본 입사조건으로 석사 이상 학위를 조건으로 내거는 경우가 많다. 연봉체계는 부서마다 기준이 다르고 복잡하기에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채를 하는 형태는 거의 없지만 재학생 때 텐센트에 다닐 사람을 모집하고 지도하고 관리해 입사시키는 형태는 있다. 이들은 1년 정도 다니며 계속 일할지 아닐지를 평가받게 된다. 때문에 입사 경쟁률이 아니라 탈락률이 있다.
텐센트는 위챗이라는 대표적 서비스가 있지만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전개중이다. 왜 그런건가?
연말 연회자리에서 마화텅 회장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미래가 어떻게 변하고 발전할지 알 수 없다. 대신에 우리는 자본이 있으니 가능한 모든 분야에 투자해 유력 산업군 내 3위 안에만 들어가게 해놓자. 어느 순간 길이 열리면 그 길로 우리가 보유한 리소스를 종합적으로 투입하면 된다. 그것이 언제 어디서 열릴지 모르니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하자. 그것이 우리의 전략이다.’라고. 텐센트가 하는 사업은 유망한 분야를 예측해 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모든 것을 모으고 준비하는 것이다.
텐센트는 종합 서비스를 추구하고 제공하는 인터넷 기업이다. 이는 알리바바와 바이두도 마찬가지다. 현재 중국의 유력 산업에 양사의 손길이 안 미치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텐센트만의 차별점은 뭐라고 보나?
텐센트가 가진 압도적이고 상대적인 장점은 위챗으로 대변되는 메신저 서비스다.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한다는 것이 차별점이라 본다.
텐센트는 공격적인 스타트업 M&A를 통해 많은 성과를 냈다. 인수의 기준은 뭐라고 보나? 회사에 없는 분야를 매꾸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 사업의 보완적인 성격으로 하는 것인지.
텐센트의 M&A는 피인수 기업의 장점이 텐센트에 접목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결정된다. M&A는 그것을 위한 수단이다. 만약에 우리가 그 회사와 서비스가 성장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고 협력이 가능하다면 M&A가 아닌 투자나 리소스 투여로 진행할 수 있다. 텐센트의 M&A는 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한다거나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인수후 경영이나 전략 등 방향성도 피인수 기업이 하던대로 한다.
스타트업을 비롯해 중국 내 기업의 엑싯 수단은 어떤 것이 있나?
상장과 M&A다. 중국 기업은 선전이나 홍콩, 미국 중 기업의 성격이 맞는 곳에서 IPO를 한다.
텐센트의 투자 기준은 뭔가?
문서화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뭐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다. 사견을 전제로 말하자면, 좋은 팀, 우수한 인재가 성과를 내고 있고, 텐센트의 사업 방향성과 일치하는 아이템일 때 진행된다고 본다.
텐센트는 한국 기업에 투자를 하는 한편, 콘텐츠 관련 사업 진출도 검토한 것으로 아는데.
게임을 제외하고 텐센트가 한국에 직접 콘텐츠 사업을 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 한국의 콘텐츠를 중국으로 가지고 오는 것에는 관심이 있지만 현재 양국 정치 이슈로 용이한 상황은 아니다. 여담이지만 현재 텐센트는 콘텐츠 분야에 대한 액셀러레이팅 사업을 진행하려 준비중이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팀을 키우는 것이다. 내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텐센트는 중국 IT영역 대부분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모바일페이 등 몇몇 분야는 후발주자로 시작했음에도 종국에는 선두기업과 자웅을 겨루는 위치가 되었다. 그 비결이 뭐라고 보나?
대부분의 부서가 서비스를 출시할 때 완벽을 추구한다. 기존 서비스의 보완점을 모두 매꿀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출시 이후에도 꾸준히 개발해 보완한다. 완성도를 높이는 시간과 그에 필요한 자금은 회사에서 넉넉하게 제공한다. 때문에 후발자자임에도 시장에서 선택을 받는다고 본다.
텐센트는 제품을 만들 때 회사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 업무의 우선순위와 리소스 배치를 효율적으로 한다. 구조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곳에 리소스를 빠르고 집중적으로 배치해 완벽한 제품으로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거다. 텐센트는 위챗 등 서비스를 통한 데이터 유입량이 많기에 그것을 근거로 제품을 테스트하고 보완한다. 우리의 강점이겠다.
또한 내외부 협력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다. 텐센트를 경험한 퇴사자, 창업자, 개발자, 디자이너와 네트워크가 있기에 서비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원을 외부에서도 얻을 수 있다. 여느기업에는 없는 텐센트만의 개방성이다. 이것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직원 입장에서 텐센트의 기업문화는 뭐라고 보나.
텐센트만의 기업문화라고 대외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없다. 그저 직원 카드에 직원이 지켜야할 덕목 정도가 적혀있을 뿐이다.
텐센트는 명실공히 아시아 최대 기업이지만, 게임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비스를 중국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라 칭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인데.
현재 위챗과 페이먼트 서비스는 해외에서 현지화를 진행중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거다. 중국인이 해외에서 해당 서비스를 원활히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형태다. 하지만 향후 활발한 글로벌 진출을 하리라 본다. 현재 범용성이 높은 클라우드 같은 서비스는 해외 유저를 위해 고도화를 진행중이다.
한국에서는 O2O분야 스타트업이 각광받고 있다. 중국은 어떤가.
정확히 어떻다고 말하기에 나 스스로가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다만 중국에서도 O2O분야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성장해 규모의 경제에 들어섰다. 하지만 분야 선도기업이 결정되었기에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지는 않다. 선두기업에 투자가 몰리는 추세다.
텐센트에는 위챗과 QQ라는 양대 메신저 서비스가 있다. 두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업부도 다르고.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에는 같다. 다만 QQ는 연계되고 연동되는 서비스가 많은 반면 위챗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기능의 핵심이다. 때문에 QQ는 사업적으로 복잡한 측면이 있고 위챗은 간결하다. 아울러 연령대 별로 사용하는 서비스에서 차이가 있다. QQ가 부모세대, 3-4선 도시에서 많이 사용되는 반면, 위챗은 젊은층, 1-2선 도시에서 주로 사용된다. 그래서 양 서비스는 연령대의 차이를 줄이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위챗페이가 범용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수익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속한 부서가 아니라서 확실히 답변을 하기는 어렵다. 아는대로만 말하자면, 위챗페이는 후발주자로 시작했기에 현재까지는 유저를 모으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현재 유저풀이 형성되었기에 알리페이처럼 재테크 상품을 붙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울러 수수료 부분에서 수익모델을 찾는 것으로 알고있다.
한국 대학교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고 IT업계에 있었기에 한국 서비스를 많이 접했을거라 본다. 한국 인터넷 서비스나 모바일 서비스를 어떻게 보나.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에서 유학을 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분야에서 한국 서비스가 우수했기에 나도 한국 서비스를 썼다. 하지만 지금 그 서비스를 다시 보면 그때와 지금의 차이를 못 느끼겠다. 몇년이 지났음에도 큰 변화가 없다. 그점이 아쉽다. 중국의 경우 시장이 크고 경쟁이 치열해서인지 서비스의 변화나 혁신이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대부분의 서비스 제공업체도 타사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추구한다. 한때 한국 서비스를 즐겨 사용했지만, 지금은 중국 서비스만 쓴다.
다만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중국이 다 따라왔거나 넘어섰지만 여전히 한국 서비스의 디자인과 UI, UX 등 디테일은 중국 서비스보다 앞서 있다고 본다. 서비스 고유의 색깔, 심미적 디자인은 유럽 등 여타 국가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이 부분도 빠르게 개선될거라 본다. *참고 : 현재 선전시 정부와 심천 산업디자인 협회(SIDA) 등 여러 기관에서 중국기업에 디자인 등 독자적 아이덴티티를 덧입히는 노력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