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4차위 위원장 “스타트업은 평균이 실패다”
“창업하지 마세요! 창업을 권하지 않습니다.”
28일 디캠프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디톡스 행사에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농반진반으로 던진 말이다. 어느 예비 창업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 성공’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수성가 창업자이자 벤처캐피털을 설립한 당사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청중도 있었다.
장 위원장은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하며 범대중적 인사가 되었지만, 2000년대 초반 채팅 열풍을 몰고 온 세이클럽의 네오위즈, NHN에 매각된 검색업체 첫눈, 현재 1000만 장 넘게 판매된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사 블루홀을 설립한 기업가로 이전부터 업계 인지도가 높았다. 아울러 벤처캐피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를 설립한 투자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본엔젤스는 지금까지 1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국내 최초 초기기업 전문투자 벤처캐피털이다.
스타트업은 초기 기업의 형태라기 보다 사회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메커니즘 중 하나다. 기존에 없거나 기존 방식을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그만큼 실패 확률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가는 과정 역시 녹록치 않다. 그렇다면 창업을, 스타트업을 하지 말아야 할까?
장 위원장은 스타트업의 실패와 구성원의 실패를 분리해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창업자 혹은 팀원은 스타트업을 통해 급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실패해 이직하더라고 실무적인 역량이 급속히 향상됐기 때문에 기존 기업에서도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모두 준비된 창업은 없습니다. 다만 핵심이 준비된 창업은 있죠. 실패하더라도 본인의 능력이 성장할 수 있다면 스타트업 도전에 가치가 있어요. 소위 성공은 시기, 팀의 능력, 아이디어, 비즈니스 모델, 펀딩이 잘 아우러져야 합니다. 이 요소 중에 팀의 능력만이 유일하게 축적돼요. 팀의 능력은 개인의 능력과 협업 능력을 말합니다. 이 능력은 적합한 교육, 능동적 학습,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때문에 팀 구성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소요됩니다. 창업자는, 창업자 가족은,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를 이야기하기보다 창업자 스스로 많이 배우고 있는지, 매일 성장하고 있는지 등을 질문하는 게 맞아요.”
이하 장 위원장의 강연내용.
스타트업 성공은 비정형적이다.
스타트업 1000개가 설립된다면, 초대박은 그중에 한 개 정도다. 대부분 실패하기에 실패가 특이한 게 아니다. 평균이 실패다.
우리나라는 초-중-고, 심지어 대학까지 정답이 있는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정답을 찾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스타트업 성공’에 대한 것이다. 성공에 공식이나 왕도는 없다. 성공에 이르는 길은 모두 다 다르다. 스타트업 성공의 과정은 비정형적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앞서 나가는 사람의 말이라고 해서 절대 곧이 곧대로 들으면 안 된다는 거다. 조언은 조언일 뿐이다. 성공은 자기만의 스토리로 하는 거다. 물론 다른 이가 왜 그런 조언을 하는지 그 이유를 고민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매커니즘에 대한 고민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매우 위험하다.
스타트업은 실패해도 구성원은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운 토지, 노동, 자본 등 생산의 3요소는 제조업 중심 경제에서 통하던 거다. 대규모 자본, 대규모 노동, 조건에 맞는 토지가 있어야 하는 산업이다. 이 산업은 계획경제가 된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사람과 돈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기존 대기업에서 통하는 것이 적용이 안 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다르다. 상호 보완재 성격이다. 하지만 사회 경제적으로보면 둘 다 존재해야 한다.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이나 경제주체, 사회주체로써 혁신을 해서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는 매커니즘이지만 혁신 방식은 다르다. 대기업은 기존 자산을 활용해 다수가 조직적으로 일을 한다. 반면에 스타트업은 소수가 몰입해 시행착오를 거쳐 성장한다. 혁신하는 방식가 다르기에 어느것이 우월하고 떨어진다 평할 수 없다. 스타트업에서 혁신이 이루어져 자산이 생기면 그것을 대기업이 인수하는 게 사회적으로는 효율적이다.
매커니즘적으로 스타트업은 소수가 많은 시간동안 몰입해서 일하기에 개인이 빨리 성장한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더라도 개인은 성장하는 거다. 이는 개인의 몸값이 오르는 계기가 된다. 대기업에서는 연봉이 빨리 오르기 힘들지만, 적절한 환경의 스타트업에서 적절하게 실패하면 스타트업 구성원들은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거다.
혼자보다 함께가 좋다.
투자자 입장에서 공동창업을 선호한다. 창업자 한 명이 창업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모두 갖춘 경우는 거의 없다. 때문에 상호보완 역량이 있는 공동창업 형태가 좋아 보인다. 창업 초기에는 알 수 없지만 큰 회사를 만들 때까지의 과정은 무척 외롭다. 공동창업은 이런 부분에서 위로가 된다. 특히 연륜이나 경험이 적은 나이 어린 창업자들에게 추천하는 형태다.
공동창업자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실패까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성공까지 함께하는 건 많은 사람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를 함께하는 사이는 드물다. 이유가 있어 끝까지 못 할 수 도 있을거다. 실패까지 함께하자고 약속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많은 시간을 일에 투자해 몰입하는 소수, 업에 부합한 실행력과 학습력, 2~4명의 다른 사람들, 성공은 당연하고 실패까지 함께하는 존재, 생산적 충돌과 명료한 최종 의사 결정 방식이 있는 것이 스타트업 팀이다.
창업초기 일과 삶의 균형은 없다.
창업을 시작하면 보통 2년 전후 기간은 정말 바쁘다. 보통 실패가 1~2년 사이에 판가름이 나기 때문이다. 창업자는 주당 100시간씩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창업자가 법정근로시간을 지키는 건 무리다. 창업 초기와 같은 특정 시기에 일과 삶의 균형은 허구다.
팀빌딩, 팀구성이 힘들다고 토로하는 창업자들이 많다. 맞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이 어려운 거다. 그래서 스타트업 평균이실패인 거고. 팀웍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과제다. 잘 안 만들어진다. 완성되었다 생각한 팀웍이 깨지기도 한다. 개인 역량이 뛰어난 소위 수퍼팀이라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 경험을 이야기 하자면, 네오위즈 때(1996년 창업)는 운이 좋았다. 개발쪽 5명, 사업 3명이 20대 중반 즈음에 만났다. 월급 50만 원 받고 2002년가지 버텼었다. 20대 초중반에 그렇게 8명이 모이기 힘들다. 운이 좋았던 거다. 그렇게 모였다는 것 자체가 성공의 가능성이 더 높아진 거였고.
기본적으로 팀웍은 다른 사람과 협업하는 거다. 다른 사람과 협업한다는 건 자기가 모르는 분야의 사람과 함께 일을 한다는 거다. 인간 속성의 기본은 모르는 것에 대해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한다는 거다. 둘 다 문제다. 신뢰와 맹목적 믿음은 다르다. 모르는 사람이 서로 과대, 과소 평가하면 분쟁이 시작된다.
투자자를 선택할 때 돈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할 사람이 모였다면 그 다음은 돈이다. 일단 자금 조달 시작은 3F(창업자Founder, 가족Family, 친구Friends), 엔젤투자자, 액셀러레이터, 초기 벤처캐피털, 벤처캐피털 순서로 간다.
사실 창업자는 보통 스스로에게 낮은 임금을 책정하기에 사업에 자신의 인건비를 투자하는 거다. 실물로 된 첫 자금 대부분은 가족과 친구에게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후 엑싯(Exit)을 통해 자금력이 생긴 창업자가 엔젤투자자로 나서는데, 한국에는 그 풀이 넓지 않다. 엔젤투자자를 만나려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최근 액셀러레이터와 정부-정책과제는 많아졌다. 어찌보면 민간에 없는 풀을 정부가 매꾸는 형태다. 스타트업 초기자금을 지원하는 형태로만 보자면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
다음은 스타트업에 초기자금을 투자하는 본엔젤스 등과 같은 얼리 스테이지 벤처캐피털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초기 자금은 사람 중심으로 선택하는 게 좋고, 뒤에가면 사업 중심으로 선택하는 게 맞다.
사실 스타트업을 한다고 모두 투자를 받는 건 아니다. 투자를 받지 못 하는 것이 평균이다. 창업후 엔젤 투자를 못 받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투자를 못 받아서 실패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자금 투자를 못 받아서 성공하지 못 했다는 말을 많이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실제 자금이 없어 시도를 못 해 실패하는 경우가 있기에 반은 맞다. 하지만 자원이 제한되어 있을 때 생기는 창의성이 있다. 자원이 제한되면 핵심에만 집중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제한된 자원은 축복이라고 본다.
자금이 넉넉하다고 해서 다 좋은건 아니다. 차라리 돈이 많을 때 안 좋은 경우도 있다. 핵심 이외는 잇몸으로 버티는 게 맞다. 사내 샐러리맨을 최소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식과 관련된 분쟁의 근본적 원인
주식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은 돈(부)와 의결권(권한)이라는 두 개의 의미가 주식에 있기 때문이다. 영미권, 특히 북미는 이걸 분리하는 상법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없다. 그래서 주식과 관련되어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꾸준한 대화와 계약서가 중요하다. 계약서를 꺼리는 경우가 있는데, 계약서는 신뢰를 더욱 강하게 한다.
계약서보다 더 강조하고 싶은 건 오픈 엔디드(open-ended) 대화다. 대화나 어떤 어려운 주제를 이야기할 때 결론을 내리려 하지말고 특정 부분까지 논하고 대화의 여지, 변화의 여지를 두고 다음에 더 이어가는 게 좋다. 회사가 망하면 주식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그리고 헤어짐을 반드시 준비(베스팅 조건 등)해야 한다.
성공은 8-9년 실패는 2-3년
엔젤투자자 4명이 스타트업 117개에 투자한 내용을 정리한 카우프만 재단 보고서가 있다. 성공, 적당한 성공, 원금회수, 실패로 구분된다. 성공한 것의 비율은 14%, 열 개 투자해 1개 반 정도다. 성공까지 기간은 8.6년이 걸렸다. 한국에서 기업이 IPO까지 가는 기간 (9~10년)과 큰 차이는 없다. 반면에 망하는 데는 2~3년이 걸렸다.
투자금액을 보면 성공한 사례는 평균 8만 달러, 실패한 것은 7만 3천 달러 정도를 투자했다.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실패하는데 기간만 연장할 수 있다. 빨리 망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게 더 좋은데 돈이 남아 있으면 그게 쉽지 않다. 성과없이 연명하는 기간만 늘어나기에 사회적으로도 좋지 않다.
그리고 비율적으로 10개를 투자해 2~3개에서 10배의 회수를 했다. 성공한 창업자가 실패한 창업자를 돕는 구조다. 그래서 연대보증을 안 해도 되는거다. 농담이지만, 투자업은 성공한 창업자에게 돈을 받아 실패한 창업자에게 주는 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투자든 한 두 개로는 안 된다. 엔젤투자를 한다면 적어도 30개 정도는 해야 한다. 뭐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보통 벤처캐피털은 한 펀드에서 2~30개 기업에 투자한다. 마찬가지로 뭐가 잘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할 때는 다 된다고 판단했기에 하는거다. 안 된다고 생각하고 투자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다.
스타트업 투자는 단계별로 진행된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한 고민은 ‘소비자가 모바일 앱을 다운로드 받을까’, ‘모바일 앱에서 주문을 받을까’, ‘배달업소의 DB를 잘 모을 수 있을까’ 였을 거다. 이후에 수익모델을 고민했을거고. 이렇게 단계적으로 올라가기에 벤처캐피털도 단계별로 따라간다. 대체적으로 사업과 자금이 단계적으로 맞물려가는 매커니즘이다.
사업계획서대로 되는 사업은 없다.
사업계획서대로 되는 사업은 없다. 적어도 나는 그런 경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중요하다. 그것이 있어야 준거점이 되고 학습이 된다. 문서로 기록을 해놓아야 후일 자기 생각이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자기합리화를 빠르게 한다. 안 써놓으면 옛날에도 그렇게 생각한 줄 안다.
창업 실패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창업을 시작해 잘 버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멈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 창업을 시작하기 전에 중단의 조건을 미리 정해놓고 그걸 주변에 알리는 게 좋다. 예를들어 2년 내 성과를 내겠다거나 얼마까지 자금을 쓰겠다거나 하는 것이다. 물론 여러 변수가 있기에 그대로는 안 된다. 하지만 뱉은 말이 있기에 노력은 한다. 스타트업은 평균이 실패이기에 망했다고 해서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다. 폐업을 능동적으로 주기적으로 고민하는 것을 권한다.
10명한테 사업 피칭을 할 때 듣는 사람 8명이 괜찮다고 하면 하지 않는게 좋다. 확실하게 실패한다. 듣는 사람이 난색을 표하거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면 그건 진지하게 더 고민해야 한다. 될 수도 있는 거다. 대박도 다른 것에서 나오고 처참한 실패도 다른 것에서 나온다. 트렌드를 쫓아 창업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잘 안 될 확률이 높고, 성공하더라도 파이가 크지 않다.
스타트업 성공 5요소 중 유일하게 축적되는 것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유명한 빌 그로스가 타이밍, 팀의 능력, 아이디어, 비즈니스 모델, 펀딩을 스타트업 성공 5요소라 말한적이 있다. 이중에 ‘팀의 능력’만 유일하게 축적된다. 나머지는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요건이다.
창업을 하려는 20대에게 주로 조언하는 것이 일단 대표의 역량이 좋아야 한다는 거다. 팀의 역량은 대표의 역량에 팀웍이 더해지는 거다.
***장병규 위원장과의 질의응답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