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위원장, “내가 20대라면 창업 안 한다. 하지만…”
***장병규 4차위 위원장 “스타트업은 평균이 실패다” 에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2월 28일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에서 출판기념 강연 및 청중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장 위원장은 네오위즈, 첫눈, 블루홀을 설립한 기업가이자 초기기업 전문 벤처캐피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를 설립한 투자자다.
이날 장 위원장은 현 정부가 집중하는 4차산업혁명은 ‘초연결,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디지털로 촉발되는 지능화 혁명’이라 풀이했다. 아울러 4차산업혁명에 걸맞는 매커니즘이 있는 곳이 스타트업이라 설명했다.
그는 “지식이 전달되어 학습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제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 된다. 젊은 세대에서 훨씬 더 빨리 지식 전승의 가치가 없어지고 있다. 지금은 ‘실행’과 ‘협업’을 통해 배우는 시대다. 이러한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 행동에 의한 학습)과 쉐어링이 가장 극적이고 매커니즘적으로 잘 돌아가는 곳이 바로 스타트업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스타트업이 사회, 경제, 국가 혁신(innovation)에 더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정부정책에 따라 무작정 창업하는 건 비효율적이라 전제하며 창업 이전에 스타트업에서 일해보는 걸 권했다.
그는 “스타트업에서 직원이든 인턴이든 일을 해보고 변함없이 의지가 있다면 그때에 비로소 창업을 선택해도 된다. 무작정 청년들에게 ‘창업을 하라’ 말하는 건 잘못 된 거다. 그보다 ‘스타트업에 취직을 해도 된다’.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창업을 독려할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에 취직해도 된다는 걸 가이드해주는 것이 현실적 조언”이라 강조했다.
이하 장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스타트업에 대한 다양한 정의(定義)가 있다. 와이콤비네이터(YC, 미국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는 ‘초고속 성장을 지향하는 조직’이라고 했고, 위키백과에서는 단순히 ‘역사가 짧은 회사’라고 되어있다. 장위원장이 생각하는 스타트업 정의는 뭔가.
단어 자체로만 놓고보면 ‘시작하는 회사’다. 중요한 키워드는 ‘성장’이라고 본다. 스타트업은 회사도 빠르게 성장해야 하고, 그 안의 구성원도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조직이다. 그래야 사회혁신도 빠르게 이룰 수 있다.
성공한 창업자로 유명하다. 평소에 일하는 스타일은 어떤가.
일할 때 편한 스타일은 아니다. 싸이월드식으로 치면 1촌 관계에 있는 사람들, 나와 지근거리에서 직접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힘들어한다. 많은 것을 요구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도 그들에게 짐이 안 되기 위해 스스로 채찍질 한다. 하지만 직접적 업무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들과는 편하게 지내는 편이다.
이력이 다채롭다. 엔지니어에서 창업자, 투자자, 근래 정부 행정 일까지 하고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간간히 볼 수 있는 사례이지만, 한국에서는 드문 행보다. 이 길을 걸어가는 이유, 그런 선택을 한 계기나 동기가 있나.
대단한 계기나 사명감같은 게 있는 건 아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 한 선택일 뿐이다. 네오위즈를 했기 때문에 첫눈도 했고, 첫눈을 했기 때문에 블루홀과 본엔젤스 일을 하게 되었다. 또 그걸 열심히 했기 때문에 정부쪽에서 제안을 받게 되었고. 내가 어딘가에 필요한 상황이 조성되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지, 정말 잘 할 수 있는지 정도 자문한 뒤 정한다. 흐름에 반하는 결정을 한 건 네오위즈 퇴사가 유일했다.
사업가와 투자자, 4차위 위원장 등 입장에 따라 다른게 있다면.
기업가와 투자자는 의사결정이나 행동이 많이 다르다. 창업자, 기업가로 일할 때는 ‘데일리 오퍼레이션(Daily Operation)’이 있다. 기업가는 살아남아야 하기에 매일이 전쟁이다. 반면에 투자자는 그런 속성이 없기에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에 좋다.
행정 일은 이제 3개월 밖에 되지 않았기에 명확하게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일단 생각할 것이 많고 변수도 많다. 기업가는 살아 남는 것만 생각하면 되는데, 국가 일은 그렇지 않다. 긴 호흡으로 가야하고, 절차도 있고, 이해관계 등 고려할 것이 많다.
여러 영역에서 역할을 맡고 있는데, 자기계발 등 노력도 하나.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을 가장 잘 하는게 최우선이다. 학습이란 건 오로지 현장을 겪어봐야 제대로 체화된다. 글로 읽은 것만으론 어렵다. 지금 하는 일이 최선인가를 고민하는 게 우선이다. 네오위즈 초기에는 일하는 것으로 성장했다. 사업을 맡은 이후에 경영과 관련된 책을 정말 많이 읽었고. 그리고 첫눈 때에 시작해 지금까지 경제 주간지를 꾸준히 읽고있다. 관련 분야 정보는 여러 경로로 꾸준히 찾아보는 편이다.
기업가 시절에는 투자자를 설득해야 했을거고, 지금은 여러 부처 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할텐데. 이해 관계가 다른 이들과는 어떻게 소통하나.
2009년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를 받으려 한 적이 있다. 열흘 간 10여 군데의 벤처캐피털을 돌아다녔다. 같은 이야기를 10번 정도 반복한건데, 그 과정에서 투자자가 반응하는 포인트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부분을 다음 투자자에게 강조해서 설명했다. 여러번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스토리도 보강됐다. 자연스럽게 내가 생각하는 흐름과 타인의 공감포인트를 알 수 있었다.
스타트업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IR을 수십 번 하잖나.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탄탄하게 만드는 창업자가 있다.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거다. 일방적인 말하기는 독백이다. 상대방도 받아들여야 대화다. 청자의 반응도 살피며 교감해야 대중에게 전달이 더 잘 된다.
회사나 속한 조직에서 의견충돌 등 분란이 있을때 중재는 어떻게 하나?
자기 이야기, 자기 의견만 말하면 타협이 안 된다. 회사나 조직이나 팀플레이를 하는거고 팀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통의 목표를 빨리 찾고 그것에 헌신하는 거다. 그래야 분란이 생겨도 타협이 된다. 그걸 찾는다.
지난 과정 중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블루홀에서 정말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3년 전 블루홀을 매각하려 준비를 했었다. 투자자에게 받은 금액, 내가 넣은 금액을 다 따져보니 한 7~800억 원 쯤 됐다. 원금과 이자까지 해서 1000억 원 조금 넘게 받으면 손실없이 해결이 되겠더라. 그 정도 금액이면 팔릴거라 생각했는데 실패했다. 그때 못 팔아서 블루홀을 계속한거고 인수합병도 시작했다. 이후 나는 경영에서 빠지기로 하고 김강석 대표(올해 사임)가 맡아 고생하며 여기까지 온거다.
여담이지만, 나는 몇년 전까진 스타트업을 하라고 말하던 사람이었다. 왜냐면 너무 안 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창업 열풍이 부는 추세이기에 거의 모든 대중강연에서 ‘창업을 하지 말라’고 한다. 사업은 힘들다.
초기 스타트업은 함께할 사람을 찾아 영입하는 게 관건이다.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좋은 사람과 함께하기 위한 가장 좋은 시작은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 되는거다. 사람이 사람을 끌어들인다. 네오위즈를 시작할 때 함께했던 개발파트 5명이 있다. 한 명은 나랑 카이스트 수강신청 시스템을 함께 만들며 일을 해봤던 사이고, 또 한 명은 아르바이트를 할 때 일을 해본 인연이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팀원은 그 두 사람의 지인이었다. 내가 학교에서 어느정도 알려져 있다는 것도 관문을 낮춘 계기가 되었다.
소위 말하는 ‘평판’도 중요하다.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같이 돈을 번다는 이미지는 사업가로서 매우 중요한 평판이다. 첫눈 때 과하게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나름 생각이 있어서 집행한거다. 장병규는 혼자 독식하지 않는다는 인식정도는 준 것 아니겠나.
비트코인, 블록체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이 각광받고있다. 만약 본인이 20대이고 지금 창업한다면 어떤 분야에서 하고 싶나?
창업 안 할거다. 과거 창업도 몰랐으니까 한 거다. 굳이, 꼭 해야 한다면, 마음이 가는 분야에서 하겠다. 트렌드에 따라 창업하는 건 매우 위험하고 후회를 낳는 일이 될 수 있다. 성공할 것 같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으로 창업과 분야를 선택하는 건 우매한 일이다. 스타트업은 평균이 실패지만 후회가 없는 실패를 해야한다. 트렌드에 따라가면 반드시 후회한다. 본인이 잘 하는 것, 마음 속 깊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게 맞다.
청년들에게 권하는게 있다. 인턴에 됐든, 직원이 됐든 스타트업을 경험하라는 거다. 정부정책에 따라 무작정 창업하는 건 비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효율적인 과정은 창업하기 전에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보고 변함없이 창업 의지가 있다면 그때 하는거다. 어른들이 청년들에게 ‘창업을 하라’ 조언하는 건 잘못 된 거다. 우리가 해줘야 할 건 ‘스타트업에 취직을 해도 된다’.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거다. 청년들이 ‘자기 자식은 창업하라고 이야기 안 하면서 왜 남의 자식에게 창업하라고 하느냐’는 비판을 하잖나. 스타트업 창업을 독려할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에 취직해도 된다는 걸 가이드해주는 것이 현실적인 조언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지금 20대가 어떤 공부, 준비를 하면 좋을까.
스티브 잡스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스티브 잡스는 어렵던 청년시절 캘리그래피(서체)에 미쳐 있었다고 한다. 당시 잡스가 캘리그래프를 창업에 도움이 될거라 생각하고 한 것은 아닐거다. 하지만 그 작업을 열심히 했기에 후에 맥킨토시 활자체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었다. 공부는 목적보다 몰입이 중요하다. 후일 언제, 어떻게 도움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나도 대학교 2학년 때 수학 과목을 들었던 것이 후일 사업계획서를 쓰는데 무척 도움이 되었다. 사업계획은 추정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이잖나. 그 공부가 나중에 사업계획을 세우는데 기반이 될거라 생각하고 한 건 아니었다.
뭔가를 하고 있을 때 다른 것을 바라보는 것은 오히려 손해다. 잡스가 ‘과거의 경험들이 점처럼 모이면 하나의 선이 되어 인생이 된다(Connecting the dots)’고 말했듯 본인이 하고 있는 것에 몰입하면 언제고 그것이 도움이 된다.
창업을 해야 한다면 뭐가 준비되어 있어야 할까. 어떤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면 시도해도 괜찮나.
‘중단의 조건’이 정해지면 해도 되지 않을까. 기간과 투입금액을 정한 뒤 그 시기동안 창업에 헌신할 수 있고, 실패를 해도 남는 게 있다고 믿는다면 도전해도 의미가 있다.
맥주 스타트업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는 창업을 2년 동안 준비해온 창업자다. 그런데 그 2년보다 창업이후 2주간 한 고민이 더 많았다 한다. 창업해서 부딪치는 문제는 그 상황에 가보지 않으면 모른다. 머리속 상상으로는 알 수 없는거다. 창업 전 어떤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 여겨도 막상 해보면 그게 해결책이 아닐 수 있다. 그것만으로 창업을 하는건 지혜로운 선택이 아닐 수 있다. 물론 모든 창업을 일반화할 수 없고, 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겠다.
성장 가능성은 없지만 유지가 되는 수준의 스타트업이 있다고 치자. 계속 가도 좋을까. 스타트업은 언제 멈춰야 할까.
중단의 조건 중 하나는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지 못 할 때’가 아닐까. 먹고 살만한 수준을 벌며 성장과 배움이 있다면 계속해도 무방할거다. 하루벌어 하루 산 다는 느낌, 스스로가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만두는 게 맞다.
보통 스타트업 경영진은 모든 구성원이 많은 시간을 일에 몰입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팀원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회사가 자기것이라는 마음, 소위 주인의식은 단기간에 생기진 않는다. 그걸 얻으려면 많은 장치가 필요하다. 단순히 열심히 일하라고만 하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것과 같다. 별다른 동기부여 없이 일에 몰입하라는 것은 주요 주주들의 마음일 뿐이다. 주주도 아니고 월급받는 사람이 왜 그렇게 일해야 하나. 물론 주요 주주가 샐러리맨 성향이라면 주식을 회수하고 헤어져야 한다. 주인이 아니잖나.
하나 확실한 것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인생이란 없다는 거다. 인생은 어떤 것을 선택하고 어떤 것을 포기하는 과정이다. 그러면서 개인의 삶이 만들어지는 거고.
투자자 입장에서 스타트업을 바라볼 때 중요하게 보는 포인트가 있다면.
아무래도 투자는 얼마나 큰 리턴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고 복합적으로 봐야한다. 특이한 것을 하나 이야기 하자면, 너무 완벽해 보이는 팀과 아이디어 일때 오히려 더 조심스럽다는 거다. 흠이 없는 팀과 흠이 없는 사업계획이란 없다. 그런 팀과 사업에 투자를 하고나면 뭔가 미진한 점이 후일에 발견되곤 한다. 그래서 투자할 때 너무 완벽해 보이는 아이템에는 손이 잘 안 나간다. 남들이 보기에 흠이있는 아이템에 차라리 더 마음이 가곤 한다. 그렇다고 일부러 그렇게 보일 필요는 없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스타트업의 핵심은 좋은 그림과 팀이 아니라 어떻게 문제를 극복해 나가느냐가 아니겠나.
안 될 것 같아서 투자를 안 했는데, 소위 대박을 낸 스타트업이 있다면.
대표적으로 쿠팡이 있다. 김범석 대표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투자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쿠팡이 어떤 기업인가. 큰 기회를 놓친거고 내가 잘 몰랐다.
벤처캐피털은 게임 등 콘텐츠를 만드는 스타트업의 가치평가를 어떻게 하나.
게임제작업은 가치평가가 힘들다. 단계적으로 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치평가가 모아니면 도다. 중간이 별로 없다. 한국 게임업계가 20년 정도 성장했는데, 그사이 관련된 투자는 등락이 있었다. 게임에 투자를 많이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관련 벤처캐피털이 거의 다 없어졌다. 게임과 관련된 정교한 투자방법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그걸 알았으면 블루홀을 시작하지 않았을거다. 몰랐으니까 투자하고 함께한거다.
당장의 수익모델은 없지만 고객 인게지먼트가 높은 스타트업이라면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
당연히 수익 모델이 있는 스타트업이 투자자 입장에선 좋다. 하지만 닷컴시대를 경험한 투자자는 트래픽만 있다면 수익이 연결된다는 학습이 되어 있다. 그래서 투자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돈을 적게벌고 많이 벌고 차이만 있을 뿐이라 여기고, 못 벌면 누군가 M&A를 할거라 생각한다. 고객이 사랑하는 ‘무언가’는 어떤 형태로든 돈이 된다는 믿음이 투자자에게 있다. 물론 투자이후 지켜보는 것은 쉽지 않다.
6,7년 전 정부 행사에 갔을 때 어떤 인사가 ‘카카오톡은 전국민이 다 쓰는 서비스지만 이익을 못 내니 문제가 있지 않나’라고 묻더라. 내 대답은 ‘트래픽이 그정도 많으면 어떤 형태로든 수익을 낼거다’라는 거였다. 그리고 카카오에 대한 기우는 몇년만에 없어졌다.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인도에서 트루밸런스라는 서비스를 운영중인 밸런스히어로는 우리가 투자할 당시 수익모델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결정하고 집행했다. 트래픽이 있다는 것이 컸다. 나도 닷컴을 경험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본엔젤스는 국내 최초의 스타트업 전문 벤처캐피털이다. 주변의 우려를 물리치고 시작한 이유는 뭔가.
거창한 이유는 없다. 초기 기업에 투자를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거라 봤다. 고객의 니즈도 있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엔젤투자를 시작한 창업자들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한다. 창업자로 잘 하는 것과 투자자로 잘 하는 건 완전 다르기 때문이다. 업의 매커니즘이 상이하다. 이때 본인의 길이 아니라 판단해 관두는 부류가 있고, 반대로 엔젤투자를 열심히 공부하는 부류가 있다. 나는 후자쪽이었다. 작은 시장이든 큰 시장이든 비즈니스 하는 사람의 꿈은 독점하는 거다. 얼리스테이지 투자에서 시작하면 그 분야를 독점할 수 있다고 봤다. 물론 지금은 국내에 다수의 얼리스테이지 벤처캐피털이 존재한다.
액셀러레이터와 얼리스테이지 벤처캐피털의 차이는 뭐라고 보나.
액셀러레이터의 키워드는 ‘교육’이고 얼리스테이지 벤처캐피털의 키워드는 ‘투자’다. 미국 Y콤비네이터와 500스타트업 등 유명 액셀러레이터의 기본 매커니즘 역시 교육에 방점이 있다. 그들은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배치(batch)’ 프로그램, 즉 기수제로 운영한다.
시니어 투자자로서 주니어 투자자에게 조언해 줄 것이 있다면.
단 하나의 조언은 ‘갑질하지 말라’는 거다. 주니어 투자자가 갑질하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봤다. 투자자가 되면 남의 돈을 자기 돈 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인성이 나쁘다거나 의도한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주니어 투자자는 창업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겸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