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인의 익명토크#7] 어느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와의 대화
IT 트렌드와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던 지인 간 대화에서도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화두로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암호화폐는 큰 화제를 모았다. 2017년 5월 1BTC가 한화 기준 첫 300만 원을 넘어선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이달 26일 기준 123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비트코인을 둘러싼 보도가 있어왔다. 특히 올해들어 하루 수백건씩 관련 뉴스가 쏟아진다. 정부의 거래소 폐쇄 가능성 언급에, 미국에서 전해온 암호화폐 등급 발표에 암호화폐 시세 그래프는 출렁인다. 기술적 관점의 우호적인 시선도 있지만, 유시민 작가처럼 “역사상 가장 난해하고 우아한 사기”라는 관점도 있다. 여기에 ‘흙수저’ 탈출을 바라는 2030세대의 빛이자 절망으로도 취급되고 있다.
이를 거래하는 각 거래소도 급박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국내 A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 B와 만나 입장을 들어봤다.
블록체인 개념이 등장하고 비트코인이 거래가 된지는 몇년 됐다. 왜 근래 이렇게 화제가 됐을까.
과거에는 기술에 투자하는 사람들, 혹은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의 영역이었다.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이 많은 것도 아니고 시장도 비활성화 돼 있었으며 해외 이용도 어려웠다. 그러던 암호화폐가 세계적인 이슈로 자리매김한 데는 지난해 5월과 9월 비트코인 가격의 폭등에서 기인한다. 하루에 2,3배씩 오르던 시기가 지속됐다. 급기야는 하루 아침에 암호화폐로 떼돈을 벌었다는 이들이 생겨났다. 대중이 관심을 가진 건 당연했다. 게다가 거래 형태도 주식과 비슷하지만 장벽은 높지 않다. 반면에 수익률은 주식과 기존 P2P, 시중 금리보다도 컸다. 사람들이 몰리기 좋은 환경이었다.
열광을 넘어선 광풍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시세가 급변한다. 거래소측에서는 이를 예상했나.
우리를 포함해 대부분의 거래소가 예상치 못했을 거다. 물론 장기적으론 흐름이 올거라 봤다. 관건은 시장의 속도와 규모였는데, 기대한 성장 속도보다 빨랐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고. 사실 거래소는 우리가 운영하는 서비스의 하나일 뿐이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과 지급결제 서비스 등 다양한 시도를 염두해두고 있었다. 이를 위해 금융권과 컨소시엄도 맺었다. 결과적으론 다 차단됐다. 답답한 상황이다.
암호화폐를 두고 2주 전 JTBC 토론이 화제가 되었다.
양측 모두 얘기는 잘 했다. 다만 서로 자신의 할 말만 하고 끝난 느낌이 강했다. 한쪽은 본인이 아는 영역에서 프레임을 짜 놓고 핑퐁 싸움을 했다. 다른 한쪽은 개념을 너무 어렵게 설명했다.
사실 비트코인만 놓고 얘기할 건 아니었다고 본다. 대전제는 블록체인으로 인한 새로운 체인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암호화폐는 문제가 많지만 개선되는 중이다. 비트코인 하나로만 토론이 벌어진다면 대립만 남을 뿐이다.
블록체인만을 연구하고 개발중인 업체는 이 상황이 더욱 답답할 거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 하겠다는데 그게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정부가 공정한 규제를 한 뒤 산업이 성장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여러모로 아쉽다.
일확천금을 좇는 시류로 인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는 의견도 있다.
차세대 기술이라는 상징성과 높은 접근성, ‘흙수저’ 계급론 등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맞물려 이렇게 된 듯 하다. 다만 우리 업계는 이런 현상이 반갑지만은 않다. 기술적인 관점으로 설명을 하며 대중에 접근하고는 있는데 큰 효과를 내고 있지는 않다.
사회 전반적 분위기는 양날의 검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요소라고 본다.
근래 여러 거래소에서 직원을 많이 채용하고 있다. A거래소는 어떤 인력이 충원되고 있나.
좋은 인재를 영입하는 이유는 시너지를 내며 발전해야 하고 세계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아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우리 거래소는 내가 합류했을 때보다 6배정도 직원이 늘었다. CS 인력까지 포함하면 수는 더 많다. 일주일에 두 세명씩 새로운 인력이 출근하고 있다. 전체 팀원의 절반은 개발자다. 금융권 출신도 늘고 있는 추세다.
국가별 접근 방식은 어떻다 보나.
미국은 2014년부터 블록체인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세상에 막 등장했을 시점임에도 토론 내용의 수준이 훌륭했다. 그런 과정을 거쳤기에 시카고 선물상품 등이 나왔을 거라 본다. 이웃나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국가적 차원에서 암호화폐 네트워크를 장려하고 적절한 규제를 통해 거래소 인가제를 만들어 합법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내에서 현재 시장이 과열된 건 맞다. 그렇다고 산업을 죽이는 접근은 아니다 싶다. 업계에선 자율 규제안에 따라 자정적 고민을 하고 있다. 당국과 함께 고민해 올바르고 건강한 개선책이 나오길 바란다.
내부에서 상황에 따른 대처는 어떻게 하는 중인가.
정부 부처로부터 실사를 받기고 했고, 과태료를 물은 곳도 있다. 하지만 할 일은 하고 있다. 흔들리지 말고 서비스를 보강하자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거래소 직원이 비트코인 거래로 수익을 많이 올렸다는 소문도 있다.
전수조사를 한 것이 아니기에 그렇다, 아니다를 말하기는 어렵다. 확실한 건 우리나 다른 거래소나 기존 증권사처럼 내부 거래를 할 수 없다. 물론 거래가 원천 차단된 건 아니어서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법무팀이 거래 내역을 요청하면 무슨 목적으로 왜 거래 했는지 등 모든 내용을 세세히 공개해야 한다.
기술 투자를 표방하지만 투기 성향을 보이는 이들도 있지 않나.
반반인 것 같다. 다만 기술로 접근한 이들 다수는 차트에 맹목적으로 집착하지는 않는 편이다. 기술을 개발한 팀구성과 시장성을 분석하고 기술 자체를 즐기는 성향이 있다.
거래소를 둘러싸고 양도세와 부가세 등 각종 세금 이슈도 불거졌다.
사업을 하면 당연히 돈을 내야한다. 논의가 필요한 양도세를 제외한 나머지 법인세와 부가세 등은 돈을 번 만큼 내야 한다. 다만 언론에서 너무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것 같다. 수백억 단위의 세금 얘기를 언급하면 마치 불법으로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거래소 과태료도 서비스 잘잘못이 아니라 개인정보 관리 측면에서 부과된 일이다. 현재 보도의 헤드라인만 읽으면 보안이 큰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이미 시정명령이 있었고 1월 마지막주가 되면 보완이 완료된다. 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바로잡고 싶다.
거래소 폐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극단적인 상황이다. 다수의 거래소는 국내에서 어렵다면 사업 방향을 바꿔서 운영할거라 본다.
정부의 개입은 당연해 보인다. 다만 무 자르듯이 나누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정부에서도 고민이 많을거다. 현재 너무 많은 참여자가 있고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이에 맞는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새로운 울타리를 쳐서 합법적 규제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고 싶다. 다만 기존의 체계와 짜 맞추려다 보니 합이 안 이뤄지고 있다.
기존의 금융 업계에서 사용하는 것 보다 훨씬 좋은 장비와 보안 시스템을 갖춘 게 이쪽 업계다. 넥슨이 1천억 원에 가까운 큰 돈을 거래소 하나만 보고 쓰진 않았을 거다. 아울러 이쪽 업계 취업자도 늘고 있다. 정부가 고민 하는 일자리 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본다. 협회가 생겼고 국회 측에서 다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거라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