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95] “AI 음악 라디오 서비스로 세계 시장 진출하겠다”
미디어스코프 금기훈 대표는 국내 디지털 음악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는 2000년 국내 최초 MP3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 ‘위즈맥스’를 선보였고, 삼성뮤직과 KTF뮤직, 멜론, 네이버뮤직, 엠넷닷컴 등을 거치며 약 20년간 디지털 음악 서비스를 다뤄왔다. 그리고 제3세대 디지털 음악 시장을 겨냥해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섰다.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글로벌 음악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금기훈 대표를 만났다.
2000년에 첫 벤처 창업을 했다. 당시의 경험이 미디어스코프 창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위즈맥스라는 MP3 다운로드 서비스는 소리바다보다 6개월 전 출시됐다. 음악 시장이 음반 중심에서 음원 위주로 재편성되고 있는 시기에 국내 최초로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7년 정도 운영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시장 점유에 실패했다. 무료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들이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당시 합법적인 유료 서비스는 위즈맥스가 유일했다. 이후 와이더맨, CJ E&M, SK플래닛 등 대기업 디지털 음악 사업을 거치며 20년 경력의 전문가가 됐다. 미디어스코프는 제3세대 디지털 음악 시장을 주도하고자 창립한 회사다.
3세대 디지털 음악 시장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내가 개인적으로 내린 정의다. 나는 디지털 음악 시장을 3개의 세대로 구분한다. 2천 년 대 초반 등장한 MP3 시장이 1세대,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시작된 모바일 스트리밍 시장이 2세대다. 3세대 음악 시장의 키워드는 초연결이다. 물리적으로는 다양한 디바이스가 연동될 것이다. 콘텐츠 적으로는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을 위한 서비스와 상품들이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 팬덤 문화가 활성화되며 음악 시장의 주체도 기획사에서 아티스트로 이동한다. 음악을 소비한다기보다는 아티스트를 소비하는 경향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 패러다임의 변화 과정에서 영상 콘텐츠를 위한 AR, VR, 음악 추천을 위한 인공지능, 음원 유통을 위한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들이 결합한다. 역사적으로 시장이 크게 바뀔 때마다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할 기회가 왔다. 지금이 그 시기라고 본다.
달라진 디지털 음악 시장에 맞춰, 미디어스코프는 어떤 서비스를 내놨나.
듣는 음악 서비스 ‘딩가라디오’와 부르는 음악 서비스 ‘딩가스타’ 두 가지를 출시했다. 어떤 서비스를 할 것이지 결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당연히 이 두 축이 앞으로의 음악 서비스의 핵심이 될 텐데, 3세대 흐름에 발맞춰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가를 오래 고민했다. 핵심은 기술력이었다. 일반적인 스타트업들이 서비스를 먼저 고민하지만, 우리는 기술 개발을 먼저 했다.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 ‘딩가라디오’를 출시하기 위해 기반 기술을 닦는 데에만 2년 반이 걸렸다.
현재 국내 음악 시장의 큰 문제는 ‘쏠림 현상’이다. 멜론의 독과점이 심화되고 있다 보니 새로운 음악 서비스도, 아티스트도 나와서 성공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미디어스코프는 딩가라디오를 통해 음악의 저변을 넓히고자 한다. 음악 라디오 서비스 특성상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소개되면서 음악 서비스 이용 연령층을 40, 50대까지 넓힐 수 있다. 딩가스타는 누구든 쉽게 음악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것이다.
미디어스코프의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2년 반 동안 개발한 인공지능 음악 추천 엔진 ‘미어캣’이다. 음악 서비스의 빅데이터 분석은 사용자의 취향과 음악 성분, 양 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는 건 간단하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음악을 분석해내는 일이다. 우리는 기본적인 디지털 신호 분석 기술에 추가로 감성 분석 엔진을 내부에서 만들었다. 음악을 신호학적으로 분석하면 음악의 선율이 강하다, 약하다, 부드럽다는 것을 구별해낼 수 있다. 여기에 감성 분석이 더해지는데, 결론적으로는 가사를 분석하는 것이다. 같은 이별이긴 한데, 이게 아름다운 이별인지 분노하는 이별인지까지 구분할 수 있다. 보컬 음성, 아티스트 데이터 분석도 같이 이루어진다. 딩가라디오가 제안한 음악에 대해 사용자의 반응을 또 한 번 엔진이 학습하면서 정확도는 점차 높아지게 된다. 이 정도 수준의 음악 추천 알고리즘을 가진 국내 기업은 없다고 자신한다. 향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차세대 VR 노래방 기술도 선보일 것이다. 위에 언급한 기술은 모두 3세대 디지털 음악 서비스의 핵심 기술들이다.
두 서비스의 수익 모델은 무엇인가.
딩가스타는 기본적으로 무료다. 하지만 프리미엄 유료 모델을 도입했다. 앞으로 오디션, 보컬 아카데미 등 부가 서비스를 결합할 예정이다.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시기라고 해도, 대기업 중심의 음원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주목을 받으며 큰 투자를 이끌었던 무료음악 서비스 ‘비트’도 2016년 서비스를 접었다. 저작권료 문제가 큰 걸림돌이었는데.
비트의 실패에서 저작권 문제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었긴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가 있었다고 본다. 비트는 라디오 서비스로 시장에서 자리잡으려 했지만, 법적으로는 결국 멜론과 같은 전송 서비스다. 결국 이 분야는 음반사들의 배타적인 권리가 미치는 영역이고, 기존 음원 서비스와도 비즈니스 영역이 충돌한다. 이미 기존 사업자들이 시장에서 지불하고 있던 저작권료의 수준이 있는데, 비트는 이를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시했다. 비트의 수익 모델은 광고 비즈니스였는데, 광고료를 가지고 상업용 콘텐츠의 저작권료를 충당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최근 10년간 음악 스타트업이 그렇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안타까움이 컸다.
미디어스코프는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딩가라디오는 전송 서비스가 아닌 디지털 라디오 서비스다. 따라서 저작권료 지불 방식이 다르다. 비트는 사용자에게 음악을 선택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특정 음악을 선택하거나, 건너뛸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경우 전송 서비스로 분류되어, 사전에 각 음반사로부터 일일이 음악 사용 권리를 허락받아야 한다. 딩가라디오는 이용자의 선택을 일부 제한하는 대신, 그 약점을 방대한 채널 수와 인공지능 추천 엔진으로 메웠다. 당시 비트에는 채널이 500개 정도 있었는데, 딩가라디오는 채널이 2만 개가 넘는다. 사용자에게는 채널 선택권만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음반사에 사전 허락을 받을 필요 없이, 추후 창출한 매출에 대해 일정 부분을 보상금 형태로 한국 음반 산업에 지불하면 된다.
음악 시장은 신규 사업자의 출현에 매우 배타적이고, 타협의 여지를 찾기가 힘든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은 기존사업자와 다툼에서 법리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서지 않는 방안을 고민했다. 이를 위해 3년간 대학원에서 저작권법을 다시 공부하면서까지 준비를 했다. 부당한 요구와 사업 방해 행위에 대해 정식으로 대응했는데 덕분에 지금까지 5차례의 법적 다툼이 겪었고, 모두 이기고 이제 하나만 남겨두고 있다.
불합리한 규제를 비판만 하기보단, 3년 간의 석사 연구를 통해 그 돌파점을 찾아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사업을 잘 해내기 위해 창업 준비와 석사 생활을 동시에 했다. 나도 2천 년 대 초반에 첫 벤처를 창업했을 때는 젊고 의욕적이었으니까 마구 싸우고 부딪혔다. 하지만 한가지 깨달은 것은 나는 창업가이지 정치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규제 문제가 해소되는 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규제를 누가 풀어줘서 사업의 승패가 갈린다면, 내 사업의 운명을 남이 결정하는 셈이다. 자신이 하는 사업이 기존 사업자들과 갈등 관계에 놓일 때, 경영자는 그 정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싸워도 될지 말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법적 다툼이 벌어지면 투자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아무리 결백하다 해도 재무적인 어려움을 견디기가 어렵다. 싸우는 게 손해라고 판단이 서면, 기존 법과 시장 체계 안에서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인지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했다. 자금적으로도 미디어스코프의 경우 창업 초기부터 B2B매출을 확보했고, 초기 펀딩을 통해 어느 정도 버틸 힘을 비축한 상태였다.
SKT가 올해 AI, 5G, 블록체인을 적용한 음악 추천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SM, JYP, 빅히트 등 대형 기획사 3사와도 협업한다. 실질적으로 미디어스코프의 가장 큰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경쟁 관계가 될지, 협력 관계가 될지는 SKT의 선택에 달려있다. SKT가 기존 음원 서비스들과 경쟁하기 위해 이런 선언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3세대 디지털 음악 시장에 발맞춰 새로운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포부일 것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지금까지 마케팅 경쟁만 치열했던 음악 시장에 모처럼 기술 경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20년간 디지털 음악 시장을 만들어왔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글로벌 음악 플랫폼을 배출하지 못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한국발 음악 서비스가 세계로 진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서비스 자원을 모을 필요가 있다. 여러 스타트업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다. 미디어스코프는 이미 120개국에서 5년간 음악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대기업이 3세대 음악 서비스를 만들어가는데 기술, 플랫폼 적으로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기업이라 자신한다.
마지막으로 미디어스코프의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올해 내로 가입자 500만을 확보하고 손익분기를 돌파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과 미국의 현지 법인 설립도 가시화될 예정이다. 현재 120개국에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시장 진입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로 중요한 해외 사업 거점 3개 이상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중요한 목표다. 중장기적으로는 3년 내에 글로벌 10대 음악서비스로 도약하는 것이다. 향후 10년 내로는 글로벌 3대 음악 서비스로 올라서고 싶다. 스포티파이는 2008년 스웨덴에서 시작해 현재 세계 최대 음악 서비스 기업이 되었다. 우리라고 못할 것 있나. 이제부터가 본게임이다. 잘 지켜봐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