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97] “평창올림픽 우리도 함께했어요” 혼합현실 스타트업 ‘닷밀’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어요. 오각형 원형 야외무대에 적은 인원을 세우는 대신 그 공백을 미디어아트로 활용해 채우자고 했던 게 신의 한 수였어요.”
평창동계올림픽의 송승환 총감독은 지난 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제 평창올림픽 공연에 배정된 예산은 베이징 올림픽의 10분의 1 수준인 600억. 많은 인력을 동원하기 힘들어 하마터면 허전해보일 수 있었던 올림픽 스타디움은 미디어아트의 도움을 받아 전통의 아름다움과 평화의 메시지로 가득찰 수 있었다.
이 올림픽 미디어아트의 중심에는 혼합현실(MR) 전문 스타트업 ‘닷밀’이 있다. 이들은 타기업과 분량을 나누어 개, 폐회식에서 ‘모두를 위한 미래를’, ‘행동하는 평화’, ‘열정의 노래 1,2’ 등 총 5개의 공연의 프로젝션 맵핑을 전담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 대다수 팀원이 장기 휴가를 떠났다는 닷밀의 전지혜 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닷밀은 올림픽을 위해 어느 정도 준비를 해왔나.
약 11개월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였다. 내부적으로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기 때문에 업무량이 계속 불어났다. 워낙 오랜 시간을 투자했던 만큼 팀원들의 정신적인 피로도가 컸고,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팀원 전체가 한마음으로 도와가며 무사히 끝났다. 20명이 넘는 아티스트들도 미디어아트를 위해 고생해줬다.
닷밀은 정확히 무엇을 만들어내는 기업인가.
혼합현실 콘텐츠 제작 기업이다. 우리는 미디어 공연 생태에서 영상, 퍼포먼스, 음악, 기획, 기술이 한데 어우러져야 최상의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래서 인원이 적던 초기부터 다양한 예술, 기술 분야의 사람을 모으고 함께 작업을 만들어왔다. 우리는 원천 기술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서 항상 새로운 기술을 찾아내고 우리 프로젝트에 접목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공연에 대한 피드백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이었나.
실시간으로 댓글을 확인했다. 한 공연에 ‘이 공연이 제일 멋있다’는 댓글이 주르륵 달렸는데, 특별한 말이 아닌데도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그렇게 말해주니까 너무 감격스럽더라.
공연마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작업했나.
‘배려’다. 올림픽이라는 메가 이벤트에서는 수많은 사람과의 협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만 튀려는 욕심을 내세우면 문제가 생긴다. 작업에 참여하는 모두가 서로서로 돋보일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만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인지했다. 우리뿐 아니라 모두의 노력과 배려가 있었기에 음악, 조명, 무용, 미디어가 한데 어우러지는 좋은 결과물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 개폐막식도 맡았던 걸로 알고 있다. 닷밀이 어떤 경쟁력을 가졌길래, 이렇게 큰 국가 행사들을 맡을 수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위해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 개폐회식의 경우, 일정이 굉장히 급박했다. 하지만 사내에서 계속해서 쌓아온 R&D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다. 이런 경력이 더해지면서, 평창올림픽 제안요청서(RFP)를 받고 입찰을 통해 프로젝션 맵핑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닷밀의 대표작이라고 일컬을만한 작품이 있다면?
바다의 풍경을 그대로 숲속에 옮긴 제주 조각 공원의 포레스트 판타지아(Forest Fantasia), 삼성 갤럭시 언팩(Samsung Galaxy unpacked),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드(MAMA) 등을 꼽을 수 있다.
매출 증가율은 어떻게 되나.
작년 매출이 50억 정도다. 2012년 설립 연도 대비 5000% 증가한 수치다. 올해 매출은 100억 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데, 큰 이변이 없다면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혼합현실 콘텐츠 시장이 계속해서 커나갈 수 있을까? 국내외적 전망이 궁금하다.
사람은 현실에서 판타지다운 무언가를 경험하기 위해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왔다. 이 판타지의 시각적, 기술적 해답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 기술들은 기기로 인한 장벽 때문에 일시적인 이벤트에서만 소비돼왔다.
이를 극복하고자 등장한 것이 혼합현실이다. 맨눈으로 올림픽 개회식을 즐길 수 있었던 것처럼, 체험을 위한 어떤 기기도 필요하지 않다. 혼합현실은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원, 전시관 등 생활에 밀접하게 닿아있는 곳에서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다. 해외 유명 기업인 모멘트팩토리, 팀랩 등도 가족, 친구, 연인이 함께 찾을 수 있는 장소에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해외 진출 계획은 어떻게 되나.
해외 진출은 예전부터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몇 번의 공연을 마쳤다. 요즘에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B2B, B2C 비즈니스를 모두 진행한다. 동남아 시장은 미디어아트, 혼합현실 콘텐츠 분야에 있어서 완벽한 불모지다. 인제야 그곳에서도 미디어 쇼 분야가 주목받으며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 이를 선점할 기업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걸 우리가 해내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으로 닷밀의 단기, 중장기 목표에 대해 말씀해달라.
하던 걸 잘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단기 목표다. 중장기 목표라는 현재 진행 중인, 대중과 직접 만날 수 있는 B2C 사업을 잘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다양한 기술과 예술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내는 데 강점이 있는 회사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리 새롭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각 재료를 적절히 섞어 창조해 낸 ‘공간’이 주는 감동은 늘 새로울 것이라 자부한다. 앞으로도 잘 지켜봐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