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피쳐폰 시장의 ‘메일’문화, 이대로 끝?
“メール教えて!(메-루 오시에떼)”
멀지 않은 과거까지만 하더라도 첫 만남을 가진 사람들끼리 주고 받던 말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メール(mail)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e-mail주소가 아닌 피쳐폰의 메일주소를 말하는 것이다. 휴대전화 번호를 공유하여 SMS를 주고받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피쳐폰에서 자신이 만든 ID로 메일 주소를 만들 수 있다. 그 메일 주소를 이용하여 피쳐폰 게임도 즐기고, 사람들과 간단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일본에서의 피쳐폰 메일주소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빠질 수 없을만큼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인프라였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메일’의 기능을 사용하는 빈도가 줄어드는 중이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메일’이용 빈도가 급감되고 있으며, 점점 존재감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새해를 알리는 ‘あけおめメール’, 어디로 사라졌나?
“일부러 메일 서버를 강화하였는데, 사용 기록을 확인하니 작년보다 트래픽이 줄어들었다.”
2013년 새해를 맞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일본의 한 대형 통신 사업자의 임원이 이렇게 말했다. 매년 새해를 맞이하였을때 너무 많은 트래픽이 한꺼번에 몰려 서비스에 어려움을 느꼈었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 대항하자는 의미하여 남다른 결의로 메일 서버를 강화했던 것. 하지만 그 결과는 허탕이었다. 통신 인프라의 이용량은 예상대로 평소에 비해 크게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지만, ‘메일’이용은 2012년 대비 그 양이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해를 알리는 ‘あけおめメール’들은 다 어디로 흩어진 것이었을까? 바로 SNS 서비스이다. ‘LINE’, ‘Twitter’, ‘Facebook Messenger’등을 통하여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 첫 인사를 주고받기 시작한것이다. 이러한 현상에서 눈에 띌만한 변화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자정이 되는 순간의 ‘메일’사용량은 현저히 줄었지만, 새벽 이후 아침이 되었을 때의 ‘메일’이용량은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자정 새해맞이 인사는 SNS에게 수요를 빼았겨버렸을지 몰라도, 오히려 ‘메일’은 새해의 오전에 [연하장 스럽게]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왕좌의 ‘LINE’, 커뮤니케이션 App의 갑이 되다
일본 내에서 ‘메일’의 사용량이 급감하는 가운데, ‘메일’을 대체하게된 서비스는 다름아닌 NHN Japan의 ‘LINE’이다. ‘LINE’은 2011년 6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하였고, 서비스 시작 불과 2년만에 글로벌 사용자 1억 3천만 명(2013년 4월 기준) 돌파하였다. 특히 일본에서는 타 커뮤니케이션 App보다 유독 ‘LINE’의 인기가 높은편이다. 정확한 이유를 꼬집어 들 수는 없다. 한국에서 ‘카카오톡’이 이미 선점한 자리에 다른 커뮤니케이션 App들이 쉽사리 들어올 수 없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일본의 유명 IT매체인 [IT Media-Business Media 마코토]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이유에 몇가지 타당성을 제시하였다.
우선, NTT DOCOMO(일본 통신 1위 업체)에서 제공하는 스마트폰용 ‘메일’서비스의 질이 현저히 나빴다는 것. 일본 내 통신업체 1위인 NTT DOCOMO는 5천 만 명 이상의 ‘메일’유저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스마트폰 버전 ‘메일’ 어플리케이션의 서비스가 너무 성의없다는 사용자의 평이 대다수인 것이다. NTT DOCOMO는 기존의 피쳐폰 ‘메일’서비스에 있는 기능을 스마트폰으로 모두 옮긴 ‘SP모드 메일’을 설계하였는데, 그 때 스마트폰을 위한 최적화 작업을 제대로 거치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SP모드 메일’어플리케이션의 조작은 스마트하지 못하게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작동 속도는 느리고 디자인도 최악이라는 삼중고를 안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MNP(Mobile Number Potability)를 예로 들 수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져서 혹은 쏟아져나오는 디바이스들 덕분, 지금의 휴대전화 시장은 통신사-통신사 간의 이동이 활발해졌다. 스마트폰 시장 이전의 피쳐폰 시대에는, 통신사업자를 바꾸는 경우 ‘메일’ 주소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고, ‘LINE’과 같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에서는 휴대전화 번호 따위에 구애받지 않고 한번의 사용자 인증으로 ‘ID’를 발급받고, 그 계정을 계속하여 쓸 수 있게 되었다. 통신사 전환을 하여도 다른 사람들과 연락이 끊기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는 젊은 세대의 경우 MNP를 계기로 ‘메일’사용을 줄이고 ‘LINE’에 집중하겠다고 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메일’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우리나라의 SMS시장은 끝났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국내 ‘카카오톡’의 위력은 대단하다. 대기업들은 물론 통신사들까지 발벗고 나서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어플을 만들고 확산시키고자 노력하였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이미 젊은 세대부터 4~50대 기성세대까지도 ‘문자해!’ 대신 ‘카톡해!’를 외치고 있다. ‘아빠 들어올때 치킨사오세요 *^^*’도 이젠 문자가 아닌 ‘카카오톡’을 통해 귀여운 이모티콘을 덧붙여서 보낸다. 그렇다면 일본 특유의 ‘메일’문화는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생존의 길은 아직 존재한다고 본다. ‘LINE’을 그대로 모방하지 말 것, 그리고 스마트한 시대에 새로운 ‘메일’ 서비스를 목표로 할 것. 이미 기존의 ‘메일’ 계정은 일본의 성인 남녀라면 누구나 1개씩 갖고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계정을 잘 이용하여 iCloud Mail Box와 같은 형태로 진화 시킨다면, 일본의 ‘메일’문화를 ‘스마트한 메일’로 생존 가능하게 할 수 있을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신사간의 협약도 필요할테고, 모든 기기에 최적화 될 수 있는 최상의 UI를 뽑아내야 한다는 과제가 생기게 된다. 일본만의 특별 문화인 ‘메일’ 서비스가 한단계 진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아니면 역사속에 남을지- 앞으로 ‘LINE’의 행보와 함께 지켜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