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중국 산업에 문화를 채색한다 ‘선전 F518 창의원’
“선전의 발전은 개혁개방 정책이 옳았음을 증명한다.” – 덩샤오핑
선전은 미래 중국을 몇년 먼저 만나볼 수 있는 도시다. 제조, IT, 문화 인프라가 조화를 이루며 융합되어 있다. 여기에 정부지원도 파격적이다. 때문에 창업을 꿈꾸는 개인과 스타트업이 모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선전에 메이커와 스타트업이 몰리는 이유는 단순히 제조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곳에는 산업 디자인과 기구 설계와 전자회로 설계를 아웃소싱할 수 있는 수십, 수백 개의 디자인 하우스가 있고,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공장도 즐비하다.
선전에는 창업지원공간 뿐만 아니라 액셀러레이터가 상당수 존재한다. 이들은 지역의 우수한 하드웨어 인프라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실제 비즈니스로 성장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아이디어를 빠르게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할 수 있게 돕고 실제 상품의 생산/유통을 지원한다. 선전에는 총 500개가 넘는 창업 지원 공간이 있으며 텐센트 사옥이 위치한 난산지구에만 100여 개가 넘는 창업 기관들이 모여있다.
일견 딱딱해 보이는 선전에는 ‘선전 F518 창의원(深圳F518创意园, 이하 F518)’이란 명칭의 산업 클러스터가 있다.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2007년 12월 7일에 탄생한 이 단지는 지난 10년 간 선전 문화산업의 디딤돌 역할을 해오고 있다. 제조, 소프트웨어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화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도모하는 전진기지 역할이다.
F518은 90년대 설립된 낙후된 피혁공장지대 14만㎡ 부지, 18개 동 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한 산업집적지이다. 정부와 기업의 조성 자금 3억 5천만 위안(약 590억 원)이 투입되었으며 부지 내 촘촘히 들어선 건물면적만 3만 5000㎡에 이른다.
F518은 패션과 음악, 디자인,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문화 콘텐츠 종사자 간 협업을 도모하는 공간을 비롯해 150여 개 기업 의 사무공간, 창작자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장, 공연장 등 6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2017년 기준 F518 입주 기업은 149곳이다. 업종은 디자인 30%, 스마트 하드웨어 22%, 모바일 게임 10%, 인터넷 비즈니스 15%, 콘텐츠 창작이 13%비율이다. 10여년 간 F518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서비스 업체는 3800개, 단지 내 기업 누적 영업 이익은 32.99억 위안, 누적 납세액 12.78 억 위안, 저작권 등록은 12,643건 이었다.
‘예술과 디자인의 가치를 공유한다’는 모토를 지닌 F518은 중국 창작자와 스몰비즈니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병행 중이다. 창작자를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업무공간을 대여하고, 이 곳을 찾는 업계 관계자 및 주민에게 문화산업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창작자들은 문화와 IT산업의 융합을 실험하는 베타 테스트를 이곳에서 실행 중이다.
아울러 다수의 창작자 펀드가 조성되어 있기에 콘텐츠 스타트업이 초기 자금을 마련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선전창의투자집단 판칭칭 매니저는 “F518은 중국 IP산업을 육성하는 곳”이라 말하며 “이곳을 거쳐간 기업 중 성공사례가 다수 나오며 입주를 희망하는 대기 기업만 100여 개 사가 넘는다.”고 귀뜸했다.
현재 중국은 각 성, 도시별 특성에 맞게 산업 혁신을 진행중이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문화와 디자인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는 튼튼한 몸체 위에 문화와 디자인이라는 외피가 씌워지는 형태로 변모 중이다. 내외공을 겸비한 고수의 출도가 얼마 안 남았다.
F518은 애니메이션 중심지로도 유명하다. 특히 ‘F518 애니메이션’은 만화 콘텐츠 창작 및 개발 전문기업으로 애니메이션 공급 외 2차 저작물 파생사업도 진행중이다. 국내 만화관련 기관 및 게임사와도 협력을 하고 있다.
F518 곳곳에 전시된 공중전화 박스 안 병마용. 관계자에게 이 전시물의 의미를 물어보니 ‘단지 재미’라는 답변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