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기업, 3년은 돼야 핵심고객이 생긴다’ 김진영 로아컨설팅 대표

소프트뱅크미디어의 신규 리서치&컨설팅 사업을 총괄하는 책임자로 일하던 김진영 대표는 그의 나이 33살 때 로아컨설팅(ROA Consulting)을 창업한다. 2000년대 초반 당시에는 이동통신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생겨나고 있었고, IT 전문 컨설팅업이 아직은 생소할 때였다. 이동통신사를 고객사로 상대하면서 컨설팅 서비스의 시장성을 확인한 김진영 대표는 ‘공장을 돌리는 게 아니라 사람의 두뇌를 돌리는’ 컨설팅이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로아컨설팅은 IT 컨설팅과 데이터베이스 사업뿐만 아니라 플랫폼 기반의 스타트업 교육과 인큐베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자리 잡았다.

1년간의 기획 끝에 선보인 비즈니스 모델 게임(Business Model Game)을 갖고서 앱센터(AppCenter)의 B-camp(비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김진영 대표를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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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교육 담당자라고 하기에 앞서, 본인 또한 창업가로서 10년을 보냈다. 소회가 궁금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 마음대로 한다는 게 창업가가 직장인과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한책임 또한 창업가의 몫이다. 그런 면에서 창업가에게는 막중한 책임이 따르고, 하기 싫은 일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창업가의 책임이란 무엇인가? 창업자는 대표이사로서 직원들 월급을 제때 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사무실 유지 비용에 이르기까지 ‘돈’ 문제를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멋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나 같은 경우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장부상에는 매출이 발생했지만, 실제 현금 흐름 상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 통장에 실제로 돈이 들어오기 전까지의 기간이 문제가 되었다. 사업 초기에는 직원들 월급과 임대료를 해결해야 하니, 사채를 써서라도 직원들 급여는 해결해줘야 할 때가 비일비재했다. 물론 내가 가져갈 월급은 없었다. 이런 과정이 3년 동안 아슬아슬하게 반복되었다. 직원들은 그런 과정을 알지 못했지만, 나는 그게 너무너무 싫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 하려고 창업해놓고선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밤을 새우는 건 기본이고, 부수적인 허드렛일이 내 전체 업무의 40%를 차지하다 보니 잠을 줄여야 했다. 하루에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후배들한테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창업은 하나도 안 멋있고, 직장 다닐 때보다 해야 할 일이 두 배가 넘는다고 말이다. 대표는 A부터 Z까지 다 해야 하고, 그러려면 잠을 반으로 줄여야 하고, 잠을 반으로 줄이니 피로도가 쌓인다. 그걸 못 견디면 실패하는 것이고, 그걸 견디면 계속 갈 수 있다. 언제까지? 3년까지라고 본다. 고객이 우리 제품/서비스를 한 번 쓰고 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태도, 제품/서비스의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에 그 가치를 인정하기까지 3년이 걸린다.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는 기간인 3년을 견디면 우리 제품/서비스를 ‘사랑해주는’ 핵심고객이 생긴다. 그 핵심고객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경영 사슬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지난한 프로세스를 망각한 채 제품과 아이디에 몰입하는 스타트업이 대부분이다.

두 번째 책임은 권한 위임이다. 어떤 조직이든 5명 이상의 조직에서는 정치가 발생하게 된다. 그걸 대표가 일일이 개입해서 해결할 수 없다. 권한 위임을 통해 자율적으로 책임지게 해야지 대표 혼자 끙끙 앓으면서 갈 수 없다. 그럼 창업가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계속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계속 동기부여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사업 초반에 일정 시점까지는 ‘나를 따르라’라는 카리스마 리더십이 필요하겠지만, 그 이후부터는 권한 위임과 협력을 통해 직원들 스스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게끔 업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대표가 다른 일을 하려면 기존에 갖고 있던 일을 내려놔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은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인가.

3년을 견디고 나니 고객이 우리를 고정적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매출액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인력도 늘어났다. 로아컨설팅은 평균 경력 5년 차의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우리 직원들이 로아컨설팅의 최대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에 있어 선물은, 특히 컨설팅 서비스업의 경우, 사람이 선물이다.

로아컨설팅이 유연한 조직이 되기까지 나도 처음에는 좌충우돌했다. 조직 운영에 있어 무엇인가 자꾸 딱딱한 규제와 틀을 만들어 정형화를 하려고 했다. 나 혼자 고객을 관리하려고 하고, 거기에 직원들이 따라주기를 바랐고, 그러다 보니 나만 바쁘고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결국, 아무 소용도 없거니와 사람만 이탈하더라. 경영학 교과서에 있는 좋은 말들은 실행에 옮겨야만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았다. 분업화를 통한 권한 위임 없이 자기가 다 관리하려고 하면 대표 혼자만 피곤해진다는 걸 사업 6년 차에 깨달은 셈이다. 창업가의 덕목은 회사의 성장 하에서 자신이 보살펴야 할 핵심인력의 분배를 통해 동일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같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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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amp 프로그램을 소개해달라.

로아컨설팅 교육사업부문을 직접 만들면서 1년간의 기획 끝에 비즈니스 모델 게임(Business Model Game)을 런칭하였다. 그리고 이걸 갖고선 2012년 3월, 비캠프에서 선보였다. 스타트업은 비캠프를 통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비즈니스모델을 효율적으로 검증해볼 수 있다.

앱센터는 스타트업 업계의 오프라인 플랫폼 역할을 해주고 있다. 스타트업 및 관계자들이 앱센터를 통해 만나고 있다. 비캠프는 비즈니스모델을 검증하고 싶어하는 스타트업들이 만날 수 있는 장으로써 그 안의 작은 플랫폼인 셈이다. 현재 12기까지 교육을 진행하여 약 100여 개의 스타트업을 배출했고, 그중 3곳이 투자를 받았다.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모델 검증 교육에서 더 나아가 괜찮은 팀을 발굴해서 초기 투자까지 연계하는 방향으로 발전한 상태이다. 재능기부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비캠프를 통해 좋은 스타트업을 많이 만나고 투자까지 진행하면서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는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프레임 기법 등 비즈니스모델 파생상품을 접목하여 심화 학습이 가능한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요즘 시장 상황은 어떻게 보고 있나.

요즘 미국 벤처캐피탈이 주로 투자하는 곳을 살펴보면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온 디맨드(On-Demand)’ 서비스에 많이 투자한다는 점이다. ‘온 디맨드’ 서비스란,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은 공유경제 모델이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온 디맨드’스러웠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온 디맨드’ 서비스는 고객이 이미 현실 세계에서 쓰고 있던 기존 서비스에 대한 불편함을 줄여주거나 없애주었다. 요기요(yogiyo) 서비스가 “전화 통화할 필요없이 5번의 클릭과 터치만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할 수 있게 해드리겠다”고 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고객이 해야만 했던 불편한 행동을 플랫폼이 대신 가져가서 해결해주는 것이다.

‘온 디맨드’ 서비스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즉, 고객지향적인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CS를 잘하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해줄 수 있는 사업모델을 설명하는 논리적인 이야기 구조를 세련되게 만들라는 것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KBS 1TV ‘차정인 기자의 T-time‘이라는 IT 전문 프로그램이 있다. 나는 이 프로그램 안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트렌드를 소개하는 ‘T-trend’라는 코너에 고정출연 하고 있다. 해외 신규 비즈니스모델과 국내 신규 비즈니스모델을 각각 하나씩 소개하고 있는데, 국내 사례 발굴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여러분 중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을 알고 있다면 추천해달라. 내가 방송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YouTube video

출처원문[앱센터 사람들 1] 김진영 로아컨설팅 대표, “최소 3년은 가야, 우리 서비스를 사랑해주는 핵심고객이 생겨”

elva안경은 앱센터 외부필진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즐깁니다. 글로 정리해 사람들과 공유할 때 신이 납니다.

(사)앱센터는 국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 환경 및 기반을 확대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슈퍼앱 코리아, 스타트업 위크엔드, K-Startup, K-해커톤, 글로벌 해커톤, A-camp, B-camp, U-camp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모바일 앱 기반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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