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에서 스마트카까지…BAT를 잇는 샤오미 최대 경쟁자 러에코(LeEco)
중국 대륙은 지금 <태양의 후예> 열풍이다. 현재 태양의 후예는 동영상 사이트 아이이치(爱艺奇) 기준 누적 조회수 20억 뷰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웨이보 조회수 94억을 돌파했다.
태양의 후예의 제작사는 중국의 화처미디어그룹이 2대 주주로 있는 뉴엔터다. 화처미디어는 지난 2014년 화처아이이치영상공사를 설립하고 아이이치와 함께 드라마, 예능, 영화 제작 등을 공동으로 추진해 왔다. 아이이치는 회당 25만 달러(한화 약 3억 원, 16회 기준 48억 원)에 태양의후예 판권을 사들였다.
태양의 후예 성공 이면에는 최근 성장하고 있는 중국 인터넷 동영상 산업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 인터넷정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6월 말 기준 4억6,100만 명 이상의 중국인이 동영상 콘텐츠를 이용하고, 이 중 3억5,400만 명은 스마트폰을 통해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미국의 총인구인 3억2천만 명보다도 많은 수치다.
이에 따라 중국의 3대 IT 공룡인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역시 인터넷 동영상 분야에서 삼파전을 펼치고 있다. 바이두는 앞서 말한 ‘아이치이’를, 알리바바그룹은 중국의 유튜브라 불리는 ‘유쿠투더우’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는 텐센트동영상을 자체적으로 설립한 바 있다.
BAT를 이을 중국 인터넷 사업의 차기 유망주, 러스왕(LeTV) 러에코(LeEco)
점유율은 BAT 세 기업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동영상 콘텐츠 분야에서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기업이 있다. 바로 러에코(LeEco)다. 러에코는 본래 러스왕(LeTV)이란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러스왕은 올해 1월 글로벌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진출 의지를 표명하며 러에코로 사명을 변경했다.
러에코는 2004년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베이징 중관촌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 2010년 8월 온라인 콘텐츠 산업 최초로 중국 창업판(중국판 나스닥)에 상장했다.
2015년 4분기를 기준으로 사국, 자체제작 웹 드라마 등 양질의 인기프로그램 영향으로 순방문자, 월방송량, 방송 시간 등 4개 항목에서 10개의 인터넷 사이트 중 전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13년 이후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 업체 대다수가 적자로 돌아설 때에도 안정적인 수익원을 유지한 기업이기도 하다. 이에 BAT를 이을 인터넷 산업계의 차기 주자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러에코의 주요 사업 부문
러에코는 콘텐츠 제작 유통부터 하드웨어 제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으며 자사 고유의 생태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영상 산업과 스마트 디바이스다. 주요 사업 부문은 다음과 같이 7가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다.
러에코는 영상 산업과 스마트 디바이스에 기반한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들에게 스마트 기기는 자사 콘텐츠를 전달하는 통로가 된다. 샤오미에 비해 더욱 과감한 가격 인하 정책을 추진하며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러에코가 최근 도전하기 시작한 또 하나의 분야가 VR(가상현실)이다. 이들은 2015년 12월, 자회사인 러브이알(LeVR) VR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러에코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강력한 콘텐츠 개발과 유통 능력을 기반으로 VR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러브이알은 셀러브리티 인터뷰, 라이브 공연, VR 영화를 위주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저가 VR 기기도 선보였다. LeVR Cool 1 시리즈는 149 위안(한화 약 2만6천 원)으로, 자사 스마트폰인 Le 1과 Le 1 Pro 모델과 호환된다.
숫자로 보는 러에코
다양한 분야로 세를 넓혀감에 따라, 러에코는 실적 부문에서도 순항 중이다. 2015년도 실적 발표 내용에 따르면, 2015년 매출액은 130억1,700만 위안(한화 약 2조3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무료 90%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다.
단말기 사업 매출 역시 60억8,900만 위안으로 전년대비 122% 성장했다. 시가 총액은 2016년 2월 기준 1,091억 위안(한화 약 19조6,400억 원)으로 2010년 이후 6년 만에 21배나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창업판 상장사 495개사 중 식품기업 원스를 뒤이어 시가총액 2위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자체 보유 컨텐츠 수도 방대하다. TV 프로그램은 10만 편을, 영화 프로그램은 5천 편을 보유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16편의 영화를 직접 제작했다.
빠른 성장 속도에 일부 언론은 러에코를 ‘제 2의 샤오미’라고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샤오미의 최대 경쟁자로 세우기도 한다. 실제 작년 6월에는 샤오미의 레이쥔 대표와 러에코의 자웨팅 대표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러에코가 콘텐츠를 넘어서 하드웨어 분야까지 진출하며 속도를 내자, 샤오미에서는 반대로 컨텐츠 확보를 위해 약 1조1천억 원을 투자해 동영상사이트 대연맹을 구축했다. 애초에는 러에코에게도 콘텐츠 제휴 요청을 했으나, 러에코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샤오미 레이쥔 대표는 “샤오미의 TV 콘텐츠 수가 러에코의 두 배를 뛰어넘으며, 중국 10대 동영상 서비스 기업 중 샤오미와 협력하지 않는 기업은 러에코 하나”라며 빈정대기까지 했다.
이에 자웨팅 대표는 “우리는 판권 구매, 자체 콘텐츠 생산, 협력 콘텐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발굴해내고 있지만, 샤오미는 오직 타사 콘텐츠에만 의지하고 있으므로 수익 창출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세력을 쌓아온 BAT와는 달리 러에코는 콘텐츠로 시작해 하드웨어는 물론 신시장으로까지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들의 문어발 식 사업 확장이 또 하나의 성공 신화가 될 지, 실패의 요인이 될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