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차이나]IPO 앞둔 세계 최대 암호화폐 채굴기 제조기업
중국 암호화폐 채굴기 생산기업 비트메인(比特大陸, Bitmain)은 자타공인 시장의 선두 기업이다. 회사의 ASIC 채굴용 컴퓨터 ‘앤트마이너(AntMiner)’시리즈는 비트코인 채굴기의 대표 브렌드이고 자체 운영하는 앤트풀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암호화폐 채굴풀이다. 이를 바탕으로 비트메인은 채굴기 시장의 75%(번스타인 리서치 기준)을 점유하며 25억 달러(약 2조 7천 4백억 원, 비트메인 자체 발표 기준, 번스타인 리서치는 3~40억 달러로 추정)의 매출을 올렸다.
아울러 비트메인은 미국, 그루지야, 이스라엘, 스위스, 네덜란드 등에 자회사를 세워 현지 채굴장 설립을 타진하고 있으며 홍콩증시서 IPO까지 추진 중이다. IPO 규모는 최대 12억달러(약 1조 3000억 원)까지 전망된다.
비트메인 창업자인 우지한(吳忌寒)은 소위 ‘IT가이’는 아니다. 베이징 대학에서 경제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뒤 사모펀드 기업에서 재무전문가로 활동하며 커리어를 시작한 애널리스트였다.
그의 커리어패스가 바뀐 것은 2011년 전 재산을 털어 비트코인을 구매하면서다. 당시 1비트코인 가격은 미화 1달러 수준. 현재 기준으로 상상할 수 없을정도로 낮은 가격이었지만 긍정적 전망보다는 부정적 전망이 앞서던 때였기에 리스크가 큰 결정이었다. 분석이 그의 일이었지만 상당부분은 감에 따른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 선택은 몇년 뒤 그를 갑부로 만들어줬다. 2년 뒤 비트코인은 1000배 이상 가격이 폭등한다.
2013년 초 우지한은 비트코인 채굴쪽으로 관심을 돌린다. 중국 제조 인프라를 활용해 채굴기를 제작-판매하는 것에 큰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족한 기술력은 중국과학기술대학 출신이자 IT스타트업(DivaIP) 대표였던 미크리 잔과 손을 잡으며 해결했다. 두 사람은 2013년 비트메인을 공동창업한다.
우지한이 비트메인의 경영과 재무 분야를 총괄한다면, 미크리 잔은 비트메인 채굴 장비 등 개발업무를 전담하는 역할이다. 미크리 잔은 회사 설립 후 반년 뒤인 2013년 11월 앤트마이너 시리즈의 첫 제품 ‘앤트마이너 S1’을 개발해 냈다. 지명도가 없던 회사의 제품이었지만 시장에서 반응은 좋았다. 우선 가성비가 담보되었다. 가격적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여타 업체 채굴기보다 50배나 빠르게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는 ASIC는 혁신이라 평가되었다. 또 시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며 채굴기를 찾는 수요가 높았던 것이 초반 성장을 견인했다. 고만 고만한 피처폰이 난립한 시장에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과 같았다.
비트메인은 초반 거칠 것 없는 상승세를 탔지만 얼마 안 되어 외부 요인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2014년 일본 비트코인 거래소의 해킹 등 이슈로 판매가 주춤하며 데스밸리의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꾸준히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내놓으며 버틴결과 2015년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과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적 관심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시기 제이(J)커브를 그리며 분야 선도 기업으로 발돋움한다.
동시에 투자업계에도 주목을 받는다. 2016년 시드투자유치를 시작으로 2017년 세콰이어 캐피탈, IDG 등에게 5천만 달러 규모 투자유치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전용 칩셋 개발 등 R&D에 집중해 기술적 우위 확보를 통해 경쟁력과 점유율을 끌어올린다. 비트메인이 계획대로 IPO가 진행되면 투자자들은 몇년 되지 않아 투자회수를 하게된다.
회사의 주력 비즈니스는 채굴기 판매지만 이외 가상화폐 채굴풀과 우지한 대표가 만든 비트코인캐시 등 유관분야야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있다.
최근에는 비트코인 채굴기 결제대금을 비트코인캐시로 받으며 비트코인캐시 지배력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비탈릭 부테린을 비롯한 이더리움 측은 많은 비트코인캐시를 보유하고 있는 우지한 등이 시세 조종으로 부를 축적하고, 채굴 진영을 장악한다고 비판하는 상황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비트메인은 주목받는 회사다.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는 엔비디아(NVIDIA)와 큰 차이가 없다. 다른 점이라면 엔비디아가 24년에 걸쳐 이룬 성과를 비트메인은 단 4년 만에 따라잡았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와 동일한 멀티플을 적용하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넘어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에 근접하는 가치(88억 달러, 한화 9조 6700억 원)다. 아울러 신흥갑부도 탄생시켰다. 공동창업자 우지한과 미크리 잔이 보유한 회사지분(60%)은 기업가치 기준으로 53억 달러에 달한다.
기자가 6월 중순 찾은 베이징 비트메인 본사는 입구서부터 부산했다. 회의실에선 외부 업체와 비트메인 측 비즈니스 미팅이 시간 단위로 촘촘히 진행되고 있었고, 쇼룸 공간에선 앤트마이너 제품군을 설명하는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다. 비트메인 본사 관계자에 따르면 하루에도 수십 건의 B2B미팅이 진행된다고.
이하 비트메인서 대외협력을 담당하고 있는 탕카이쉔, 조우하이윈 매니저와의 일문일답.
앤트마이너 브랜드 중 가장 많이 팔린 에스나인(S9)과 엘쓰리플러스(L3+)의 경우 하루 채굴량은 얼마나 되나.
S9은 해시파워 13.5 TH/s로 하루 0.0008비트코인을 채굴한다. 현 시세로 환산하면 40위안(약 7000 원) 정도다. 채굴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40위안에서 전력소비량을 뺀 것이 순수익이다. S9모델은 BCH(비트코인캐쉬)도 채굴이 가능하다. 앤트마이너 L3+는 라이트코인 채굴기로 마찬가지로 40위안 채굴된다.
5월 선전 화창베이 전자상가에 가보니 엔트마이너 S9의 대당 가격이 13,600위안(한화 230만 원)이더라.
중간상이 마진을 많이 붙인듯 싶다. 다소 변동폭은 있겠지만, 중국내에서는 우리 판매가격은 s9이 5200위안(약 89만 원), L3+가 4150위안(71만 원) 수준이다. 보통 해외로 나갈 때는 부가세가 추가될 수는 있다.
현재까지 채굴기 대부분이 PoW 채굴방식이다. 향후 PoS, DPoS 등으로 바뀌면 채굴기 쓰임이 줄 수도 있을텐데.
우리가 주력하는 것은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PoW방식으로 계속 갈거라 본다.
최근 신형모델 앤트마이너 E3모델의 선주문을 받고있다.
이더리움 전용 채굴기다. 기능적 특징은 ASIC칩을 적용해 기존 GPU보다 채굴 성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여타 기업이 ASIC기반으로 우수한 채굴기를 만들 수는 있지만, 적어도 비트코인 영역에선 비트메인 제품이 가장 앞선다고 본다. 특히 핵심기술을 자체 개발했다는 것이 강점이다. 칩셋에 대한 R&D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와 올해 채굴기 판매 증감폭은 어떻게 되나.
정확한 수치는 말하기 어렵지만, 채굴기는 비트코인 시세에 영향을 받는다.
중국을 제외하고 어느 나라에서 수요가 많은가.
캐나다, 아이슬란드, 미국 등에서 많이 판매된다. 한국처럼 관련 인증이 완료된 나라라면 무리없이 배송이 가능하다.
앤트마이너의 산자이 제품이 있을듯 싶은데.
왜 없겠나. 성능 불만 등 AS문의가 들어오는 제품 상당수가 외형만 따라한 산자이 제품이다. 제품 상단에 정품을 인증하는 시리얼 넘버가 있으니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이 좋다.
미니 공장 형식의 마이닝 솔루션도 판매 중이다.
‘앤트박스’라 부른다. 컨테이너 형태로 내부에 앤트마이너 S9 324대가 들어간다. 따로 공장을 지을 필요없이 유리한 조건이 갖춰진 곳으로 이동하며 채굴을 할 수 있다. 내부에 인터넷 설비도 갖춰져 있다.
현재 중국내에서만 판매되고 있고, 해외수출 허가 심사가 진행되는 중이다.
324대가 들어가는 컨테이너 한 대 가격은 얼마인가.
200만 위안(약 3억 4천만 원)이다. 채굴기를 뺀 컨테이너 가격은 13만 위안(약 2천 2백 만 원)이다. 간단히 조립할 수 있기에 전선만 연결하면 곧장 채굴을 시작할 수 있다.
중국에서 채굴기 관련 규제는 없나.
공장용 전기에 대한 우대정책이 폐지된 것 정도다. 채굴기 제작, 판매에 대한 규제는 없다.
비트코인 분야는 소비와 수요로 측정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다.
맞다. 코인시세에 따라 기계값도 변동폭이 심하다. 1비트코인이 오늘은 4만 위안인데 내일 4위안이 될 수도 있다. 리스크가 있는 시장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만큼 기회도 있다.
중국에서 비트코인 채굴장이 모인 단지가 따로 있나. 비트메인이 미국에 채굴장을 열거라는 루머도 있던데.
중국에서 채굴장을 지을 때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전기비용이 저렴한지이다. 그래서 내몽골이나 신장, 쓰촨, 윈난 등에 밀집되어 있다. 아울러 채굴기는 돌릴 때 소음히 심한 편이다. 그래서 주택가와 거리가 있는 곳에 위치할 수 밖에 없다. 아무래도 채굴기 열기를 낮추기 위해 선선한 지역이 선호된다. 인위적으로 온도를 낮추는 것 보다 자연환경으로 낮추는 것이 비용이 저렴할 수 밖에 없다. 수만 대 이상을 돌리는 채굴장이라면 사립 발전소와 계약을 맺고 근접 거리에 설치하기도 한다.
미국 채굴장 개설은 아는 바가 없다. 다만 비트메인은 중국에 국한되지 않은 글로벌 기업이다. 베이징 본사를 비롯해 광둥성 선전, 상하이, 청두, 푸저우, 홍콩 등 중국 영토 및 그루지야, 미국, 이스라엘, 스위스, 네덜란드 등에 지사를 두고있다. 가능성은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