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435] 차 막히는 구간, 전동킥보드로 달리세요 ‘올룰로’
지난 6월 미국의 전동스쿠터(킥보드) 스타트업인 ‘버드’가 3억 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자동차, 자전거에서 전동 킥보드로 공유 모빌리티 사업 초점이 옮겨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전동 킥보드 대여 사업이 확산되고 있다. 배터리 충전식이기에 자동차처럼 매연가스도 없고, 방치되고 버려지는 자전거처럼 미관을 훼손 시키지도 않으며 상대적으로 가볍고 부피가 작아 이동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9월 말, 국내에도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킥고잉’이 론칭했다. 레저가 아닌 이동 수단으로 3km 미만 근거리 이동에 편리한 서비스다. 다만 국내는 미국과 달리 언덕이 많아 킥보드를 타기 좋은 환경은 아니다. 아울러 법적으로 킥보드는 몇 가지 규제도 존재한다.
최영우 올룰로 대표를 만나 전동 킥보드 사업을 시작한 이유를 물어봤다.
다른 사업을 하다 피봇했다. 미국 ‘버드’의 높은 인기가 영향을 미쳤나.
전혀. 킥고잉은 지난해 5월 기획된 거다. 공유자전거와 공유자동차 사이의 이동수단 시장을 찾다 결정했다. 전동킥보드 공유사업이 미국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건 몰랐다.
최 대표는 대기업에 몸담았고 공동창업자인 이진복 CTO는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경험했다. 흔한 조합은 아니다.
시너지를 내는 실질적 조합이라고 본다. 나는 현대자동차에서 사내벤처 조직을 운영했고 공동창업자인 이진복 CTO는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했고, 배달의민족 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스타트업서 개발 운영 노하우를 쌓은 실력자다. 다들 이 사업에 고개를 저을 때 이 CTO만은 긍정적으로 보고 합류했다. 이후 그의 네트워크를 통해 마케팅 영업, 개발팀장 및 운영 인력을 충원했다. 정부기관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 많아, 관료적 마인드를 이해하는 사람도 필요했다.
총 9명의 팀원 중 4명이 개발자다.
우리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킥보드 대여 관리 및 회수, 트래킹 등 운영 시스템이 필요하다. 필요한 하드웨어와 포맷을 비롯해 앱까지 개발해야 하니 할 일이 많다. 초기 스타트업에게 개발력은 큰 경쟁력이 된다고 본다.
국내는 전동 킥보드를 편하게 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한다. 킥고잉은 이런 인식을 어떻게 해결하려 하나.
개인이 레저용으로 전동 킥보드를 사서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단 들고 다니는 것부터 일이다. 대중교통으로 운반하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비나 눈이 오면 위험해서 타기도 쉽지 않다. 결국 집에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킥고잉은 레저가 아니라 단거리 이동에 방점이 있는 서비스다. 집과 사무실 간 거리가 어중간한 경우가 많다. 지나는 버스 노선은 없고 차를 타면 막히는 상황이다. 나는 이 구간을 매일 전동 킥보드를 타며 출근한다. 30분 정도 걸리던 거리를 10분에 다니고 있다. 이 같은 사용자 경험에 익숙해지는 팬이 늘어나면 시장도 크게 형성될 거라 본다.
물론 날씨 문제는 있다. 비와 눈이 오면 위험하니 사용률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런 날은 서비스를 하지 않고 회수해 정비하는 기간으로 두기로 했다. 고정비용이 크지 않아 이럴 때에 안전에 대비하고 기기 훼손을 줄이는 게 더 나은 운영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단, 추위는 상관이 없다고 본다. 사전 테스트 결과 다수의 응답자가 추울 수록 이동시간을 줄이고 싶다고 답변했다.
킥고잉이 지향하는 공유서비스는 뭔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유자전거 기업 ‘모바이크’와 ‘오포’의 BM(비즈니스 모델)은 자전거를 많이 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고객의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놓여 있어야 한다. 그것이 확장에 좋은 영향을 주기도 했지만 관리도 안 된 채 방치 되어 도시의 공해가 되었다.
그에 비해 전동킥보드는 충전식이어서 업체가 주기적으로 회수하고 관리하고 배치해야 한다. 우린 니즈가 있는 적재적소에 필요한만큼 배치해 많은 양을 투입하지 않아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려한다.
또 전동 킥보드는 자전거에 비해 녹슬거나 지저분해지지 않는다. 도시의 미관을 해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거다. ‘콤팩트’한 것도 장점이다. 자전거는 부피로 인해 트럭 외엔 운반, 회수, 관리가 어려운 편이지만 전동킥보드는 크기가 작아 일반 승용차로도 10대씩 운반을 할 수 있다.
킥고잉은 도시와 함께 발전하는 서비스를 지향한다. 앞서 말했듯이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선 누군가 킥보드를 운반하고 충전해야 한다. 우리는 이를 소화할 인력을 ‘서포터’라고 부르며 일자리를 창출시킬 목표를 가지고 있다. 공해 이슈가 없으면서 도시의 혼잡 문제를 해결할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려고 한다.
모빌리티 스타트업 중엔 규제 이슈로 몸살을 앓는 곳이 많다. 전동 킥보드도 자유롭지 않다.
콜버스, 풀러스, 모바이크와 킥고잉은 각각 규제의 성격이 다르다. 콜버스와 풀러스는 택시 업계의 반발이 문제였다. 우리는 자전거와 비슷한 규제일 듯 싶은데, 공유자전거는 불법 주차, 방치 등 도시미관에 따른 규제 이슈가 있다. 우리는 그렇지 않는다는 걸 강력하게 주장하며 운영할 생각이다. 우선 정해진 지역에 주차를 시키고 이동하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 현재는 공용지, 자전거 주차장과 주차를 같이 해야 하지만 곧 골목 곳곳의 상점과 제휴를 맺어 모빌리티 네트워크를 만드려고 한다.
운전(원동기)면허증 소지자에 한해 대여가 가능하고, 차도에서만 타야 하는 제약이 있다. 핼맷 등 안전에 대한 규제도 있고.
면허증 소지자가 타야 한다는 것에선 동의한다. 어린 학생들이 타다 다치면 안 된다. 다만 전동킥보드를 도로에서만 타야 한다는 법규는 과도하다고 본다.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제3의 도로에서 달릴 수 있도록 법의 개정이 이뤄지길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국무조정실 산하의 규제TF팀에서 검토 중인 사안이다.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 다만 이보다 중요한 건 달릴 수 있는 ‘도로’다. 자전거 도로를 확대 사용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전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다. 우리는 서비스 이용 이력이 있고 필요하다고 답한 유저에겐 무료로 헬맷을 제공하려 한다. 헬맷 사업이 관 주도로 진행되면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참여할 계획이다. 필요하면 휴대폰 거치대도 만들 생각이다.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선의 보상을 다하기 위해 보험사와도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그 이유로 강남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강남엔 자전거 도로가 없는 대신에 이면 도로가 많고 도로 정비도 잘 돼있는 편이다. 규제가 완화돼 자전거 도로도 이용이 가능해지면 송도, 판교 등과 같은 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국내외 자전거 공유 서비스가 론칭되었지만 성장세가 더딘편이다. 전동킥보드의 확산은 얼마나 걸릴까.
단정하긴 어렵지만 꽤 큰 시장이 존재한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강남 지역에서 이동건수는 약 900만 회 정도다. 그 중 1km미만 이동이 300만 회다. 거기서 일부라도 우리 가치가 역할을 한다면 유의미한 시장이 형성될 거다.
언덕 지형이 많은 국내 지리적 특성과 시간당 요금제 등 고객이 처음 이용하기에 문턱이 있을 듯 싶은데.
그게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킥보드의 장점 중 하나가 언덕을 오를 때 나온다. 급경사가 아닌 웬만한 언덕은 편하게 오를 수 있다. 오히려 언덕을 내려갈 때를 조심하라 안내한다. 킥고잉 사용료는 5분에 1천원 정도로, 1분이 넘어갈 때마다 100원씩 부과된다. 이동수단으로 나쁘지 않은 금액이라고 판단해 산정했다. 거리로는 2~3km인데, 버스, 지하철, 택시로는 애매해 30분이 넘게 걸리는 곳이 있다. 이럴 때 우리 서비스를 쓰면 유용하다. 1,2시간씩 타는 ‘레저’의 개념이 아니기에 소비자 부담이 높지 않다고 본다.
킥고잉은 디바이스 기반 서비스다. 아무래도 입맛에 맞는 상품이 필요할텐데. 제조에 대한 계획은 없나.
서비스를 지향하는 만큼 제조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물론 규모가 커지면 직접 기기 설계는 할 생각이다. 관제단말기, 스마트폰으로 푸는 자물쇠, 도난 감지 및 위치 트래킹 단말기와 튜닝 컨트롤까진 내부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 하면 비용 및 시간이 너무 소요될 거다. 서비스에 집중하는게 우선이다.
브랜딩은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있나.
안전과 편안함이다. 물론 기능과 색깔 등 디자인적인 요소도 고민중이지만 그게 핵심은 아니다. 중간에 멈추지 않고 편안하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서비스를 만들어갈 때 꼭 녹이는 가치다.
킥고잉의 다음 계획을 알려달라.
내년 봄까지 3만대를 확보해 서울, 수도권을 타깃해 서비스를 확장하고 싶다. 아울러 도시 내 혼잡함, 환경 문제 등 여러 사안을 해결하며 운영하려 한다. 다칠 걸 각오하고 타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진 않다. 이동수단으로 자리매김하는 동안 ‘안전’을 놓치지 않겠다. 동시에 도시에서 공존 가능하고 해야 한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다. 그게 우리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