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438] 제주 스타트업을 대변하는 해녀의 아들
윤형준 대표는 명함이 두 개다. 사업을 할 때는 ‘제주패스’ 대표 명함을 내밀고, 지역 스타트업을 대변하는 상황에는 ‘제주스타트업협회’ 회장 명함을 쓴다.
제주패스는 동명의 제주렌터카 가격비교 플랫폼이다.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서 오프라인 예약 결제를 해야 했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졌다.
윤 대표는 렌터카 가격비교 플랫폼에 앞서 하나의 카드로 관광지 및 음식점, 면세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제주패스카드’, 최근엔 일일이 찾아다니며 쌓은 맛집 1,200군데 중 카페만 추려내 ‘카페패스’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제주패스 플랫폼을 활용한 블록체인 모델도 고려 중이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ICO를 추진하고 있다.
사업 외 협회장 입장에서 제주 스타트업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것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지난해 제주스타트업협회를 설립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협회에는 190여 곳의 스타트업이 동참하고 있다. 제주지역 협회지만 이 중 90%가 비 제주출신이다.
두 역할을 하기위해 윤 대표는 서울과 제주를 격주로 오가야 한다. 그가 숨가쁘게 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고향’을 위해서다. “제주를 찾아주는 분들이 고마워서 이 일을 한다”는 그는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꿈이다.

윤형준 제주패스 대표/사진=제주패스
Part 1. 제주패스 대표 ‘윤형준’
15년 간 사업을 한 도전가다.
제주 해녀의 아들로 태어난 내게 서울은 선망의 도시였다. 나이 스물 여섯, ‘성공해서 돌아온다’는 마음으로 상경했다. 6개월 간 2시간씩 자며 동대문 도매상가서 일했고, 과일 장사도 했다. 과일장사는 일종의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로, 아침을 거르는 직장인들에게 과일을 배달해주는 형태였다. 열심히 영업해서 한 기업에서만 200명을 고객으로 만드는 등 성장세가 빨랐다. 하지만 급성장만큼 급제동이 걸렸다. 우유 배달하는 업체로부터 고발을 당해 서비스를 접었다.
깔끔하게 망하고 나니 PC 2대만 남았다. IT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지하사무실에서 독학으로 코딩을 공부해 기업의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낮엔 서비스 영업하느라 전단지를 돌렸고, 밤 9시부터 새벽 4시까지 스토리보드를 만들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연매출 100억원을 기록하는 웹 에이전시가 되었다. 그렇게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주패스를 만들어 운영한 지 3년째다. 사업 경험은 있지만 스타트업 경험은 일천한 ‘중고’다. 소비자 중심의 혁신을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절박감을 가지며 일을 하고 있다.
서울서 사업 잘 하다 왜 제주로 왔나.
제주 여행객을 보니 여전히 지도를 보며 관광하고 전화로 렌터카를 예약하더라. 4차산업혁명 시대를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의아한 상황이었다. 조사해보니 제주에 그 상황을 혁신할 만한 인력이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차량 렌탈 산업을 양지로 이끌어 내는 중이다.
제주에 120개의 렌터카 업체가 약 3만2천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고객을 속여 영업을 한다. 차량 가격을 싸게 올리는 대신 현장 결제로 보험료를 비싸게 받거나, 값싼 허위 매물을 올려 모객한 뒤 비싼 차량을 빌리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온 것이다. 사회 문제라고 생각해 바꾸려고 했다. 우리는 렌터카 가격은 물론 보험료까지 공개해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있다. 당연히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이끌어 냈다. 덕분에 빠르게 성장 중이다.
렌터카 업체로부터의 반발이 심했을텐데.
렌터카 업체보다 우리와 이해가 상충하는 곳은 여행사다. 그간 여행사는 렌터카 업체와 관계에서 갑의 위치였다. 이로 인한 낙후된 관행이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개혁을 시도한 것이기에 일부 여행사들의 반발이 있었다.
렌터카 업체는 제주패스라는 플랫폼에 차량을 공급하는 것 뿐이기에 별다른 이슈는 없었다. 우리가 기존 관행과 차이가 있다면, 앞서 말한 여러 불편함을 없애고 앱 내에서 완벽히 해결이 가능하도록 한 정도다. 제주패스에선 약 60여 업체, 17,000대 정도의 차량을 다루고 있다. 고객에게 차량을 매칭해 준 뒤 10일에 한 번씩 업체에게 정산 해준다. 여행사의 정산 주기가 2달 정도로 길었던 것에 비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다.
다른 모빌리티 분야로의 확장계획은 없나. 해외 관광지에선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도 보이더라.
서비스 뿐만 아니라 지역까지 확장하려 한다. 렌터카 시장은 제주도와 내륙의 규모가 같다. 제주도 시장이 연평균 5천 억 규모인데 육지 전체 규모도 그 정도다. 그 중 ‘단기’ 렌터카 시장이 1500억 규모다. 부산, 대구 등에서 비즈니스 목적으로 빌리는 경우가 많다. 그 업계의 선두주자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시장에 진출해 규모를 확장하고 싶다.
전동스쿠터에도 관심이 많다. 해안도로에선 차를 타는 것보다 킥보드 등으로 이동하는 게 좋을 수가 있어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렌터카를 예약할 때 전동스쿠터를 추가로 예약하면 차 안에 넣어두는 방식을 고민 중이다.
라이드 쉐어링(승차공유)을 지지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유가 뭔가.
제주선 택시여행이 빈번하다. 문제는 이 방법이 요즘 관광객 니즈에는 맞지 않는다는 거다. 택시로 여행을 하면 전통 관광지와 쇼핑몰을 주로 간다. 자신만의 여행을 즐기는 다니는 요즘 추세에는 맞지 않다. 택시 여행을 선택하는 관광객은 대부분 면허가 없거나 운전이 서툰 젊은 여성일 확률이 높은데, 이들의 여행 감성과 배치될 확률이 높다. 투명하게 신상정보가 공개된, 범죄 이력이 없는 이들과 함께 여행한다면 더 즐겁게 제주를 즐길 수 있을거라 본다.
맛집, 렌터카에 이어 최근 커피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제주패스는 제주도 여행을 원활하게 돕자는 비전으로 설립된 회사다. 한 해 제주를 찾는 1,500만 명 중 1,200만 명 정도가 렌트카를 타는데, 매일 한 잔씩 커피를 마시더라. 그래서 만원으로 바닷가 앞 카페 62곳의 카페에서 1주일간 무제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7월에 론칭했다. 뉴욕의 ‘칵테일패스’를 참고했다. 현재까지 반응이 좋다.
카페패스와 비슷한 서비스가 수도권에서 운영된 바 있지만 잘 안 됐다. 카페패스가 반응이 좋은 이유는 뭘까.
우선 데이터와 경험이다. 재주패스 맛집을 론칭한 지 3년이 넘었다. 1,200개의 가게 데이터는 우리가 직접 방문해 맛 본 뒤 쌓은 자산이다. 리뷰를 믿고 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디저트 분야의 트래픽이 높아 미니서비스를 만들었고, 호응이 좋아 별도의 앱 서비스가 되었다.
블록체인에도 관심이 있다고.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의 기업 가치는 60조, 약 200만 명의 드라이버가 존재한다. 창업자는 천문학적인 부를 쌓았지만 라이더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모든 이가 부를 나눠 가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었다. 이에 블록체인 알고리듬을 고려한 생태계 조성을 고민 중이다.
‘애플 코인’으로 예를 들어보자. 사이트에서 관련 코인으로 제품을 구매하면 20% 할인해 준다면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고객은 물건을 사고 남은 코인은 보유한다. 직거래로 구매했으니 마진이 적은 가격으로 구매했고 한정된 양의 코인은 가치가 계속 오를 거다. 이런 방식을 우리 플랫폼에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싱가폴서 ICO도 고민 중이라고.
ICO를 하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개인투자자의 투자금을 받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되면 다단계 시스템이 될 수밖에 없다. 고향 땅에서 사업을 진행하는데 진실성을 훼손시키고 싶지 않았다.
원희룡 지사가 제주도를 ‘블록체인 특구’로 만들겠다는 발표를 했는데.
지방선거 당시 출마자 대부분이 내건 공약 내용이다. 제주 뿐만 아니라 서울, 부산, 경기 모두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다. 제주는 기업, 협회가 블록체인 활용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이다.
제주가 상대적으로 중앙정부의 제재를 덜 받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느정도 사실이다. 제주도는 국제자유화 도시다. 시가 블록체인 사업을 적극적으로 한다고 공표했을 때도 정부에서 별다른 이견이 있지 않았다. 원 지사가 적극적으로 국회에 건의 중이다. 세부적으로 진행되려면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art.2 제주 스타트업 생태계
제주스타트업협회를 설립한 배경은 뭔가.
제주서 사업을 시작할 때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제주서 사업을 하는 이들과 목소리를 함께 내 개선하고 싶었다. 제주엔 ‘괸당’이라고 하는 배타적인 문화가 존재한다. 육지인을 경계하고 무리에 잘 끼워주지 않았다. 제주로 이전한 스타트업이 외로울 거라 봤다. 큰 고민 안하고 추진했다. 도내 스타트업을 모아보니 약 120개 정도 됐다. 이 중 90%가 육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참고로, 제주엔 이주민이 많다. 8년간 10만 명이 이주했다. 전국에서 인구가 늘어나는 유일한 곳이다. 제주로 온 이들은 주도적인 ‘내 일’을 하길 원한다.
제주에서 창업해 운영하는게 육지보다 쉽다고보나?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제주라고 쉬운건 아니다. 힘들다. 코워킹스페이스도 여전히 창조경제혁신센터 하나 뿐이다. 투자를 받으려면 서울로 가야한다. 인력을 확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인재를 제주로 오게 하려면 돈도 많이 든다. 1년 정도 집세를 내줄 각오는 해야한다. 대부분 이런 어려움을 인지하고 사업한다. 의지가 강하지 않으면 힘들다.
물론 제주만의 저력이 있다. 많은 기업이 이곳을 기반으로 성장해 규모있는 투자를 받아 사업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제주 스타트업의 크라우드 펀딩 시도가 많다.
제주 기업도 벤처투자자를 활발히 만난다. 다만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는 내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제주 스타트업이 얼마나 성장하겠냐’는 시선으로 보는 투자자도 많았다. 투자금 회수가 빠른 기업만 찾는 경향도 한 몫한다. 제주서 느리더라도 차근차근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해가 가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아쉽다.
제주 스타트업 생태계와 내륙의 차이는 뭘까.
부산과 서울은 KTX로 2시간 반 정도 떨어져있다. 거리가 멀지 않아 무엇을 시작하고 정리하는게 어렵지 않다. 그에 비해 제주는 섬이다. 사업을 마음 먹기 쉽지 않지만, 한 번 시작하면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이 가능한 곳이다.
제주에선 어떤 스타트업이 많아질까. 현재까진 관광 카테고리에 밀집되어 있다.
크게 차이는 없을거다. 관광, 레저 및 1차 산업과 연계한 사업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제주를 떠올리면 자연관광이 떠오르지 않나. 그만큼 1차 산업은 제주만이 가진 경쟁력이다. 낙후된 오프라인 산업을 기술로 혁신한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많이 나올 거라 본다.
플래텀의 제주 출장은 유투버 해니(@해니의 제주일년살이by JEJUPASS)와 함께 했습니다.
다자요, 디스커버제주, 다이브비앤비, 제주다이브 등 여러 스타트업의 도움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했는데요.
이를 체험해보는 영상도 제작했습니다. 즐겁게 봐 주시고 구독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