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헬스케어 스타트업 ‘TOP100’에 국내 업체는 한 개도 없어… 원인은 규제
아산나눔재단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헬스케어와 ICT를 융합해 건강과 질병을 관리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성장과 혁신을 위한 ‘스타트업코리아! 디지털 헬스케어’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스타트업코리아!: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 제안 발표회’에서는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석종훈 창업벤처혁신실장의 축사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구태언 이사,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송승재 회장이 기관 발표를 시작으로, 삼정KPMG 박경수 이사의 ‘스타트업코리아!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 보고서 발제를 진행했다.
DHP 최윤섭 대표의 사회로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본부 신채민 본부장,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오상윤 과장, 앰트리케어 박종일 대표, 휴레이포지티브 최두아 대표, 스타셋인베스트먼트 박인엽 부대표 등이 패널로 참여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한국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개선 방향성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부터 국내 스타트업 현황 분석을 위해 발간된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의 두 번째 시리즈 ‘스타트업코리아! 디지털 헬스케어’ 보고서는 헬스케어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경쟁력 강화에 함께 뜻을 모아 공동으로 진행했다. 보고서에서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국내 규제환경으로 인해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는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실태 및 현황을 분석했다.
또한, 아이디어 구상 단계부터 기술 개발과 시장 출시까지 스타트업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선이 필요한 3가지 주요 이슈로 데이터, 원격의료, DTC 유전자항목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혁신을 제한하는 진입 규제 시장 진입을 어렵게하는 인허가·평가 절차, 복잡한 시장 구조 및 제한적인 시장 규모를 제시하며, 글로벌 혁신 경쟁에 진입하기 위한 제언을 함께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뛰어난 의료기술력을 비롯해 90%를 상회하는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MR) 보급률, 세계 1위 스마트폰 보급률 등 높은 수준의 의료 및 디지털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이후 설립된 스타트업 중 누적 투자액 기준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상위 100개 기업에 국내 업체는 단 한 개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주요 원인은 헬스케어 관련 국내 규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누적 투자 상위 100개 기업 중 63개의 스타트업(누적 투자액 기준 75%)이 국내 규제로 인해 한국에서의 사업이 제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국내 진출을 제한하는 주요 규제는 원격의료 금지(누적 투자액 기준 63곳 중 44%가 저촉),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의뢰하는 DTC 유전자 검사항목 제한(24%), 진료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7%) 등이었다.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가 이러한 규제로 인해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으로부터 도태되지 않기 위해 비식별화된 의료정보 개념 법제화, 자율적 활용에 대한 규제 명확화, 원격의료 허용 범위의 점진적 확대, DTC 유전자검사 허용 항목 확대와 같은 진입 규제 개선을 위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의 제품이 인허가·평가 절차를 거쳐 시장에 나오기까지 약 500일 이상 소요 된다며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서부터 부담을 주는 복잡한 인허가·평가 절차도 지적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가 인허가·평가에 시간적 부담이 큰 수가 체계에 편입되어야 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국내 의료체계 특성을 보완하는 평가 단축 제도 도입을 기반으로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적 자원 확보, 신기술의 신속한 시장 진출을 돕는 제도 확충을 촉구했다.
이 밖에도, 의료 서비스의 이용이 편리하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낮은 진단·치료 비용으로 인해 질병 예방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관심, 혁신 서비스 도입에 소극적인 의료기관과 성장이 제한된 시장 규모를 문제점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질병 예방을 위한 건강관리 수가 도입, 혁신 기술 도입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의료 시스템 및 규제 수출 등을 포함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보고서에서는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위해 정부의 역할과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부적인 규제 혁신안 설계와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 정부 기관별 현황과 국내 의료환경 특성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과 시장 관계자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스타트업코리아! 디지털 헬스케어’ 보고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우리나라가 직면한 사회적, 경제적 이슈 해결에 도움을 줄 제2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지금이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선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규제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소모적인 논의보다 변화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에 귀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경숙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한국은 높은 수준의 의료 기술력, 인프라, ICT 보급률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서비스가 국내 헬스케어 관련 규제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보고서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상협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한국 총괄은 “이번 보고서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나아가 한국에서 세계적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배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홍일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상임이사는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도 시간, 공간, 인간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로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의료데이터는 비식별화를 전제로 그 주인인 환자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자들에게 공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혁신적인 시도를 하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규제는 물론 긴 인허가 과정을 거치며 시장 진입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라며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국민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만큼 본 보고서를 통해 유의미한 정책적인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