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성장을 이끌려면 제조업 중심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로는 한계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인베스티드 바이 코리아(Invested by Korea)’가 되어야 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VC(venture capital)라는 약어로도 불리우는 벤처캐피털 대다수는 잔소리꾼이고 ‘YES’보다는 ‘NO’라는 말에 익숙하다. 창업자의 사업 아이템을 조목조목 분해해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만들기도 한다. VC가 이렇게 보여지는 것은 성격이 나빠서라기보다는 이름부터 ‘모험’이 붙은 이 자본을 투자하는데 있어 확신을 얻기 위한 검증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온도차는 있지만,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의 한 축을 투자 영역이 맡고있는 것은 분명하다.
스타트업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벤처투자에 입문하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감을 잡기 어려운 분야가 벤처캐피털 영역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출간된 ‘투자의 시계(엘컴퍼니)’란 책은 교재로 의미가 있다. 이 책은 투자자 16인이 저술한 것으로, 한국 벤처투자와 관련된 여러 사례를 질의응답 형식으로 담았다. 공저자 16명의 투자업력만 합치면 500년에 가깝다.
28일 스타트업 얼라리언스 주최로 열린 테헤란로 북클럽에는 ‘투자의 시계’공저자 중 도용환 스틱 PE 회장, 정성인 프리미어파트너스 대표(현 한국벤처캐피털 협회장), 정장근 JKL파트너스 대표가 나서 투자 생태계를 이야기를 했다. 모더레이터는 유태양 전 매일경제 기자(투자의 시계 총괄편집자)가 맡았다. 이하 노변정담 정리.

“스타트업에 투자결정을 할때 보통 안될 요인이 99개다. 될 수 있는 요인 1개를 찾아서 투자하는 것이 VC다.” – 프리미어파트너스 정성인 대표.
창업자는 VC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투자하는지 궁금해 한다. 창업자의 역량, 시장상황, 회사의 방향성 등 여러가지 지표가 있을텐데, 가장 중요한 것은 뭔가. 그리고 투자유치를 하려는 회사가 집중해야 할건 뭐라고 보나.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년 전 VC(당시 스틱아이티투자)로 시작해서 PE(Private Equity) 역할까지 해왔다. 그러다 작년 7월에 VC(스틱벤처스)를 분사시켰다. VC는 VC다운 투자를 하고 PE는 PE다운 투자를 하기 위함이다. 20년 간 5조원 규모의 펀드레이징을 했다. 내 스스로 VC라 생각한 적은 없다. 그저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 경영자라 생각했다. VC는 전문가가 하는거라 보고 그런 사람들을 내세웠다.
VC를 만나기 전 준비를 많이 해야한다. 벤처기업을 설립하고 성공하기까지 하려면 많은 난관을 거쳐야 한다.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정부도 열심히 하고 지원도 많다. 투자회사도 재원이 풍부하다. 다만 투자를 하는 곳과 받는 곳은 성공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창업 전에 준비가 되어야 한다. 내가 정부쪽에 자주 말하는 것이 청년창업사관학교 활성화다. 애매모호한 곳보다는 그런 제도에 예산을 많이 써서 졸업생들이 성공하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창업도 제대로 배워야 한다.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농수산대를 예로 든다. 그 학교는 60살이 넘어도 들어갈 수 있다. 졸업생들이 연소득을 보면 1억 이상도 많다. 학교서 체계적으로 가르쳤기 때문이다. 농수산도 기술이 필요한 과학이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 투자시 우선사항으로 거론되는 게 좋은 인재 보유 유무다.
도용환 회장: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한것이 벤처다. 거시적으로 보면, 기업은 연속성이 있어야 하기에 기업하는 사람의 자세, 인내심, 상황을 돌파하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기업이 커지면 시장지배력 등도 필요하겠지만, 벤처 단계에서는 사람이다. 아울러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경영자의 능력도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VC의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PE입장에서 투자할 때는 무엇을 보나.
정장근 JKL파트너스 대표 : 일반적으로 PE는 뒷단의 투자를 하고 VC는 앞단의 투자를 한다고 하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다. 최근에는 곂치는 부분도 많다. 전통적 관점에서 PE는 성장이후 단계 투자를 한다. ‘돈이 들어가서 일하고 땀흘리는 투자’다. 기업은 경제환경에서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정체에 빠진다. PE의 자금은 기업을 다시 도약하게 하는 일을 한다. 단순한 지속이 아니라 지속성장을 하는 측면이다. VC와 관점이 다른 부분이다. 다만 요즘에는 PE도 회의적이다. 저성장 추세이고 예측못한 변수도 많다. 그래서 앞단으로 오고 있다. 최근 기업은 기승전결 순으로 가는게 아니라 어느순간 성장하고, 망한다. PE와 VC의 공통점이라면 지속성장 기업에 투자하고 근간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비즈니스 모델과 사람이 투자의 핵심이다.
투자방식과 시기에 따라서 투자를 표현하는 것이 다르다. 엔젤, 시리즈ABC 등 순이다. 각각 투자단계를 가르는 기준은 뭔가. 스타트업이 IR을 할 때 VC 성향과 성격에 따라 다르게 해야하나.
정성인 프리미어파트너스 대표 : 일반적으로 벤처투자에서 심사기준은 사람, 팀, 경영진의 메니지먼트 능력이다. 그다음이 기술과 제품, 경쟁력, 그리고 시장이다. 수익성이 좋은지, 성장시장인지, 경쟁자가 없는지, 수요를 창출하는 시장인지를 보는거다. 마지막으로 회사의 재무상태, 정부의 규제, 라이센스 등이다. 단계별로 투자심사기준이 바뀐다.
엔젤로 불리우는 개인 투자는 성공한 사업가가 하는 얼리스테이지 단계를 지칭한다.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없는 단계이기에 투자 결정을 하는 요인은 사람밖에 없다. 창업자 개인 능력을 보고 하는거다. 나는 투자 안목이 없으면 개인 투자는 말리는 편이다. 리스크가 너무 크고 포트폴리오 구성이 안 된다. 엔젤 투자는 잘 될 확률보다 안 될 확률이 훨씬 높다. 엔젤 다음이 시드투자인데, 중요한건 기술과 프로덕트다. 그걸 제대로 보는게 관건이다. 더 커지면 VC가 나서는데, 이때 중요한건 시장이다. 성장하는 분야인지, 아닌지를 잘 살펴야 한다. 많은 VC가 그런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최근 트랜드는 바이오 등 4차혁명 분야일거다.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살펴도 벤처캐피털 투자는 실패 확률이 높다. 때문에 성공했을 때 볼륨이 커지는 시장이 아니면 안 하게 된다. 예를들어, 경쟁력있는 좋은 회사가 혁신 상품을 들고 나왔는데, 시장규모가 50억 정도라면 안 쳐다보게 된다. 시리즈D 이상은 그로스펀드라 불리운다. 이 단계는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 얼마나 승률이 높은지를 보게된다.
기본적으로 VC투자는 안 될 요인이 99가지다. 좋은거 하나를 보고 투자하는게 벤처캐피털이다. 그래서 의사결정하기가 정말 어렵다.
투자 단계에 따라 사람에서 수익률 중심으로 가는거다. 스톡인베스트먼트는 VC와 PE를 둘다 한다. 어떻게 차별화하나.
도용환 회장 : 스틱벤처스란 이름으로 VC투자를 한다. 초기기업 투자가 미션인데, 그게 벤처캐피털 본래의 모습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심사인력이 집단지성으로 모든 일에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는 형태다. 연간 투자금액은 4~500억 정도. 다만 나는 스틱벤처스에서 뭘 하는지 잘 모른다. 다양한 시각으로 사회분위기를 살펴 검토기업을 살피라 주문할 뿐이다. 간혹 투자소식을 밖에 나와서 듣기도 한다. 투자인력도 다양하다. 예전 심사역은 이공계 엔지니어 백그라운드가 많았지만, 지금은 약사, 의사도 있다. 음대나 미대, 디자인 출신도 뽑아보라 권하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그로스 캐피털로 투자 금액도 크다. 하지만 그것도 관여 안 한다. 내가 의사결정을 하는 건 수천억 원 규모 투자가 되는 대기업쪽 뿐이다.
성장단계별 투자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중요한건 투자는 신뢰가 바탕에 있어야 한다는거다. 신뢰를 보이고 지킬지가 중요하다. 투자규모가 커지고 대기업쪽으로 갈 수록 약속과 신뢰, 계약이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투자의 볼륨대로, 벤처는 벤처다워야 하고 투자사는 투자사다워야 한다. 벤처다움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투자를 하면 안 되는 기업에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낸 사례도 있다. 숫자보다는 감이 작용한 경우일거다. 케인즈는 기업가의 모험적인 투자 역시 야성적 충동이라고 했다. 불가능할것 같은 회사에 투자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다면.
정장근 대표 : 우리같은 PE는 그렇게 못한다. VC는 가능할거다. LB인베스트먼트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투자나 블루홀(현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그런 사례일거다. 블루홀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성공했다. 촉과 감일 수도 있겠지만, 데이터가 있었을거다. PE도 앞단은 못 하지만 뒷단은 한다. 해운회사처럼 위험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음에도 투자해서 살려냈다.
정성인 대표 : 투자해서는 안 되는 분야에 감으로 들어가서 성공한 사례는 없다. 다만, 투자의 본래 목적 사업이 아닌 별개 사업이 잘 되서 회수가 된 사례는 있다. 일례로, 미래산업은 반도체 후공정 소팅 기계를 개발해 큰 돈을 벌었다. 그런데 미래산업의 원래 사업 모델은 하이테크 분야로, 반도체 불량은 판별하는 비전테스터를 개발하는게 메인이었다. 그런데 기술적 문제로 회사를 접을 위기에 처했다. 그때 삼성반도체에서 일했던 회사 기능공의 아이디어를 발판으로 반도체 후공정 기계를 개발해 성공했다. 투자는 하이테크를 보고 했는데 전혀 엉뚱한 곳에서 수익이 난거다.
블루홀 투자 사례도 본래 목적과는 달랐다. 투자는 지노게임즈에 했고, 잘 안 되서 다 털어내고 20억 남은걸 장병규 의장에게 블루홀 주식을 받고 매각을 했다. 배틀그라운드가 나오기 전이다. 그런데 배틀그라운드가 대박이 났다. 기술이 아니라 시장과 개발팀을 보고 했다. 경쟁력이 있어보였다. 선견지명이 있어서 한건 아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YG와 골프존에 투자해 성공했다.
도용환 회장 : 벤처버블이 막바지였던 시절에 이 일을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사내에 경력있는 심사역이 없어 내 상식 선에서 판단했다. 내 상식을 통과 못 하면 투자 안 했다. 거부권 행사를 많이 했다. 투자찬성은 안 했지만 못하게는 했다. 심사역들이 YG에 50억 투자를 한다고 했을 때도 반대했다. 내 상식에는 안 맞는 투자였다. 그런데 다른 심사역이 합심해서 밀어붙여서 마지못해 인정했다. 10년전 골프존은 사행성이라는 이유로 은행대출이 안 되는 회사였다. 그때 우리회사 심사역이 200억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나도 은행과 같은 이유로 반대했다. 그런데 이것도 설득당했다. 더 큰 금액을 하려는걸 막아서 200억만 하게했다. 그런데 짧은기간에 1000억을 벌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투자에서 극도의 보수성이 있었다. 그런 거부권을 심사역이 집단으로 이겨내 투자까지 간 것에서 큰 성공이 있었다. 그로스 투자도 내가 반대해서 못 한것 중에서 대박이 난 경우가 많다. 그리고 벤처투자는 이제 모르는게 많더라. 그래서 더 이상 관여를 못 한다. 현재는 대기업 투자외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스틱벤처스는 10여명의 심사역이 집단지성으로 투표해서 결정한다. 어떤 면에서 위험을 줄이는 것이기도 하다.
근래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젊은이들이 많다. 어떻게 접근하는게 좋을까.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 : 가장 좋은건 인턴을 먼저 해보는거다. 우리회사는 인턴십을 많이 활용한다. 대학과 연계해서 한 학기에서 일하는 과정을 통해 여러 투자분야를 경험시킨다. 이후 직접채용도 하고 다른 회사에 보내기도 한다. 경험이 없다면, 이 일을 권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원한다면 기술에 대한 경험과 혜안이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을 VC가 찾는다. 바이오 등 영역은 사람이 없어서 못 뽑는다. 30대 중반 전후의 심사역이 가장 많이 활동하고 성과도 낸다. 40대가 넘었다면 권하지 않는다.
정성인 대표 : 우리쪽은 한 사이클이 10년 정도 되는 긴 비즈니스를 본다. 그걸 볼줄 알고 준비해야 한다. 방탄소년단에 투자를 결정한 심사역도 연예기획사에 있다가 벤처캐피털에 관심을 가져 온 경우다. 성장업종에 있다면 준비를 해서 오는게 좋다. 인턴도 기회일거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투자관련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이하 패널과의 질의응답)

“앞으론 기업이 VC를 줄 세울거다. 그런 시대가 온다. 때문에 진정한 모험자본 외에는 살아남지 못 할거다.” – 서종군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장
VC의 전문 분야를 알기 쉽지 않다. 한국벤처캐피털협회 홈페이지에도 정보가 없더라.
정성인 대표 : 특별히 비밀을 요하지않는다면 통계나 데이터는 협회에 연락하면 얻을 수 있다. 벤처캐피털은 단지 자금이 아니라 스마트 머니가 되어야 성공한다. 가능하면 돈 뿐만 아니라 다른것도 도와야 한다. 투자받는 회사도 자신들의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심사역이 있다면 도움이 되는건 자명하다. 투자자 영역에는 클럽도 많다. 사업할 때 온갖 학연지연 네트워크를 활용하듯이 그런 네트워크를 통해 투자자 성격을 살필 필요도 있다. 그게 회사에도 도움이 될거다.
투자 심사를 할 때 시장을 본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하는데, 존재하는 시장도 있겠지만, 앞으로 다가올 눈에 보이지 않는 시장도 있다. 후자는 어떻게 판단하나.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대표 : 우리의 경우 투표로 결정한다. 이전에는 심사역 5명이 만장일치가 되어야 집행했다. 그러다보니 애매모호한 회사에 투자를 하게 되더라. 그래서 과반수제로 바꿨다. VC마다 시스템은 각각 다르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은 상상을 통해 살필 수 밖에 없다. 일례로, 스타일쉐어에 투자할 때는 가입자 증가 추이를 보고 1020에 어디까지 다가갈지를 봤다.
창업자가 심사역이나 VC가 알지 못하는 시장을 설명할 때도 있다. 어떻게 접근하는게 맞을까.
서종군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장 : 지금 시장이 없다면, 어떻게 바뀔지 예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그로스 투자를 할 때 주로 말하는건, 돈이 100억 200억이 들어갈 때 어떻게 될지를 상상하는 것이다. 이때 범하는 오류는 2~3년 잘 된다고 10년간 좋을거라 판단하거나 1~2년 정체됐다고 10년 뒤까지 안 된다고 보는 시각이다. 아예 크거나 없어지거나가 일반적이다. 상상력을 동원할 수 밖에 없다.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상상력이 아니라 미래 트랜드, 인문학을 공부하는 방식으로 미래를 추정하는거다. 그게 시장에 대한 바른 판단일거라 본다. 심사역은 성장할 업종을 선택하고, 어떤 업체가 나올지 예상하고, 클 회사가 어딜지를 찾아서 같이해보자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과 일맥상통한다.
펀드 비즈니스를 하기에 시장 상황도 민감하게 체크할거다. 현재 상황은 어떻다고 보나. 2008년 처럼 위기가 오지는 않을까.
서종군 본부장: 언제 다시 사이클이 돌지는 잘 모르겠다. 과거 금융쪽에서 일할 때 체험적으로 경험한건, 하루에 자금이 급격하게 늘어날 때는 반드시 리스크가 따라 온다는 것이다. 사견이지만, 현재 벤처투자가 위험을 향해 간다는 느낌이 있다. 기업 밸류가 높게 평가되는 추세다. 회수하는 방법은 우리나 VC나 투자를 덜 하는 방법 외에는 없을거라 본다.
사모펀드 규제완화가 되는 중이다. 점차 투자도 경쟁적으로 변하고 있다.
서종군 본부장: 5년 내 투자 역학관계가 VC에서 기업위주로 갈거라 본다. 앞으론 기업이 갑이 될거다. 지금은 헤지펀드 등 자금을 대줄 수 있는 소스가 많다. 과거에는 자금만 대면 됐지만, 이젠 기업과 손을 잡을 때는 돈 외에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시기의 문제일 뿐, 기업이 VC를 줄 세울거다. 진정한 모험자본 외에는 살아남지 못 할거다. 재무재표나 보고 투자하는 곳은 많다. 그런 트랜드로 갈거라 예상한다.
국내 VC 펀드 대부분에 정부정책자금이 들어가있다. 정부자금으로 투자를 할 때 애로사항은 없나. 정부가 벤처정책펀드를 운용할 때 뭘 개선하면 좋을까.
윤건수 대표 : VC 상당수가 연초가 되면 어떻게 운용할지 계획을 해서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펀드를 만들 때는 투자를 잘 못 한다는거다. 펀드만들다 시간이 다 간다. 우리나라 벤처펀드 대부분이 300억이 채 안 된다. 한 기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지는 추세에서 적은 규모다. 몇년에 한 번 만들게 펀드 규모를 크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 투자를 제대로 할거다.
어떤 창업자는 회사를 꾸려가며 VC를 한 번도 안 만났다 하더라. VC가 도움도 안되고, 귀찮게 하고, 나쁜 이야기를 한다는거다. 그런 인식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도용환 회장 : VC도 기업이고 벤처도 기업이다. 기업이 실패를 안 하려고 하듯이 VC도 조심하는 거다. VC 중에 도움이 안 되고 이기적인 곳도 있을거다. 투자를 원하는 기업이 VC를 잘 선별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은 시스템을 갖춘 전문 VC와 대화하는게 필요하다. 잘 못 된 VC는 도태되는게 맞다.
정성인 대표 : “왜 정부돈을 직접주지 않고 VC 고리업자에게 배분하는지 모르겠다”라는 말도 들었다. 컬처 문제라고 본다. 우리나라 기업은 금융을 산업으로 안 본다. 정부가 주는 시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본축적이 안 된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에 특혜를 준 것이 발단이다.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싸게 자금을 모아서 기업들에게 나눠준거다. 그 시절 마인드를 기업들이 아직도 가지고 있다. 돈도 코스트를 지불하고 써야하는 생산요소다. 우리나라 기업이 그걸 안 받아들인다. 투자 업계가 못 해서 다 망한다치자. 그럼 어떤 하우스가 민간에 자금 조달을 할건가. 이 부분은 고민이 많이 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정책자금 중 벤처투자쪽으로 간 돈은 한 푼도 안 까먹었다. 돈을 많이 벌어서 그런게 아니라 배정된 금액 자체가 적다는 의미다. 정책자금의 배정방식, 분배비율도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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