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전거 덕후가 찾은 시장기회…라이트브라더스와 트림 이야기
모빌리티 전성시대다. 테헤란로나 여의도 부근에서 전동 킥보드는 이제 일상이다. 아울러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전기자전거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 T 바이크’를 비롯해 ‘일레클’, ‘나인투원’ 등 스타트업 서비스가 론칭되기도 했다.
모빌리티 영역에서의 혁신이 생활에 녹아드는 중이다. 특히 승용차, 킥보드, 자전거 등이 소유가 아니라 공유되는게 자연스러운 세상이 되었다. 특히 각 지방자치단체 및 대학 캠퍼스 등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좀 더 효율적인 도시 이동문화 개선에 나서고 있다.
앞선 사례와는 궤를 달리하지만, 자전거 시장에서 기회를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도 있다. ‘라이트브라더스’는 프리미엄 자전거 중고거래 플랫폼을 운영 중이고, ‘트림’은 자전거 전용 컴퓨터를 만드는 기업이다. 두 기업이 타깃으로 하는 시장은 자전거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낯설다. 자전거 덕후이기에 찾을 수 있었던 시장이다.
라이트브라더스는 2018년 5월 자전거를 최첨단 엑스레이로 촬영하여 상태를 판독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자전거 인증중고 거래 서비스’를 런칭한 기업이다. 이달에는 ‘자전거 리스’까지 시작하며 영역을 확장 중이다. 트림은 사이클링 컴퓨터 트림원의 개발사로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는 스마트폰 대신 흑백화면으로 오래가고 필요한 정보만 깔끔하게 보여주는 제품을 선보여 마니아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있다.
자전거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두 스타트업 대표가 24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테헤란로 커피클럽(111회차)서 창업 배경을 이야기했다.
[라이트브라더스 김희수 대표]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가 자전거 중고거래 기업을 창업한 이유
창업 전 브랜드 마케팅 기업에서 소비재 부문 컨셉 기획과 구체화 전략 수립 일을 했다. 오랫동안 ‘을’의 입장에서 일을 하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였다. 그때 초등학교 동창이 자전거를 타보라고 하더라. 그 친구가 선물해준 미니밸로를 타고 국내 여러곳을 여행다녔다. 이전까지 안 보이던 것이 보이고, 가보지 못 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전거로 더 멀리 한국을 더 많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자전거가 눈에 들어왔다. 어떤 사람은 언덕도 올라가고 다운힐을 하더라. 로드바이크였기 때문에 가능한 거였다. 그때부터 ‘기변’을 생각했다. 직업 성격상 어떤 일을 할 때 카테고리 문서나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기획을 분석한다. 자전거를 고를때도 그랬다. 프리미엄 자전거 시장은 3050 메니아가 있었다. 이 엑스세대는 자신에 대한 투자로 자전거를 즐기고 있었다. 성능 좋은 탈것이 아니라 동반성장 취향을 보여주는 아이덴티티였다. 가성비보다 가심비였다.
아울러 기변욕이 강한 가심비 시장이기도 했다. 그래서 중고거래 시장도 컸다. 나 역시 기변을 생각하다 중고거래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처음에 놀랐다. 자동차는 리스이거나 중고거래때 영업사원이 알아서 정리해주기에 이용자가 따로 할 일이 없다. 하지만 자전거는 카페나 단골가게에 부탁해서 파는 비공식 시장이었다. 누군가를 응대하며 사고파는게 불편해 보였다.
친구에게 부탁해서 유명 인터넷 자전거 카페에 들어갔다. 매물도 많았지만 알아듣기 힘든 외래어도 난무했다. 공부가 필요한 분야였다. 처음에는 친구에게 부탁했지만 민폐가 되더라. 카페에 매년 67000건의 중고 자전거가 등록되었다. 매물규모로만보면 1340억원 규모였다. 하지만 거래 성사율은 저조했다. 검증단계가 부재했다. 판매자의 말만 믿어야 하는 거래였다. 비싸게 사면서 카본 등 상태 검증없이 겉모습만 어림짐작해서 사고파는 아이러니가 보였다.
이런 자전거 거래의 불신, 불안, 불편을 누가 대신 검증해줄 수 없을까를 고민하다 서비스 콘셉트를 기획했고 창업으로까지 이어졌다. 비행기를 만든 라이트형제는 시골의 작은 자전거 가게 수리공이었다. 그들은 자전거에서 영감을 받아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만들었다. 이 형제의 상상력, 실험정신, 도전정신을 본받는 다는 의미로 ‘라이트브라더스’라고 회사명을 지었다.
자전거 중고거래 시장에서 신뢰를 주는 서비스를 표방
에스케이엔카닷컴은 신뢰를 담보로 성장한 국내 최대 중고차 오픈 마켓이다. 거래 편의도 좋다. 중고자동차도 리스해 준다. 시작할 때 자전거 중고시장에 에스케이엔카닷컴을 만들자고 했다. 프리미엄 자전거를 위한 인증 중고거래 플랫폼 라이트 브라더스의 탄생 배경이다. 라이트브라더스는 프리미엄 자전거를 위한 인증중고거래 플랫폼이자 자전거 친화적 생태계를 위한 서비스 디자인 회사를 표방한다.
나에게 미니밸로 자전거를 선물한 초등학교 동창과 공동창업했다. 동창은 큰 건물의 도시가스 시공설계 전문가다. 그와 의논해 중고거래 시장에서 불신을 리셋하고 속시원한 정보를 주는 방식으로 가기로 했다. 그전까지 프리미엄 자전거 검사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었다. 보편적으로 엄두를 못 내는 가격대다. 우리에게 맞는 적정기술을 검색하고 외부 자문을 받아서 자전거 특화 비파괴검사를 도입했다. 겉으로는 멀쩡한데 내부가 엉망인 것, 반대의 경우를 진단하는 방법을 찾은거다. 또 팀에 미케닉(Mechanic) 두 사람이 합류해서 객관적 지표를 보여줄 수 있는 검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팀은 상근 8명, 비상근 2명 등 10명으로 꾸려져 있다. 모두 자전거 덕후다. 10명의 라이딩 경력을 합산해보니 85년이더라. 85년간 겪었던 중고거래 불편을 해결하려고 노력중이다. 나와 공동창업자는 자전거 업계 밖에 있었기에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업계를 잘 아는 노련한 사람이 필요했다. 미카닉 두 사람이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서로 시너지가 났다. 이런 서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위탁문의도 많이 온다.
온라인 사이트와 함께 오프라인 쇼룸도 함께 운영중이다. 중고거래여서 이전까진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까지 되는 자전거를 길거리에서 팔았다. 우린 오프라인 거점에서 거래와 카운셀링을 하고 있다. 이전까지 샵은 자전거 위주의 공간이었다. 우리 오프라인 쇼룸은 라이더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도 병행한다. 라이딩하다 방문할 수도 있고 정기적으로 와서 다른 라이더들과 소통할 수 있게 했다. 또 비파괴 검사 장소도 따로 있다. 판매사원 입장이 아니라 바이크 큐레이터로 방문자를 맞는다. 큐레이션을 통해 구매까지 할 수 있다.
하늘에는 라이트형제, 땅에는 라이트브라더스
올해 전국으로 서비스 확장을 꾀하고 있다. 태국과 중국 등 해외 판매도 계획하고 있다. 그간 자체인증만 해왔는데, 파트너샵을 통해 범위를 확장하려 한다. 우린 자전거 중고거래의 넘버원이 아니라 새로운 상식과 표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달 신품 프리미엄 자전거를 리스로 살 수 있는 서비스도 출시했다. 중고 자전거 정기구독 서비스도 기획하고 있다.
회사가 지난 3월 프리시리즈A투자를 받았다. 누적 유치 금액은 8억 7천만원이다. 자전거 중고거래 시장은 비공식 시장이기에 숫자가 없다.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롤메이커가 되어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자전거 분야에서 리더십을 가진 뒤 두바퀴 달린 탈것으로 가려고 한다. 하늘에는 라이트형제, 땅에는 라이트브라더스가 있음을 기억해 달라.
[트림 김철기 대표]
내가 잘 아는 분야, 틈새시장, 매력적인 제품
창업자이자 대학교 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꿈을 가지고 공부해서 교수가 되었는데, 5년이 지나니 물적, 심적으로 위기가 왔다. 타성대로 가기는 싫었다. 그래서 재밌는 것을 찾아 활로를 열려고 했다.
창업을 한다면 내가 잘 아는 분야, 보는 즉시 사고싶은 매력적인 제품, 틈새시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면 누군가는 하고 있을거라 봤다. 나는 해외 출장 중에도 자전거를 열심히 타는 덕후다. 하지만 타면서 겪는 불편함이 많았고 개선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리고 자전거 컴퓨터는 틈새시장으로 매력이 있었다. 자전거 컴퓨터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잘 모른다. 중고시장도 작다는 인식이 있다. 투자도 잘 안 이루어진다. 일견 창업해서는 안 되는 분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난 그게 기회라고 봤고 기술은 잘 안다고 판단했다. 그런식으로 사전 분석을 했다.
소프트웨어 교수를 하고 있지만, 하드웨어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소프트웨어로 돈 벌 자신이 없다. 어느 분야든 소프트웨어는 한 명의 시장 독식자가 있으면 후발주자가 들어가기 힘들다. 소비자 평가를 들어보면 우리 서비스 앱같은건 시장에 없다고 한다. 그만큼 성능이 좋다. 하지만 베타테스트로 인스타그램 광고를 돌려보니 10달러 당 한 명의 테스터가 왔다. 하지만 하드웨어를 만들고 서브스크립션으로 하니 10달러 당 30명이 모이더라. 보여줄 수 있는 제품이 있고 없고 차이다. 이 시장에선 앱보다 하드웨어가 경쟁력이 있음을 알았다.
디자인, 마케팅… 좌충우돌 창업기
2017년 100달러짜리 프로토타입 제품을 만들면서 시작했다. 개발은 내가 했지만, 부족한 디자인은 재능공유 서비스를 통해 외주를 맡겼다. 그런데 다운그레이드된 제품이 오더라. 또 다른데 맡겨보니 멋있게는 왔는데, 이쁘기만 하지 효율이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학교 학생에게 부탁한 디자인을 선택했다. 그걸 본 사람들이 좋아해서다. 스킬도 중요하지만, 우리 제품에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그렇게 첫번째 프로토타입은 오래 걸렸다.
조언을 들어보니 마케팅을 외부에 맡기지 말고 직접 뛰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5000명의 팔로워를 직접 만들었다. 팔로워가 어느정도 있어야 팔로잉도 이어지는게 보였다. 킥스타터에 펀딩을 시작하고 10분만에 100명을 넘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정체기가 왔다. 다시 주욱 올라간건 인플루언서 유튜브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느꼈다.
한국에서는 못 만드는 부품이 많다. 때문에 중국이나 대만 제조사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해외서 부품업체 만나기는 무척 힘들다. 스타트업은 언제나 을이다. 심지어 돈을 주는 입장임에도 을이다. 중국이고 대만이고 몇번 찾아가야 계약을 해준다. 여기서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커스텀 제작의 어려움이 컸다.
교훈은 충분한 하드웨어 역량과 정보에 밝아야 한다는 거다. 아울러 충분한 사전검증이 들어가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좌충우돌을 거쳐 제품을 만들었다. 자전거 컴퓨터는 트림의 첫 번째 제품이다. 알루미늄 본체에 두께가 얇고, 스크린이 크며, 태양광 충전으로 배터리 수명도 길다. ux극대화를 꾀했다. 이 제품은 기존 제품에 있는 소비자 불만을 없애는 형태로 만들었다. 유저는 자전거를 슬림하고 가볍게 타길 바란다. 그래서 작게 기획했고 태양광 충전으로 100시간까지 기능하게 만들었다. 좋은 제품이다. 관심이 있다면 킥스타터에서 트림원(trimm One)을 검색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