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 #8] 슬기로운 인터뷰어 탐구생활-2
[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 #7] 슬기로운 인터뷰어 탐구생활-1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어떤 유형의 소비자를 만나든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을 배려하는 작은 매너이다. 존경까지는 아니지만 작은 존중의 마음을 지속해서 표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참석자들이 말할 때, 따뜻하고 편안한 눈과 미소로 계속 끄덕여 주고, 가끔은 푼수도 떨어주고, 자기표현이 서투른 사람에게는 그가 말을 잘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해야 한다. 우리도 누군가 내 의견을 잘 경청하는 사람을 만날 때, 더 신나서 이야기하게 되지 않는가. 우리 인간사의 보편타당한 규칙들이 그 빛을 발휘하는 곳이 바로 당신이 소비자를 인터뷰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물론 당신의 작은 사랑과 배려, 존중의 마음을 버리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해는 하지 말라. 예외는 Big Mouth와 Cherry Picker 형을 인터뷰할 경우이다. 이럴 때는 가차 없이 행동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전략적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한 당신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Big mouth에게는 가끔은 ‘쌩까라.’ Big Mouth 유형에 대한 제어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면 이들이 쏠림 현상의 주인공들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1:1 인터뷰가 아닌 여러 명을 대상으로 동시에 인터뷰를 진행하는 순간에는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해 보라. “너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으니까, 잠시만 쉬어 주세요. 원래 조용필(즉, 너 잘난 것 안다고 한번 추켜세워 주는 것이다)은 나중에 무대에 나오니까, 제가 다른 분들 의견 다 듣고 나중에 들을게요.”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참석자 연령대를 보고 조용필이 아닌, 빅뱅 혹은 BTS 등을 유연하게 골라서 사용해야 한다. 이럴 때 당신의 순발력과 센스는 매우 중요하다. 이런 마이너한 것들은 여러분이 알아서 하리라 믿는다.
또 집에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역력히 보이는 Cherry Picker 타입에게는 이렇게 명확하게 말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냥 솔직하게, 직접적으로 부탁해 보라.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 주실 것 부탁드립니다. 당신에게는 당신의 Job이 중요하듯 내게는 이 순간이 매우 중요하고 이 일은 내게 매우 중요한 Job입니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맨 첫 타자로 지명해서 질문해 보라. 그래야만 앞 사람의 이야기한 질문에 대충 자기 생각을 버무려서 말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각설하고.
그렇다면 전반적으로 그룹 인터뷰 혹은 1:1 심층 인터뷰를 진행 시의 간단한 룰을 정리해 보겠다.
Rapport building, 즉 당신이 인터뷰해야 하는 소비자들과 본격적인 대화 전에 친밀감을 형성하는 작업은 사전에도, 인터뷰 중간에도, 끝에도 기본으로 받쳐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인터뷰하는 대상자나 주제에 적합한 대화소재를 선택하거나, 미리 당신만의 필살기를 만들어 놓는 것도 좋다. 공감대 형성은 인터뷰 내내 당신이 신경을 써야 하는 요소이다. 그러한 가운데 아래와 같은 8가지 내용에 신경을 쓴다면 당신은 소비자로부터 꽤 가치가 있는 내용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핵심은 캐묻기(Probing)! 더욱 깊게 깊게 소비자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일종의 Deep Dive는 핵심이다. Why & How를 반복해서 질문하라.
인터뷰가 일반 대화와 비교해 어려운 점은 소비자의 깊은 내면에 있는 속내를 읽어야 하고, 그 속내에서 당신만의 전략적 통찰력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피라미드’가 세계 7대 불가사의이듯, 소비자의 니즈 또한 당신이 알아 가기 전에는 수수께끼 그 자체일 수 있다. 소비자가 스스로 인지해서 명확히 말로 표현이 가능한 니즈는 피라미드 꼭대기 부분에 불가하다. 당신이 깊게 깊게 파고 내려가야 하는 소비자의 니즈는 잘 드러나지 않는 피라미드의 보이지 않는 비밀과 같다. 게다가 이 부분은 피라미드의 넓은 하층 구조에 분포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Why의 매력과 묘미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도요타 자동차의 전신(도요타 자동직기) 창업주인 도요다 사키치는 문제에 부닥치면 ‘왜 이 문제가 생겼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고 한다. 이어서 문제에 대한 원인이 나오면 ‘그 원인은 왜 발생했는가?’라고 다시 질문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연속해서 다섯 번 정도 질문을 하면 궁극적인 원인에 근접하게 되고, 거기에서 해결책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유명한 도요다 사키치가 지닌 문제 해결의 방식 ‘5 Why’이다.
이를 아래의 사례를 통해서 구체화해보자. 미국의 제퍼슨 기념관은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을 기념해 수도 워싱턴 D.C.에 지은 건물이다. 이 유명한 기념관의 대리석이 어느날부터 부식되기 시작했다. 부식이 빠르게 진행되자 새로 부임한 기념관장은 직원들에게 물었다. 기념관장은 5번에 걸쳐 위와 같은 Why를 활용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냈다. 도요다 사키치가 그랬던 것처럼. 제퍼슨 기념관 대리석 부식의 근본적 원인은 황혼 무렵 일찍 점등하는 등불의 주변에 나방이 몰려든 것이었다. 이후 기념관은 전등을 2시간 늦게 켜서 대리석 부식의 원인을 해결했다. 부식이 심하면 언뜻 비용이 많이 드는 대공사만을 해결책으로 떠올릴 수 있는데, 아주 단순하고도 영리한 해결책을 찾아낸 것이다. 5번에 걸친 질문의 힘으로 얻어낸 결과이다. 여기서 착각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은 기계처럼 5번을 하라고 5번을 하는 것은 아니다. 3번에 끝날 수도 있고, 당신이 만족스러워 할 만큼의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 7번, 9번, 아니 그 이상을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5 Why는 전문용어로 ‘사다리(Laddering) 기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 또 하나의 팁은 Why와 함께 How(어떻게)도 잘 활용하는 일명, “왜-어떻게” 사다리 타기 (Why-How Laddering) 기법이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어서 보다 깊은 인사이트를 도출하기 위한 하나의 툴이다. 처음 출발은 매우 일반적이고 직관적인 사실과 감정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왜(Why)?’와 ‘어떻게 (How)?’를 계속해서 물어가다 보면 점점 더 깊은 소비자의 생각과 디테일한 수준으로 진화함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당신의 사고 체계 수준도 점점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왜?’를 물어볼 때 조금 더 추상적인 대답이 도출되는 반면, ‘어떻게?’의 질문을 던지면 조금 더 구체적인 대답이 돌아온다. 이는 사다리를 타고 레벨의 높이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왜?’라는 질문을 하면 사다리를 타고 올라 좀 더 추상적이고 하이 레벨의 대화가 가능하며, ‘어떻게?’라는 질문을 하게 되면 조금 더 땅에 가까워지고 구체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더 창의적이고 유의미한 대답을 원할 경우 ‘왜?’라는 질문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뚜렷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구체적인 진술이 필요할 경우에는 ‘어떻게?’ 라는 질문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은 “왜-어떻게” 사다리 타기 (Why-How Laddering)도 기본적으로는 소비자들을 저 푸른 초원에서 뛰어노는 소 떼들처럼 방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Yes 혹은 No로 연결되는 답변을 피하는 방법으로 질문하는 방법과 연결된다. 소비자들을 “답정너”로 만드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당신의 세 치 혀와 세 치 혀를 조정하는 당신의 브레인, 그리고 아래에 정리한 인터뷰 스킬에 달려 있다.
이것을 숙지한 후에 실제로 해보라. 연습 대상을 두고 몇 차례 리허설 후에 실전에 참여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다.
박소윤 : 마케팅 & 브랜드 전략 컴퍼니 Lemonade&Co. 대표 및 Small Data 전문가. 경영학 박사 /경희대 겸임교수 外 홍익대학교 석박사 통합과정에서 마케팅 강의중이다. 대기업, IT회사, 브랜드 & 마케팅 컨설팅 기업 등에서 10년간 직장 생활 후, Lemonade&Co.를 설립해 다수의 광고 회사와 마케팅 & 브랜드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저서로는 <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교보문고, 예스24)>, <마케팅 관리론―핵심 실무 중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