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 체감 점수 다소 하락…자금확보, 인재채용 어려움 느껴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전년 대비 낮아졌다. 스타트업 생태계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예년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는 3일 국내 스타트업생태계의 현황을 조사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0’를 공개했다. 리포트에서는 올해 생태계 구성원들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창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액셀러레이터, VC는 어디인지,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지, ‘재택근무’에 대해 스타트업 창업자, 종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들과 대기업 종사자들의 의견과는 어떻게 다른지 등을 담았다.
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느끼는 생태계 전반적인 점수는 재작년 68점, 작년 73점을 기록하며 매해 큰폭으로 좋아졌으나 올해는 71점으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차별 차이는 크지 않으나, 창업 1년차 미만에서 점수 하락폭이 4.5점으로 가장 커 사업이 자리잡지 않은 초창기 창업자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증가한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스타트업의 자금 확보, 인재 채용에서 경직된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창업자들은 현재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있어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하는 점으로 ‘기반자금 확보/투자활성화(46.4%), 우수인력 확보(36.7%)’를 꼽았다. 올해의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인식한 창업자들이 그 이유로 ‘벤처캐피털의 미온적인 지원’을 1위로 골랐다는 점에서 올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기조가 확산되며 인재 확보에도 다소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종사자가 ‘창업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비율(42.4%), 스타트업 이직을 고려하는 비율(17.6%)은 모두 전년대비 소폭 감소했으며, 낮은 고용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큰 이유로 나타났다. 대기업 재직자들은 스타트업을 ‘혁신적이며 창의적(33.2%)’라고 보고 있지만, 스타트업의 ‘불안정한/불투명한’ 이미지가 작년 6.2%에서 올해 22.6%로 크게 증가해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함을 읽을 수 있었다. 취업준비생들의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취업 고려율 역시 작년에 비해 다소 감소했으며,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고용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45.1%로 가장 높게 나왔다.
코로나19를 보는 시각은 창업자마다 다소 차이가 있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실물경제의 악화가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일부 있는 가운데, 코로나로 인한 시장의 변화는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도 많았다.
그럼에도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생태계의 분위기가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 분위기가 더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은 57.8%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으며, 이에 대한 이유로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해를 거듭하며 성숙해지고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특히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등장하며 사회적인 인식이 좋아지고, 정부, VC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파트너가 다양해지고, 경험이 축적되었다는 점을 주목하는 창업자들이 많았다.
가장 적극적인 정부기관과 기업, 가장 선호하는 VC, 액셀러레이터를 묻는 질문에서는 벤처 1세대 창업가, 기업들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스타트업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을 묻는 설문에서는 네이버(28.9%)가 5년 연속 1위를 유지했으며, 카카오(21.1%)가 2위를 차지했다. 가장 선호하는 VC를 묻는 질문에는 알토스벤처스(20.5%)가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카카오벤처스(15.1%)가 2위로 급상승했다. 가장 선호하는 액셀러레이터로는 창업자 출신 투자자들이 이끄는 ‘매쉬업엔젤스(18.7%)’와 ‘프라이머(18.1%)’가 순위권을 차지했다 예년까지는 외국계 VC가 향후 대규모 자금 유치와 노하우 전수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아 선호되었지만, 벤처 1세대 창업가들과 기업이 그 차이를 빠르게 따라잡으며 선순환적인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할 평가는 66.5점으로 전년(65.9점)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가장 적극적인 정부기관으로는 창업진흥원(27.7%)과 서울산업진흥원(15.7%)이 순위권에 들었다. 규제와 관련해서는 데이터 관련 규제 구체화, 금융사업자 진입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으며, 정부가 직접 사업의 형태로 시장에 개입하기 보다 비합리적이고 불필요한 일들을 제거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 줬으면 한다고 주문하는 창업자들이 많았다.
창업자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으로 비바리퍼블리카(토스)를 1순위로 꼽은 가운데, 창업자를 비롯한 스타트업 재직자, 대기업 재직자, 취업준비생 네 그룹에서 모두 ‘당근마켓’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재택근무 현황에 대해서도 물었다. 코로나19 이후 스타트업 재직자와 대기업 재직자의 재택근무 유경험 비율은 비슷했지만, 재택근무 양상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스타트업 재직자들은 대기업과 달리 ‘언제든 필요하면 재택’이 가능하다고 응답했으며, 자율적으로 재택근무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재택근무의 효율성에 대한 평가는 대기업 재직자와 비교했을 때 약간 긍정적이었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인 부분은 재택근무에서 겪는 어려움이었다. 특히 대기업 재직자는 재택근무 시 ‘대면/실시간 보고/회의/결재를 중시하는 기업문화’로 인해 40.6%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변한 반면, 스타트업 재직자의 경우 19.6%만이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스타트업이 가진 자율적인 조직문화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스타트업 재직자들의 38.4%가 스타트업 재직에 가장 만족하는 점으로 ‘자율적/수평적 조직 문화’를 꼽았으며, 스타트업 취업을 고려하는 취업준비생의 39.1%, 대기업 재직자 중 스타트업 이직 고려자의 26.1%가 스타트업 취직/이직 이유로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선택했다.
다만,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느냐에 대한 질문에서, 재택근무에 대한 선호가 뚜렷했던 대기업 재직자들과는 달리 스타트업 재직자들은 사무실 근무(37.7%)와 재택근무(37.0%)를 유사하게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경우, 사무실 근무를 통해 집중적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는 초기 기업의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는 등 스타트업 생태계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며 “그럼에도 기업들의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과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는 등 스타트업 업계가 점점 성숙해지는 추세에는 변함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장기적으로는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창업자 분들의 의견에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 참여자의 인식과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9월 18일부터 28일까지 총 11일간 오픈서베이를 통해 진행됐다. 창업자 166명, 대기업 재직자 500명, IT 및 지식 서비스 스타트업 재직자 250명, 대학교 졸업 예정자 200명이 해당 설문조사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