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앤리의 스타트업×법] “변호사님! 이 증거면 승소할 수 있나요?”
‘변호사님, 상대가 말로 약속한 계약을 위반했는데 어떻게 밝히죠? 어떤 증거를 구해야 하나요?’, ‘판사님이 이걸 직접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하죠?’
‘분쟁에 휘말리게 된 사람들이 소송을 준비하기에 앞서 변호사들에게 많이 묻는 질문입니다. 변호사들이 먼저 의뢰인분들에게 정말 중요한 증거이니 제발 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재판은 증거싸움이고 승소를 위해서는 증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문제없이 모든 게 잘될거라는 믿음으로 분쟁에 대비한 자료를 충분히 모을 생각을 잘 하지 않고, 어떤 자료가 소송에서 증거로 될 수 있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민사소송에서 제출 혹은 이용할 수 있는 증거는 어떠한 것이 있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민사소송에서 사용할 수 있는 증거는 민사소송법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88조 이하 제3장 증거에서 증인신문, 감정, 서증, 검증, 당사자신문, 그 밖의 증거, 조사, 송부의 촉탁 등이 있고, 그외 다른 법에 의해 인정되는 금융기관의 금융거래정보 혹은 과세정보에 대한 제출명령이 있습니다. 아래에서 각 증거방법들을 소개하고 설명드리겠습니다.
1. 증인신문 및 당사자신문
법정 드라마에서 변호사가 증인을 다그치면서 현란한 스킬로 증인의 진술에서 모순점을 찾아내고 진실을 말하게끔 하는 모습이 익숙하실 것입니다. 이러한 드라마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재판에서 증인신문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무상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재판에서는 과거의 사실을 밝혀야 하는 것인데, 사람의 관찰과 기억력의 한계 등으로 인해 증언의 신뢰성이 낮고,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오염될 가능성이 있어 법관의 입장에서 증인의 말만으로는 확신을 얻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증인신문을 진행하는 경우는 아래에서 소개하는 서증 등 다른 증거로 사실을 밝히기 어렵거나 사실판단에 있어 핵심적인 인물이 있는 경우 등입니다. 증인신문을 진행하더라도 위와 같은 한계로 그 증인의 증언만으로 법관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증거 없이 ‘나한테 증인이 있어요!’라고 변호사에게 말하면, 변호사는 한 숨을 크게 쉴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사건과 관련한 문서, 녹취록, 영상(CCTV 등)과 같은 자료를 우선적으로 수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사건의 당사자가 사건과 관련한 사실을 가장 분명하게 알고 있다는 점에서, 증인신문과 유사하게 원고 혹은 피고 등 사건의 당사자에 대해서도 신문을 진행할 수 있고 그 내용을 증거로 할 수 있습니다.
2. 서증
민사소송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가장 중요한 증거입니다. 구체적으로 법관이 문서를 열람하고 그 기재내용을 증거로 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문서가 중요한 것은 일반적으로 계약과 같이 법적으로 중요한 행위들은 모두 문서로 이루어지고, 위조 등의 특별히 문제가 없는 한 그 기재내용에 대해서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법관이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떠한 법률적 행위가 그 문서 자체에 의하여 행하여진 경우(법률용어로 이를 ‘처분문서’라고 하고, 대표적으로 임대차계약서, 대출계약서가 이에 해당합니다), 그 자체로 계약 체결 사실과 그 내용을 증명하므로, 매우 중요한 서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문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명령이라는 제도를 통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제출하게끔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료 손해배상 소송에서, 환자가 병원 측의 거부로 의무기록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문서제출명령을 통해 병원 측으로 하여금 법원에 제출하게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송을 대비하여 처분문서와 같은 서증은 최대한 수집하여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상대방이 소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소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3. 검증
검증은 쉽게 말하여 법관으로 하여금 직접 보고 듣고 냄새도 맡으며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교과서를 통해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험을 하거나 박물관을 가는 등 실제 체험을 통해 학습을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법정에서 사건과 관련한 물건의 실물을 보거나, 교통사고 현장 혹은 공해 소송에서의 오염 현장을 직접 법관이 가서 그 주변 환경을 살펴보는 경우가 있겠습니다.
4. 감정
민사소송에서 의료소송, 특허소송, 건물하자소송, 환경소송 등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소송도 있습니다. 모든 법관이 이러한 전문분야에서 전문지식을 가진 자가 아니기 때문에, 감정을 통해 특별한 학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로 하여금 전문지식을 보고하게 하여, 그 내용을 증거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기업가치의 평가, 의료소송에서의 의학지식, 건물하자의 정도, 치매 등 정신장애 유무, 임대료의 산정 등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감정이 활용됩니다. 소송이 점점 전문화됨에 따라 감정 또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감정을 진행하는 감정인은 적지 않은 감정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비용은 신청한 측에서 우선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과 소송상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비교하여 진행하게 됩니다.
5. 그 밖의 증거
문서가 아닌 녹음한 파일, 영상 등을 USB, CD 등의 저장매체에 저장하여 제출할 수 있고, 민사소송법에서는 이를 그 밖의 증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휴대폰을 이용한 녹음이 일상화되면서, 녹음내용이 증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대로 녹음파일을 제출하면, 이를 증거로 하기 위해서 법정에서 실제로 재생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법관도 이를 전부 듣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실무상 속기사무실을 통해 녹취록으로 제작하여 ‘서증’으로 제출합니다. 따라서 녹음파일 중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미리 녹취록을 제작한다면 소송진행에 수월할 것입니다.
6. 조사, 송부의 촉탁(사실조회) 등
때로는 어떠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공공기관에서 수집, 관리하는 정보 혹은 통계자료 등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활용하는 것이 조사, 송부의 촉탁이고 실무상 주로 사실조회라고 불립니다. 공공기관의 인허가 혹은 신고 내역, 건강보험 등 공적보험의 가입(급여)내역, 관련 형사사건의 기록 등을 확인하기 위해 활용됩니다. 즉, 내가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공공기관 혹은 관련 기관, 단체가 보유하고 있는 경우 그 보유 문서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또한, 민사소송법에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법(금융실명법, 과세자료법)에 근거하여, 상대방의 금융거래정보나 과세정보도 법원의 제출명령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융거래정보를 통해 계좌의 입, 출금 내역을 확인하고, 과세정보를 통해 소득액 등을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민사소송에서는 어떠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를 잘 활용하여 법관으로 하여금 그러한 사실이 있었음을 확신에 이를 정도로 입증하는 경우 승소라는 결과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처분문서와 같은 중요한 서증이 없는 경우에는 승소까지 험난한 길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위 증거방법들의 중요도, 가치, 수집의 용이성 등을 고려하여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하여 자료들을 준비하시면 좋겠습니다.
최앤리 법률사무소 문재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