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477] ‘모두가 실패한 시장에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금방 임진리 대표의 선택
KRX 금시장에서 거래되는 연간 금 거래량은 약 2조 원, 개인이 한국예탁결제원에 보유하고 있는 금 양은 1조 5천억 원 규모다. 이에 비해 실물 귀금속 시장에서 금 거래량은 30조 원, 우리나라 국민이 귀금속으로 보유하고 있는 금 양은 50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국내 금 거래 80%가 귀금속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귀금속 시장 주체들은 독특한 형태로 공존해 왔다. 금은방에 소비자가 제품을 골라 주문하면 소매상(금은방)은 도매상에, 도매상은 세공업체에 주문이 들어간다. 여기까지는 여느 산업에나 있는 하청 관계로 보이지만, 제품이 완성된 후 제조에서 도매, 도매에서 소매 간 독특한 마무리 과정이 의식처럼 이어진다. 도매상은 주문한 장신구에 들어가는 금 무게를 재서 절단기로 실물 순금을 잘라주고, 제작비(공임비)는 현금으로 지불한다. 금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책이다. 결제때 사용하는 막대기 형태의 금은 결제에 특화된 금으로, 업계에선 ‘결제금’으로 불린다. 업계에서 당연시되던 이 방식은 금을 절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 손실, 시간 낭비, 지하경제 음성화 등 문제점을 야기해 왔다.
스타트업 ‘금방’이 2020년 3월 론칭한 ‘업스토어’는 귀금속 시장에 디지털 전환과 시장 양성화를 도모하는 콘셉트이다.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소매상과 도매상 사이에서 금 자르는 과정을 생략시킨 것이다. 금은방과 도매상이 앱에서 금을 사 보유하고 있다가 주문을 주고받을 때 앱에서 이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세공업체는 앱에서 이체 받은 금을 금방 오피스에서 실물로 찾아간다. 절단 과정 중 발생하는 금 손실을 방지해 주며, 길에서 낭비되는 시간도 줄여준다. 업스토어의 첫해 매출은 200억 원, 올해 2천억 원이 예상된다.
임진리 금방 대표는 귀금속점을 운영하는 어머니 일을 돕다가 귀금속 산업의 오래된 관행을 목격했다.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다가 개발한 것이 지금의 업스토어 모델이다. 임 대표를 종로3가 금방 오피스에서 만났다.
귀금속 도소매 거래에서 실물 금을 자르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건가요.
우선 자를 때마다 미세하게 손실돼요. 그리고 ‘결제금’ 무게를 소수점 둘째 짜리까지 재서 절단해야 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한 업체당 연간 300시간 이상 걸려요. 또 결제금으로 사용하는 금은 KS 규격에 따른 99.9%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데, 98% 인지 97% 인지 육안으로는 알 수가 없다는 맹점이 있어요. 함량 미달 결제금 유통으로 인한 피해액이 연간 100억 원 이상이라고 합니다. 특히 제품도 금이고 지불도 금으로 해야하기에 지방에 있는 소매점은 제품 구입을 하려면 서울까지 직접 올라오거나 대행업체에 맡겨야 해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대 비용이 업체당 연간 평균 360만 원 정도 돼요.
저희는 이 문제들을 디지털화된 결제금으로 해결하고 있어요. 저희 플랫폼 안에서 디지털화된 금을 구매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디지털 금을 이체해서 최종 제조업체만 실물 금을 받아요. 각 유통 단계마다 금을 자르고 운반하는 과정을 없앴고 금의 함량미달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요. 특히 업스토어가 활성화되면 음성 거래가 많은 이 시장의 본질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아이템은 언제, 어떤 계기로 생각한 건가요.
어머니가 운영하는 종로3가 금은방에서 일을 돕다가 실물 거래 관행과 위험성을 알게 됐어요. 제가 하던 일이 결제금과 현찰 다발을 들고 소매상을 찾아다니는 거였는데요. 금은방, 도매상, 세공업체 간 거래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더라고요. 핸드메이드 주얼리 제품은 똑같은 디자인으로 만들더라도 중량이 미세하게 조금씩 달라요. 그래서 주문한 물건이 나오게 되면 중량을 일일이 확인해야 돼요. 제품을 만들 때 사용된 양을 확인하고 결제금을 잘라서 주고, 제작비는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지불해요. 금이 단단하다보니 잘 잘리지도 않고, 자를 때마다 손실이 생겨요. 또 만일을 대비해 자르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고요. 이 과정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너무 예전 기준이라고 느꼈어요. 간편하게 해외송금도 가능한 시대인데 이 시장만 멈춰있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시장의 문제를 디지털 방식으로 해결하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창업을 결심했어요.
금 귀금속 거래점이 서울에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지방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지방 소매상은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와요. 지역 네트워크도 있지만, 국내 귀금속 중심지는 서울 종로 3가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귀금속 제품 90%가 종로에서 생산이 되고 전국으로 퍼져 나가거든요. 직접 종로 3가로 와서 확인한 뒤 사입을 하기도 하지만, 중간 상인들이 카탈로그를 들고 대행을 하기도 해요. 서울이든 지방이든 결제 방식은 결제금과 현금으로 지불하고요. 이런 관행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에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귀금속 시장이 대부분 같은 방식이에요. 인도가 결제금 덩어리를 줄 모양으로 길게 제작해서 자르기 쉽게 만든다고 하지만 나머지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창업의지는 언제부터 있었나요.
과거 에피소드이긴 한데, 수능 끝나고 용돈이 좀 부족했어요. 어느 날 어머니가 방문판매원에게 미국 화장품을 50만 원어치 결제하시더라고요. 검색을 해보니 우리나라에서 8만 원, 미국에서는 2만 원 정도에 판매되더라고요. 가격 차가 존재하니 저렴하게 직구해서 제가 직접 팔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미국 쪽에 이메일을 보냈더니 30만 원이 최소 주문 물량이라 해서 돈을 빌려 구입했고 어머니께 6만 원에 판매했죠. (웃음)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판매가 잘 됐어요. 제품 하나에 4만 원씩 마진이 남는 구조였는데, 하루 최소 5개 이상은 판매가 되서 몇 백만 원이 금세 벌리더라고요. 심지어 그 브랜드를 판매하는 다른 업자들에게서 문의도 많이 받았어요. 돈 버는 재미에 빠져서 더 크게 키워볼 생각을 했지만 어머니가 학업을 이어가길 바라서 대학 졸업까지만 기다리기로 했어요.
대학생 시절에는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산티아고 순례길도 갔어요.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처럼 걷다보면 뭔가 깨달음이 있을 거라 막연히 기대했는데 아무런 변화도 안 생기더라고요. (웃음) 하나 알게된 건 제가 깊이 생각한다고 해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타입은 아니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하고 싶었던 창업부터 하자고 다시 마음 먹었어요.
이 사업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고자 했을 때 주위 반응은 어땠나요? 특히 어머니 반응이 궁금하네요.
공부를 더 해서 다른 사람들처럼 취업을 하길 바라셨죠. 제가 여러 번 설명을 드렸지만, 처음에는 이해를 못 하셨어요. 기존 방식도 문제가 없는데 왜 바꾸려고 하느냐는 입장이셨죠. 제가 타박을 잘 못 알아듣는 편이어서 타격감은 없었어요. (웃음) 지금은 어머니도 저희 앱을 사용하시는데 저 보고 잘했다고 격려해 주세요.
아이디어 외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시작한건데요. 창업을 하기위해 무엇을 준비했나요?
일단 개발을 배우기 위해 대기업에서 하는 대학생 교육 프로그램에 지원했어요. 6개월 과정이었는데 3개월간은 정말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이렇게까지 못 알아들을 수있나 싶어서 3개월 간 정말 힘들었어요. 어찌보면 당연한 거였어요. 수강생들 대부분이 명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이어서 저와는 수준차이가 많이 났어요. 그러다 일반인들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쳐 주는 유튜브 채널 영상을 밤새 들으면서부터 어느정도 따라가게 됐어요. 어찌보면 유튜브로 개발을 배웠다고 해서 과언이 아니예요.
사업 준비에 시간을 많이 쓰느니 실행부터 하자 싶었죠. 사업자 내는 방법을 검색해서 찾고 블로그에 나온 내용대로 해서 바로 신고했죠. 직장생활 없이 바로 창업을 한지라 회사운영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해서 초기에는 매일 자괴감 속에 살았던 것 같아요. 시도하고 실패하며 배웠어요.
서비스를 만들고 바로 잘 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아요.
정말 많았죠. 처음 시도했던 창업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어요. 제가 느낀 문제점과 시장 사람들이 느낀 페인포인트는 다르더라고요. 처음에 개발한 것이 귀금속 전문 ERP 시스템이었는데, 상용화까지 못 갔어요. 업계 종사자들에게 ERP 시스템은 논외였어요. 사장님들의 연령대가 높다 보니까 기존 방식이 익숙하신 거예요. 제가 보기에는 너무나 불편한 시스템인에 그들에게는 일상인 거였죠. 아무리 편리한 것이 나와도 낯설면 불편한 것이고, 시장은 불편한 것을 좋아하고 있었어요. 두 번째로 만든 것이 지금의 업스토어 모델입니다.
금 귀금속 시장은 닫힌 시장이란 인상이 강해요.
금 귀금속 시장 종사자들은 외부인을 들이려고 하지 않아요. 보통 가족 외에는 안 믿으려고 해요. 금은 실물이고 추적이 불가능해서 도난 위험성이 커요. 자산을 지키려면 굉장히 보수적이고 폐쇄적일 수밖에 없어요. 동대문도 이쪽과 비슷하다 보니 중계 플랫폼이나 이커머스가 활성화되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잖아요. 금 귀금속 시장은 동대문보다 훨씬 더 느리다고 봅니다.
말씀처럼 도소매 업체 관계자 연령이 디지털에 익숙한 나이대는 아니에요. 처음에 모객을 어떻게 했나요.
시장과 핏을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일단 도소매업체 사장님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금 시세 시스템을 선보였어요. 창업 전 어머니 가게에서 일할 때 손님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이 금 가격이었는데 그걸로 돈을 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부모님이 주신 학비를 투자했어요. 학비는 저리 학자금 대출로 냈고요. (웃음) 실물 금 사고팔기를 3개월 동안 했는데, 원금의 30% 이상을 벌었죠. 그래서 다음 학기에도 이어갔고요. 마침 뉴욕 타임즈 50년치 기사 데이터가 있었는데, 클러스터링을 해서 ‘골드’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데이터만 크롤링을 했고, 그 기사의 형태소 분석을 통해 명사만 추출해서 카운팅했어요. 금이라는 키워드와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이 ‘머니스톡’, ‘통화량’, ‘금리’, ‘채권’, ‘WTI’, ‘S&P 500’ 명사이더라고요. 이것을 프레드(FRED ; Federal Reserve Economic Data) 통화량 30년치, WTI 30년치 데이터와 엮어서 금 가격 예측 시세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이 서비스로 초기에 호응을 많이 받았어요. 도소매 업체에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었고, 그렇게 생긴 네트워크가 긍정적으로 작용해 영업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긍정적인 방향의 어그로였던 셈이죠.
도소매 업체 사장님들이 자발적으로 쓰시던가요.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것을 저희가 다 해드렸어요. 복잡한 건 저희가 해주고 매출까지 일어나야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도매 사장님들에게 ‘우리 플랫폼에 소매 사장님들 모여 있으니까 물건 사진들 올리세요’라고 했는데, 안 움직이시더라요. 디자인 유출 이슈도 있고, 할 시간도 없고, 신경도 못쓰겠다고요. 그래서 ‘저희가 사진 찍어서 올려 드릴께요’ 했더니, ‘뭘 믿고 내 물건을 주냐. 물건 가져갔다가 잃어버리면 어떻게 하냐’며 부정적인 입장이셨어요. 그래서 대출 1억 원을 받아서 사장님들에게 맡기고 사진촬영을 해서 플랫폼에 올렸어요.
그렇게 까지 했는데도 거래 활성이 안 됐어요. 가장 큰 이유가 플랫폼 사용법이 어렵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월, 화, 수, 목요일은 기능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금요일과 토요일은 전국 소매업장을 찾아가서 앱 설명하고, 사용방법을 알려 드렸어요. 그걸 위해 차 먼저 구입하고 나서 운전면허증을 땄어요. 지방으로 갈때 벌벌 떨면서 운전했던 기억이 나요. (웃음) 그 과정에서 사장님들의 니즈를 파악해서, 해결하고 나서 다시 방문해서 안내해 드렸고요. 그걸 계속 반복했어요.
일반적으로 사장님들은 플랫폼에 가입하는 거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세요. 그에 앞서 전화번호 알려주는 것도 꺼려 하시고 저희 앱 이름도 이상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소매 사장님들한테는 도매 사장님 이름을 팔고, 도매 사장님들에게는 소매 사장님 이름을 파는 거였어요. (웃음) 그렇게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발전시키면서 거래량과 트래픽을 올려갔죠. 그렇게 2년 동안은 정신없이 발로 뛰어다니면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서 주문이 들어오고, 연락이 많이 오니까 도매업체에서도 관심을 가져 주더라고요. 운영하는 금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신뢰를 얻게 됐고, 거래량이 많아지면서 금 수출, 수입도 하게 됐죠. 내년이면 KRX(한국거래소) 금 시장에 실물 금을 공급할 자격도 얻게 돼요.
전국에 1만2000여 곳의 금은방과 2000여 곳의 도매상, 1000여 곳의 세공업체가 있다고 해요. 어느정도를 고객으로 유치했나요. 그리고 매출은 어느정도 규모인가요.
2019년에 창업했고, 2020년 6월 경에 서비스가 나왔어요. 출시 2년 만에 전국 사업자 40%를 유치했고, 앱 의존도는 30% 정도로 높게 유지되고 있어요. 내년까지 모든 플레이어가 이곳에 들어오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첫 해 매출이 200억 원 정도 났고, 올해는 2천억 정도 예상돼요. 이미 상반기에 1천억 원을 기록해서 무난히 달성할 거라 봅니다. 또 저희가 중개거래 서비스를 베타 론칭했는데요. 소매업체 300곳이 1천만원씩 구매를 해서 예상 매출액이 올해 16억 정도 나올 것 같아요. 5년 내 영업이익 1천억 원, 매출액 1조 8천억 원이 목표입니다.
앞서 말한 것은 B2B 모델에서의 성과이고, 내년에는 B2C 모델도 출시할 예정이예요. 금이란 것이 사고, 파는 사이에 재생이 되잖아요. 그런데 어떤 커머스에서는 귀금속에 들어가는 금값과 제작비 전체에 부가세 10%를 매겨요. 그런 제품이 1,900만 원대에 판매가 되는데, 저희는 똑같은 제품을 1,716만원에 판매할 수 있어요. 금 원자재가 재생금(중고금)이어서 가능해요. 소비자가 금을 사면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 있어요. 하지만 재생금에는 중복과세 이슈로 부가가치세를 붙일 수 없어요. 개인 출처 재생금을 정련해서 제품을 만들기에 부가가치는 제작비에서만 발생하기에 10% 낮춰 제공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합리적인 가공 용역 서비스와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해요. 당근마켓에서 금을 사고 파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 시장은 얼핏보면 영업력과 기술력만 있으면 도전할 수 있는 시장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런데 지금까지 업스토어와 같은 서비스가 나오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중견 기업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어요.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이 시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달라요. 이 시장만의 언어가 있고, 성향이 있어요. 예를 들어 ‘물건 많이 판매해 드릴께요. 사장님 우리 파트너 해요’라는 접근은 통하지 않아요. 같은 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잘 믿지 않기도 하고요. 외부인이라고 드러나는 순간 바로 거래가 사라지기도 해요. 굉장히 높은 진입장벽이 있고, 들어가더라도 다른 산업과는 다른 방향으로 뚫고 들어가야 돼요. 제가 이곳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었는데, 외부인은 더 힘들거예요. 아무래도 음성화된 부분이 있어서 신고를 당하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해서 그런 경우가 많아요. 의심해야 하고, 함부로 남과 거래하지 않는 성향이 있는 거죠.
하지만 누가 이렇게 불안해하면서 장사하고 싶겠어요. 그래서 저희는 개인이 소지한 금을 저희 플랫폼에 입점한 소매업체에 중개하고 정련 용역 서비스만 제공하는 콘셉트에요. 사장님들은 밥그릇 뺏길 걱정을 할 필요 없고 부가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구조로 되어 있죠. 금의 출처가 개인이라는 것만 기록으로 남겨 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거든요. 저희는 이것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서 투명하게 관리하려고 해요.
해외에 진출해도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이예요.
동남아시아 시장이 우리나라보다 보다 커요. 월급의 20%를 금에 투자하는 것이 트랜드인 나라도 있어요. 안전자산이고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것에 대한 유일한 헷지 수단이니까요. 저는 이 영역을 디지털화해서 외환 송금처럼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글로벌 진출도 같은 맥락으로 하게 될겁니다.
3년 여 간 창업자로 살아왔어요. 창업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이라고 하는데요.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뭐였나요.
어려움을 넘어 모든 게 다 고통스러웠어요. 인사 부분은 정말 힘들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뭐 다른 방법이 있나요. 제가 추구하는 목표,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하는 수 밖에 없죠.
힘들 때 어떻게 했나요. 보통 동종 사업 선배 등 조언자를 찾기도 하는데요.
저희가 하려는 사업은 의미있는 레퍼런스가 없어요. 성공한 케이스가 없으니 스스로 고민하고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어요. 진짜 답은 제 안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결국 스타트업에서 최종 결정은 대표가 할 수밖에 없어요. 아무도 책임을 져주는 게 아니니까요. 타인의 조언이 맞는지 안 맞는지 생각하는 것 보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상황을 빨리 만들 수 있는지를 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창업자는 자기 스스로의 판단과 기준이 필요하다고 하죠. 저는 그게 굉장히 자주 바뀝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왜 어제 방향이 다르고 오늘 방향이 다르냐’고 하기도 해요. 저는 그렇게 방향을 바꿔왔기 때문에 하루 더 생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주위 상황에 빨리 반응해서 바꾸는 것도 필요하고, 빨리 시도해보고 틀렸음을 빨리 인정하고, 빨리 터놓고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사업을 하는 목적, 비전을 말씀은 뭔가요.
B2B 시장 결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최종적으로 금융과 비금융을 융합하는 새로운 개념을 생각하고 있어요.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실물 금이 50조 원 가량된다고 하는데, 이 자산을 디지털화시키고 싶어요. 고객사인 소매업체 매장을 물류 지점으로 활용해 개인의 금을 위탁 받아 운영할 수 있다고 봐요. 전국 소매점들이 은행 지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되는 거죠. 언제든지 실물 금으로 인출할 수 있고, 제품으로 교환할 수도 있고, 현금으로도 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금을 맡기면 수수료와 수익을 배당으로 나눠주는 것도 가능하게요. 금 시장은 달러 시장보다 더 큰 시장이예요. 여러 코인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허상이라 여겨져요. 블록체인은 본질적으로 좋은 기술이지만, 그 위에 코드를 카피해서 이름만 다르게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보다는 기존 산업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문제를 개선하는 게 더 낫다고 봅니다. 저희 목표는 2경에 달하는 실물 금 시장을 디지털화 시켜서 금융까지 하는 거예요. 그게 제가 바라는 종착점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투자도 많이 필요하고, 사람도 많이 필요해요. 많이 관심 가져주세요. (웃음) 그리고 저희의 행보를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