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앤리의 스타트업×법] 계약이행을 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사기로 고소하여 압박하고 싶어요
기업을 경영하면서 수많은 계약을 체결하게 되고, 계약서에서 약속한 내용이 문제없이 정상적으로 이행되면 아무런 고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처음에 절대 거짓말을 할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체결했던 계약 상대방이 돈만 받아놓고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를 쉽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상대방은 보통 자신의 재산을 잘 숨겨놓기 때문에 민사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실제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아 계약 이행을 강제할수도, 이미 지급한 돈을 반환받을 수도 없는 안타까운 처지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그러한 계약 상대방을 ‘사기꾼’이라고 비난하면서, 최후의 방법으로 사기죄로 형사고소함으로써 압박하여 지급한 대금을 돌려받는 것을 고려하게 됩니다(피해액이 변제되면 양형에서 참작되어 감형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경찰에 사기죄로 고소장을 제출하여, 고소인 조사를 진행하게 되면, 담당수사관이 이건 죄가 되기 어렵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을 불이행한 것은 단지 사인간의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한 것 뿐이고 범죄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국가가 나서서 처벌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보다 엄격하게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법원 판례의 입장 또한 사인간의 계약상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여 형사처벌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여 여러 재산 범죄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던 기존의 입장을 변경하는 경향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기꾼을 압박하여 돈을 돌려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서두가 길었지만 이번 편에서는 계약 이행을 하지 않는 상대방을 형사 고소를 통해 압박하여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 고소인의 입장에서, 그러한 상대방의 사기죄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들을 소개하고, 중요한 요건인 ‘편취의 범의’를 입증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면 좋을 증거들을 안내해드릴까 합니다.
사기죄가 인정되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
형법 제347조에서 사기의 요건을 정하고 있는데,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조금더 나누어서 구체적으로 보면, ‘기망행위 및 그로 인한 피해자의 착오’, ‘피해자의 처분행위’, ‘기망행위와 처분행위간의 인과관계’, ‘피해자의 손해 발생’을 그 요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주관적 요건으로서, 범죄의 ‘고의’ 즉, 위 요건이 되는 사실들을 인식하고 행위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요건과 관련한 판례의 설명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그 본질은 기망행위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있다. 그리고 사기죄는 보호법익인 재산권이 침해되었을 때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사기죄의 기망행위라고 하려면 불법영득의 의사 내지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5도10570 판결 등 참조).
계약 당시 계약을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음을 객관적 사정을 통해 입증해야 합니다
계약 이행을 하지 않는 상대방을 사기죄로 처벌하는데에 가장 문제가 되는 요건은 사기의 고의, 위 판례에서 말하는 편취의 범의(이하 ‘범의’라고 하겠습니다)입니다. 다른 요건들은 계약서의 내용과 계약체결과정에서 나눈 전화, 문자, 카카오톡 내용, 계약대금을 이체한 내역 등을 통해 쉽게 입증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범의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범행 당시의 행위, 주변 사정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밝힐 수밖에 없고, 특히 계약을 불이행한 상대방은 일반적으로 처음부터 계약을 이행할 의사로 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 생각하고 계약을 불이행할 다른 사유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기의 범의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 판례는,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사기의 범의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계약 당시 계약을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위주로 판단합니다. 즉, 계약을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을 통해 계약을 이행할 것처럼 거짓말하고 속여서 돈을 받을 범의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준비하고 수집하여야 할 자료는
따라서 계약을 불이행한 상대방의 사기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요건으로서 ‘범의’가 있었는지를 입증하는데에 초점을 둘 것이고, 그 입증을 위해서는 계약 당시 계약을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을 드러내어야 하고, 이를 위해 사기꾼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계약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밝힐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해야 합니다.
그 구체적인 증거의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사기꾼의 채무 관계, 세금 체납 내역, 임금 체불 내역 등에 관한 자료
계약 무렵 상대방이 다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거나 세금을 체납하거나 임금이 체불되어 있다면 유리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채무 등을 지급하거나 변제할 수 있는 자산이 없어, 계약 대금을 받더라도 계약 이행에 쓰기보다 위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밝히는데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② 회사의 주업종 등을 알 수 있는 등기부등본, 기존 영업활동 사실에 관한 자료
상대방의 주업종이 아닌 영업과 관련한 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면, 그 상대방이 계약을 이행할 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밝히는데 유용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제조업을 영위하는 회사가 마케팅대행을 위한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제조업을 주된 영업으로 하였다는 증거가 있는 경우 범의 입증에 도움이 될 것 입니다.
③ 유사한 수법에 의한 피해사례
계약 불이행 상대방이 자신 뿐만 아니라 유사한 수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계약을 불이행하고 대금만을 지급받은 경우가 있다면, 계약을 불이행할 불가피한 사유없이 계약을 이행할 능력이 없음에도 오로지 대금만을 받고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할 의도로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을 잘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④ 실제 계약 이행 과정
계약을 이행하려 노력하였는지 여부도 계약 이행 의사나 능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간접사실 중 하나라고 할 것입니다.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 지급을 재촉하고서는 이를 지급받은 이후에는 계약 이행을 ‘전혀’하지 않으면서 차일피일 미룬 경우이고, 이러한 사실을 객관적 자료를 통해 드러낼 수 있다면 범의 입증에 유리하겠습니다. 그러나 계약을 일부라도 이행하였거나 이행할 준비를 한 사실이 있다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습니다.
수많은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경영자 입장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보다도 변호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계약서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계약 상대방의 불이행을 예측하여 그로 인한 손해를 막을 수 있도록 위약금, 위약벌 규정을 잘 세팅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속이려고 작심한 사람을 완전히 골라내어 계약을 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어쩔 수 없이 최후의 수단으로서 사기를 이유로 형사고소를 고려하는 경우에는, 그 요건의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유념하시고 위에서 설명드리는 관련 증거자료를 착실히 수집하여 가시면 좋겠습니다.
최앤리 법률사무소 문재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