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의 자문 요청을 수행하다 보면 다종 다양한 계약서를 보게 됩니다. 그 중에는 소속 법무팀의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의 감수를 받아 계약당사자들이 의도한 것과 다르게 해석될 여지 없이 명확한 문구로 구성된 것이 있는 반면, 여러 번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거나 불명확한 개념의 사용, 수식 관계가 분명하지 않는 등으로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가 사용된 계약도 적지 않습니다.

후자와 같이 애매모호하거나 분명하지 않은 문구는 추후 분쟁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수정하거나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이렇게 계약서 문구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야 하는 이유와 주의하여야 할 점을 우리 대법원 판례에서 말하는 계약해석의 원칙에 비추어 설명해드리려고 합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른 계약해석의 원칙

우리 대법원은, 임대차계약서, 매매계약서 등 처분문서(증명하고자 하는 법률적 행위가 그 문서 자체에 의하여 이루어진 문서)의 해석을 할 때,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원칙적으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그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합니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다46531 판결 등 참조).

쉽게 말하면, 처분문서를 해석할 때에는 우선적으로 적힌 그대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특정 조항의 문언이 계약서 내 다른 조항의 내용, 계약서 체결 전 협상 내용과는 다르더라도, 그 문언대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임대차계약서에 “목적물 인도 전 벽지, 도색, 장판을 새로하여 준다”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임대인이 계약 체결 전 위 내용은 단지 ‘서비스 차원’이라거나 ‘호의에 의해’ 해준다고 한 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이행을 거부한다면, 위 문언에 반하는 내용이므로 그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문언이 불명확하여 해석에 이견이 발생한 경우의 계약 해석 방법

그러나 언어라는 것이 아 다르고 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동일한 말로도 다르게 해석할수 있습니다(그래서 저희와 같은 법률 전문가에게 계약서 검토를 요청하는 것이겠죠?). 이와 같이 계약서상 문언이 불분명하여 당사자 사이에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는 경우의 해석방법과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은 “계약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그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합니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0065 판결 등 참조).

쉽게 말하면, 왜, 어떻게, 어떤 과정을 통해 그 문언을 적었는지 살펴보아 그 계약 문구를 작성할 당시 당사자 사이의 합치된 의사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해석되어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다46531 판결).

따라서 문언이 불명확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 법원은 ‘당사자가 제출’하는 계약 체결과정에서 오고 가는 관련 자료, 나누었던 대화, 의향서, 해당 계약의 궁극적 목적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자료를 당사자가 모두 확보하고 있지 않는 경우도 많고 어떤 내용을 소송에 제출하는지에 따라, 자신이 의도하고자 한 것과 달리 계약서가 해석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계약 체결시 한글자, 한문장 놓치지 않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서 보다 더 명확한 문구를 작성하여야 합니다.

계약서 문구는 최대한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세세하게!

일상적인 말이나 글은 잘못 뱉거나 적었으면 다시 수정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지만, 계약서는 날인한 이상 다시 쉽게 수정하지 못합니다. 수정하려면 당연히 계약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그것이 우리에게 유리한 것이라면 당연히 상대방이 동의해 줄리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계약서 문구가 당사자 사이에 다르게 해석되지 않도록 최대한 명확하게 작성하고, 계약 이행 과정에서의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해 규율할 수 있는 조항을 구체적으로 세세하게 작성할 것을 권고드립니다. 아울러 중요한 계약이라고 한다면, 법률 전문가에게 자문 및 검토를 맡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최앤리 법률사무소 문재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