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우의 Lean Life] 6. 린(Lean) 하게 팀 빌딩 하는 법(2/2)
창업도 인생도 린하게 하기 위한 프로젝트
‘이희우의 린 라이프’
지난 주 글이 나름 반응이 있었다. 재수 없게 느끼겠지만 이건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다. 왜냐면 ‘투자유치 하는 법’, ‘기업가치 협상법’ 등의 ‘OOO 하는 법’ 류의 글들은 클릭수도 높아지고 ‘좋아요’ 수치도 올라가게 마련이거든. 그런데 난 실제 이런 류의 글을 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 이런 제목을 쓴 이유는 아마 나도 슬슬 ‘좋아요’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지.
지난 번에 이어서 본인이 하는 사업의 MVP(최소존속제품)를 구축해서 검증을 받았다고 하자. 그럼 본격적으로 팀빌딩을 해야 한다. 그럼 초기 창업자의 수는 몇명으로 해야 할까? 여기에 대한 정답은 없다. 우수게 소리로 피자 한판 같이 먹을 정도라고 얘기를 많이 한다. 뚱뚱한 사람이면 두세명, 홀쭉한 사람이라면 4명 정도. 여기서 안 웃어주면 약간 뻘줌해진다.
온라인 혹은 모바일 서비스를 하는 회사라면 3-4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기획 1명, 개발 1명, 디자인 1명. 이렇게 최소한 세 부분의 영역이 모여야 서비스 출시가 가능해 질 수 있다. 간혹 디자인 부분을 아웃소싱으로 돌리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신속하게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내부에 디자이너를 두고 가는 것이 좋다. 거기에 MVP가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면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개발부문도 세분화해서 팀빌딩 하는 것이 좋다.
지분배분은 언제하는 것이 좋을까?
첫째, 지분배분은 MVP 테스트 후 사업가능성이 확인될 때 하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MVP 구축과정에서 각자의 실력이 드러나고, 누가 더 이 프로젝트에 헌신(Commitment) 했으며 그런 것을 통해서 누가 지분을 더 많이 가져야 되는지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할 경우에는 MVP 구축에 기여도가 적거나 덜 참여한 인력을 지분배분에서는 제외시킬 수도 있다. 즉, 린 스타트업 방법론에 적합한 팀빌딩 방법은 MVP를 먼저 구축해 보고 거기에 들어간 기여도에 따라 지분배분을 하면서 최종 팀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둘째, MVP를 구축하고 나서도 당장 법인을 설립할 필요는 없다. 법인설립 필요가 없다면 굳이 먼저 까다롭고 힘든 지분배분을 먼저 할 필요가 없다. 어쩔수 없이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는 투자가 들어올 경우이다. 통상 투자는 회사의 지분을 사는 형식으로 이루어 지기 때문에 법인설립, 특히 주식회사 설립은 필수적이다. 이때 투자자의 조언을 받아들여 지분구조를 정하는 것이 좋다. 아니, 투자자 핑계를 대면서 투자를 주도했거나 그 프로젝트의 핵심이 되는 사람 위주로 지분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내가 하는 요즘예능의 경우에도 투자유치와 맞물려 지분을 확정지은 경우이다.
셋째, 매출이 발생하거나 비용지출이 본격화 되어 어쩔수 없이 법인설립 필요가 있을 때 지분배분을 하는 것이 좋다. 매출이 본격화 된다는 것은 거래처가 다변화 되고 각종 회계/세무적으로 처리되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짐을 의미한다. 비용지출도 마찬가지다. 개인돈으로 마냥 쓰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정 비용수준에 도달하면 법인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세무적인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되니 말이다.
누가 최대주주, 대표이사가 되어야 할까?
멋진 사업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추진한 사람이 반드시 최대주주나 대표이사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최대주주나 대표이사 자리는 책임과 권한이 막중한 자리이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해당 사업 아이템, 프로젝트에 가장 많이 기여하고 헌신(Commitment) 정도가 높은 사람이 최대주주나 대표이사가 되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 사람이 한 회사를 대표하여 각종 법적인 의무사항과 권한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다. 그래야 조직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리더에 따라 제대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최대주주나 대표이사는 그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리더는 많은 자질을 요구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스타트업 리더의 자격은 실력을 바탕으로 한 신뢰가 중요한 것 같다. 그 실력에는 업무 수행능력, 자금조달 능력, 영업능력, 위기극복 능력 등을 포함하고 있고 그런 능력 기반에서 팀원들이 서로 믿고 일하고 리더를 따를 수 있는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 신뢰는 아무래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소통에서 이뤄지는 것 같다. 그런 능력과 신뢰가 있어야 어려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초기 팀 분쟁 및 해결
그럼에도 불구 사람이 모여 있으면 분쟁이 있기 마련이다. 페이스북 설립 과정에서도 초기 멤버들 사이에 여러 분쟁이 있었던 것처럼 공동 창업자간의 분쟁은 불가피한 것 같다. 물론 없다면 제일 좋지만 그건 겉으로는 없게 느껴질 뿐 그 내면에는 창업자들 간 서로 엄청난 이해와 인내가 있었을 것이다.
초기 팀 분쟁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최대주주에게는 50% 이상의 지분을 몰아줘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생기더라도 구심점이 생겨서 그것을 극복하게 된다. 사회주의 국가도 아닌데 여기서 평등을 논해선 안된다. 자본주의 이념에 충실하게 최대주주에게 지분을 몰아주고 여러 의견이 상충할 때에는 최대주주의 뜻에 따라 신속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최대주주가 다른 창업자보다 지분을 많이 갖고 있어야 조직의 안정성이 있다고 대다수 투자자들이 판단한다. 그러니 투자유치를 위해서라도 한사람에게 지분을 몰아주자.
그래도 공동 창업자간 사이가 틀어질 수 있다. 한 공동 창업자가 회사를 나가게 될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때 제일 주의해야 할 것은 그 친구가 회사의 지분을 다른 곳에 함부로 막 넘기는 경우이다. 그것 만은 막아야 한다. 통상 창업자간 합의서를 써서 그것을 막으라고 많이 얘기를 한다. 그것도 맞는 말일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창업자간 합의서를 쓰는 과정에서 서로 감정만 상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서로 잘되는 경우만을 가정하고 팀빌딩을 했기 때문에 잘 안되었을 경우(팀이 깨져서 퇴사하는 경우를 포함하여)를 가정해서 합의서를 쓰자고 하면 잘 안통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요즘예능을 서비스하는 먼데이펍을 설립하는 경우에 써 먹은 방법인데 정관상에 회사의 주식거래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명문화 시키는 것이 제일 좋을 듯 싶다. 그래야 공동 창업자가 지분을 함부로 넘기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대주주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해 놓으면 본인 의지대로 지분거래를 막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팀원들은 어디서 찾을까?
답은 없다. 무조건 찾아야 한다. 그것도 주위에 잘 아는 사람들 위주로. 그래야 서로 검증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싸움도 덜하게 된다. 그러니 평소에 개발자나 디자이너 관련 선후배들에게 술도 사주고 친하게 지내야 한다. 그런 물리적 시간과 정성이 있어야 팀을 구성할 때 그들이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인간적인 친분 전에 사업 아이템이 좋아야 함은 필요조건이다.
요즘은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소셜로 엮겨 있기 때문에 이런 SNS 활동을 열심히 해도 팀원 구하는데 수월할 수 있다. 창업관련 그룹도 많이 있어 그런 그룹에 가입하여 지속적으로 네트워킹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것도 좋다. 그러기 위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의 글을 지속적으로 ‘좋아요’도 눌러주고 공유도 하며 관심을 표출하는 것도 좋다. 그런 것도 하지 않으면서 팀빌딩이 어렵다고만 떠들고 다니지 말라.
스타트업 관련 모임이나 창업자 네트워크에 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말 동안 창업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앱센터의 ‘스타트업 위크엔드’ 프로그램이나, 몇주간에 걸쳐 아이템도 검증받고 팀빌딩도 해보는 프라이머의 ‘엔턴쉽’ 코스, 각종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또는 내가 진행하는 ‘쫄지마! 창업스쿨’ 등도 팀원들 구하는 데 좋다. 여기엔 창업의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찾고 말 건내기가 편하다.
최근에는 스타트업에 인턴이나 직원으로 근무하며 창업기회를 모색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올라웍스에서 인턴을 하며 창업을 꿈꾼 KnowRe의 김서준 부사장이나, 티켓몬스터에서 근무하며 그 근무경험과 인력을 토대로 창업한 미미박스의 하형석 대표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될 수있겠다.
창업팀 구성을 위해 고생을 했는데도 쉽지 않다면 파트타임 또는 가상의 팀(Virtual Team)을 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실 요즘예능도 이 방법을 쓰고 있는데, 현재 우리팀엔 정규직 직원이 하나도 없지만 앱 개발, 업데이트는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다들 본인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고, 틈틈이 우리 앱도 개발하고 있다. 우리 앱에 대한 확신이 좀 더 들고 대규모 투자가 유치된다면 나올수 있는 친구들이다. 지금은 회사비용 드니 나오지 말라고 내가 우기고 있지만.
위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 팀빌딩이 안된다면 죄송하지만 아이템이 구리거나 본인이 능력이 안되는 거라 보면 된다. 빨리 접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빨리 접고 다시 개발자가 많이 모여 있는 회사에 들어가서 다음 창업기회를 넘보는 편이 본인의 인생을 위해서도 낫다.
그래도 주의해야 할 것은?
첫째, 공동 창업자를 구하면서 비밀유지각서(NDA)를 쓰면 사업 아이템을 얘기해 주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은 하지 말자. 그렇게 불안하면 사업하지 말라. 사업아이템을 얘기했다면 상대방을 믿자. 그래야 상대방도 나를 믿어줄 수 있다.
둘째, 법인도 설립하기 전에 미리 지분배분에 대해 떠들지 말자. MVP(최소존속제품) 검증도 못했고 서비스 출시도 못했는데 그리고 그 검증이 끝나야 법인설립 할까 말까 고민할텐데 미리 지분배분으로 들떠서 싸우고 있으면 안된다. ’50% of nothing is still nothing’ 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쓰레기 회사의 지분 50%는 아무 의미 없는 쓰레기일 뿐이라는 말을 명심하자.
셋째, 자신의 업무영역과 역할과 겹치는 팀원은 구하지 말자. 최소한 자신의 업무에 보완적인 역할을 해줄 팀원을 구해야 자신이 모르기 때문에 상대방의 영역을 존중해 줄 수 있고 그렇기에 다툼도 덜하게 된다. 자신과 유사한 영역의 사람을 구하면 그 사람을 간섭하고 지시하려 들기 때문에 조직에 불화만 더 생길 수 있다.
스티브 잡스도 혼자 창업하지 않았다. 그는 비즈니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그 말로 오늘 글을 마칠까 한다.
This is not a one-man show. My model for business is the Beatles.